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라
1. 개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의 낙화#s-2.1.1 中
한 분야 또는 집단에서 특정의 일을 통해 부, 명예, 성공 등을 얻은 사람이 그 성공기가 끝나고 쇠락기가 찾아와 곧 그만둘 때가 찾아오게 되는데, 이 때 아직은 대중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해 주는 가운데 미련없이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물러나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이 뜻을 가진 사자성어로는 도덕경에서 언급되는 공성신퇴(功成身退) 혹은 공수신퇴(功遂身退)가 있다.'''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박수(拍手)는 '손을 치다'라는 뜻이기 때문에 '박수(를) 치다'는 겹말이다. 따라서 '박수할 때 떠나라' 혹은 '손뼉 칠 때 떠나라'로 써야 옳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박수하다'보다는 '박수 치다'가 자연스럽기 때문에 전자보다는 후자로 쓰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2. 설명
모든 일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전성기가 완전히 지나기 전에 스스로가 물러날 시기를 잘 정하여 물러나면 '박수칠 때 떠났다'는 평가를 받지만, 판단 착오로 그 시기를 놓치고 몰락하는 모습을 보이면 '박수칠 때 떠나지 그랬냐'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게 지나치면 자칫 지금껏 쌓아왔던 업적이 모조리 물거품이 되어 부정당하거나 심지어는 존재 자체가 마이너스, 민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물러날 때를 잘 잡아야 지금껏 쌓아온 업적을 지킬 수 있다.
드라마를 예로 들면, 시청률이 고공 행진을 할 때에 완결이 다가오면 적절하게 방송을 끝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추가 분량을 무리하게 늘려 마지막 부분의 평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영화라면 원래 시리즈로 기획된 작품이 아닌데 흥행에 성공했다고 무리하게 2편 3편을 내놓아 전편의 인기에 편승하려 하다가 전편의 명성마저 까먹는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장편만화역시 단편만화와 달리 장편만화는 충실한 기획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작가나 편집부에서 적당히 완결하지 않고 무리하게 연장하면 기획의 부재로 인해 떡밥 회수에 실패하거나 설정붕괴, 사자에상 시공[1] 등의 여러 문제점이 쌓이는 질적 하락을 겪곤 한다.[2]
정치, 군사 분야의 영웅이 이걸 제대로 하지 못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말아먹을 수도 있다. 독재자가 된 영웅 문서 참조. 그리고 이 분야에서 박수 칠 때 스스로 떠난 것으로 유명한 대인배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있다. [3]
이것을 잘 수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다르게 본다면 제대로 끝맺음하지 않고 후일이 두려워 혹은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서 치고 올라오는 신예 후배들과의 경쟁에 자신이 없어서 발을 빼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말 박수칠 때 떠나려고 해도 정작 뒷마무리가 잘 되지 않아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씁쓸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잦다.
무한도전 예능총회에서 개그맨 이경규가 관련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미 틀이 다 정해져있기 때문에 끝이란 게 분명히 존재해서 끝맺음을 명확히 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 등 다른 방송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예능은 끝이란 게 존재할 수 없어서 결국은 망할 때까지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방영 기간에 상관없이 박수받으며 떠나기가 어렵다는 것.
미국 드라마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미드는 인기가 많은 작품은 계속 시즌은 늘려 최대한 뽕뽑으려는 제작 시스템이기 때문에 잘만들다가 질질 끌어 망한 드라마들이 엄청나게 많다. 과거에는 미국 드라마를 본받아 한국에도 시즌제를 정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런 사례들이 알려진 이후에 쏙 들어갔다.
특히 운동선수들의 경우 말년에 나이 들어 은퇴하는 상황에서 이런 딜레마가 자주 발생한다. 은퇴 시점을 잘 잡아서 박수받고 은퇴하면서 명예를 얻는가 하면, 선동열이 박찬호를 두고 한 말처럼 "더 추해지기 전에 은퇴하라는" 말까지 듣는 치욕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4]
MBC의 장편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의 첫 화 제목이 ''''박수칠 때 떠나라''''였고, 마지막 1088화 제목이 ''''박수칠 때 떠나려 해도''''였다. 이 드라마가 무려 '''22년 간'''(1980~2002년) 방영된 드라마였고, 실제로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던 전성기가 지나고도 상당한 기간동안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방영한 후 막을 내렸음을 고려할 때 의미심장한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일본어에는 이와 비슷한 의미의 하나미치(花道)라는 표현이 있는데, 단어만 보면 꽃길을 뜻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가부키 무대의 배우들이 퇴장할 때 꽃잎을 뿌린 자리를 지나는 데서 비롯된 단어다. 이 때문에 직역으로 보자면 좀 이해가 힘들 수 있다.
[1] 명탐정 코난, 소년탐정 김전일, 크레용 신짱, 심슨 가족처럼 장기연재로 인한 작중 시간대의 문물과 현실 시간대의 문물 사이의 괴리감을 일으키거나 기술 발전이 묘사되었는데도 등장인물의 나이가 오르지 않아 작품 내적으로도 괴리감을 일으키기도 한다.[2] 심하면 결말이 보이질 않을 만큼 스토리를 질질 끌어서 제대로 완결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3] 조지 워싱턴은 미국의 건국공신이자 영웅이기 때문에 2선할때까지도 압도적인 명성과 지지율을 가진 미국의 큰손이었고 동시에 대통령으로서도 훌륭히 나라를 다스려 실력도 입증되었다. 본인이 병크만 저지르지 않는한 3선, 4선도 거뜬히 넘볼수 있는 인물이었으며 아예 이 당시 미국에선 '''대통령 종신제로 법을 바꾸는 것도 괜찮지않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다만 조지 워싱턴 본인이 본인이 만든 미국의 민주주의를 스스로 흐트릴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그대로 물러나가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일변도를 보였다. 물러나고 얼마 뒤 사망하고 나서도 국회의사당 부지에 따로 그의 영묘를 위한 장소를 만들어 그의 시체를 안치해야하는게 아니냐는 여론이 대두했을 정도로 사후에도 그의 영향력은 오래동안 남아있었다.[4] 실제로 선동열이 은퇴시킨 베테랑이 무려 양준혁과 이종범이다. 다만 선동열 본인도 스스로 하던 말처럼 오래 남아서 커리어에 흠을 남기기 전에 스스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