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가는 당나귀
1. 개요
팔랑귀와 관련된 우화 가운데 하나로, 영제는 "The miller, his son and the donkey"(방앗간 주인, 아들, 당나귀).
이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버전은 중세 아랍의 전승에서 찾을 수 있으며, 주인공인 아버지의 이름이 '주하'이다. 기원전 5세기에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희극인 '개구리'가 이 이야기에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이야기가 유럽으로 넘어와 최종적으로는 프랑스 작가인 라퐁텐의 우화집에 실리면서 전세계에 전파되어 각자의 문화권에 맞게 번안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팔려가는 당나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가 배경으로 현지화된 바람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로 많이 오해하고 있다. "부자(父子)와 당나귀"로도 알려져 있다.
2. 줄거리
한 방앗간 주인과 그의 아들이 당나귀를 내다 팔기 위해 끌고 가는데, 그러던 가운데 지나가던 방물상이 "이런 바보들을 봤나? 당나귀 뒀다 뭐하노?"라며 비웃자 아버지는 아들을 당나귀에 태우고 갔다.
그렇게 가는데 노인들이 그들을 보자 "불효막심한 놈, 지 편하자고 늙은 애비를 걷게 하다니!"라며 크게 화를 낸다. 이에 아들이 내리고 아버지가 당나귀에 타며 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물 앞에서 물을 기르던 아줌마들이 그 상황을 보고 "비정한 인간, 어떻게 아버지가 되어서 어린 아들을 걷게 놔둘 수가 있어요?"라며 화를 내고, 결국 이번에는 부자(父子)가 같이 당나귀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그것을 본 한 무리의 건장한 사나이들이 아버지에게 "못된 사람들 같으니라고! 짐승이 불쌍하지도 않소?"라고 말하자, 이에 부자는 '''진짜로 당나귀의 다리 둘을 막대기에 묶어 어깨에 메고 갔다.''' 이 모습은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다가 마을 입구에 가까운 다리를 지나가던 중, 당나귀가 밑에 물이 흐르는 걸 보고는 겁이 나서 발버둥치다가 줄이 풀리는 바람에 개울에 빠져 익사했다. 그걸 본 부자는 잔뜩 풀이 죽은 채로 귀가했다.
3. 변형
여느 전래동화들이 원래 그렇듯 이 이야기에도 여러가지 변형이 있다. 부자가 아니라 부부이거나, 당나귀가 아닌 말이나 노새인 등...
특히 마지막에 당나귀 등에 들고 가는 장면이 이 변형을 많이 받았으며, 당나귀가 땅에 떨어질 때 등에 큰 충격으로 인해 추락사하는 등의 변형이 있다. 애초에 다리 부분을 삭제하고 부자가 비웃음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버전도 많으며, 두 부자도 같은 변을 당하는 버전도 있다.
웅진출판에서 펴낸 웅진메르헨월드에서는 교훈적으로 각색되었다. 전반적인 구성은 같으나 '당신들은 짐승이 불쌍하지도 않냐' → '어린이는 걷게 하고 어른만 타다니 어린이가 불쌍하지도 않냐' → '젊은이가 타고 노인은 걷다니 이래서 어린 놈의 새끼들이 문제다' → '타고 가면 될 것을 왜 힘들게 걸어가느냐'로 순서가 약간 바뀌었고, 당나귀가 죽지 않는 대신 아버지가 이치를 깨달은 다음 집에 돌아와서 아들에게 교훈과 함께 가볍게 타이르는 장면으로 끝났다.
'뚱딴지 명심보감'에서는 뚱순이가 찰흙으로 사람을 만들 때 아빠는 옳게 고쳐 주었지만, 뚱딴지가 제 멋대로 고쳐주어서 그대로 만들었다가 작품이 괴물 같이 나와버려서 울상이 되었을 때 엄마가 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여기선 여러 소리를 들은 뒤에[1] 부자가 당나귀 등에 같이 타고 가다가 우연히 통나무 다리에 이르었을 때, 거기서 당나귀가 무게 중심을 버티지 못하면서 셋이서 세트로 추락했다는 줄거리다.
팔랑귀를 비판하는 원래 내용을 반대로 바꿔서, 어떤 상황에도 트집을 잡는 '프로불편러'로 변형한 이야기도 있다. 해당 짤방, 번역.
그 밖에도 해피 엔딩(?)인 버전도 있는데, 처음에는 당나귀와 같이 걸어가는 중에 두 부부가 날이 더운데 걸어가는 것을 보고 "미련한 사람들이군. 더운날에 당나귀를 끌고 가다니." 하며 실실거리며 웃었고, 어린이를 태우는 모습을 본 할아버지는 '저런 고얀 놈을 봤나, 자기만 혼자 타고 아버지를 혼자 걷게 하다니...' 하며 혼잣말을 했고, 이에 아버지와 함께 타고 가는데 한 나그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당나귀가 불쌍하지가 않소? 나였다면 등을 메고 갔을 거예요."라고 말했고, 결국에는 진짜로 당나귀를 메고 갔고, 그러고도 무사히 시장으로 도착했다고 한다.
또 다른 해피 엔딩인 입체동화 이솝이야기도 있는데, 처음에는 당나귀를 메고 걸어갔는데 이것을 보고 웃은 사람이 '''"에헤헤헤! 당나귀가 제일 편하게 가는구먼! 당신들은 좀 정신이 나간 것 같아~."''' 하면서 말했다. 아들은 서둘러서 당나귀를 타서 당근으로 유혹하면서 아버지와 함께 가는데 어떤 사람이 '''"어,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나이 든 사람이 타고 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하면서 말했다. 그말을 들은 아들은 당나귀에서 내리고 아버지는 당나귀를 타면서 시장을 가는데 또 다른 사람이 '''"당나귀가 있는데 왜 걸어가죠? 같이 타고 가라구요~."'''하고 말했다. 할 수 없이 아버지와 아들은 당나귀를 타고 시장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또 다른 참견꾼이 또 한마디를 하고 말았고, 결국 둘 다 당나귀 등에 내려서 걸어갔다. 그러자 사람들이 또 배꼽을 잡고 웃자 '''"하하~. 저 바보같은 사람들이 당나귀 꽁무니를 쫓아가네! 하하하~!"'''하고 말하자 결국 아버지는 모든 참견꾼들에게 '''"그만들 좀 하고 당신들 일이나 신경쓰라구요~!"'''라고 말했다. 결국에는 아버지와 아들은 탑승용 수레에 연결된 2인용 자전거를 끌고 온 다음 당나귀에게 수레를 태우고 둘이서 무사히 시장으로 갔다고 한다.
4. 여담
한컴타자연습에 이 이야기가 "부자와 당나귀"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으며,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듣고 결국은 당나귀를 짊어지고 가다가 당나귀가 물에 빠져 추락사하고 남은 부자가 풀이 죽은 채로 귀가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생각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는 설정.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사자가 농부의 딸에게 반해서 장가를 들려고 하자 딸이 귓속말로 일러준 것을 농부가 '딸이 이빨과 발톱을 뽑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그러고는 감히 남의 딸을 넘봤다면서 농부에게 매만 맞고 개관광당하고 쫓겨나는 이솝 우화도 있다.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다' 문서에도 관련 내용이 있다.
[1] 아주머니를 만날 때는 여러 명의 아주머니가 아닌 아이를 포대기에 메고 있는 한 명의 아주머니가 힘이 좋아 보이는 당나귀를 왜 둘이 같이 안 타느냐고 의아해하는 것으로 상황과 대사가 약간 바뀌었으며, 한 무리의 사나이들과 만나는 부분은 생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