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융
1. 개요
西戎
서쪽의 오랑캐라는 말이다. 서융은 지금의 간쑤성 일대에서 활동하던 이민족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융적(戎狄)으로도 칭해진다. 원래 융(戎)자는 전쟁용 병장기를 일컫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사에서 굉장히 호전적인 민족으로 묘사된다.
융은 특정 민족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국 서쪽에 있는 민족들에 대한 통칭이었기 때문에[1] 시대에 따라 서융이 지칭하는 민족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 때 귀방(鬼方), 험윤(獫狁), 견융(犬戎)을 지칭했고[2], 이후 전한 대에는 저(氐), 강(羌)을 지칭했으며, 당대에 이르러선 토번, 당항족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와 아랍의 여러 민족들을 부르는 말로 변화했다.
고대 중국에서 서방 민족의 왕들을 '융왕(戎王)'이라 칭했는데, 이는 야만인들의 군주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2. 역사
중국 역사에 가장 비중있게 등장한 건 견융이 주나라를 공격해 유왕을 죽이면서다. 포사와 유왕과의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는 역할로 등장해 서주를 멸망시키고 수도를 동쪽으로 천도하게 했다. 이렇게 주나라의 권위를 박살내버리며 사실상 춘추시대가 열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국시대의 국가인 진(秦)나라는 서융의 한 갈래로 진목공이 서융의 여러 국가들을 공격해 평정했으며, 진목공 사후에 진강공이 이들의 풍속인 순장을 치렀다고 한다. 기록을 보면 진나라는 이 과정에서 서융과 혼혈되었으며, 진나라에 동화된 서융인들이 많아 중원의 나라들에게 반 오랑캐라는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삼국지에서 비중있게 출연하는 강족과 저족도 이들에 속한다. 서량의 마초를 돕던 이민족이 이들이며 삼국지연의에서 조진이 도움을 요청한 서강 왕국도 이들. 촉한에는 남만과 더불어 서융도 제법 많았다고 하며, 유비와 제갈량은 이들을 잘 포섭해서 촉한의 경제를 발전시켰다. 익주 땅에 남만과 서융이 그렇게 많았던 이유는 삼국지의 긴 전란으로 인한 한족의 인구 감소와 유장의 무능함 때문에 익주 땅으로 몰려든 이들을 어떻게 하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오호십육국의 오호 중 서융이라 불린 강족과 저족이 포함된다.
제갈량이 저술한 제갈량집의 서융 편에서는 그 특성과 공략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융의 성질은 용감하고 사납고 이익에 민감하며, 마을(성)에서도 살고 들에서도 산다.
西戎之性勇悍好利或城居或野處 미곡과 양식은 부족하고 금과 패물은 많으며, 사람들은 용감하게 싸우기 때문에 이들을 쉽게 격파할 수 없다.
米糧少金貝多故人勇戰鬪難敗
당항족 역시 수나라, 당나라 시기부터 송나라까지 서융으로 불려졌던 민족 중 하나였다.사막(적석)[3]
의 서쪽에 있으므로 말미암아 여러 오랑캐가 종족이 많으며, 땅은 넓고 형상이 험준해 그들은 힘을 믿고 저항해 쉽게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
自磧石以西諸戎種繁地廣形險自負彊很 그러나 사람이 많고 신하가 없으니 외교 관계의 파탄이나 내란 발생 등의 기회를 잡으면 그들을 격파할 수 있다.
故人多不臣當候之以外釁伺之以內亂則可破矣 .
[1] 자료를 보면 융족은 7갈래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정확하게 7갈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당시에 융이 단일 민족이 아니라는 인식은 있었다고 볼 수 있다.[2] 영어 위키백과에 의하면 현존하는 민족들 중에서 험윤과 견융과 가까운 민족은 티베트인이며, 최소한 언어학적으로 중국티베트어족에 속하는 건 확실하다고 한다.[3] 당나라 때도 이 지역의 주요 길을 적석도(積石道)라고 한 것으로 보아 이 지역에 대한 특유의 명칭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