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예거
1. 개요
만화 《진격의 거인 》의 등장인물. 방벽 바깥 세계의 실체가 드러난 이야기이자 그리샤 예거가 주인공인 과거 편 《84화: 그날(あの日)》부터 등장하는 인물이다. 페이는 마레 제국 휘하의 레벨리오 수용구 출신의 에르디아계 여자아이. 본편 시점으로부터 오래 전 사망해서 과거 회상에만 등장한다.
예거 가문의 예거 노부부의 장녀이자 둘째 아이. 그리샤 예거의 여동생으로 다이나 프리츠와 카를라 예거의 시누이, 그리샤의 두 아들들인 지크 예거와 엘런 예거에게는 고모 되는 인물이다. 그리샤가 파라디 섬의 방벽 공동체에서 입양한 양자 미카사 아커만에게 있어서는 양고모인 친척이다.
2. 외형과 성격
오빠 그리샤처럼 흑갈색 머리에 청회색 눈을 지녔고 밝고 순수한 분위기의 바로 선 눈매를 한 여자아이였다.[2] 헤어스타일은 쳐피 뱅+약간 부스스한 보브컷.
레벨리오로부터 바깥 세상에 처음 나온 날에는 회색빛 재킷과 자줏빛 원피스, 목도리를 착용하고 있었다.
여덟 살이었던 시절에는 굉장히 순수하고 "레벨리오 수용구 너머의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까?"하는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는 강한 자유의지를 지녔다. 비행선에 관심이 매우 많아 직접 타고 싶어했으며[3]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바깥 세상으로 뛰어간 날, 강변 맞은편로 가장 가까이서 착륙한 비행선을 보게 되자 누구보다도 환히 들뜬 미소를 짓기도.
하지만 나이가 무척 어렸고 세상 물정에 대해 순진했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완장을 낀''' 에르디아 인이기만 하면 무조건 증오하는 어른 마레인들의 냉랭한 시선에 그리샤의 등에 숨기도 했다. 그리샤가 외출허가증 없이 나왔다는 이유로 크루거에게 배를 가격당하자 겁을 먹고 울기만 했다.
3. 작중 행적
3.1. 809년: 페이 예거, 레벨리오 수용구 출생
페이 예거는 마레 제국 휘하 레벨리오 수용구에서 전문 의사로 근무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장녀이자 둘째 자식으로 출생했다. 마레 내에서는 모두에게 있어 인종차별거리이자 비웃음거리나 다를 게 없었던 에르디아인이지만 아버지가 의사이기도 해서 다른 주민들보다는 상대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4]
오빠인 그리샤하고는 그야말로 서로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는 남매였으며 사이가 매우 친밀했다.
3.2. 과거 회상 편 《84화: 그 날(あの日)》
때는 817년의 어느 날. 페이는 오빠 그리샤와 함께 수용구 위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선을 발견하고 구경하고 싶어서 외출하게 된다. 외출하기 전, 두 남매의 어머니은 에르디아 인에게 있어 마레 정부가 새겨넣은 죄의 낙인이자 증표를 상징하는 구각성 완장을 착용했는지 확인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수용구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리샤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듯 알겠다고만 대답하고, 페이는 밝게 미소 지으며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비행선이 날아가는 방향을 쫓아갔다.예거 씨: 알았지? 그리샤, 무슨 일이 있어도 완장을 벗으면 안 돼? 방벽 바깥으로 나가면 안 되고.
그리샤 예거: 알았어요, 엄마.
페이 예거: 그럼 다녀 오겠습니다!
그런데 비행선이 수용구의 정문 출입구인 검문소 너머로 나아가서 남매가 쫓아갈 수 없는 영역으로 가는 바람에 페이는 그 이상 쫓아갈 수 없다는 데에 무척이나 아쉬워 한다. 페이는 그리샤에게
라고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며 물어 보지만 사회적으로 엘디아 인이라는 인종 차별 요소도 있고, 그리샤는 "우리가 그 정도로 부자가 될 수 있을 리 없어. 그럴 만한 형편이 못 돼서 안 될 거야."라고 씁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5]'''"부럽다.... 언젠가 엄청난 부자가 되면 우리도 저 비행선을 탈 수 있겠지?"'''
비행선이 떠나가는 와중에도 페이는 동경에 찬 눈빛으로 비행선을 바라만 보았는데 그런 동생을 위해 그리샤는 기꺼이 비행선을 보여 주겠다고 결심하고 페이의 손을 잡아 정문 밖으로 뛰어간다. 페이는 어머니가 한 수용구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충고를 언급하며 망설였지만 그리샤는 비행선이 가까이에 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며 페이를 이끈다.'''"응.... 그래도 부럽다. 비행선을 탈 수 있으면, 하늘에서 바라본 저기엔 무엇이 보이려나?'''"
인생 처음으로 레벨리오 수용구 밖으로 나와 본 페이와 그리샤는 마레의 도시 한복판 가운데에 있다가 주변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불쾌하다는 듯이 노려보는 어른들을 보고 마음 속 깊이 솟구치는 어수선한 기분을 느낀다. 거기다가 지나가던 남성 둘이 그리샤에게 대놓고 손찌검을 가하자 무서워서 재빨리 그리샤의 뒤로 숨었다. 페이는 난생 처음 마주치는 바깥 세계 어른들의 눈빛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리샤의 격려에 힘입어 간신히 따가운 눈빛의 인파를 뚫고, 비행선이 착륙한 강변에 도달한다.
비행선이 착륙한 지점을 가장 가까이서 보게 되자 무척 기뻐하며 얼굴에 홍조까지 띄울 정도로 열정 가득 찬 미소를 짓는다. 언제나 꿈처럼 동경하던 비행선을 바라보며 눈을 훤히 빛내며 행복을 누리는 남매들이었지만, 행복도 잠시, 불운하게도 강가에서 업무는 뒤로 하고 잠자고 있었던 치안 당국의 두 병사들과 마주친다.
병사들 중 크루거라고 불리는 마레병이 다가오더니 외출허가증이 있냐고 남매를 추궁하는데 그리샤는 얼른 주머니를 뒤지다가 그런 거 없다는 것은 깨닫고 자기가 동생의 몫까지 처벌 받겠다고 한다. 크루거는 그리샤의 뜻에 알겠다는 듯이 복부에다가 니킥을 박아넣는다. 어린 나이에 폭력적인 광경을 본 페이는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린다.
훤칠한 장신의 남자 병사의 동료인 살집과 덩치가 큰 콧수염을 기른 비만 남자 병사는 크루거의 단호한 처사가 가차 없다고 한 마디하고는 울고있는 페이를 "자, 울지 마렴, 착하지?" 하듯이 달래 주며 그녀를 어딘가로 데려간다.
그리샤가 자신에게 중한 체벌을 가한 병사, 크루거에게 두 번이나 무릎으로 얻어맞는 그 사이, 페이는 그로스를 따라가면서 그리샤의 시야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크루거는 의무 대로 체벌을 마친 후 수용구로 돌아가려는 그리샤에게 "모처럼 비행선을 보려고 나온 겸 여기 남아서 잠깐 구경이라도 하고 가렴."라고 좀더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준다.
그리샤는 그 날 크루거의 관대한 처우와 도움을 받아 끝까지 비행선을 구경하고 무사히 수용구로 귀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페이는 하루가 다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해 질 녘이 되어서야 마레 치안 당국에 의해 강가에서 발견되는데,
얼굴이 형체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뜯겨진 끔찍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 날, 페이를 달래며 어딘가로 데려갔으니 그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이 어디였는지 알고 있었을 터인 그로스는 레벨리오에 있는 예거 부부에게 직접 찾아가 '''"난 열심히 업무를 보다가 수용구를 멋대로 뛰쳐나온 당신네 딸을 레벨리오 정문 앞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 사단이 다 나 버렸지 뭐야? 네 자식들은 니네 선조들의 죄를 자각도 못하는 게 못하는 모양인데 착실히 교육하라고."'''라고 시치미 떼기 겸 경고를 한다.
당연히 이는 사실이 아니라 그로스가 페이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은폐하려고 적절하게 날조한 거짓말, 변명이었다.
그리샤는 크루거와 그로스가 잠시 직무를 유기하고 강변 착륙장에 도달한 비행선을 구경하려고 농땡이 피우는 광경을 목격했었기에 그 말이 거짓임을 바로 알 수 있었지만, 증인이라 한들 비천한 이등 시민에 지나지 않은 그리샤가 반론해 봤자 그로스 측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으로 논리를 내세우든 말든 무시할 것이 자명하고, 조금이라도 반발의 낌새를 보일 경우 치안 당국에게 위험분자 겸 '''낙원행 후보'''로 단단히 찍히게 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예거 부부는 하나밖에 없는 딸의 죽음을 접하고도 굉장히 탄식하고 슬퍼했을지언정 가만히 체념하고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페이는 사실 착한 척 달래 주려던 그로스에게 속아 끌려가 교육이자 본보기의 도구가 되었다. 그로스가 세 아들들을 시켜서 데려온 맹견들에게 공격당해 '''저항도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 죽었던 것이다.''' 잔혹한 사망경위나 사망씬이 많은 진격거 내에서도 꽤 잔혹함의 수위가 높은 최후.[6]
어린 아이로선 저항할 수 없었던 페이는 결국 맹견들의 공격을 당해 내지 못하고 공포와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처참하게 사망했다.
훗날 에르디아 복권파의 요원이자 올빼미의 대변인인 그라이스로부터 페이가 살해당한 사건의 내막을 전해들은 그리샤는 소중한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런 끔찍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동생을 죽인 마레군을 향한 증오와 분노, 복수심을 불태우고, 그 길로 가슴에다가 에르디아 복권파의 십자형 문장을 새겨 넣으며 마레를 무너뜨리기로 결의하게 된다.
그리고 페이를 죽인 원수인 그로스는 그로부터 약 20년 후, 복권파가 조카 지크의 밀고로 낙원행당한 에르디아 복권파의 수장인 올빼미, 자신과 그리샤가 예전에 강변에서 만났던 병사, 엘런 크루거에게 방벽 아래로 떠밀려 추락하고, 스스로 만든 무지성 거인에게 몸 절반이 갈가리 찢겨 죽는 인과응보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런 페이의 죽음으로 시작된 그리샤의 이야기는 아들 엘런 예거에 의해 결말을 맞이하고, 그 엘런 예거를 통해 마레는 철저히 파괴당하면서 100년의 세월에 걸친 증오어린 억압은 철저한 응보를 당하는 결말을 맞이하고 만다. 그런 점에서 페이의 이런 처참한 죽음은 그 부조리를 낳은 세계에 똑같이 처참한 종말을 부르는 신호탄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1] 그리샤를 친근하게 이름으로 부르는 쿠사바의 태도로 봐서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 추정된다.[2] 얼굴을 보면 과연 남매인지 그리샤와 제법 닮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눈매가 거의 닮았다.[3] 안타깝게도 페이와 그리샤 남매는 모두 살아생전 비행선을 타지 못했지만 대신 자식/조카들은 두 사람이 꼭 타고 싶어했던 비행선에 타는 데 성공했다. 그게 조카들이 자신의 고향을 침공한 레벨리오 수용구 전투 당시라는 것이 아이러니.[4] 사진을 보면 제법 예쁜 옷을 차려입고 찍은 걸로 봐서 대놓고 부자는 아니어도 모자람없이 사는 집안 태생임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작중 문명 수준으로 보아 휴대용 사진기도 마땅히 없을 저 시절에 사진관 가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만 봐도 결코 빈곤한 집안은 아니다.[5] 페이와 그리샤의 아버지는 진료소까지 운영할 정도로 유능한 전문 의사인데도 그런 말이 나올 정도면 수용구 내의 에르디아 인의 처지가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6] 게다가 겨우 8살의 나이에 저렇게 처참하게 살해당해서 잔혹함이 배가 되었다. 원작에선 한 술 더 떠서 대놓고 얼굴가죽이 개들에게 물어뜯겨 찢긴 모습까지 나왔을 정도. 잔인함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