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티베트어족
漢藏語族
Sino-Tibetan Language
1. 개요
중국어, 미얀마어, 티베트어 등을 포함하는 어족으로 트란스히말라야어족, 한장어족이라고도 한다. 한족의 언어와 티베트인(장족)[1] 의 언어를 묶은 어족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화자수 기준으로는 인도유럽어족 다음으로 '''큰''' 어족. 1823년 독일의 동양학자 율리우스 클라프로트(Julius Klaproth)가 주장한 이래로 연구가 계속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중국티베트어족에 속하는 언어로 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12세기 경의 상고 중국어로 된 갑골문 기록이다. 아래의 중국티베트어족의 기원에 대한 가설들과 함께 생각해보면, 중국티베트어족의 화자들은 기원전 4000년 경에 처음으로 지구 상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2. 분류
전통적으로 중국어파와 티베트버마어파의 2가지, 또는 바이어파를 별개의 어파로 간주하여 3가지로 나누며,[2] 이 어족의 기원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개의 시나리오가 있다.
- 기원을 사천성 북부로 보고 티베트인과 중국인의 분리가 일어난 후 황하에 정착한 사람들이 농경을 시작했을 것이라고 본다. 즉 동쪽으로 이동해 농경 생활을 시작한 부족은 중국어로, 서쪽으로 이동해 유목 생활을 시작한 민족은 티베트 언어로 갈라졌고 거기서 티베트에 남은 민족과 미얀마, 운남성, 동남아시아 등으로 남하한 민족들이 또 분화되어 티베트어와 버마어, 그 밖에 티베트-버마어파의 언어들로 갈라진 것.[3] 따라서 중국어가 신석기 시기부터 중국에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본다.
- 기원을 사천성 북부로 보는 것은 동일하지만 확장 시기를 동아시아에서 농경이 시작된 시기 이후로 본다. 따라서 원 농경 정착민을 몰아내거나 흡수하는 일이 수반된다. 원 농경 정착민의 언어는 멸종된 중국티베트어족의 일파일 수도 있고, 아예 다른 어족 집단일 수도 있다. 중국에 들어오게 된 시기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학설이 나뉘는데 이르게는 용산(Longshan) 후기 신석기 문화 단계에서 청동기 이리두(Erlitou) 단계, 또는 상나라, 혹은 주나라 시기에 황하에 정착하면서 원시 중국어를 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
- 기원을 황하 유역으로 보고 농경민들이 점차 확장해 나가면서 언어가 분화한 것으로 본다. 첫 번째와 다른 점은 첫 번째에서는 분화가 일어난 뒤 중국어 사용자들이 농경을 시작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고, 이 시나리오에서는 모든 중국티베트어족 사용자가 황하 농경민의 후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고한어 연구가 점차 진행될수록, 중국어도 청동기에는 통상적인 티베트버마어파 언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 티베트버마어파라는 개념이 중국어가 아닌 모든 중국티베트어족 계열 언어를 뭉뚱그려놓은 것이기 때문에, 티베트버마어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의견도 2000년대에 들어 학계에서 늘고 있다.
원래 태국어도 중국티베트어족으로 분류되었으나 최근 들어 연구가 진척되면서 타이카다이어족이라는 별개의 어족으로 갈라졌다. 물론 태국어가 중국어와 기본 어순이 주어+서술어+목적어로 같고[5] 성조가 존재하는 데다가 단음절언어인 점은 비슷하지만 그 외에 특별한 공통점이 없기 때문. 단 언어학자들 중에선 아직 태국어를 중국어와 같은 어족으로 묶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여기에 오스트로네시아어족도 포함한 대어족을 만들려는 시도도 있다.[6] 그런데 이 가설의 경우 사실 그다지 존중을 받지 못하는 게, 고고학적 근거는 많이 발견되고 있으나 정작 어족을 묶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인 어휘 관련으로는 유사성이 희박하다는 비판이 많다.
한국어와 일본어, 베트남어는 중국어와 어휘를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고, 특히 베트남어에는 지금까지도 성조가 존재하기 때문에 베트남어와 중국어가 같은 어족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베트남은 오히려 크메르어와 같은 계열이며 학계에서는 이들은 단지 언어동조대로 보고 있다. 어휘를 공유한다는 얘기도 살펴보면 역사시대 이후로 한자가 전파되면서 차용된 중고급 어휘일 뿐이지 같은 어족인지를 판별하는 기초 어휘나 근본적인 수사에 있어서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인간', '고급', '창의성' 같은 단어들은 중국어에서 한국어로 전파된 어휘지만 '사람', '불', '물' 같은 기초 어휘나 '하나, 둘, 셋' 같은 수사는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한국어 자체의 어휘이다.
즉, 이들 언어의 기원은 다르지만 오랜 세월 이웃하다보니 어휘적으로 공유한 것이 후천적으로 많아진 것. 서유럽에서 라틴 문자를 공유한 것처럼 중근세까지만 해도 한자를 보편적으로 공유한 터라 해당 문자를 사용하기 위해 중국에서 들여온 발음 체계가 퍼지면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과거에 일본어가 한장어족이라는 설이 있었지만 현재는 일본어족이라는 별도의 어족으로 분류한다. 한국어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어족이라는 고유의 어족으로 분류된다.
3. 특징
원시 조어(PST)는 교착어였을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중국어파 언어들은 고립어이다. 하지만 상고한어시기에는 여러 접두사나 접미사가 존재하였다.(예, 사역동사를 만드는 접두사 *s-.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s. 등) 중국어파의 특징인 성조는 상고한어 시기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PST 또한 성조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자음을 보면 단음절 특성이 두드러지게 보이지만 부음절 특성이 상고한어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PST의 다음절어에서 모음이 탈락하거나 약화되어 단음절화 한 것으로 생각된다.
어순의 경우, 중국어와 바이어, 카렌어의 어순이 주어+동사+목적어(SVO ; Subject+Verb+Object)이며 전치사를 사용하고, 카렌어를 제외한 티베트-버마어파의 언어들은 어순이 주어+목적어+동사(SOV)이고 우리말처럼 조사를 사용한다. 각각의 한장어족 언어들이 독립적으로 SOV 특성을 발달시켰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PST는 SOV 어순을 가지고 있었고 중국어 등에서 고립어로 변해 간 것으로 생각된다. 형용사의 위치는 중국어는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명사 앞에 두지만 티베트어에서는 명사 뒤에 둘 수도 있고 앞에도 둘 수 있는데, 명사 앞에 둘 경우에는 형용사를 명사화시킨 뒤에 속격 조사(ki, kyi, gyi, 'i)를 두어야 한다.
크리스토퍼 벡위스(Christopher Beckwith)나 로이 앤드루 밀러(Roy Andrew Miller) 같은 일부 저명한 언어학자들은 중국어와 티베트어가 음운이나 문법적인 면에서 공통점이 별로 없고, 단어의 유사성은 단지 차용 관계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웰던 사우스 콜빈(W. South Coblin), 그레이엄 서굿(Graham Thurgood), 제임스 매티소프(James Matisoff), 공황청(龔煌城)과 같은 학자들은 음운과 문법의 유사성이 발견되었다며 반박하고 있고, 주류 학계 또한 이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어와 티베트어, 미얀마어가 같은 어족을 이룬다는 것이 정설이긴 하나 이들 언어를 각각 어떤 어파로 묶어야 하는 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대 중국어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헤오르허 판 드림(George van Driem)등은 중국어를 단일 어파로 묶지 말고 티베트어와 같은 어파로 분류해야 하며 오히려 미얀마어를 별도의 어파로 나눠 티베트-버마 어족이라 부르는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티베트어족이 인도유럽어족에 비해 논란이 많은 이유는 문자 기록의 시기가 인도유럽어족의 다른 언어에 비해 늦은데다가 문자로 적힌 언어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보통 인도유럽어족 하면 라틴 문자 정도를 떠올리지만 히타이트어는 쐐기 문자로 기록됐을 정도로 문자로 기록된 역사가 깊다. 반면 중국티베트어족의 문자는 한자를 제외하면 티베트 문자는 7세기에, 미얀마 문자는 11세기에, 서하 문자는 12세기에 만들어졌으며, 티베트-버마어파에 속한 언어들 중에 문자가 없는 언어들이 상당히 많다. 게다가 뜻글자인 한자의 특성상 발음의 변화를 반영하기 어려워 원시한장어 재구에 반드시 필요한 고대 중국어의 추정음을 알아내기 어렵고, 그나마 복원된 발음 또한 시경(詩經)이나 주변국(한국, 일본)의 한자음이나 중국어의 여러 방언, 다른 한장어계 언어(티베트어, 미얀마어 등)을 통해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정확성에 대해 어느 정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다른 어족과의 교류가 적어 언어 변화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인도유럽어족과는 달리 중국티베트어족은 몽골어족과 튀르크어족, 퉁구스어족과 어휘 교류가 많이 있었다. 또한 의외로 인도유럽어족 계통의 언어를 근현대뿐만[7] 아니라 고대에도 상당부분 받아서 토하라어,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된 어휘들도 상당수 들여왔으며 또한 지금은 좡족, 대만 원주민, 묘족 등 소수민족이나 쓰고있는 수준으로 축소되었지만 신석기시대~고대의 중국 남부에서는 오스트로아시아어족, 오스트로네시아어족, 몽몐어족, 타이카다이어족 등 동남아와 폴리네시아 일대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계통의 언어들이 널리 쓰였고 현재에도 중국 남방방언에 그 흔적이 남아있는데 이처럼 중국 내부와 중국 근처에서 쓰이는 다양한 언어와의 교류와 피진화로 어휘와 언어 형태의 변화가 심했고, 적당히 기초 어휘를 잡아 재구하는 식으로 손쉽게 재구해내기엔 힘든 것이다.
STEDT라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만든 온라인 원시한장어 사전이 있다. (proto)gloss라고 적힌 곳에 영어 단어를 입력하면 의미가 같은 한장어족 단어의 공통 어원 및 각 지역(중국어, 티베트어, 미얀마어 등등)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으니 언어학, 특히 중국티베트어족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 가서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해보자.
3.1. 吾 五 魚 테스트
중국티베트어족에 속하는 언어들은 나(我), 다섯(五), 물고기(魚)에 해당하는 단어가 발음이 ŋa(응아)정도로 비슷한 경향이 있다. 기본 어휘만 알고 있을 때 언어가 중국티베트어족에 속하는지 안 속하는지 판가름하는 매우 대략적인 기준이다.
[1] 장족(藏族) 또는 짱족이라는 말은 중국어로 티베트족을 가리키는 말이다.[2] 바이어는 중국어의 영향과 티베트-버마어파의 언어들의 영향을 다 받은 언어라 어느 쪽에 속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이 언어를 제3의 어파로 따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중국티베트어족은 세 개의 어파로 나뉜다. 하지만 주류 언어학계에서는 대체로 중국어파로 간주하고 있다.[3] 물론 티베트버마어파의 민족들 중에도 유목생활이 아닌 농경생활을 하는 민족들도 얼마든지 있다. 당장 미얀마의 다수민족의 생활방식을 봐도 유목생활이 아닌 농경생활을 한다.[4] George van DRIEM 著, "The Diversity of the Tibeto-Burman Language Family and the Linguistic Ancestry of Chinese" 참조[5] SVO, Subject+Verb+Object ; 주어+동사+목적어[6] Sagart, Laurent. "Proto-Austronesian and the Old Chinese Evidence for Sino-Austronesian," <Oceanic Linguistics>. Honolulu: University of Hawaii Press, 1994[7] 물론 근현대에는 주로 영어와 러시아어의 영향을 받기는 했다.[8] ng인 방언도 있다.[9] ငါ과 ငါး는 성조만 다르다. 다섯과 물고기는 동음이의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