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학

 


'''nonscience'''
1. 과학이 아닌 모든 것
1.1. 과학과 비과학은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가?
2. 도서


1. 과학이 아닌 모든 것


말 그대로, 과학이 아닌 모든 학문 연구분야 및 논의의 주제들. 1855년에 처음으로 제안된 용어라고 알려졌다.
흔히 생각하는 유사과학과 동의어인 것은 아니다. 적어도 비과학의 한 종류가 유사과학이라고, 즉 유사과학이 비과학의 부분집합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모든 비과학이 유사과학인 것은 아니다.[1] 더불어 모든 비과학이 반과학(anti-science)인 것도 아니다.
비과학은 그 정의상 과학적 방법이 적용되지 않으며, 적용할 수도 없다.[2] 그러나 비과학의 이러한 성격이 이들 분야들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과학이라는 개념은 21세기 들어 과학주의가 서구 대중들 사이에 본격적으로 힘을 얻으면서 그 의미가 정확히 정리되고 규명될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 이는 과학주의가 "비과학 분야들이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지 않는 한 그 가치는 없다", "인문학의 시대는 끝났다", "비과학 분야에서도 과학적 방법이 적용되어야만 한다" 등의 도발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러한 슬로건에 대해서는 현직 과학자들까지도 우려를 표할 만큼 극단적이고 과학만능주의에 입각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3]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비과학이냐고 묻는다면 이는 상당히 대답하기 난감해지게 된다. 과학적 방법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들, 예를 들면 예능적 성격이 강한 문학 [4], 전통적으로 과학과는 상극이라고 알려진 신학, 가치가 개입되는 분야들인 윤리학이나 예술 등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세밀하게 짚어보다 보면 꼭 과학과 담을 쌓은 것만은 아니다. 언어학이나 역사학의 일부 분과는 과학적 방법도 일부 활용하고 있으며 신학 역시 자유주의라고 불리는 한 조류는 과학적 연구를 수용한다. 윤리학의 경우도 샘 해리스(S.Harris)의 신경윤리학 같은 활동을 통해 과학이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도전을 받고 있다. 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 역시 엄밀하게 그 원리와 현상을 분석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과학의 도움이 절실해지게 된다. 즉 모든 하위 분과에서 오롯이 질적연구 하나만 고집하는 분야는 의외로 찾기 힘들며, 흔히 비과학이라고 거론되는 것들도 "과학과 제각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느냐" 의 차이일 뿐이지 "과학과 아예 담을 쌓고 있는" 분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할 수 있다.
어찌보면 이는 환원주의와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다. 만일 환원을 거쳤을 때 그 논의 활동의 성격 자체가 상실된다면 이는 비과학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력과 교훈을 전달하는 세계 각처의 민담 및 신화들, 정신의학과에서 내담자와 임상심리사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라포, 훌륭한 선배 예술가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 관현악에서 오보에 솔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분분한 해석들 등은 과학의 영역으로까지 환원시킬 수가 없다. 또한 많은 문학평론, 예술평론, 영화평론 등도 가설검증(…)의 대상이 아니다. 물론 그들이 기존에 정립된 과학적 사실을 인용하면서 논지를 전개할 수는 있겠으나, 이것이 필수요건인 것은 아니다.

1.1. 과학과 비과학은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이미 가족유사성 이론과 방사성 범주 이론에 의해 딱 잘라 구획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과학성의 기준을 나누는 현대적인 기준에 대해 학계에서 합의하고 있는 바는 대략 이하와 같다.
  • 논리적 일관성: 서로 다른 설명을 하는 여러 이론을 설정해 놓고 케이스마다 유리한 이론만 적용해 대처하는 Ad Hoc 논증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이다.
  • 이론적 예측(추론)력: 해당 이론을 바탕으로 해당되는 사항의 과거나 현재,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수록 과학적이다.
단순히 원인에서 결과를 예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결과로부터 원인을 추론해낼 수 있어야 한다. 과학의 예측력은 다른 방식으로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꼭 미래에 일어날 것들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과거 예측"이 될 수도 있다.[5]
  • 설명력: 어떻게 해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수록 과학적이다.
  • 단순성: 여러 단계의 논증을 거친 루트를 타지 않고, 짧은 연결로 인과를 설명할 수 있는 특징을 말한다. 오컴의 면도날 참조.
  • 우아함: 짧은 문구를 통해 완전히 정리되는 "공식적 아름다움" 을 일컫는다. [6]
위의 다섯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서 ''''더 과학적인 것'과 '덜 과학적인 것'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것까지만 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합의점이다. 결국, 과학과 비과학을 딱 잘라 구분하는 것은 이제껏 실패해 왔다. 논리실증주의자들의 반증 논리도 그랬고, 칼 포퍼도 마찬가지.

2. 도서


'''세상에서 제목이 가장 길고 어렵고 복잡한 책.'''
'''저자'''
브라이언 J. 포드
(Brian J. Ford)
'''분류'''
준공식적 보고서
(quasi-official report)
'''페이지'''
206
'''ISBN'''
72340449-6
'''출판'''
런던, Wolfe


[image]
'''제목이 쓸데없이 길어서 발행 금지 처분을 받은 책이다.'''
브라이언 포드는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작가였는데, 일부러 제목을 그럴싸하고 어려워 보이게 짓는 관행을 비꼬고 풍자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퍼포먼스(?)를 벌였다. 어찌보면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을 연상케 하기도 하는데, 세계적인 제도권 과학자가 "어떻게든 과학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사이비들의 사기행각을 비판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거하게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네이처》 같은 유수의 잡지들이나 타임즈 같은 신문에서 리뷰를 작성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스페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제목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고의적으로 어려워 보이게 만든 제목인 만큼, 모르는 단어들이 난무한다고 해서 놀랄 것은 없겠다.

Nonscience and the Pseudotransmogrificationalific Egocentrified Reorientational Proclivities Inherently Intracorporated In Expertistical Cerebrointellectualised Redeploymentation with Special Reference to Quasi-Notional Fashionistic Normativity, The Indoctrinationalistic Methodological Modalities and Scalar Socio-Economic Promulgationary Improvementalisationalism Predelineated Positotaxically Toward Individualistified Mass-Acceptance Gratificationalistic Securipermanentalisationary Professionism, or How To Rule The World

'''비과학'''과, 전문 (뇌)고찰된 (인사)이동 속의 모조변형적이고 자아중심적이며 재교육적인 선천적인 기업 내의 성향 & 유사추상적 유행성 규범성에 대한 별참, ''또는'' 개인화된 대거 수용에 만족적이며 보안영구화적인 전문성을 목표로 ''positotaxical''하게 미리 기술된 주입식 국수주의 방법론적 양상 & 스칼라사회경제적인 공표적 향상, ''또는'' '''세계를 다스리는 법'''

정글고불사조는 읽는 책마다 이런 식으로 제목이 되어있다. 예를 들면 "브레즈네프 독트린으로부터 페레스트로이카까지 소비에트의 몰락과 대두되는 민족주의를 통해 본 청계천 민물고기의 생태와 프라하의 봄관광코스 개발을 서두르는 천민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세력"이라거나 '"2006암스테르담 학회 발표논문 차에프스키 박사 발표: 극동아시아 3개국의 역학질서 개편과 환태평양지약 신헤게모니 구성을 위한 한국의 슈고이즘과 데탕트 구성에 관한 알고리즘을 응용한 수학적 접근에 관한 미국의 역할 및 일본의 탈아입구 사상에 대한 중국의 신문화 혁명에 대하여" 등등(...)

[1] 일단 여기서는 유사과학이 아닌 비과학만을 주제로 삼기로 한다. 유사과학에 대해서는 해당 항목을 참고할 것.[2] 즉 관찰 - 가설 - 검증 - 이론화의 구조를 따르지 않거나 따르는 것이 불가능하다.[3] 물론 '''과학의 힘'''을 통한 많은 놀라운 것들을 발견한 건 사실이나 '''비과학의 힘'''을 통해서도 이러한 것들을 발견한 만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져서도 안되고 '''서로 공존해야 한다.'''[4] 사학과 철학, 문학을 인문학으로 퉁쳐 비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심각한 오류이다. 단적으로 모든 과학의 기본이 되는 논리학은 철학의 한 분과이다. 또한 철학은 과학적 방법론을 충실히 따르며, 심지어 그 방법론 자체가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애초에 자연과학도 철학에서 파생된 것이다. 사학 또한 마찬가지로 과학적 탐구 방법을 따르고 있다. 철학, 사학은 문학과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이 셋을 인문학으로 묶어서 퉁치는 것은 대학교의 단과대 구분의 방법이지 학문적 분류는 아니다.[5] 예를 들어 틱타알릭 화석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그냥 그걸 발견한 게 아니라 어류와 양서류의 사이가 대진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틱타알릭과 같은 형태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그런 종은 데본기후기인 3억7500만 년 전에 존재했을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 그 시기에 해당되는 지층을 조사해서 예측했던 종을 발견한 것이다. 증거로부터 가설을 세우고 그걸 새로운 증거로 입증한 훌륭한 과학적 예측력을 고생물학에서 보여준 셈이다.[6] 뉴턴의 역학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원리가 대표적인 예. 정말 깔끔하게 한 문장의 공식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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