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항공 961편 납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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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8개월 전에 찍힌 사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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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96년 11월 23일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 케냐의 나이로비로 향하던 에티오피아 항공 961편(보잉 767-260ER)이 3명의 괴한에게 공중납치당했고, 결국 연료고갈로 코모로 제도 인근 '''해상'''에 불시착한 사고이다. 당시 비행기 납치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한 사고로 기록되었는데, 이는 이후 9.11 테러로 인해 경신되고 말았다.
2. 사건 전개
2.1. 발단
에티오피아 항공 961편은 인도 뭄바이에서 출발하여,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케냐의 나이로비, 콩고 공화국의 브라자빌,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를 경유하여 최종적으로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으로 향하는 비행기였다. 뭄바이를 출발한 961편은 순조롭게 첫 번째 기착지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지만, 그 곳에서 공중납치를 계획한 3명의 청년이 탑승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적당한 시점이 되자 이들 3명은 자신들이 무기와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승무원을 협박하여 조종실로 들어갔다. 그들은 자신들이 1995년에 수립된 에티오피아 정부에 저항하다가 투옥됐던 정치범이라고 주장하였으며 11명이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석방됐지만 에티오피아에서는 더 이상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으므로 정치적 망명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곤 기장과 부기장에게 '''호주로 향할 것'''을 요구하면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항공기를 추락시키겠다는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이들이 호주를 부른 것은 당시 '''객실 책자에 나와있는 보잉 767 기종의 최대 항속거리가 호주까지 갈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으로, 하이재킹 상황에 긴장하던 아베테 기장과 부기장도 이걸 듣고는 기막혀 했다. 아베테 기장은 이들에게 원래 여객기는 운항하는 거리까지만 연료를 싣고 다니며, 나이로비에서 재급유를 받을 예정이라서 이대로 날면 기름이 다 떨어질 거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납치범들은 그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미 두번이나 하이재킹을 경험했던''' 아베테 기장은 비교적 침착하게 대응했지만, 이정도로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납치범은 처음이었다. 일단 그들의 요구대로 기수를 돌리는 시늉을 하면서 아프리카 대륙 동부 해안선을 따라 비행했다. 이는 필요시에 가까운 인근 공항 또는 바닷가에 비상착수를 할 심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납치범이 여전히 해안선이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동쪽으로 향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결국 기장도 더 이상 그들을 속일 수 없었기에 기수를 동쪽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객실에는 에티오피아 내전의 참상을 세계로 알린 저널리스트 모하메드 아민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른 승객과 승무원들에게 저놈들을 족치자고 했지만 이에 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2. 비상착수
아베테 기장은 노련한 판단으로 일단 동쪽으로 기수를 돌려 납치범들이 비행기가 동쪽을 가도록 믿게 한 뒤, 바다에 추락하여 모두 죽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자 은밀히 코모로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면서 동시에 연료가 떨어져가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지만 납치범들은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으며, 결국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기장은 어떻게든 코모로의 공항에 착륙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기 위해 같은 상공을 계속 맴돌게 설정하고 납치범들을 다시 한 번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납치범들은 되려 기장과 부기장을 공격하여 부상을 입히며 막무가내의 태도를 유지했고, 결국 비행기의 연료가 다 떨어지며 양쪽 엔진이 모두 멈췄다. 비행기는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고 아베테 기장은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하여 모로니에 있는 프랭스 사이드 이브라힘 국제공항에 비상착륙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납치범들이 이에 반발해 격투가 벌어졌고, 조종실을 나가 있던 부기장이 이 몸싸움에 개입해서 콕핏 내부는 개판이 되었다. 이로 인해 아베테 기장은 공항으로 향하는 방향을 놓쳐 착륙이 불가능해졌고, 최후의 수단으로 그랑드코모로섬 해변 인근 해상에 비상착수 하기로 결단했다. 기장은 착수하면서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왼쪽 날개를 먼저 수면에 닿게 하여 비행기 동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비행기에 가해지는 엄청난 압력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비행기 동체가 부서지는 상황은 피할 수 없었다.
착수 이후 아베테 기장은 안내방송과 승무원들의 안내를 통해 구명조끼를 나눠주는 등 빠른 후속조치를 취했고, 여기에 적절한 비상착수 지점 선정 덕분에 사고를 목격한 다수의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구조 활동에 빠르게 나설 수 있었다. 여기에 때마팀 프랑스인 의사들이 현지에서 휴양을 하던 중이라는 행운이 겹쳐 부상자들이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었으며, 인근 해양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사람들도 구조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비상 착수 자체가 가져다준 충격에 후술할 구명조끼 착용 매뉴얼 문제로 기장의 처절한 노력과 행운에 비해 생존자는 적었다. 12명의 승무원과 163명의 탑승객 가운데 단 50명이 부상을 입은 채 목숨을 건졌고, 125명이 사망했다.
3. 사고 분석
기장과 부기장은 살아남았고, 상황을 목격한 생존자들도 있었으며 공중납치에 의한 사고였으므로 원인규명은 거의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보여준 기장의 행동은 매우 적절한 대처로 인정받아 영웅이란 평과 함께 상을 받는 명예도 누렸다.
다만 '''많은 승객들이 비상착수 시 구명조끼 착용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망자가 많아졌다. 구명조끼는 물에 빠진 사람들이 수면 위에 떠오를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로 매뉴얼에 '''침몰하는 항공기에서 탈출한 다음 부풀려 공기를 채우도록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패닉상태에 처한 많은 승객들이 안내방송과 승무원들의 지시와 경고를 전혀 따르지 않고 '''구명조끼를 착용하자마자 부풀려 공기를 채우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미리 구명조끼를 부풀린 승객들은 잠수를 할 수 없어서 물이 차오르는 동체 안에 갇히게 되었고, 이것이 사망자를 늘리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한편 계속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던 납치범들은 안전벨트를 매라는 기장과 부기장의 경고를 무시했고 결국 추락시의 충격으로 즉사했다.
4. 그 외의 이야기
에티오피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납치범 3인은 그저 무직자 2명과 간호사 1명이었고, 11명의 동료가 있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발표되었다. 물론 에티오피아의 정치적 수준을 보면 어디까지나 본인들 주장은 그렇다는 의미.
범인들이 승무원들을 협박하기 위해 과시했던 무기와 폭탄은 단순히 승무원들을 협박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폭발물질이 담겨있다던 유리병은 사실 위스키류의 술이 들어있었던 것 같았다고 하며 그 병을 열어서 유유히 마시는 장면을 목격한 승무원도 있었다.
비상착수한 지점이 관광객들이 많은 장소여서 사고 장면이 생생하게 녹화되어 있는 몇 안 되는 사건 중 하나이다. 이 사고를 촬영했던 사람은 "처음에는 관광객을 위해 에어쇼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비상착수 시 비행기 동체가 멀쩡히 남아있기는 매우 힘든데, 물과 닿았을 때의 마찰력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객기는 엔진이 날개 아래에 매달린 형태로 장착되어 있어서 착수하면 엔진부터 물에 닿게 되며, 엔진이 물에 닿는 순간 엄청난 항력이 발생하고 그 반발력이 그대로 날개에 걸리게 되며, 이로 인해 날개가 먼저 박살나고 그 파급효과로 동체가 물 위에서 뒹굴며 부서지게 된다.[1] 특히나 파도가 치는 바다일 경우 그 파급력은 더 강해진다.
훗날 아베테 기장은 인터뷰에서 "납치범들은 호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저 동반자살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저 비행기를 추락시키는 것말고는 관심도 없었다. 그놈들은 그저 철부지였을 뿐이다"라면서 가열찬 디스를 퍼부었다. 그는 후에 승객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점을 인정받아 폴라리스상을 수여받았다.
객실 안에서 홀로 서있었던 모하메드 아민 기자 역시 이때의 충격으로 사망했다. 외교부에 근무하던 이헌종 주 케냐대사관(1947~1996)이 통신장비를 설치하러 출장차 돌아오는 길에 명을 달리했다. 이헌종 대사관은 사고기의 유일한 한국인 탑승객이자 한국인 사망자였다.
항공 사고 수사대 시즌 3 10화 '납치범을 속여라!(Ocean Landing)'에 소개되었다.
2020년 2월 9일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902화에 소개되었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