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삼국지)
1. 개요
삼국지 혹은 삼국지연의의 독자들 중 오나라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오나라를 칭하는 '오'와 추종자를 뜻하는 '빠'의 합성어.
2. 멀고도 험한 오빠의 길
오빠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일단 "삼국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삼국연의라는 소설에서 오나라의 비중은 나머지 두 축인 촉나라 위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연히 작으며 오나라 영웅담의 핵심 인물들이 일찍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촉나라의 경우 유비-제갈량-강유로 서사의 중심을 이루는 인물이 거병부터 멸망까지 완전히 정립돼 있고, 위나라도 조조-사마의라는 핵심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면 중후반까지 영웅담이 쭉 전개되기에 관심의 중심으로 삼을 인물이 확실하며 "실리와 패도의 위", "인의와 왕도의 촉"이라는 컨셉이 확고하다. 그러나 오나라는 손견 > 손책 > 주유 > 손권, 육손이라는 식으로 오나라의 메인 히어로가 계속 갈려나간다. 이제 좀 정을 붙일만 하면 죽어버리고 또 정 붙이려니 죽고 또 맘에 드니 죽고 뭐 좀 제대로 시작하나 하면 죽고 데뷔를 했는데 곧 비중이 줄어들고.... 초중반은 이러한 단점이 있는데다가, 육손 다음은 핵심인물로 삼을만한 등장인물 자체가 모호해진다. 연의에서 유비가 육손에게 사망한 이후 오나라의 비중은 '''0'''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후반부는 후반부대로 촉,위에 비해서 존재감이 딸린다. 사실 삼국지평화 시절부터 오나라는 악역도 아니고 '그냥 천대받는 엑스트라1' 취급이었기 때문에 오빠들의 설움은 깊다. 3국빠 중에서 가장 피해의식이 강한편이다.
3. 행태
이들의 문제는 오빠이면서 '''위까, 촉까'''인 점. 그리고 '''촉한정통론과 조위정통론''' 둘 다 배척한다는 점.
연의에서 오나라는 한없이 까이기만 하기 때문에 오빠들은 연의를 부정하고 정사 위주로 오나라를 빨 궁리를 하며 또 촉빠와 위빠들이 유비와 조조를 매우 사랑하는 반면 오빠들은 정작 손권빠는 많이 없는 편이고[1] 대부분 손견-손책-주유-노숙-여몽-육손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매우 선호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양인전투에서 손견의 활약, 손견은 한의 진정한 충신이라던가, 손책의 군주로서의 리더십 조명, 적벽대전에서 주유의 활약과 천하이분지계라든지 연의에선 이릉대전에서 죽은걸로 되어 있는 주연 등의 실제로 기록되어 있는 것은 뭐가 되어 있는지라든지... 최근 들어서 손권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손권의 과오 자체는 인정하되 치적 역시 매우 뛰어나다고 인정하는 오빠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한 나라의 군주치고는 인기가 좀 많이 밀리는 것은 사실.[2]
한 마디로 위빠, 촉빠, 오빠 중에서 촉빠가 가장 연의를 높게 평가한다면 오빠가 가장 연의를 낮게 평가하는 편. '나관중은 작가로서의 자질이 없는 쓰레기다'라고 주장하는 삼국지팬 가운데는 오빠들이 많다.
초창기와 중반기는 정사로 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나 말년에 이궁의 변을 비롯한 손권의 흑역사들과 이후 오나라의 막장 드라마 역사가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기에 그 이후로는 그냥 포기해 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애시당초 손책-주유와 도독라인[3] 이 손권보다 더 인기있는 게 오나라라서 사실 오빠들도 장난반 진심반으로 손권을 까는 이들이 많다.
또한 이들은 기묘한 마이너 부심이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삼국지 팬덤은 촉빠 아니면 위빠가 많고 상대적으로 오빠는 소수이다 보니 자기들은 뭔가 다른 존재라는 착각에 빠져있고 그 때문에 배척받고 핍박받는다는 피해망상까지 있다. 특히 숫자가 많은 촉빠가 이들의 주 공격대상인데, 오나라의 인물들이 주목을 못 받는건 촉빠들이 깎아내려서 그런거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태연히 펼치고는 한다.
4. 기타
2차 창작물 등으로 오나라 진영의 인물 이미지가 남녀를 막론하고 아이돌화 된 경향이 크기 때문에[4] 그러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손책과 주유는 당대에도 이미 소녀팬들이 비명지르며 쫓아다닐 정도로 아이돌과 같은 인기를 누리는 미청년들이었으니...
오빠들로부터 공공의 적 취급받는 나관중이지만, 삼국지연의에는 오히려 손권의 실책과 오나라 말기의 막장성이 별로 언급되지 않아, 정사를 안 보고 연의만 본 독자들은 손권이 말년까지 개념있는 군주로 천수를 누렸거나, 오나라의 멸망이 전적으로 손호의 폭정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나관중이 삼국지연의를 쓰던 시기가 원명 교체기였고, 그 명나라가 어느 땅에서 일어났는지를 감안하면 오나라를 미화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대놓고 깔 수도 없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명나라 태조 홍무제는 손권의 무덤을 놓고 자기 무덤 들어설 곳에 있었음에도 놔두었을 정도로 나름 애착이 있었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등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김용도 오나라를 중심으로 한 삼국지를 집필하려다가 그만 두었다고 한다.
삼국전투기를 그린 만화가 최훈도 연재 극초반 손견빠를 자처했는데, 다만 최애캐가 장료인데다가 조비를 상당히 고평가하는 점 그리고 삼국전투기의 주인공은 유비라고 발언하였기에 정말로 오빠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 후반엔 국내 삼국지 매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제갈량의 사후에 일어난 오나라의 막장 상황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룬 건 덤이고(...).[5] 다만 손권에 대해서는 상당히 고평가 해주긴 했다.
삼국지 시리즈에서는 메이저 세력임에도 선택 비중이 높은 편이 아니다. 강동 손씨 세력 자체가 방어는 능해도 공격은 영 미묘한 경우가 대다수이기도 하지만 오나라 네임드 장수들 대부분의 그놈의 요절 징크스로 일찍 죽어나가다보니 중요할 때 맥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메이저 세력 중에서는 이렇게 미묘하게 단점이 있는데, 반대로 하드코어 플레이를 원하는 중~고수들 입장에서는 강동 손씨 세력은 너무 강하고 쉬워서 또 인기가 없다. 중상위권이라서 애매해진 케이스.
[1]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손권이 뭔가 화려한 업적을 세운 것도 아니고 기반의 대부분을 외형상으로는 아버지와 형에게서 물려받아 조조나 유비같은 극적인 모습이 없고 특히 말년의 이궁의 변의 충격때문인 듯하다.[2] 사실 손권도 매우 잘 한 일들이 많이 있다. 일단 손권은 손견&손책과는 다르게 오래 살아서 유능한 신하들의 도움을 받아 한 나라를 세워서 황제가 되어 백성들의 민생에도 온 힘을 쏟았다. 한 나라를 세워서 민생 안정에 힘을 쏟는다는게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막상 자신이 직접 해 보면 굉장히 어렵다.''' 조조가 "아들을 낳으려면 응당 손권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매우 칭찬한 사실이 있듯이. 또 사실 이 말을 예전에 조조가 유비에게 했던 말("천하에 영웅은 나와 당신뿐이다")과 비교해 보면, 유비에 비해 손권을 낮게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3] 업적이나 인품이나 어떤 나라의 중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4] 초기 진삼국무쌍 시리즈(진삼1~4)에서도 이 성향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비교적 중년 무장이 많이 나오는 촉과 위와 달리 오의 장수들은 황개, 한당 등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젊게 그려지는 편이다. 심지어는 다른 삼국지 매체에서 워낙 오래 살다보니 형인 손책보다 더 나이들어보이는 인상으로 나오는 손권도 진삼5부터 어느 정도 젊어진 모습을 보인다. 그나마 진삼6부터는 타 세력에도 젊게 그려진 무장들이 꾸준히 나오면서 조금씩 이런 경향이 사라지고 있긴 하다.[5] 심지어, 서주대학살 등 조조의 악행들은 축소하고 유비의 이릉대전은 미화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