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톨릭주의
1. 개요
가톨릭이라는 종교단체 및 그 교리에 반대하는 사조나 운동을 가리키는 용어.
반기독교주의의 하위 개념일 수도 있지만, 기독교이면서도 비가톨릭 그룹에서의 반가톨릭적 정서(대표적인 예시가 반가톨릭 성향의 근본주의 개신교 신학)도 해당하므로 조금 다르다.
가톨릭에 반대하는 모든 사조나 운동을 넓은 의미의 반가톨릭주의로 볼 수 있으나, 여기에서는 기독교적인(+서구식 세속주의) 맥락에서의 반가톨릭주의 위주로 다룬다.
동서 대분열 전후의 정교회 문화권 및 종교개혁 이후의 모든 개신교 문화권에서는 예외 없이 있어왔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교회 일치 운동의 영향 및 정교 분리, 사회의 세속화 등으로 일정 부분 사그라든 부분이 있다. 오늘날 서구권의 반가톨릭주의는 근본주의 성향의 정교회 및 개신교 쪽에서 두드러진다.
그 대상 범주는 가톨릭 교회 그 자체나 특정 교리에 한정되기도 하고, 정교회 및 개신교 내 고교회파도 공유하는 '가톨릭스러운' 것(교계제도, 제대, 십자고상, 성화상, 촛불, 분향 등)들도 포함한다.
기독교 교리적으로는 반 기독교적 행위로써의 반 가톨릭주의는 당연히 금기이고, 기독교이면서 반 가톨릭주의를 표방하는 것이라도 이의를 가지는 정도가 아니라 가톨릭에 대항해 싸울 정도라면 그다지 좋은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교계 내부에서 파벌을 형상하고, 그걸 권력 투쟁의 도구로 쓰거나 서로 헐뜯는걸 성경에서도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전하 이단, 사이비로 낙인찍힐 정도로 막장이 아니라면 타 기독교 교단의 신앙활동을 비판하는것에 조심하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서구권과 반대로 가톨릭의 좋은 이미지 영향으로 근본주의 개신교인들 빼고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
2. 개신교의 반가톨릭주의
2.1. 보수파
보수적 복음주의 내지는 근본주의 개신교 진영에서는 성인들의 통공, 묵주기도, 성화상 사용, 고해성사 등 7성사, 제2경전의 사용, 교황수위권, 교계제도, 마리아론(평생동정, 몽소승천, 무염시태) 등을 비성경적인 것으로 비판하면서 이단 내지는 기독교의 껍질을 쓴 이교(異敎)로 취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들은 교회 일치 운동을 (그들 관점에서는 적그리스도인) 가톨릭과 연합하려는 배도 운동, 종교 혼합주의 운동으로 보고 거부하고 있다.
반 가톨릭 성향의 보수파 개신교에서는 '''자신들이야 말로 진짜 기독교이며 가톨릭은 거짓 기독교'''라는 인식이 깊다. 그래서 교회 일치 운동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형태든 개신교가 가톨릭과 대화나 교류를 갖는 걸 종교 개혁가들의 개혁 정신에 대한 배반으로 본다. 위키백과와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등 인터넷상에서 가톨릭을 종교적으로 힐난하는 내용의 글이나 동영상을 열심히 올리고 있는 사람들도 이쪽이다.
2014년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 반대 운동에 나섰던 일부 개신교 세력도 이런 유형의 반 가톨릭주의라 할 수 있다. 특히 성경침례교는 반 가톨릭주의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세력이다.
이쪽에서 가톨릭에 대한 멸칭으로 흔히 쓰이는 것이 '교황주의자'(Papist), '로마교'[1] , 김대중교[2] , ' ''''카토'''릭', ''''카도'''릭', ''''카톡'''릭', ''''가토'''릭', ''''가도'''릭', ''''카톡'''릭',''''가톡'''릭', ''''카독'''릭', ''''가독'''릭'이라는 표현도 굉장히 많이 쓰인다.
한편으로는 동성애, 낙태 등 종파를 막론하고 기독교 보수파에서 반대하는 문제에 대해서 가톨릭과 보수파 개신교가 연대(예: 동성결혼과 낙태 합법화 저지)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래의 진보파들이 가톨릭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효성 목사의 천주교회비평이라는 문서를 보면 보수 개신교의 반 가톨릭적 입장을 잘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가톨릭 신자라는 것을 문제시하는 개신교 우파의 정치적 반가톨릭주의도 있기도 하다. 이런 정치적 반가톨릭 성향의 개신교 신자들은 개신교는 근면을 강조하는 '(건전한)' 종교(이른바 프로테스탄트 근로 윤리), 가톨릭은 나태를 조장하는 타락한 종교로 보기도 한다.
2.2. 진보파
보수파 개신교와 달리 반가톨릭주의가 뚜렷하지 않지만, 가톨릭에 반감을 가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보수파 개신교와 마찬가지로 가톨릭 고유의 교리(특히 무염시태나 몽소승천 같은 성모 관련 교리와 교황수위권이나 교황무류성 같은 교황 관련 교리)를 반대한다. 다만 고교회 성향의 일부 진보파들은 성찬론, 성화상 사용 등에서는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보수파 개신교와 결정적인 차이점은 보수파의 경우 가톨릭의 교리를 '비성경적'인 것으로 매도하여 가톨릭과의 대화 및 교류 자체를 기피하는 쪽이라면, 진보파의 경우 가톨릭의 독선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회론과 '경직된' 사회교리(동성애, 이혼, 낙태, 피임 등에 대한 반대)에 비판의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 이런 교리에 비판적인 이들을 가톨릭 자체에 반대하는 '반가톨릭주의'라고 묶는 것은 옳지 않을 수도 있다. 가톨릭 내의 진보파 신학자·성직자와 평신도들 중에도 이런 경직된 교리에 비판적인 이들은 얼마든지 있다. 연옥, 마리아론 같은 것 등도 신학적으로 비판하기는 하지만 가톨릭 교회론(교황무류성 등)이나 보수적인 사회 교리에 대한 비판에 비해서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는 편.
따라서 반가톨릭 성향의 보수파와 다르게 진보파에서는 반가톨릭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가톨릭을 이단으로 매도하는 모습은 흔하지 않다.[3]
실제로 진보파 진영 중 고교회 성향을 지닌 쪽은 가톨릭 진보파와 연대하여 교회 일치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반가톨릭 성향을 적극 드러내는 진보파는 저교회 성향의 진보파라 봐도 될 것이다.
에큐메니컬 교단 소속 신자 중 일부는 가톨릭의 태도(특히 교회론)에 실망하여 다른 의미로 반가톨릭 성향을 가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가톨릭의 '갈라진 형제'라는 모토를 일종의 화전양면술이라 보고[4] , 가톨릭교회가 '가톨릭만이 유일하고 참된 교회'라는 명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가톨릭과 상대하기를 꺼리는 그런 입장을 말한다. 칠성사, 실체변화, 연옥, 마리아론 등의 교리보다는 가톨릭의 '독선적인' 교회관에 초점을 둔 반가톨릭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가톨릭 교회가 계몽주의를 단죄했던 역사 때문에 자유주의 개신교 진영 일부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정치적 반가톨릭 성향이 있기도 하다.
3. 정교회의 반가톨릭주의
동서 대분열 이후 제4차 십자군 원정 때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라틴 제국을 세우면서 정교회의 가톨릭에 대한 반감이 강해졌다.
니케아 제국을 거쳐 동로마 제국이 재건된 후 리옹 공의회(1268년, 1274년) 및 피렌체 공의회(1439) 때 동서교회 일치가 논의되자 정교회 측이 반발했다. 특히 피렌체 공의회가 열린 15세기에 오스만 제국의 위협으로 동로마 제국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기에, 로마 교회의 수위권과 필리오케 등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서방 국가들의 도움을 얻으려 했다. 그러자 서방 교회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동방 교회 내 일치 반대파는 "서방 놈들에게 정통 신앙을 갖다바치느니 차라리 그냥 오스만에게 망하는 게 낫다"며 반발했다.
결국 1453년에 동로마가 멸망하면서 통합 반대파가 정교회 교권을 잡자 동서교회 통합 논의도 흐지부지됐고, 러시아를 제외하면 이후 세력을 떨친 정교회 열강은 없으며, 발칸 반도에 남은 정교회 국가들은 하나씩 오스만에게 정복당했다가 19세기에야 독립했다.[5]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정교회와 가톨릭은 화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동방 교구들과의 갈등이 있는 상황
4. 세속적 진보주의자의 반가톨릭주의
낙태, 피임, 이혼, 안락사, 배아세포 실험, 동성애, 동성결혼 반대 등과 같은 가톨릭의 보수성에 세속적 진보주의자들이 반대하기도 한다. 가톨릭 교회는 낙태, 동성결혼 등에 대한 정치적 반대운동을 그리스도인의 의무이자 사명인 '예언자직'[6] 의 수행이라 보지만 세속적 진보주의자들은 가톨릭이라는 '일개 종교집단'의 부당한 간섭(정교분리 위반)이라고 본다. 최근에는 가톨릭 교회에서 발생한 아동 성범죄 때문에 반가톨릭적인 입장을 보이는 세속주의자도 존재한다.
[1] '로마에 있는 유사 교회'라는 뉘앙스를 내포한다.[2] 훗날 대통령으로 취임한 민주화 운동가 김대중이 가톨릭 신자라는 이유로 군사정권 시절에 군대에서 부르던 가톨릭 교회에 대한 멸칭.[3] 이들은 가톨릭을 이단이나 적그리스도로 매도하기보다는 가톨릭 내 진보파와 연대하여 일부 문제되는 교리를 변혁시키겠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4] 이는 개신교 보수파도 마찬가지다. 개신교 우파 일부는 더 나아가서 화전양면술을 쓴다는 측면에서 공산주의자와 가톨릭을 똑같은 적대세력으로 간주하기도 한다.[5] 그나마 오스만은 정교회 신민들을 밀레트 제도에 넣어서, 지즈야와 세금만 제때 바치고 반란만 일으키지 않으면 딤미(이슬람 세력의 통제를 받는 비무슬림 주민)로 살 권리는 줬다.[6] 가톨릭 교리상, 세례받은 사람 누구라도 지니는 보편사제직으로 예언자직, 왕직, (보편)사제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