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utterfly
1. 개요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이자 교수인 데이비드 헨리 황이 1988년 집필한 희곡.
1988년 세상에 알려진 북경 주재 프랑스 외교관 베르나르 부리스코와 경극 배우 스페이푸의 실화를 바탕으로 오페라 나비부인 모티브를 더해 만들어진 연극이다. 극은 주인공인 르네 갈리마르가 경극 배우 송릴링을 만났던 날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으며, 중요 주조연을 제외한 배우가 1인 다역을 맡기도 한다.
오리엔탈리즘과 섹슈얼리티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두 주제를 충격적인 전개로 심도있게 풀어낸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고, 1988년 토니상 최우수 연극 작품상을 수상한 뒤 영화화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12년 처음 공연되었다.
2. 줄거리
극은 64세의 갈리마르가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극중극 형태로 진행된다. 이때 그의 지난 과거와 함께 나비부인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는데, 이 이야기들이 극 전반의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다.
1964년[1] , 중국 대사관의 하급 직원인 르네 갈리마르는 우연히 오페라 극장에서 나비부인을 부르는 송 릴링을 보고 한 눈에 매료된다. 르네는 송이 가진 서양에 대한 열등의식과 순종적인 면을 눈치채고, 그것이 동양인 여자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를 둔 채 송과 다른 살림을 차리지만...사실 송은 중국 공산당에서 파견한 스파이였고, 심지어 여장남자[2] 였다.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3] 르네는 송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송은 심지어 '''임신했다는 말과 함께 아이를 데려온다.'''[4]
이후 문화대혁명과 기타 급박한 정세 변화로 르네는 송을 두고 아내와 함께 떠나지만 프랑스에서도 송을 잊지 못하고[5] , 결국 아내와 이혼한다. 한편, 노동 교화소에 수감된 송은 명령을 받고 프랑스로 르네를 찾아온다. 송은 문화교류단에 잠입해 데모를 주도하고, 당시 높은 지위의 사람들과 연줄이 없었던 르네를 일급 기밀 우편 배달직을 하도록 재촉한다. 이후 20년 동안 송은 르네 곁에서 국가 기밀을 빼돌렸고, 결국 프랑스 당국에 적발되어 두 사람은 재판에 회부된다.
이후 감옥에서 회상을 마친 르네에게 송의 환상이 나타나 여성의 옷을 벗고 남성복으로 갈아입은 뒤[6] ‘나는 남자이며, 당신(르네)이 나(송)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종용하지만 르네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한탄하며 여장을 한 채 자살한다.
3. 등장인물
- 르네 갈리마르
학창 시절에는 여자 손도 제대로 못 잡아본 찌질이로, 첫 경험도 친구인 마르끄가 당사자 몰래 주선한 것.(...) 출세를 위해 아내인 헬가와 의도적인 정략결혼을 했지만 '순종적인 동양 여성'에 대한 환상을 계속 유지하다가 송 릴링을 만나고 그에게 매료된다. 20년 동안 같은 집에 살고, 심지어 같은 침대를 쓰면서도 상대방이 남자인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물이다. 이후 작중 재판 장면에서 송이 판사에게 자신이 잠자리에서 모든 걸 주도했다고 진술한다. 극 중에 사실 송이 남자임을 눈치 채고 있었다는 암시가 계속 등장한다. 무의식적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상적인 여인의 환상에 너무 깊이 빠져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 송 릴링
여장남자 배우이자 중국 공산당 기밀 간첩. [7] 작가의 주제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캐릭터로, 르네를 유혹해 국가기밀을 빼돌리게 만들고 결국 그를 파멸시킨다. 극 후반부에 르네가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이유가 뼛속 깊이 박힌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 때문임을 통렬하게 비웃는다.
극이 완전히 르네의 시점에서 전개되는데다 송은 르네의 환상이 덧입혀진 상태로 그려지기 때문에 극 자체에서 송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그만큼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고 해석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매력적인 캐릭터.
캐릭터 설정 상 남자 배우가 여장을 한 채 연기하는 데, 초연부터 삼연까지 배우들의 비주얼이 매우 훌륭하다(...). 배우 본인들의 비주얼에 훌륭한 연기력이 곁들여져 언뜻 봐서는 눈치를 못 챌 정도.
르네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나비부인의 자결 장면을 연기하는데, 이때 육성으로 그 아리아를 부른다. 이 때문인지 한국 공연에서는 송을 연기했던 배우들 대다수가 뮤지컬 배우. 중간에 경극 장면에서도 직접 춤을 추어야 하고, 이런저런 점을 고려해 볼 때 배우가 연기하기 까다로운 면이 있는 캐릭터이다.
인상적인 대사로 갈리마르에게 남자와 자보는 건 당신이 처음이라는 말과, 이제까지 자본 남자 중 당신이 최고란 말을 둘 다 했다고 하는데, 갈리마르는 둘 다 믿었던 모양(...).
- 헬가
르네 갈리마르의 아내. 오스트레일리아 대사의 딸로, 능력도 뭣도 없는 찌질이였던 르네 갈리마르가 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던 뒷배경. 중국에 있을 때 르네가 송 릴링과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시대 상황상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을 가지긴 했지만, 극 후반부 행동을 보면 대체 뭐가 모자라 르네와 결혼했는지 모르겠는 인물. 이혼하자는 르네에게 평생 천대받으라며 싸늘하게 일갈하고 가는데, 극중 후일 르네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생각하면...
- 뚤롱, 판사 [8]
뚤롱의 경우 중국 주재 프랑스 대사. 판사는 3막의 재판 장면에서 등장한다. 재판을 참관하면서도 송과 르네의 동성애행위 등 쓸데없는 흥밋거리에만 관심을 갖는데 이 극에서 비판하고자 한 서양인의 모습이 담겨있는 부분.
- 마르끄
- 미스 친
- 소녀 르네[11]
르네가 보고 흥분했던 잡지 속 모델. 이후 르네의 2번째 외도 상대역도 연기한다.[12]
4. 한국 공연
섬세한 텍스트와 다양한 복선, 배우들의 열연으로 연극뮤지컬갤러리에서 많은 덕후를 만들어내며 연극답지 않은 인기몰이를 했다.[13]
4.1. 캐스팅
'''2012년 초연'''
르네 : 김영민(멍뭉르네) [14]
송 릴링 : 김다현(꽃다송), 정동화(꽃송)
뚤롱/판사 : 손진환
헬가 : 정수영
마르끄 : 한동규
미스 친 : 이소희
소녀르네 : 김보정
'''2014년 재연'''
르네 : 이승주(복르네)[15] , 이석준(석르네)
송 릴링 : 김다현(꽃다송), 전성우(늘송)[16]
뚤롱/판사 : 손진환
헬가 : 정수영
마르끄 : 유성주
미스 친 : 이소희
소녀르네 : 빈혜경
'''2015년 삼연'''
르네 : 김영민, 이승주, 이석준
송 릴링 : 김다현, 정동화, 전성우
뚤룽/판사 : 손진환, 유연수
헬가 : 정수영
마르끄 : 유성주, 한동규
미스 친 : 이소희
소녀르네 : 빈혜경, 김보정
초재연 배우들이 전부 출동했다! 덕분에 다시는 안 돌아오는 황금 캐스팅으로 암암리에 인정돼 머리 풀고 달리는 덕후들이 여럿.
'''2017년 사연'''
르네 : 김주헌, 김도빈
송 릴링 : 장율, 오승훈
뚤롱/판사 : 서민성, 권재원
헬가 : 김유진
마르끄 : 황만익, 김동현
친 : 송영숙
소녀르네 : 강다윤
5. 여담
- 배우따라, 페어 따라 공연 노선이 극명하게 갈리는 편이다. 가장 큰 차이는 송이 르네를 이용했느냐, 사랑했느냐에서 나타나는 편.
- 뉴스컬처에서 공연 영상을 촬영해 하이라이트 편집 후 방영했는데, 퀄리티가 가히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20]
- 극 관련 스터디가 매우 많은 편이다. 복선과 상징적인 표현이 많아서인 듯.
- 극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20년 동안 동거한 사람이 남자였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긴 하다.
- 미국에서 무대에 올려졌을 당시 송릴링 역을 맡은 배우는 svu의 닥터 황 쥬라기월드의 닥터 우 그리고 뮬란의 샹 역으로 유명한 b.d.wong인데 이 역할로 1988년 토니상을 수상했다. 짧은 공연 영상이 올라와 있지만 이 배우의 팬이 아닌 이상 찾아보지 말자. 충격을 받을수 있다
5.1. 둘러보기
6. 영화화
[image]
1993년도에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무려 르네 갈리마르에 제러미 아이언스, 송 릴링에 존 론[21] 이 맡아서 연기했다. 롤리타-데미지와 함께 제러미 아이언스의 금단의 사랑(...) 3콤보다.
정성일 평론 1 2 3 4
[1] 원작에는 1960년으로 되어 있다.[2] 제목이 M. Butterfly인 이유기도 하다. 불어에서 부인을 뜻하는 여성 존칭 '''M'''adam, 그리고 남성 존칭 무슈('''M'''onsiur)의 앞글자가 전부 '''M'''이기 때문.[3] 은연중에 눈치 채고 피한 것에 더 가깝다.[4] 불법적인 신생아 매매. 작중 송을 지원하는 공산당 여간부 미스 친은 송의 이 요구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후 작중 언급을 보면 르네가 송과 아이를 부양했다고 하니 꽤 오랫동안 곁에 두고 키운 듯.[5] 온 집안에 중국 가구와 송이 준 선물을 모아 놓는다. 아내가 진저리를 칠 정도.[6] 무대 위에서 가림막만 쳐놓고 옷을 갈아입는다. 때문에 아무런 정보 없이 처음 보러 간 사람들이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고.[7] 르네는 수감되었지만, 송의 경우 프랑스 대통령이 사면해 줘서 고국으로 돌아갔다.[8] 1인 2역이다.[9] 중간에 르네가 핑커튼, 송이 초초상으로 분해 극중극의 형태로 나비부인을 일부 보여준다.[10] 열렬한 공산당원인 그녀에게 부유한 예술가인데다 서양인과의 동성애 의혹까지 있는 송이 곱게 보였을 리 만무하다. 둘 다 서로를 싫어해서 만나는 씬마다 신경전을 벌이는데 이때 송이 얄밉게 연기할수록 자신도 모르게 미스 친에게 이입하는 관객들이 많았다고...[11] 주인공 르네와 동명이인이다.[12] 헬가와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송까지 만나면서 벌인 이중외도.[13] 사실 연극은 뮤지컬에 비해 흥행이 그리 쉽지 않은 편이다. 특히 상업성이 낮은 극들은 아예 대관비도 못 건지는 경우도 대다수. 당장 주변에서 연극을 찾아 보러가는 일반인이 얼마나 되는가?[14] 1971년 생으로, 삼연까지의 세 르네 중 가장 나이가 많다! [15] 개명 전 이름인 이승복에서 유래. [16] 전성우 배우의 별명인 나무늘보에서 유래[17] 전성우 배우의 별명이 늘보인데다가 이승주 배우가 하프물범을 닮아서 붙여진 별명.[18] 3명의 송 중 가장 동안 + 3명의 르네 중 가장 노안(...)의 조합.[19] 나이 할인의 준말. 초재삼연을 통틀어 가장 나이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조합이지만 김영민 배우가 워낙 동안인 관계로(...)[20] 전성우, 이승주 캐스팅 버전이다[21] 마지막 황제에서 푸이 역을 맡은 바로 그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