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르완다
1. 개요
르완다 내전 중 1994년에 일어난 학살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로,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 있는 호텔 밀 콜린스에서 100일 동안 1,268명의 난민들을 보호한 지배인 폴 루세사바기나(Paul Rusesabagina)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일부 각색된 점을 제외하면 거의 다 실화에 기반한 것으로, 필립 고레비치 저 《내일 우리 가족이 죽게 될 거라는 걸, 제발 전해주세요!》에 실린 폴 루세사바기나의 인터뷰를 통해 이 점을 알 수 있다.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후보작이며, 2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고, 18회 유럽영화상 유러피안 작곡상 수상, 30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외국작품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폴 루세사바기나 역을 맡은 돈 치들은 이 영화로 2005년 골든글러브와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2. 줄거리
키갈리의 고급 호텔 밀 콜린스의 지배인 폴 루세사바기나는 후투족이지만 투치족 아내와 결혼하여 아이들을 둔 가장이다. 후투족 대통령 쥐베날 하뱌리마나가 반군과의 평화협정을 추진하면서 르완다 내전이 종식될 움직임을 보이자, 밀 콜린스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묵고 있었고, 그 중에는 기자도 있었으며, 유엔 평화유지군도 들어와 있었다. 민병대가 중국에서 사온 칼과 총으로 무장하고 길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후투족 극단주의자들이 "우리의 위대한 대통령이여, 경고하건데 투치족놈들을 믿지 마시오"라고 방송을 내보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폴을 비롯한 사람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라고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았다. 한밤중에 이웃에 사는 정원사 빅터가 투치족이라는 이유로 스파이로 몰려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우리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애써 눈을 돌리고, 심지어 투치족인 폴의 처남 토마스와 페덴스 부부가 아무래도 불안해서 안 되겠다고 한동안 같이 지내자고 찾아왔는데도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켜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한다.[1]
그런데 후투족 대통령 쥐베날 하뱌리마나가 탄 비행기가 격추되어 대통령이 사망하는 일이 일어나자 흥분한 극단주의자들은 "투치놈들이 우리의 위대한 대통령을 암살했다. 피의 보복을 할 차례다!"라는 선전방송을 내보내며 민병대를 지휘하여 투치족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폴의 집에는 그의 투치족 이웃들이 그의 인품을 믿고 몰려와서 도움을 간청한다. 폴은 그들을 숨겨주지만 다음날 호텔[2] 을 약탈하고자 금고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후투족 군인들이 들이닥친다. 다행히 폴은 후투족이었기에 당장 의심을 피하고 호텔로 향해 금고를 열어주지만, 그 사이 폴이 숨겨줬던 가족과 이웃들이 투치족임을 들키면서 "투치놈들을 숨겨준 배신자 새끼!"라고 폭행당하고 "네 손으로 투치놈들을 죽여서 배신의 대가를 치뤄라. 안 그러면 너부터 죽을 것이다"라고 총으로 아내와 아이들, 이웃들을 쏴죽일 것을 강요당한다. 이에 폴은 금고를 열어 주면서 몰래 챙긴 현금과 패물을 잔뜩 뇌물로 주고 수십명의 이웃들과 가족을 구하고 간신히 자신이 근무하는 호텔 밀 콜린스로 피할 수 있게 된다.[3]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자 발이 묶인 외국인들도 많았고, 이들을 지키려는 유엔 평화유지군도 있는 상태. 이 때문에 학살의 중심지인 키갈리에서 호텔은 유일한 안전장소가 되어 버렸다. 호텔 사장은 다른 곳에 결원이 생겨서 가봐야 한다며 폴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미처 피하지 못한 많은 투치족과 온건파 후투족 난민들이 호텔로 몰려들자, 총 책임자가 된 폴은 이들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존 정부군 내의 인맥을 활용해서 뇌물을 뿌리며 호텔을 안전하게 만들고,[4] 벨기에에 있는 밀 콜린스 본사의 틸렌스에게 연락해서 호텔을 폐쇄하지 말고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던 중 프랑스군이 도착하자 도와주러 온 줄 알고 모두들 기뻐하지만 그들은 르완다인은 내버려두고 외국인들만 피신시킨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그들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짐을 들어주었고, 소식을 들은 신부와 수녀들, 고아들이 몰려오지만 그들도 외국인인 신부와 몇몇 수녀들 외에는 전부 거절당한다. 이에 폴은 자신이 고아들을 맡을 테니 신부에게 먼저 떠나라고 설득한다. 그 뒤 폴은 르완다인들만 남겨진 호텔의 숙박부도 지우고 문패도 떼서 외국인들이 떠난 사실을 숨기고, 틸렌스에게 연락하여 도움을 구해 문앞까지 쳐들어온 민병대를 철수시키기도 한다.
나중에는 자기 가족을 포함한 일부 사람들만 유엔의 도움으로 난민으로서 대피할 수 있게 되자 떠나려 했으나 차마 사람들을 두고 갈 수 없어 가족을 보내고 호텔에 혼자 남는데,[5] 먼저 탈출한 이들이 그만 후투족 민병대에 걸려 죽거나 다친 채로 돌아오면서 탈출이 실패하자, 예전에 근무한 적이 있는 다른 호텔의 금고 속에 들어있던 패물을 기억해내고 군에게 뇌물로 주면서 보호를 갈구하고, 그 사이 극단주의 사상을 가진 후투족 직원 그레고아가 민병대를 불러들여 호텔을 끝장내려 하자 비지뭉구 장군에게 "날 도와주지 않으면 당신이 인종학살을 명령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해줄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하는 강수를 두고 만약 도와주면 난민들을 지킨 공을 넘겨주어 전범 혐의를 벗게 해주겠다는 제의까지 해서 위기에서 벗어난다.[6]
이런 노력은 서방 세계의 외면에 가까운 무관심 속에서도 먹혀들어가 100일 동안 1,268명의 난민의 목숨을 보호하고, 결국 유엔군과 국경을 넘어온 투치족 군대의 보호 아래에 이들을 모두 유엔에서 세운 난민 캠프로 옮기는 것까지 성공하게 된다. 거기서 처남 부부의 딸 아나이스와 카린과 재회하게 된 폴은 가족과 아이들을 데리고 탄자니아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가면서 끝난다.
3. 명대사
기자들이 유엔군이 현 상황에 개입할 것이냐고 묻자 올리버 대령이 하는 말이 있다.
국제정치학 등에서 지겹게 배우는 유엔과 유엔 평화유지군의 한계를 단 한 마디로 표현해냈다.Col. Oliver: We are here as peacekeepers, not as peace"makers."
올리버 대령: 우리는 평화유지군으로 여기 온 거지, 평화"창조군"이 아니다 이거요.
폴: 그런 끔찍한 걸 보고 어떻게 모른 척 하겠어요?
잭(호아킨 피닉스): 내 생각엔... 끔찍한 일이라며 자기들끼리 수군대곤 하던 식사를 계속할 것 같은데요.
실제 르완다 내전의 일화도 영화에 들어가 있다. 후투족과 투치족의 갈등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이들조차 학살을 당했다는 뜻이다.
팻(카라 세이무어): 여동생을 등에 업은 아이가 있었는데, 군인이 자길 찌르려 하니까... ''''살려주세요! 다시는 투치 안 할 테니까 살려주세요!\''''
외국인만 소개시키고 바로 철수해 버린다고 통보한 프랑스군과 이에 반발한 UN평화유지군 지휘관인 올리버 대령(닉 놀테)이 대판 싸운 후 폴 루세사바기나랑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르완다 학살뿐 아니라 아프리카를 포함한 제3세계에서 벌어지는 제노사이드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폴: 많은 기적을 이루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올리버 대령: 축하한다고요?
폴: 네.
올리버 대령: 제 얼굴에 침을 뱉고 싶어질걸요?
폴: 무슨 말씀이세요?
올리버 대령: 당신네들은 쓰레기(dirt)에요. 우린 그렇게 생각해요.
폴: 우리라니요?
올리버 대령: 서방세계 말이에요. 당신이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놈들... 그들은 당신네들을 쓸모없는 놈들로 판단했어요.
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겁니까?
올리버 대령: 오해하진 마세요. 당신은 매우 훌륭한 사람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 호텔을 그냥 차지할 수도 있을 거요. 한 가지 조건만 없다면 말이죠. 당신이 흑인이라는 점만 빼고요.
'''게다가 당신은 그냥 검둥이도 아녜요. 아프리카인이란 말입니다…….'''[7]
유럽군은 주둔하지 않을 겁니다. 이 살육을 막지 않을 거예요...
틸렌스(장 르노): "벨기에와 프랑스에 탄원했지만 기대하진 말게. 영국도 프랑스도 미국도 자네들을 돕지 않을 거야. 자기들 정치생명과 관계없다 이거지. 비겁한 작자들이야."
폴: 정말로 그들을 다 죽일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
조지(하킴 캐 카짐): 왜 안 돼? 왜 안 돼? '''벌써 반은 죽였어.'''
4. 한국판 성우진(KBS)
- 장광 - 폴 루세사바기나(돈 치들)
- 양지운 - 올리버 장군(닉 놀테)
- 최문자 - 타티아나(소피 오코네도)
- 장승길 - 비지뭉구 장군(페이나 모코에나)
- 안종국 - 틸렌스 회장(장 르노) / 라디오 방송 음성
- 유지영 - 오데뜨(레보 마실)
- 차명화 - 아처(카라 세이무어)
- 홍승섭 - 잭(호아킨 피닉스) / 라디오 방송 음성
- 김소형 - 도베(데스몬드 듀브) / 조르주(하킴 케이캐짐) / 요리사(마부소 시돌) / 군인(심모 모가와자)
- 정미경 - 처남의 아내(레레티 쿠말로)
- 김승태 - 잭의 동료 기자(데이비드 오하라) / 처남(안토니오 데이비드 라이온스)
- 사성웅 - 그레고아(토니 크고로게) / 군인(음두두지 마바소)
- 임주현 - 호텔 직원(레라토 목고오토) / 라디오 방송 음성
- 곽윤상 - 군인(손니 치디에베레) / 라디오 방송 음성 / 호텔 손님
- 손정성 - 군인(시부시소 마롱고)
- 안영아 - 호텔 직원(해리엇 마나멜라)
5. 한국판 연출진(KBS)
- 녹음: 홍유선
- 그래픽: 권미정
- 편집: 황인규
- 번역: 최성연
- 연출: 현혜원
6. 과장되었는가?
영화만 보면 폴 루세사바기나는 영웅으로 보이는데, 정작 르완다 내에서는 평가가 좋지 못하다고 한다. 영화상의 모습은 너무 미화되어있다는 것. 연합뉴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루세사바기나는 영웅 같은 게 아니라 그냥 호텔 지배인이며, 난민들이 몰려들자 이게 웬 떡이냐는 심정으로 이들에게 비용을 청구했다고 한다.
다만 이 주장은 르완다의 국내정치적 사정이 얽혀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 루세사바기나는 폴 카가메가 이끄는 현 르완다 정권이 소수의 투치족 엘리트를 위한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신변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르완다를 떠나 망명한 상태다. 즉 르완다 정부로서는 의인으로 유명해진 후투족 인사가 망명지에서 자꾸 정권을 비판하는 게 거슬렸고, 그의 영향력을 저하하고자 국내의 관변단체를 동원하여 그 공적을 깎아내리려 시도한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020년 8월 루세사바기나는 납치가 강력하게 의심되는 정황 하에서 르완다 수사국에 체포돼 테러리즘과 방화 등 16개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이 체포 과정도 어처구니가 없는게, 루세사바기나 본인은 분명히 부룬디행 항공편인걸 확인하고 탔는데 내려보니 르완다의 키갈리 국제공항이었단다. 루세사바기나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르완다 당국에 체포당했고, 그와 그의 가족은 해당 항공편을 운영한 그리스 국적 항공사를 납치에 조력한 혐의로 고소했다.
7. 기타
르완다 내전의 참혹함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몰려드는 난민들과 후투족 민병대의 학살 장면은 물론이요, 민병대가 투치족 여자들을 강간하기 위해 가둬 놓거나, 심지어 물자를 얻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길이 울퉁불퉁해서 차에서 내려서 확인해보니 '''길 전체에 시체가 깔려있는''' 장면은 가히 백미. 근데 이것도 실제 전쟁에 비해 굉장히 순화해서 표현한 것이다. 12세 이용가인 만큼 엄청 잔혹한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루는 소재가 비슷하기 때문에 '''아프리카판 쉰들러 리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쉰들러 리스트와는 달리 선진국들의 외면과 무관심을 고발하고 있다. 르완다 학살에 관련된 내용은 방송에서도 짤리고, 유엔 평화유지군은 학살이 시작된지 얼마 안 되어서 거의 다 철수해버리고, 도와주러 온 줄로만 알고 좋아했던 프랑스군은 외국인만 호텔에서 피신시키는 등의 내용이 가감없이 영화에 나온다.
반면 호텔 밀 콜린스를 소유한 벨기에의 국영기업 사베나 항공의 회장 [8] 틸렌스는 선진국의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이용하여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 분명한 호텔을 폐업시키지 않고 운영 상태를 유지하여 민병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데 일조한다. 호텔이 유럽 선진국의 국영기업 소유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사람은 프랑스 대통령, 벨기에 총리 등에게 호텔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달라고 요청까지 했으나 거절당한다.
호아킨 피닉스가 투치족 여자와 사귀는 기자로 나오는데 규정도 어기고 나가서 살육현장을 찍으러 갔다가 멘붕해서 돌아오기도 한다. 나중에 프랑스군이 오자 여기에 있다간 그들이 날 창녀로 만들 거라며 제발 데려가달라고 울부짖는 애인을 끝내 버리고 혼자 버스를 타고 간다. 물론 어차피 프랑스군이 막아서 데려가고 싶어도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이라 갈 때 폴에게 돈을 쥐어주면서 잘 부탁한다고 하지만... 투치족 호텔 직원 투베가 우산을 씌워주자 "제발, 나 같은 것에게 우산 씌워주지 마요"라고 울부짖고, 마침 프랑스군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신부와 수녀들, 고아들이 몰려오지만 외국인인 신부와 몇몇 수녀들 외에는 전부 거부당하는 모습을 찍는다.
평론가 황진미가 증오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르완다 내전이 마치 '야만적 흑인'들에게 원인이 있는 것처럼 전가했다고. 여러모로 황진미다운 평론이다. 이에 듀나는 벨기에의 책임 문제를 중점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아프리카인의 역사적 자주성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영화 중간에 유엔군을 민병대가 살해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9] 이 나오는데 이는 실제와 다르며 유엔군은 르완다 군부가 외국군을 철수시키려고 계획적 살해했다는 게 정설.
한국에서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면서 알려졌고, 2006년 정식 개봉했다. 한편 폴은 현재 가족과 함께 벨기에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호텔 밀 콜린스는 당시의 명성을 이어받아 아직도 성업 중이다.
도입부에서 지나가듯이 보스니아 전쟁이 한창이라는 뉴스가 나오는데, 실제로 르완다 내전과 보스니아 전쟁은 시기가 겹친다. 특히 1994년 르완다에서 학살이 절정에 달할 때 보스니아 역시 심각한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2020년 8월 31일 폴 루세사바기나가 르완다 당국에 테러 혐의로 체포됐다. # 루세사바기나의 폴 카가메 정권 비판 때문에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에서 납치되어 르완다로 이송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가족이 벨기에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 결국 기소되었다. # 폴 루세사바기나가 자신이 체포된 것은 르완다 당국에 속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영화 중반부와 엔딩에 흘러나오는 아이 목소리의 합창곡 "Million Voices"는 와이클리프 진이 작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