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1. 개요
2. 유래
3. 의의
4. 퇴고? 추고?
5. 관련 문서


1. 개요


'''퇴고'''()란, 글을 다시 다듬고 고치는 행위로, 글을 여러 번 교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고사성어이기도 하다.

2. 유래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779~843)가 말을 타고 길을 가다가 문득 좋은 시상(詩想)이 떠올라서 즉시 정리해 보았다. 제목은 '이응(李凝)의 유거(幽居)에 제(題)함'으로 정하고, 다음과 같이 초(草)를 잡았다.

閑居少隣竝(한거소린병) 이웃이 드물어 한적한 집

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 풀이 자란 좁은 길은 거친 뜰로 이어져 있다.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새는 못 속의 나무에 깃들고

僧''''''月下門(승고월하문) 스님이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초를 잡고 나니 결구(結句)를 민다(推)로 해야 할지, 두드리다(敲)로 해야 할 지를 이리저리 궁리하며 가다가 자신을 향해 오는 고관의 행차와 부딪혔다. 그 고관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이며 부현지사(副縣知事)인 한유(韓愈, 768~824)였다. 가도는 먼저 길을 피하지 못한 까닭을 말하고 사과했다. 역시 대문장가인 한유는 뜻밖에 만난 시인의 말을 듣고 꾸짖기를 잊어버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내 생각엔 '두드리다.'가 좋을 듯하네." 이후 이들은 둘도 없는 시우(詩友)가 되었다고 한다.
이 고사 때문에 퇴(推)와 고(敲) 두 자 모두 문장을 다듬는다는 뜻이 전혀 없는데도 다듬는다는 뜻이 되었다.

3. 의의


졸문은 퇴고를 부정한다.

프로#s-2 작가#s-2에게는 필수 과정이다. 자신이 쓴 글이 맞춤법에 맞는지, 사실 관계가 맞는지, 문장이 이상하지 않은지 꼼꼼히 살펴봐야 하며, 작가가 완전히 맞췄다고 생각했는데도 편집부에서 다시 교정#s-3하는 일도 빈번하다. 소설이나 라이트 노벨, 만화의 경우 설정오류까지 감안해야 하므로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특히 시리즈#s-1.1가 장기화될수록 더 중요해진다. 이는 긴 연재 기간 중 작가조차 놓칠 수 있는 기본 설정들을 일관성 있게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류의 콘텐츠를 전문으로 교정 보는 사람들은 작가와 끝없이 의사소통하며 등장인물의 기본 관계도나 자주 나오는 용어들의 정의, 뿌려둔 떡밥 등을 계속 정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퇴고를 '''산통'''에 비유하는 작가도 있다. 이런 노고가 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명작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떤 작가는 퇴고가 끝난 뒤 '''영혼이 소각당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토나오게 해야한다고 해서 '''토고'''라고 하기도 한다.
위키위키 작성자들의 주 업무이기도 하다. 각 문서를 시나브로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퇴고는 초고와는 달리 여유롭게 해야 하며 편하게 마음 먹고 해야 한다. 시간이 되는 한 많이 하면 할 수록 좋다. 물론 마감이 코앞이면 그런 거 없다.[1] 일간지 교열은 마감의 진수를 극명하게 잘 보여준다. 일간지 교열을 하다 보면, 어느새 속독달인이 된 자신을 볼 수 있다. 원고지 20~30매 분량의 기사를 10분 안에 읽어 넘겨야 하니...
물론 예외는 있듯이 퇴고와 수정을 전혀 안하는 작가들도 있는데, 예로 들자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있다. 이 - 사람은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빼고는 장편과 단편 대부분을 퇴고를 안 하고 말 그대로 펜이 가는 대로 썼다.[2] 하지만 도스토옙스키가 퇴고를 안 하는 이유는 도박과 낭비벽이 심해서 다작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퇴고를 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맞다.[3]

4. 퇴고? 추고?


(밀 추) 자는 "추"와 "퇴"의 두 가지 독음이 있으나[4] '퇴고'만 인정하여 표준어로 삼았고 따라서 '추고'는 표준어가 아니다. 표준어에서 推를 "퇴"로 읽는 경우는 퇴고(推敲) 외에 아래 4개가 전부이다. 나머진 모두 "추"로 읽는다.
  • 고퇴(敲推): 퇴고를 그냥 순서를 바꿔 읽은 것.
  • 퇴창(推窓): 창문을 밀어서 엶. '추창'으로도 읽을 수 있다.
  • 퇴호(推戶): 사립문을 밀어서 엶. '추호'로도 읽을 수 있다.
  • 퇴환(推丸): 쇠똥구리.

5. 관련 문서



[1] 마감양날의 검으로 통하는 이유. 적당한 긴장감으로 영감을 얻을 수 있고 능률 향상도 도모할 수 있으나, 압박에 시달릴 만치로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 닥치면 앞뒤 안가리게 된다. 눈에 뵈는 것 없이 적정 분량을 얼른 완성해서 투고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느긋하게 퇴고 작업을 할리가...[2] 퇴고를 전혀 안한 작품을 볼려면 악령(소설)을 보면 된다. 악령을 쓸 때 출판사의 독촉과 생활고에 쪼들리며 쓴 탓에 1인칭과 3인칭의 구별이 없고 전개도 서로 충돌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스토옙스키의 걸작으로 남았다.[3] 반대로 선인세를 받고 쓴 죄와 벌은 퇴고를 넘어서 아예 갈아엎고 다시 썼었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가정환경이 좋아져서 평생의 고질병이였던 도박도 끊고 집필하는 것에만 매달렸을 정도였다.[4] 推는 중고한어에서도 尺隹切 (tsyhwij)와 他回切 (thwoj)의 두 발음이 병존했고 의미상 차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