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익
"매사에 선을 딱 지켜. 내가 선을 넘는 사람들 제일 싫어하는데…"
1. 개요
영화 기생충의 등장인물. 영어 이름은 네이선 박(Nathan Park)
2. 작중 행적
글로벌 IT 기업의 CEO이자 엄청난 부자다. 김기정이 놓은 팬티를 보고 윤 기사가 카섹스를 한 데다가 마약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억측해 윤 기사의 해명은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해고한다. 이후 새로 기사로 들어온 김기택이 "그래도 아내는 사랑하시죠?"라고 말하는 등의 모습에서 넘을듯 말듯하면서도 딱 선을 지킨다고 칭찬한다. 그러면서도 아내 최연교와 단둘이 있을 때는 뭔가 퀘퀘한 냄새가 난다고 평하는데, 하필 이걸 당시 테이블 밑에 숨어있던 기택이 듣게 되고, 이 때문에 냄새에 대한 일종의 열등감이나 강박 의식을 갖게된다.
박다송의 생일 잔치를 위해 인디언 분장을 한 기택과 함께 서프라이즈 행사를 준비하며 기택에게 휴일에 피곤하실 거라고 본인 나름 사과를 하며 이벤트 진행을 잘해보자고 하지만 기택이 불만스러운 기색을 내며 "하긴 어쩌십니까. 사랑하시는데. 쯧."이라고 말하자 이제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는지 인디언 모자를 살짝 올리고 자기 이마를 손가락으로 긁으며,[2]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김 기사님. 어차피 이게 근무인 거죠? 이게 그냥 뭐,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시고... 예?"라며 따끔하게 고용인의 위치를 각인시키며 기택에게 주의를 준다. 박 사장도 휴일에 기택을 부르기는 미안했는지 '얘들 엄마 때문에 어쩔수가 없다'는 변명을 달며 미안한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어젯밤 박 사장의 냄새에 대한 대화와 물난리를 겪은 기택은 예전의 "그래도 사랑하시죠?"라는 말을 할 때와는 다르게 "뭐, 하긴 어쩝니까. 사랑하시는데..."라며 보라는 듯이 선을 넘는 말을 한다. 기택의 사정을 모르는 박 사장은 이를 단순히 휴일에, 그것도 본래 업무와 전혀 무관한 일을 시키는 것을 기택이 갑질로 인식해 화가 났다고 생각한 듯하다.
이후 오근세가 난입해 기정의 가슴을 칼로 찌르고 칼부림을 일으키는데, 이를 보고 충격을 먹은 다송이 쓰러지자 가장 먼저 다송을 챙기며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기택에게 "차 빼야지, 차!! 김 기사!! 뭐해!?"[3] 라며 차 키를 달라고 요구한다. 하필 차 키가 오근세 쪽으로 떨어지게 되고 박충숙의 칼에 찔린 근세 쪽에 차 키를 줍기 위해 다가가자 근세는 박 사장을 아는 척 하지만 동익은 "저 아세요?"라며 의아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는 근세에게서 나는 악취에 코를 막는데, 이에 울컥한 기택의 기습 칼공격에 찔려 사망하고 만다.[4]
3. 평가
어떻게 보면 작중에서 제일 불쌍한 캐릭터다. 아무 죄도 없이 믿던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다. 기본적으로 사기를 당한 박 사장네 가족 전원이 피해자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동익은 기택에게 살해를 당하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남은 가족들도 가장이 사망했다는 정신적 충격에 영원히 고통받을 것임은 분명하다.
인성 면에서는 악인까지는 아니라도 마냥 선량하다고는 하기 힘들다.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박 사장의 대사나 행동은 갑질[5][6] 을 하면서도 그 갑질을 인지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상류층의 사고 방식을 표현하고 있다. 무고한 윤 기사를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해고하면서 윤 기사가 마약을 한 뒤 성행위를 했을 것이라는 억측과 궤변을 늘어놓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전반적으로 인성이 막돼먹지는 않은 편이고 겉으로나마 예의를 지키려고는 하지만 그 내면에는 깊은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고, '선'이라는 용어로 사람들을 구분짓는 면모를 보였는데, 이게 결국 화를 부르고 말았다.
봉준호 감독이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한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에서 큰 잘못은 하지 않았지만 고용인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릴리브르 가의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다. 샤브롤은 좌파로 유명했으며, 릴리브르 가족의 억울한 죽음을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부르주아' 계급의 본질에 대한 역설적인 비판으로 읽는 사람도 많다.[7] 기생충의 동익 역시 비슷하게 본인이 대놓고 잘못한 것은 없긴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다 한들, 은연중에 계급에 대해 깔보는 태도를 보였기에 살해당했다고 보는 평이 대다수이다.
보통 한국에서 그려지는 상류층은 몰상식하고 잔인한 절대 악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이를 타도하는 것이 영화의 주된 소재였다. 그래서 기존의 영상물에서는 이런 절대악이 해코지 당하게 되더라도 관객들 입장에서 당해도 싸다는 생각과 함께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런 절대 악을 응징하기 위해서 주인공 소시민들의 위법행위 또한 당연한 것으로 인지된다. '''그러나 동익은 그런 전형적인 절대악 재벌과 같은축에 놓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묘사되었던 한국식 재벌들에 비하면 거의 천사 수준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동익이 죽을 정도로까지 나쁜 인간인가? 왜 죽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에서 기택을 핍박하지 않고 냄새가 난다는 발언도 뒤에서나 했지,[8][9][10] 그리고 마지막에 죽기 직전 냄새 난다고 코를 막은 행위도 당연히 이해가 갈만하다. 오근세는 몇년을 지하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살았으니 당연히 엄청난 악취가 날 것이 뻔하다. 물론 그게 기택의 꼭지를 돌게 만든거는 당연히 우연이었을 것이고. 살해 직전 자신의 화를 돋구는 기택에게도[11] 마지막까지 최소한 대놓고 '너 냄새난다' 식으로 근거도 없고 인격을 무시하는 수준의 말은 하지 않았다. 분명히 감정적으로 여러 번 갈굴 기회나 상황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원색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굳이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등 최소한 남이 자기에게 선을 넘는 것에 집착하는 만큼이나 본인도 의식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선을 넘지 않으려는" 예의는 충분히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할 수있다.[12] 무의식 중에는 본인도 선을 넘긴 했지만 상술했듯이 기택이 동익의 집을 무단 점거하다가 알게 된 우연한 사고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기택의 살해 결심은 동익의 막나가는 대우가 아닌, 어디까지나 기택이 본인이 알아낸 '자신과 가족에 대한 저평가 및 열등감'이 원인이 되어 이로 인한 분노가 폭발하여 가해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입체적인 캐릭터 표현에서 많은 이들이 여러 면에서 다시 생각해 볼 여지를 만드는 캐릭터다.
몇몇 장면과 태도를 보면 가정에 소홀해보이기도 하지만 아내 연교와의 스킨쉽도 자연스럽고 막내 다송과도 잘 놀아주며 일부러 시간을 내는 것을 보면 기업대표의 위치에서 격무를 해내는 와중에도 가정에 최대한 충실하려 하는 보통의 가장이다. 물론 연교처럼 딸 다혜에게 무관심하긴 하지만 그 정도는 일반적인 가정에도 흔히 있는 모습으로 결점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4. 기타
- 원래 박동익의 배우로 김주혁을 검토했다는 설이 있다. 김주혁의 소속사인 나무엑터스의 김종도 사장은 인터뷰에서 '김주혁의 장례식 때 봉준호 감독이 와서 신작의 등장인물에 김주혁을 맞춰보고 있었다고 말했다.'라는 발언을 하였었다. 그래서 그 신작이 기생충이고 배역이 박동익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다. 김주혁이 비밀은 없다(2016)의 주연을 맡았던 때의 모습을 보면 제법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 봉준호 영화 중 최초로 한국 상류층 가족이 메인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박 사장은 보통의 한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재벌 2~3세가 아니고 IT 기업의 대표이사라는 점이 특이한데, 박 사장이 금수저가 아닌 자수성가형 부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 그 연장선에서 보면 좋아하는 음식이 짜파구리라는 것도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있다.[13][14] 배우인 이선균도 박 사장을 자수성가형 인물로 인식하고 연기했다고 한다. #
[1] 가정부인 국문광이 74년생이라는 설정이므로, 70년대 후반 출생 정도로 추정된다.[스포일러] 사망: 2018년 7월 1일[2] 신체의 자유도에 따른 갑을 관계를 나타낸다. 갑을 관계에서 보통 모자를 삐딱하게 쓰면 싸가지없다면서 상급자에게 지적당한다. 군대에서 근무할 때 일등병과 이등병이 모자를 정확히 쓰고 모자 챙도 구부리지 못하는 반면, 병장은 모자 챙을 구부릴 수 있고 모자를 약간 대충 삐딱하게 써도 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3] 바로 직전의 대화에서 김 기사님으로 호칭해 선을 지킨 반면, 이번에는 존칭 '님'을 빼고 그냥 '김 기사'로 부른다. 물론 이는 다송은 발작을 일으키면 15분 내에 병원 응급실로 보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라 어느 정도 감안하며 볼 수는 있는 부분. 기택이야 기정을 지혈시키는 중인데 당연히 박 사장 일가는 이들이 가족관계라는걸 모르니 답답해하며 화를 내는 것이다.[4] 기정과 비슷한 부위에 찔리고 그녀와는 다르게 칼 자체도 뽑히지 않아 과다 출혈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정신을 잃고 결국 죽었다는 것을 보면 아마 쇼크사했을 가능성이 크다.[5] 운전기사에게 본래의 운전 일이 아닌, 자기 초등학생 아들 생일 파티에서 인디언 분장을 하게 하는 것은 굴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이다. 아내인 연교 역시, 쇼핑하면서 전부 짐을 운전기사에게 들게하는데, 쇼핑 짐꾼 역할은 운전기사 업무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갑질이다.[6] 다만, 생일파티 건의 경우 갑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기택 본인의 의사합치와 당일 건에 대한 추가 임금 지불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당일은 파티 도우미로 고용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말이 동의지 사실상 강요한 것이라면 돈을 더 주든 말든 무조건 갑질이겠지만 당일에 큰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둘러댄다고 박사장 부부가 뭐라 면박이나 불이익을 줄 스타일도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파티씬에서 사람들이 참 착하다고 했을 리도 없다. 애초에 기택 본인도 문광 가족 때문에 딸 혼자 보내기 불안하니 본인의 동기가 있었기에 간 것이다.[7] 의식의 원작인 활자 잔혹극에서는 유니스의 이상심리에 주력해 이런 성향이 덜 두드러진다.[8] 당연히 고용인이 오너의 집에 숨어서 술과 음식을 먹을 것이라고는 누가 예상을 했을까.[9] 막말로 부부끼리 저 정도의 뒷담화를 하지 않는 부부를 찾기가 더 어렵다. 동익 연교 부부가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는 사람들이어서 뒷담화를 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결정적으로 둘이서 타인의 뒷담을 까는 것은 범죄가 아니지만 주거침입은 범죄다.[10] 이를 뒷담화라고 하기도 뭣한게, 박 사장 부부는 자기들이 느끼는 생각을 말했을 뿐 기택을 욕하거나 무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11] 그 전까지 동익은 웃으면서 최대한 협조해서 이벤트를 잘 끝내자는 말만 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기택이 "예예! 사랑하시죠. 네네."라는 식으로 말했다. 기택의 표정과 당시 말투를 볼 때 본인도 상황을 인지하면서 비꼬아 말했다. '''즉, 인디언씬에서 대화중 시비는 기택 쪽이 먼저 걸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냥 입을 다물고만 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원래는 (본인 기준의) '갑질'을 할 생각은 크게 없었다가 갑자기 상대가 뜬금없는 상황에서 빈정거리니 트리거로 작용해서 그간 상대에게 쌓인 불만이 터져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낸 것이 정확하다(애초에 운전 기사에게 아들 생일 이벤트 강요라는 갑질을 하고 있었지만 본인은 그것이 갑질인지를 인지를 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기로 약속했었고 거절했어도 큰 불이익을 줄 스타일은 아닐만큼 완전한 갑질이라고 보기도 어려운건 사실이다.).[12] 기득권층 특유의 본인만의 말도 안 되는 깐깐한 기준선이 아니라 충분히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레벨이고,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하는 예의수준이었다. 기택처럼 자꾸 자신의 아내와 가정사에 대해 평가하려 든다면 기분이 좋을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13] 서민의 음식인 인스턴트 라면에 비싼 한우를 올리는 것도 좋아하는 것은 어릴 적에 먹었던 라면으로 변함이 없는데, 옛날과 다르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으니 비싼 한우를 고명으로 올리는 것으로 신분의 변화가 있음을 나타낸다.[14] 다만, 그런 것 치고는 정작 박 사장은 먹지도 않았고 좋아한다는 언급도 없었으며, 정작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금수저인 다혜와 다송은 짜파구리를 좋아한다. 물론 이 부분도 부모가 상류층의 식생활이나 문화에 특별히 얽매이지 않아 형성된 식습관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