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운)
1. 개요
氣, Qi[1]
동아시아 철학의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
2. 상세
원래 의미는 숨, 바람, 증기였지만,[2] 대략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면서 '''우주를 이루는 원질'''과 같은 의미가 되었다. 참고로 기의 다섯 가지 패턴이 오행(화수목금토). 그러니까 사람을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기로 이루어져 있고 그 조합 방식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의 기는 서양의 4원소설과 비견된다.
서양철학과 차이점을 비교하면, 수천 년간 서양철학은 정신과 물질, 영혼과 육체, 이념(이데아)와 현상... 등의 이원론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면서, 대체로 이들 중에서 후자에 속하는 물질, 육체, 현상, 질료(material) 등을 열등하고 오염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다가 철학사적으로는 극히 최근이라 할 만한 근대철학 중~후기 무렵부터 "정신 vs 물질"의 이분법을 회의하는 시각이 제기되었고, 이 둘이 실은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으며 하나의 원리로 이 둘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는 일원론, 그 중에서도 특히 물질 쪽에 우위를 두며 정신이 물질에서 파생되어 나왔다고 주장하는 유물론이 급격히 설득력을 얻어 현대 서양철학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동양철학의 경우는 서양 고전철학의 패러다임인 "정신 vs 물질의 이원론" 자체를 상정한 적이 없다. 고대의 동양철학은 정신과 물질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 나타난 적이 없으며, 굳이 정신과 물질이라는 표현을 쓰자면, 이 둘을 모두를 아우르는 기(氣)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도올 김용옥이 강의한 내용에 따르면 도가 내부의 기 개념도 형성 초기에는 "단련이 가능하다"는 식의 초능력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여느 제자백가에서 논하는 기 개념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남북조시대를 거쳐 불교가 융성하여 기존의 도교와 애증 비슷한 관계가 되고 인도의 차크라 개념이 수입되면서 이런 형태의 왜곡이 발생했다고 본다. 불교 안에 이원론적인 인도철학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3] 인도철학에서도 정신과 물질, 본체와 현상 등의 이원론이 나타난다. 불교경전을 보면 진여문과 생멸문, 이(理)와 사(事)가 대립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나중에 불교를 비판하면서 등장한 성리학이 불교의 이(理)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자의 글을 보면 이(理)가 기(氣)의 내부에 내재하는 법칙일 뿐이라고 논할 때도 있고, 이(理)가 기(氣)를 초월하는 불변의 원리인 것처럼 논할 때가 있다.
기가 센 성격이라 하면 대체적으로 괄괄하고 자존심이 센 성격을 떠올리나 무속인들의 입장에서 본 기가 센 성격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기가 센 성격하고는 다르다고 한다. 유순하고 잘 져주지만, 통찰력이 있고 속세일에 관심이 크게 없는 사람을 기가 센 사람으로 본다고.
3. 다른 개념과의 혼용
오늘날의 창작물에서 기라고 하면 드래곤볼이나 타이의 대모험 같은 만화나 여러 소설 등의 볼 수 있듯이, 인체에서 나오는 에너지나 마나 같은 것으로 표현될 때가 많다. 차크라, 넨, 영력, 패기, 투기, 포스, 파문 등과 별 차이가 없게 표현된다. 도가 계열 도사들이 비밀스러운 수련방식을 통해서 기를 단련한다는 둥 하는 행위에서 비롯된 변용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나중에는 단(丹), 한의학 따위도 모두 섞여서 무협소설에 나오는 기공(氣功) 같은 이야기가 생긴 것. 기(氣)의 정의를 왜곡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바로 무협지. 보통 현대물 장르에서는 기가 희박해졌다거나 천문이 닫혔다거나 하는 식으로 현대에 기공을 쓰지 못하는 식으로 둘러댄다.
판타지 소설 등에서는 예전에는 기와 마나를 별개의 개념으로 놓는 경우가 자주 있었지만 요즈음에는 뭉뚱그리는 경우도 많다. 무협에서 판타지로 넘어온 주인공이 마법과 검 양쪽을 모두 사용하는 퓨전계열 먼치킨 작품이 늘어나면서 자연의 기운이라는 비슷한 개념을 가졌던 마나와 기를 통합시키는 현상이 대세가 된 것으로 보인다.[4] 사실 오늘날 서양 판타지에서 당연히 등장하는 '마나'의 경우에는 아예 서양 기원도 아니고 태평양의 폴리네시아에서 쓰이던 개념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기'의 이러한 변용은 어딘가 틀리긴 했지만 원 개념과 아예 동떨어진 것은 아닌 셈.
4. 한의학에서
한의학에서 치료하는 하는 방식은 사람 몸의 다섯가지 기(화수목금토)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방식이며, 침이나 뜸 같은 것도 기의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말했지만, 사람 몸에 기가 따로 들어있는 게 아니라, 사람 몸이 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다. 쉽게 말해서 사람 몸을 이루고 있는 기의 밸런스가 깨지면 병에 걸리는 거고, 그걸 바로잡는 게 치료라는 것.
일부 학자들은 혈관과 림프관 외에도 제3의 물리적 순환체계(일명 봉한관)가 생명체 내에 존재하고 있다 주장하며, 이것이 경락과 기공의 실체를 밝힐 단서일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봉한관의 존재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장소가 '''북한'''이었던 데다가, 북한에서의 학문이 항상 그렇듯 실험 내역을 '''국가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전혀 쌩뚱맞는 이유로 상세하게 밝히질 않아 다른 대다수의 학자들은 그냥 아예 무가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2018년 현재, 북한에서는 이것도 일단 자기들이 실컷 싸지르기만 하고 후속 연구는 전부 남한과 일본 학계의 몫으로 떠밀어내고 있다. 중화권에서도 초기에는 관심을 가졌으나 2010년대 이후로는 "현대에 문제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질병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훈고학적인 접근에 집중하고 있어 봉한학설은 관심사에서 밀려났다.
5. 매체에서의 등장
가면라이더 시리즈에서 마황력이라는 힘을 사용한다. 사용하기에 따라서 핵무기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나 보다.
대전액션게임에서는 초필살기를 쓰기 위해 필요한 게이지를 통칭 "기"라고도 일컫는다.
슈퍼전대 시리즈에서는 기를 사용해 메카도 만들어낼 수도 있다.(!)[5]
영기(靈氣; reiki)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해당 문서 참고.
마법선생 네기마!를 비롯한 아카마츠 월드에서는 '''인간의 내측의 생명력을 태워 만들어지는 힘'''으로, 엄밀히 따지면 인체 외부의 힘인 제1원질을 변환시켜 받아들이는 마력과 동질이지만 방향성이 반대인 힘이다.
5.1. 관련 캐릭터 및 작품
- 드래곤볼
- 무협
- 쿵푸팬더3
- 호랑이형님
- 스타워즈: 포스라는 개념은 기(氣)에서 따온 것이다.
- 헌터×헌터: 작중 등장하는 넨과 아우라#s-6.1 개념이 무협지의 기와 상당히 흡사하게 다루어진다.
- 뮬란(영화)
6. 기타
근래에는 무선충전의 원리가 마치 기와 같다고 비유해서 국제 표준 방식의 이름을 '치(Qi)'라고 부른다.
7. 관련 문서
[1] 중국어를 영어로 음차해서 사용한다.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Qi energy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2] 그래서 공기, 기체의 '기' 자가 바로 이것이다.[3] 물론 불교의 불성이나 법신불 사상, 인도 우파니샤드 철학의 아트만-브라만(둘은 궁극적으로는 하나이다) 개념은 일원론적인 측면도 있다.[4] 물론 같은 개념으로 설정하더라도 사용 방식이나 운용 방식을 다르게 놓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기는 단전에 저장하고 마나는 심장에 저장한다는 것으로 운용 방식이 다르거나, 또 다른 예로는 기는 신체에 저장을 하고, 마법은 마법 연산이나 술식에 저장한다는 식으로 사용 방식을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무림인은 마법을 못쓰고 마법사는 기공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식으로 묘사한다.[5] 게키렌쟈 이전 작품인 광전대 마스크맨과 오성전대 다이렌쟈 역시 기의 비중이 큰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