도루묵
1. 개요
조기어강 농어목 도루묵과에 속하는 어류.
한류성 어종으로 한국 동해, 일본 북서해, 러시아의 오호츠크 해 근처에 주로 서식한다.[2] 수심 200~400 m 내의 모래펄 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한류성 어족답게 산란시기는 11월에서 12월 사이. 몸길이는 13-17 cm 내외로 꽤 큰 편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강원도 전역에서 산란철에 잘 잡히는데[3] 도루묵이 잡히는 강원도의 시군에서는 산란철마다 도루묵 축제를 열기도 한다. 보통 구이나 알탕으로 주로 먹는다. 일본에서도 같은 동해 측에 면한 아키타현에서 겨울철 대표 별미라고 하며, 도루묵을 장기간 숙성시켜 초밥으로 만든 '하타하타즈시(ハタハタ寿司)'라는 향토음식도 있다.
예전에는 군대 식사 정도로나 소비될 정도의 값싼 생선이었다가 일본에 대량 수출하게 되자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덩달아 대중적 인기도 올라갔다. 남획으로 1990년대 이후 어획량이 급감했으나, 2000년대 이뤄진 자원회복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2009년부터 어획량이 회복되었고, 2015년쯤 되자 알을 낳을 도루묵은 늘어났는데 산란장이 될 해조류 숲의 규모가 못 따라가서 해변에 밀려온 도루묵 알이 썩어 곤란을 겪을 정도까지 되었다. #
2. 이름의 유래
이름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민담이 전해진다.
이 민담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말짱 도루묵'이라는 표현도 있다. 말 그대로 애쓰던 일이 헛일이 되었을 때 쓰는 말. 다만 어디까지나 야사며, 또한 어느 왕의 이야기인지도 불확실해서 여러가지 설들이 존재한다.피난길에 오른 어느 왕이 묵어(혹은 목어)를 먹었는데, 이렇게 맛있는 생선이 이름이 너무 형편없는 것을 불쌍하게 여겨서 앞으로 '은어'로 부르도록 하였다.[4]
그런데 후일 환궁한 뒤 이 생선 맛이 떠올라 다시 먹어봤는데, 예전만큼 맛있지가 않아서[5] '도로 묵어'('도로목')라고 하라 명령했고, 이것이 도루묵의 유래다.
2.1. 고려의 왕 설
도루묵의 어원에 대해서 조선 영조·정조 시절 문신 이의봉(李義鳳: 1733-1801)이 여러 나라의 어휘를 모아 편찬한 사전 《고금석림(古今釋林)》에 나온다. 출처
2.2. 조선의 선조, 인조 설
세간에서는 선조나 인조를 많이 거론한다. 조선의 왕중 피난을 갔던 왕들이 얼마 안 되는데 선조는 임진왜란을 인조는 병자호란과 이괄의 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실록지리지에 이미 은어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에 시간대가 맞지 않는다.[6]
그리고, 선조는 두 차례의 왜란 당시 서해 방면에 있는 의주로 갔다. 도루묵은 주로 동해 쪽에서 잡히니, 이 역시 맞지 않다.
2.3. 조선의 태조 설
2016년 김양섭 전북대 무형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이 발표한 논문[7] 에 의하면 '이성계가 도루묵 설화의 주인공'이라는 정황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에 의하면, 도루묵을 설명하는 문헌들중 허균의 글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도루묵의 생태적 특성과 역사적 사실을 살피지 않았기 때문에 고려 왕이나 선조, 인조가 설화의 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반면에 태조는 정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함흥으로 갔던 적이 있는데[8] , 함흥은 도루묵이 많이 나고 함경도 안에서 유일하게 은어라고 부른다. 또한 허균의 '도문대작'에서 도루묵 설화에 대해서 '전 왕조의 왕'이라고 했는데, 감히 태조라는 묘호를 거명할 수 없어서 쓴 다른 표현이라고 하였다. 이를 통해서 설화의 주인공이 태조 이성계라고 논증했다. #기사
2.4. 그 외의 가설
이 민담이 아닌 다른 가설도 두 가지 있는데, 원래 '목'이라는 생선[9] 에다 '돌'[10] 이 붙은 '돌-+목'이 변한 것이라는 설, 함경도 방언에서 착안해 도루'(虎班: 호랑이 무늬)+메기(棘魚)가 줄어든 것이라는 설이다. 참고 참고2
북한 지역에서도 남한과 비슷하게 왕에 얽힌 설화가 내려오는데, 여기서는 전쟁 중에 먹은 게 아니라 병에 걸렸을 때 먹었다고 이야기한다.
3. 맛
맛이 꽤 좋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다른 바다 생선과 달리 맛이 밋밋해서 무맛이라고도 한다. 비리지는 않지만 특유의 향이 있어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거기다 보통 산란철에 잡히다 보니 살에 기름기가 별로 없고 푸석하기까지 하다. 도루묵을 영어로 Sandfish라고 하는데 여기서 그 맛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강원도 현지인들은 산란기에 잡은 도루묵을 먹는 것은 바보라고 하면서 현지인들은 아무도 안 먹는다고 말한다. 알을 배지 않은 산란기 전이라야 진정한 도루묵의 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알도 완전히 성숙해서 딱딱한 11월 도루묵보다 성숙이 덜 된 10월 도루묵의 알이 더 맛있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사실 도루묵이 특별한 건 아니고 원래 알을 배는 암컷 생선은 산란기 이전에는 몸에 영양분을 축적하기 때문에 맛있지만, 알이 성숙하면서 몸이 마르고 지방이 줄어들어서 맛이 떨어지는 편이다.
아무튼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여러 가지로 갈리는 모양이니 판단은 직접 먹어보고 각자 알아서 하자.
아키타현에서는 도루묵으로 '숏츠루(塩魚汁)'라는 피시소스를 만들어 먹는다.
몸통에 비해 알집이 굉장히 커서 이 알도 먹는다. 가끔 해안가에서 파도에 휩쓸려 온 도루묵 알을 건져먹기도 한다. 모래 때문에 그냥은 먹을 수 없고 좀 손질이 필요하다고. 그런데 이 알들은 염장되면서 수분이 빠져나가 쫄깃하다 못해 고무처럼 질기고, 점액질이 상당히 많은데 굽거나 끓여도 그대로다. 보통은 이걸 찌개로 끓여먹는데, 별도로 소금간을 하지 않아도 짭짤하다. 그 떼글떼글한 알갱이와 미끌미끌한 점액질과 비릿한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좋아하는 사람은 알집만 떼어 국을 끓여먹기도 하고, 그 점액질의 맛조차 좋아하여 심지어 회로 먹기도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두 번 다시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일본에서는 이 알집을 부리코(ぶりこ)라고 한다.
2015년 12월 17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초도리 해안에 해변을 뒤덮을 정도로 도루묵 알이 잔뜩 밀려오는 현상이 일어났다. #1#2 일본 아키타현 오가반도(男鹿半島)의 해안가에도 2012년 12월 도루묵 알이 엄청나게 떠밀려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
[1] 이러한 명칭은 해당 생선의 육질과 관련이 있다.[2] 명태 등과 서식지가 같다고 보면 된다.[3] 명태의 씨가 말라버린 바다를 도루묵이 대체하는 상황이다.[4] 일부 어린이용 판본에는 '금고기(金魚)'라고 되어 있다. '충미어(忠美魚)'로 전해지는 버전도 있다.[5] 피난하는 동안엔 한참 고생하고 있는 중인 데다가 먹을 것도 변변찮아 별거 아닌 것도 맛있게 느껴졌지만, 나중에 다시금 안정된 생활로 돌아오면서 다시 입맛이 까다로워졌기 때문. 혹은 저때는 막 잡아서 신선해서 맛있었지만 수도에 진상해서 가져오느라 맛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아니면 하필 산란철이라 맛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6] #기사[7] '민속학연구' 제38호의 <임연수어·도루묵·명태의 한자 표기와 설화에 대한 논증>[8] 정확히는 조사의의 난 때 가별초들을 반란군으로 포섭하기 위해서.[9] 혹은 묵. 한자로는 음차로 目으로 적힘[10] 뭔가와 비슷하지만 약간 덜떨어진 것에 붙는 접두사. 다른 예시로는 돌배나 돌감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