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대주의

 

1. 개요
2. 문화의 상대성이 존재하는 이유
3. 극단적 문화상대주의
4. 문화상대주의 자체에 대한 비판
5. 관련 문서


1. 개요


'''QUISQUE EST BARBARUS ALIO'''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는 야만인이다.

EB모드의 부제.



모든 문화에는 절대적으로 우월하거나 열등한 문화가 없으며 전부 상대적으로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회학/문화인류학의 이론. 절대성이 있다는 문화절대주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론이다. 일종의 상대주의적 관점이다.
문화상대주의의 대척점으로는 상기한 문화절대주의나 자문화중심주의가 일반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문화상대주의의 정확한 대척점은 사회진화론이라 할 수 있다.[1] 사실 문화상대주의 이론 자체가 근대 제국주의의 이념적 바탕이기도 한 사회진화론에 대한 비판 및 반성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고.

2. 문화의 상대성이 존재하는 이유


문화와 문화의 산물은 각각 해당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사고와 생활방식, 지혜의 모음이며, 보고이다. 그래서 모든 문화는 각각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갖고 있다. 이런 문화를 만약 어떤 문화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당연히 야만스러운 문화라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서술했듯이, 이러한 문화는 해당 문화에서 이룩해놓은 일종의 생활방식이며, 그들의 선조와 그들이 이룩해놓은 삶의 지혜이다. 무시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들어, 형사취수제에 대해 예를 들 수 있다. 형사취수제는 서구화된 현대에는 일반적으로 금기시되고 있지만, 어떤 문화에서는 계속 유지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형사취수제를 유지하고 있는 문화가 미개하거나 야만적인 것이 아니다. 이는 형이 죽으면 남은 그들의 가족이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로써 그들의 가족을 부양하도록 하는 것이다.[2] 그러므로, 형사취수제는 해당 문화에서 이룩해 놓은 지혜이자, 생활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선택이 없는 경우에는 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
다른 예로는 날고기를 먹는 문화를 들 수 있는데, 어떤 문화에서 날고기를 먹는다고 하여 식습관이나 문화가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이 역시 해당 문화의 맥락에서 이해 해야 하는 것이다. 음식의 보관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추운 지방에서는 날고기를 먹는 데 위생 문제가 별로 없으며, 추운 날씨로 채소 과일 경작이 곤란하며 땔감도 얻기 힘든 상황에서는 날고기를 먹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손쉬운 비타민 섭취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어떤 문화가 다른 문화에 비해 절대적 척도의 가치 우위나 열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문화는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3. 극단적 문화상대주의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이 문화를 바라볼 때 취해야 할 옳은 관점이긴 하지만, 이 상대주의를 지나치게 적용하여 문제가 되는 점까지 적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문제란, 바로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저해/침해하는 문화적 관습 등을 들 수 있겠다. 예를 들자면, 식인 풍습, 여성/아동 학대, 명예살인, 인신공양, 인신매매, 노예제/카스트 등의 신분 제도, 여성할례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문화 역시 문화는 상대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점으로 보호가 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극단적 문화상대주의는 지양하여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문화상대주의 자체는 해당 문화의 가치 판단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문화상대주의의 의의는 어디까지나 객관적이고 가치 중립적인 입장에서 문화 현상을 관찰하기 위함이며, 상대주의를 통해서 문화 현상의 도덕/윤리적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상대주의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미국 문화와 인도 문화가 있다면 문화절대주의는 "미국이 인도보다 국민 의식 수준이 높고, 국가 역시 부강하므로 문화 역시 뛰어나다." 하고 주장하는 것이며, 문화상대주의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나 국가의 부강과는 별개로, 문화는 절대적으로 분리해서 평가해야 할 개념"이다.
즉, 올바른 "문화상대주의"란 개념을 이해했다면, 각각의 문화가 평가받을 수 없는 어떤 불가침적인 개념이 아닌, 경제 수준이나 국민의 의식과는 별개로,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이므로 '극단적 문화상대주의'란 개념 자체가 사실상 문화상대주의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지 않아서 나온 단어이다. 간단하게 카스트 제도를 예로 들면, 카스트 제도는 분명히 용서할 수 없는 제도이고 실질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빠르게 사라져야 할, 문화 중에서도 악습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그 이유는 "인도는 가난하고, 국민 의식도 미개하니까 카스트 제도 역시 나쁜 것이 당연하며, 그러므로 사라져야 한다."는 문화절대주의적인 시각이며, "카스트 제도는 현대 윤리관에 따라 인간의 기본권을 크게 침해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빠르게 폐지되어야 한다."는 문화상대주의적인 시각으로 바라 본 것이다.
문제는 "현대의 윤리관" 자체를 서구문화의 일종으로 보고, 자국 내 인권침해를 문화상대주의를 들먹이며 합리화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는 중국, 싱가포르, 북한이 있는데, 세 국가 모두 자국 내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있을 때마다 문화상대주의를 이용해 인권침해를 합리화한다. 싱가포르의 인권침해 문제가 지적받았을 때, 리콴유가 "아시아적 가치"를 내세우며 보편 윤리를 서구문화로 취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화상대주의자들이 내세우는 보편인권, 현대적 윤리관 그 자체를 '서구의 문화'로 간주하는 것이다. 문화상대주의의 원래 의미가 어찌됐던간에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3]
그러나 이런 부분도 상당한 논란이 있어, 각국의 이익이나 여러 복잡한 세계 정세와 맞물려 개념 자체가 학자들끼리도 정확히 통일된 적이 없는 것이 현 실정이며, 상단에 서술한 내용 역시 단지 학계의 암묵적인 주류 의견일 뿐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목에서는 문화 상대주의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음에도 실제적으로는 이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되거나 정의된 적이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사회학 및 문화인류학의 주요 개론서로 일컬어지는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 사회학』에도 문화 상대주의에 대한 서술은 있지만 극단적 문화 상대주의에 대한 항목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어쩌면 '극단적 문화 상대주의'가 순수 상대주의이고, 중고교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은 사정상 '절충된' 문화상대주의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사회과학은 고교 과정까지는 어느 정도의 왜곡이 있기 마련이고(이건 자연 과학도 마찬가지이지만), 제대로 된 사회과학은 대학에서나 배우기 마련이다.[4] 실제로 대학교나 연구소에서는 박사 과정이나 되어야 해당 분야의 맛을 좀 볼 정도(...)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인류학협회는 문화상대주의를 근거로 세계인권선언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적이 있다.http://www.newscham.net/news/print.php?board=jinbo_media_23&id=687

4. 문화상대주의 자체에 대한 비판


극단적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비판과는 별도로, 문화상대주의 자체가 완벽한 이론은 아니므로 이에 대한 문제 제기 또한 존재한다. 이들 중 특이하면서도 잘 알려져 있는 부분이 바로 자연과학 분야의 공격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진화심리학, 유전학 등의 연구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인간에게 유전자 단계에서 인류 보편적인 윤리적 요소가 담겨져 있고, 이러한 보편적 윤리를 잣대로 하여 각 문화들의 윤리적 우열을 판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위에서 언급한 문화절대주의/제국주의와는 관련이 없으며 특정 문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나 비난의 요소는 들어가 있지 않다. 하지만 문화상대주의를 옹호하는 관점에서는 이 또한 문화의 개별 특성을 무시할 가능성이 있어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문화상대주의 자체도 상대주의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문화상대주의의 단위가 개별 문화이기 때문에, 개별 문화 내부에서는 문화절대주의적인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시1: 김치는 한식이지만 양념치킨은 한식이 아니다.
예시2: 무슬림 여성은 마땅히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예시3: 중국인이 치파오를 입는 것을 이해하지만, 미국인이 치파오를 입는 것은 문화적 전유이다.
예시4: 미국인이 김치를 못먹는 건 이해하지만, 한국인이 김치를 못먹는 건 반사회적이다.
예시5: 캐나다에서 퀴어퍼레이드를 하는 것은 그들의 문화로 인정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퀴어퍼레이드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예시6: 미국인이 문신을 하는 것은 개성의 표현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한국인이 문신을 하는 것은 반사회적이다.
예시7: 중국인, 한국인개고기를 먹는 것은 그들의 문화로 인정할 수 있지만, 미국인개고기를 먹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또한 이거 자체가 정치적 올바름 즉 PC로 엮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상대주의를 존중해 줄 수는 있지만 이것을 마치 최고의 이론인 양 하는 것도 썩 좋은 것은 아니다.[5] 이는 문화사대주의, 자문화중심주의도 마찬가지긴 한데 후자의 경우에는 전자에 비해 사회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반대되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기적이거나 사대적이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또한 개발도상국, 비서구권 국가들의 민족주의, 국수주의자들이 자국의 인권탄압을 합리화하는데 즐겨 써먹는 개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해당 국가 내부 진보주의자가 보편인권에 어긋나는 특정 제도를 없애자고 주장할 때, 이를 사대주의, 문화절대주의적 주장이라고 비난하는 식으로 써먹는 것이다. 그리고 상식적, 윤리적,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범위에서 문화상대주의가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그렇지못한 경우도 많다.

5. 관련 문서



[1] 실제로 문화상대주의자들은 반(反)제국주의적 성향이 강하다.[2] 여기에 노동력 보존의 문제도 있다. 형이 죽으면 형수가 형의 재산과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가버리게 되는데, 이는 노동력 감소와 가문의 재산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유목적 전통이 있는 경우는 결혼과정에서 상당액의 금품을 지불하는 준 매매혼의 형태를 취하는데 이 경우에도 아주 부족을 떠나므로 부족에 막대한 손해가 된다. 이걸 막는 의미가 상당하다. 실제로 한국 고대사의 경우도 유목적 성향이 가장 강했던 부여와 고구려 계통에 형사취수제의 전통이 존재했다. 반면 농경사회의 경우는 형이 죽어도 형수는 그대로 본가에 머물기 때문에 굳이 동생이 결혼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런 전통이 없거나 금방 사라지게 된다. 비교적 후대인 이슬람에서 종교적 교리로 묶은 것은 본문의 의미가 큰데, 이 경우는 전사자의 가족들 후원 의미도 내포한다. 일부다처제 허용과 같은 맥락.[3] 비서구권은 조금이라도 나쁜 요소가 있으면 서구 탓으로 돌리지만, 그런 요소의 상당수는 서구에서조차 전통적인 기독교 문화와 상충되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크게 논란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4] 사실 사회 계열 고교 교과목들의 수준은 해당 대학 전공의 개론 수업보다도 못하다.[5] 문화상대주의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앞서 언급되었듯이, 문화상대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이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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