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식품)
[image][image]
1. 개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예로부터 녹말을 이용해 만들어온 음식.
2. 상세
곡류의 탄수화물 성분을 가루로 만들어 저장하고 있다가 구황식으로 먹거나 곡류가 부족할 때 이용하였다. 그런 만큼 묵은 오래전부터 전 지역에서 쑤어 먹던 음식으로, 계절마다 봄(녹두)-여름(옥수수)-가을(도토리)-겨울(메밀)...이런식으로 다른 묵을 쑤어 먹었다.
곡식 또는 나무열매나 뿌리 따위를 맷돌이나 분쇄기로 갈아서 가라앉힌 후 그 앙금인 녹말을 물과 함께 죽 쑤듯이 쑤어 식혀서 굳혀서 만든다. 이 때 쑤는 과정이 중노동이다. 한 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한 방향으로 저어 주어야 타지 않고 제대로 쑤어지는 까닭이다.
완성된 묵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탄력 좋게 눌린 자리가 바로 원상태로 돌아가고 살짝 두드리면 탱탱하게 탄력이 있으며 색이 말갛고 투명한 것이 좋은 녹말로 만든 것이다. 메밀묵은 색이 일정하며 툭툭 끊어지는 것이 좋은 메밀로 만든 것이고, 도토리묵은 연한 갈색이 나며 손으로 만졌을 때 하늘하늘한 탄력이 있어야 한다. 청포묵은 색이 하얗고 투명한 것이어야 하고 올챙이묵은 노릇하고 뿌연 색감이 난다.
대개 간장 ·파 ·참기름 ·고춧가루 ·깨소금 등을 넣어 무쳐서 먹는데, 때로는 배추김치를 썰어서 넣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묵요리로는 탕평채(蕩平菜)가 있다. 지역 음식으로는 경북 영주 지방의 메밀묵밥이 유명하다.
묵을 건조시킨 묵말랭이라는 것도 있다. 일반 묵이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약간만 힘을 줘도 잘 부서지는데 반해 건조묵은 거의 대부분의 수분이 빠져나가 있기 때문에 잘 부서지지 않으며 맛 또한 쫄깃쫄깃한 편으로 물에 불려도 건조된 후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해서 수분기가 일반 묵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먹을 때는 끓는 물에 5분 정도 넣어 풀어준 뒤 요리에 쓴다. 이쪽도 냉채나 무침 등에 들어가는데 일반 묵은 식감 때문에 싫어하던 사람들이 건조묵의 식감은 오히려 좋아하기도 한다.
웰빙 열풍과 다이어트 열풍 덕에 재평가된 음식이기도 하다. 같은 무게를 먹어도 수분이 80%라는 기적의 비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열량이 적은 편이다. 한국 식단에서 두부와 더불어 적당히 무미하면서 밥보다 열량이 낮아서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으로 각광받는 중이다. 다만 으레 저칼로리 식품이 다 그렇듯이 '적게 먹어야' 효과가 있지 많이 먹으면 말짱 꽝이라는 점에 주의. 묵은 무게 대비 열량은 곡물보다 낮을 지 몰라도 곡류의 녹말만 추출해서 제작하여 섬유질도 없는 100% 탄수화물이라 GI 지수도 쌀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이 먹기 어려운 식품이라 이런 문제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생선 껍데기로 만드는 묵도 있다. 박대라는 생선의 껍질으로 만든 박대묵이 대표적인데, 충남과 전북 해안 지방에서 만들어 먹는다. 다만 이건 동물성 젤라틴을 이용한 젤리에 가깝다. 영국 요리 중 하나인 장어 젤리도 이와 비슷하고 가자미 등으로도 젤리 비슷한 음식을 만들 수는 있다. 식물성인 다른 묵에 비해 재료 자체가 다른 박대묵은 훨씬 단단하고[1] 온도가 높으면 녹아버린다는 차이점이 있다. 식사를 마칠 때쯤이면 박대묵을 냉장고에서 처음 꺼내왔을 때에 비해 눈에 띄게 흐물흐물해지고, 거기서 더 놔뒀다가는 녹아서 물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완전히 녹는다. 덕분에 박대묵은 전통적으로 겨울에나 먹을 수 있는 별식 취급이었고 현대에도 여름철에 먹긴 좀 힘들다. 특히 밥 같은 데 올려놓고 먹다가는 대번에 녹아버리기 때문에 비빔밥 재료로는 전혀 사용할 수 없다.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먹는데 자체의 맛은 밍밍하지만 약간의 생선향과 묘하게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홍어로 만든 홍어껍질묵도 있다.
3. 묵의 종류
- 곤약
- 메밀묵
- 도토리묵
- 청포묵 - 녹두 가루로 쑨다.
- 동부묵 - 녹두와 거의 비슷한 점성의 동부라는 콩으로 쑨 것. 가격이 녹두보다 싸다. 덕분에 가짜 청포묵의 재료가 되기도 하는데, 맛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 황포묵 - 치자로 물을 들인 청포묵이다.
- 올갱이묵
- 올챙이묵 - 올챙이국수라고도 불린다.
- 우뭇가사리묵
- 콩묵(두부)
- 건조묵 - 묵말랭이라고도 한다. 먹을 땐 여러 시간 불려서 빳빳한 기가 거의 없어질 쯤에 중약불에 오래 끌여서 딱딱한 기를 마저 없에고[2] 원하는 양념에 무쳐먹거나 묵사발로 만들어 먹는다. 쫄깃한 식감이 일반 묵과 차이가 있다.
- 박대묵
- 청묵
- 밤묵
4. 관련 음식
- 묵밥
- 묵사발
- 탕평채
- 젤리 - 웬 젤리냐 하겠지만 영어권에서 묵에 대응하는 단어가 jelly다. 다만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젤리와 구분을 위해서 한국어 그대로 "Muk"이라고 한다.
- 푸딩
5. 관련 문서
[1] 미끄러워서 그렇지 젓가락으로 집어도 잘 안 갈라진다. 탄성도 더 높다.[2] 아무리 부드러워져도 심 부분은 여전히 딱딱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데, 먹을 때 식감이 나빠지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