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

 

1. 개요
2. 철학의 역사
2.1. 철학 하위 분야의 역사
3. 철학사를 바라보는 관점
3.1. 철학사와 지성사, 그리고 사상사?
3.2. 철학사는 서양에만 있었는가?
3.3. 서양철학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3.4. 철학의 역사는 발전해왔는가?
3.5. 철학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는가?
4. 철학과에 갓 들어온 학부생을 위한 철학사의 독해
5. 참고해 볼 만한 철학사 서적


1. 개요


哲學史/History of Philosophy
"철학사"란 말 그대로 철학역사를 가리킨다. 철학사를 연구하는 학자는 흔히 '''"철학사가"'''라고 불린다.
철학의 특성상 철학 연구에서 철학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학에서 수학사가 차지하는 비중 혹은 물리학에서 물리학사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크다. 이 항목은 그런 철학사 자체의 의의와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철학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 참조할만한 지침에 관해 기술한다. 실제 철학의 역사를 참조하기 위해선 철학사/서양철학사/동양 페이지를 방문할 것.
특히 철학은 그 역사가 긴 만큼 선행 자료와 다양한 관점이 많으므로, 보다 신뢰할 만한 전문가스탠포드 철학 백과사전 같은 전문 자료를 참조하길 권한다.

2. 철학의 역사


상술한 바대로 본 항목에서는 철학의 역사보다는 철학의 역사의 연구를 보다 중점적으로 다룬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비롯되어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서양"'''의 철학적 역사에 관해서는 '''철학사/서양''' 항목을 참조.
인도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동양"'''의 철학적 역사에 관해서는 '''철학사/동양''' 항목을 참조.

2.1. 철학 하위 분야의 역사



3. 철학사를 바라보는 관점


철학이 어떤 학문이고, 그것의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는 철학의 큰 논의 내용 중 하나이다. 이하 소개된 내용들은 철학사에 대한 논쟁 가운데 잘 알려진 사례들이며, 그외에도 다양한 논쟁거리들이 있다.

3.1. 철학사와 지성사, 그리고 사상사?


일반적으로 "지성사"와 "사상사"는 다음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 지성사(Intellectual History): 인류의 모든 지적인 활동, 즉 지성에 의거한 학문적 활동의 역사.
    • 과학사는 명백하게 지성사에 포함된다. 과학은 명백히 인류의 지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반면 과학사가 사상사에 항상 들어가는지는 확실치 않다. 예를 들어 어떤 과학적 발견이 그 학문 분야에서는 중요했지만 인류의 사회, 문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경우, 그 과학적 발견은 지성사적으로는 중요하겠지만 사상사적으로 중요했을지는 확실치 않다.
  • 사상사(History of Ideas): 인류의 사상적 관점과 생각이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대한 역사.
    • 예수의 행적과 가르침은 사상사적으로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인류의 생각, 사회, 문화 자체를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다만 지성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예수의 행적 자체는 그 중요성이 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예수의 가르침은 분명히 이후 교부들과 그 반대자들의 지적 활동의 토대가 되었지만, 그 자체로는 학문적인 활동은 아니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사 서술의 큰 쟁점 중 하나는 철학사가 지성사와 사상사, 그리고 그 너머의 문화사회적 맥락을 얼마나 수용해야하는지 여부이다. 즉 철학사가 '철학만' 따져도 되는지 아니면 보다 넓은 맥락을 포함해야하는지에 관한 논쟁인 것이다. 이에 관한 주된 입장들은 다음과 같다:
  • 철학사는 철학으로 족하다: 철학자들도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므로 그 시대의 사상지성, 그리고 문화에 명백히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주장과 근거, 즉 논증이다. 우린 데이비드 흄의 철학적 입장이 얼마나 견고한지 알고 싶은 것이지, 그 사람 사생팬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따라서 철학사는 철학적 내용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서술하는 것으로 족하다.
  • 철학사는 지성사, 사상사 등과 떼놓을 수 없다: 당대의 맥락으로부터 벗어난 철학사는 의미가 없다. 고전역학을 무시하고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이해할 수 있는가? 복음서를 무시한다면 대체 존재 증명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결국 철학사를 잘 알기 위해선 그 시대의 지성, 사상, 문화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만 한다.

3.2. 철학사는 서양에만 있었는가?


흔히 "철학사"라고 하면 동양을 제외하고 서양만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버트런드 러셀이 <서양철학사(A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를 저술하기 전까지 서양에선 "철학사"라고 할 때는 오직 서양의 철학사를 가리킬 뿐, 다른 지적 전통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현대대한민국에서조차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논쟁의 관건은 '철학이란 무엇이고, 그 범주에 동양의 오랜 지혜들이 포함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내놓는 답들이 갈린다는 점에서부터 비롯되며, 이 문제에 관한 대표적인 입장들은 다음과 같다.
  • 서양의 잣대를 동양에 들이밀면 안 된다: 애초에 두 지역에서 나타난 사상적 내러티브는 본질적으로 같을 수가 없다. 당장 생각해보자. '체계적인 논문 발표와 토론을 수반하는 학계'라는 개념이 동양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 말은 동양에 지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두 지역에서 진행된 지성의 역사가 외형적 체계로 보나 내면적 경향으로 보나 애초에 달라서 같은 체계에 넣을 수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 대한민국에서 쓰이는 '철학', '학계', '논문', 등의 단어는 본래 동양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 쓰이던 단어를 번역하던 과정에서 '완벽하게' 대체할 단어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임의로 그렇게 쓴 것이 자리잡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의 철학을 세계의 철학사에 제멋대로 평가해서 구겨넣는다면 어떤 사상가의 사상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에 대해 판단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많은 학자들은 '판단'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그것이 서양의 고유한 특성이 아닌가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 서양 같은 철학사가 동양에도 충분히 있다: 동양의 지성사에서 나타난 개념들이 서양사와는 전혀 상이하다고 보는 것도 편견이다. 현대의 "논문" 같은 개념들은 근대적 개념이지, 서양의 전통적이고 고유한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플라톤 등이 했던 활동이 "철학"이라면 제자백가가 했던 활동도 충분히 철학이다. 철학이 서양철학을 보통 칭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근대 이후 서양의 학문들이 정치적으로나 학술적으로나 크나큰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주류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1]. 따라서 남은 과제는 현대적 관점에서 동양의 지적 전통을 보다 합리적으로 연구하는 것일 뿐이다.

3.3. 서양철학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합리성을 중시하는 서양 철학이 시작한 것이 탈레스부터였다는 것에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동의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있었던 신화내러티브[2]가 서양의 철학과 어떻게 관계하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엇갈리는데, 그래서 비교적 최근에 나온 철학사 서적들은 일단 첫 장을 호메로스부터 시작한다.
주목 할 만한 것은 호메로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느냐이다. 많은 철학사 서적들은 '그리스 철학의 문제 제기들을 호메로스의 철학사에서 발견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데[3], 이것에 대해 국내의 김상봉 등의 학자는 '호메로스에게서 이성적 사유를 찾아내는 식의 철학사관은 아버지가 아들을 닮았다고 말하는 셈'이라고 비판한다. 즉 이성적 문제 제기가 아닌 호메로스 신화에서 볼 수 있는 '어떤 것'이 후대의 철학이 생겨나는 것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것이다.

3.4. 철학의 역사는 발전해왔는가?


자연과학은 지난 수천 년간 명백히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철학은 지난 수천 년간 과연 얼마나 발전했는가? 발전이 있기는 했는가?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플라톤이나 공자에 비해서 철학적으로 더 아는 게 많은가?
  • 철학은 발전해왔다: 우리는 플라톤이나 공자보다 철학적으로 아는 게 많다. 아이작 뉴턴의 명언을 빌리자면 철학의 역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의 어깨 위에 다시 또다른 난쟁이가 올라선 과정이다. 물론 자연과학만큼 극적인 발전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철학자들은 고대의 철학자들보다 명백히 더 많은 철학적 문제들을 접하고 더욱 정교한 논증들을 파악하고 있다[4]
  • 철학은 발전하지 않았다: 우린 플라톤이나 공자보다 나은 게 없다. 결국 철학자들은 똑같은 문제와 똑같은 해법을 되풀이 할 뿐이다. '사실 단일된 철학이란 존재하지 않고 철학자들의 내러티브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철학자들도 있다. 이런 입장에 관해서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논문을 참고하라.

3.5. 철학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는가?


철학사 자체가 그들의 철학인 학자들이 있는데, 이 <서설>은 이러한 이들을 위해 쓴 것이 아니다. 이런 학자들은 이성 자체의 원천들로부터 길어내려고 애쓰는 이들이 그들의 일을 결말지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다.

--

'''임마누엘 칸트''', <형이상학 서설> IV255 (백종현 역)

수많은 철학자들과 철학도들이 키배를 벌여온 떡밥 중 하나. 논쟁의 핵심은 철학 연구를 하는 데 철학사적 지식이 반드시 필요한지 여부, 그리고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깊게 알아야만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실제로 대학교의 많은 철학과에서는 어느 정도 철학사에 관한 교육을 시키는데, 이는 물리학과에서 딱히 물리학사에 관한 교육을 전공으로 시키지 않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런 논쟁에서 맞서는 두 극단적 입장은 다음과 같다:
  • 철학사 연구가 철학의 전부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듯이[5] 모든 철학적 사고는 이미 다 이루어졌다. 따라서 철학자들은 오직 옛 고전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만 전념하면 된다.
  • 철학사 연구는 철학에 불필요하다! 출판된지 5년이 넘은 철학 서적이나 논문은 더 이상 최신의 연구를 위해서는 읽을 필요가 없는 구닥다리다. 철학자들은 오직 현재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전념하면 된다.
당연히 전자는 후자가 자신의 뿌리도 모르고 헛된 짓을 하는 것이라 비판하고, 후자는 전자가 그저 훈고학에 매달릴 뿐이라고 비판한다. 대부분의 철학자와 철학도들은 이 두 극단 사이 어디엔가에서 철학사에 대한 자신의 나름의 입장을 지니고 있다. 철학사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논쟁 사안은 철학사의 의의 및 그 접근 방식에 관하여 이루어지고는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다 온건한 형태의 논쟁은 다음과 같은 입장들 간의 견해차로부터 촉발되고는 한다.
  • 철학사의 의의는 최신 연구를 보조하는 데 있다. 철학사를 공부함으로써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또한 최신 연구가 벽에 막혔을 때 옛 고전을 참조함으로써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다.
  • 철학사는 그 자체로 철학적 작업이다. 최신 연구에 대한 응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해도 철학사는 그 자체로 가치 있다. 철학사는 과학처럼 진보해온 것이 아니며, 선현들의 생각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런 입장차는 철학사 연구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차이를 낳고는 한다. 예컨대 전자는 '실제로 옛 철학자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보다는 '어떤 유익한 시사점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따지는 데 주력하며, 특히 분석철학적 훈련을 받은 철학사가는 옛 고전을 철저하게 논증의 형태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둔다. 반면 후자는 실제로 옛 철학자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당대의 사회문화에 관한 이해를 겸비하고, 또한 원문에 대한 철저한 문헌학적 해석 역시 강조하는 편이다.

4. 철학과에 갓 들어온 학부생을 위한 철학사의 독해


이 문단에서는 철학사를 참고하게 될 철학과 학부생들이, 철학사에 접근할 때 유의해야 할 태도에 대해 몇 가지 다룬다.
  • 어휘의 해석에 주의하고, 번역본을 읽더라도 될 수 있으면 원문을 교차 참고할 것. 예컨대 어떤 철학사가 '고대 그리스인의 신화'를 정의할 때, '세계와 생명, 신들과 인간들에 관한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사회의 신앙'[6]이라고 정의했다면, 이 정의에서 '사회'라는 말을 해석할 때 '현대 대한민국의 사회'를 떠올리면 당연히 안 된다. 고대 그리스의 사회는 현대 대한민국의 사회와는 분명히 그 성격이 다르며, 일상적인 글읽기에 익숙해져서 이것을 놓치고 지나치면 당신은 철학사를 오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니 그러면 대체 오독하지 않으려면 '고대 그리스인의 사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해결 방법은 일단 말로는 간단하다. 고대 그리스인의 사회를 다룬 2차 문헌에 파묻혀 지내면 되지. 단어의 의미 하나를 꼼꼼히 음미하며 읽어야 하고, 단순히 책 한 권 읽고 완상하는 것보다는 수많은 다른 자료들을 찾으며 단어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다.
  • 서문을 꼼꼼히 참고할 것.
많은 철학사가들은 글을 시작하며, 서문에서 자신이 철학사를 접하는 태도가 어떤지 미리 밝힌다. 즉, 근현대에 저술된 수많은 철학사들의 첫 문장은 대개 '철학사란 ─이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철학사가가 철학사를 어떻게 보는지, 그래서 책 안에서 쓰인 단어를 그 사람이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7]
  • 1차 문헌을 반드시 참고할 것.
1차 문헌이란 어떤 철학자의 글을 분석하는 글을 쓸 때, 분석의 대상이 된 원문을 가리킨다. 반대로 2차 문헌이란 다른 사람이 1차 문헌을 연구한 저술을 가리킨다. 철학사를 배우려면, 철학사가 파트별로 다루는 1차 문헌을 반드시 참고하라.
  •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노력할 것.
물론 애초에 사람은 선입견이 없으면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대상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많고 그릇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면 올바른 학술적 독해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예로, 철학사의 중세 철학 파트를 읽을 때 '아, 누군가가 중세는 암흑시대(Dark Age)라고 말했지. 중세 사람들은 과학을 탄압했겠지?'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철학사를 접하면 중세의 시대상에 대해 오독할 수 있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중세가 암흑시대였고, 과학과 문화가 쇠퇴했다면 그 쇠퇴한 기반 위에서 어떻게 근대 철학이 탄생했겠는가? 동양의 분서갱유 사건만 보아도, 쇠퇴한 기반 위에서 쇠퇴하기 이전보다 나은 학술적 결과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많은 독서와 자료 검색을 생활화하자.

5. 참고해 볼 만한 철학사 서적


가나다순.
철학사는 언제나 철학계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위에서 제시된 철학과 철학사에 대한 관점 차이만 해도 그렇고, 객관성이라는 개념을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하기 때문에 어느 철학사가 객관적인지에 대해 항상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아래에서 제시한 철학사 책들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므로 아래 모든 철학사 서적들을 죄다 읽음으로써 철학사에 대한 객관적인 입장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철학사 책은 무시하고 바로 1차 문헌으로 돌입할 것인지, 혹은 그냥 철학사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고 바로 현대 철학에 돌입할 것인지는 결국 자신의 관점과 관심 분야에 달린 것이므로 유의할 것.
  • 램프레히트 서양철학사(스털링 P. 램프레히트 저, 1권)
학부 1학년 교재로 쓰이기도 하는 책이다. 독해가 매끄럽게 되는 책은 아니지만 적절한 난이도에서 전반적으로 훑어보기 위한 용도라면 한 번쯤 봐볼만하다. 저자가 대륙 이성론적 전통에 있는 학자라 그 부분이 잘 서술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여느 철학사 서적이 조금씩 갖고 있는 난점이듯 현대철학 부분은 다소 미진한 경향이 있으나 화이트헤드까지는 소개하고 있다.
객관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신뢰할 수 없다는 평이 있다. 러셀의 주관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상당히 편향적인데 이는 러셀 본인도 서문에서 인정하는 바이다. 그래서 철학의 역사를 막 배우기 시작한 입문자에게는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저술 시기가 2차 대전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근대 독일의 철학에 대해 편향적으로 서술한다는 지적이 있다.[8] 역으로 러셀의 사상에 공감하는 독자에게는 추천할 만한데 러셀 자신의 시각으로 기존 철학을 모조리 비판하기 때문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이다.
  • 루트릿지 철학사(Routledge History of Philosophy, 루트릿지 출판사, 10권, 국내 미번역)
사실 이 책은 객관성을 따지기보다는, 같은 책이라도 다루는 사상과 철학자의 파트마다 각 분야의 권위자가 저술을 분담한 것이 중요하다. 코플스톤이나 힐쉬베르거와 같은 사람들의 철학사와는 내용상 차이가 있을 수 있더라도, 신뢰할 만한 학자들의 연구 내용이 반영되었다는 것. 해외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듯 하다. 물론 국내에는 번역이 되지 않아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니다. 총 10권 구성이다.
아동용 소설이라 철학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많은데, 소피의 세계는 엄연히 철학사가 맞다! 동화적 내러티브 속에 철학의 문제들을 역사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독해의 난이도는 말할 것도 없다. 초등학생 수준의 어휘면 읽고 남는다. 만약 철학사가 무엇인지 쉽고 재미있게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참고해도 나쁘지 않다.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설명하자면, 수학 귀신의 철학판 정도?
  • 슈퇴리히 세계철학사(한스 요하임 슈퇴리히, 1권/2권[9])[10]
특이하게도 동양의 철학을 다룬다. 다만 저자가 동양철학을 깊게 파지는 않았는지 그 분량이 많지는 않다. 독해의 난이도는 매우 낮은 편; 그러나 소피의 세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2학년 이상의 학부생이 레포트용으로 참고하기에는 적절치 못하고, 저자도 서문에서 일반인들이 철학사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쓴 책이라고 밝힌다. 만약 철학과에 막 들어온 학부생이라면 이 책을 참고해도 나쁘지는 않을 듯. 서양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그 맥락을 꿸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페이지는 1000페이지가 넘어가기에 두꺼운 편이지만 은근 책장에서 뽀대난다.
  • 스텀프 서양철학사
한국에는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책이 가장 최신판이다.
  • 시르베크 서양철학사
  • 앤서니 케니 서양철학사 (앤서니 케니, 4권)
고대/중세/근대/현대철학이라는 이름으로 4권이 번역되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3권의 원제는 The rise of modern philosophy 4권의 원제는 Philosophy In The Modern World로 번역서에선 근대철학과 현대철학이라고 말하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두 권 모두 modern philosophy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한국에서 통념상 근대철학이라고 부르는 철학들이 근대철학에 현대철학이라고 부르는 철학들이 현대철학에 들어가 있는 경향은 있다. 영미철학의 관점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대륙철학에게는 비판적이고 분석철학 조류에 호의적인 감이 있다. 특히 비트겐슈타인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 코플스톤 서양철학사(프레데릭 코플스톤, 11권)
특이할 만한 사항은 엄청나게 분량이 많다는 것. 이 분량을 어떻게 혼자 다 썼는지부터가 의문이다(…). 독해의 수준은 평이한 편이다. 국내에 코플스톤의 모든 철학사 서적이 번역된 것은 아니며, 출판사도 각기 다르다. 다만 포함된 내용은 매우 상세하며, 학부생이라면 한 번 참고해볼 법한 책.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코플스톤 본인이 철학사를 쓴 동기를 밝힐 때부터 "성당에서 신학도들 가르치려고 만든 책"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립성에 대해 논란이 많다는 것이다. 책 여기저기에 가톨릭 신자인 코플스톤의 관점이 드러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들을 갖다 버리라는 말은 당연히 아니고, 철학사에 관한 서적 중에는 명저로 꼽힌다. 특히 합리론이 그렇다.
  • 힐쉬베르거 서양철학사(요한네스 힐쉬베르거, 2권)
수많은 철학과 학부생들의 친구. 번역하는 데 10년이 걸린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번역판은 1965년 발간된 제 8판을 기준으로 했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강성위 교수가 번역했다. 특징으로는 분량도 적절하고, 설명도 지나치게 장황하거나 편향되지 않고 적절하다. 특히 1권은 신부인 힐쉬베르거의 역량이 잘 드러나는데, 중세철학을 따로 다루는 철학사 책을 제외하면 통사를 다루는 책들 중에서는 고-중세 철학을 가장 컴팩트하고 심도있게 풀이하고 있다. 특히 철학 공부 및 철학사 독해를
할 때 머리속에 박아놔야되는 기초개념들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등을 거치면서 어떤 식으로 변용되어 왔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주제별로 사상을 정리해놓은 것이 보기가 좋다. 그러나 2권은 칸트 정도까지는 그럭저럭 잘 유지를 하고 있으나 현대철학 부분은 다소 미진한 감이 있다. 아무래도 다뤄야되는 범위가 넓은데다가 한 사람이 현대 철학의 모든 분야를 섭렵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독해의 수준은 낮은 편으로[11], 만약 철학과 학부생이라면 코플스톤과 힐쉬베르거의 철학사는 늘 당신과 함께하게 될 것이다. 팁을 하나 적자면, 철학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의 수준으로 해석할 수 없는 문장이 나올 경우 원문이나 영문판을 참고할 것. 영문판은 인터넷 아카이브에서 배포하고 있다.
  • 김준섭 서양철학사(金俊燮, 1권)
아마 한국인이 쓴 최초의 서양철학사로 여겨지며, 단기 4288년, 즉 1955년에 정음사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80년대 초 정음사판이 절판된 이후 80년대 말에 백록출판사에서 복간되었지만 이 또한 현재 절판. 한국인이 쓴 가장 오래된 서양철학사라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다른 서양 철학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소련 등 공산권 철학 사상을 소개하는 챕터가 있는 게 특징.
한편 동양철학사 쪽에서 참고해 볼 만한 서적은 다음과 같다.
인도철학 쪽 서적으로는
  • 길희성 인도철학사(吉熙星, 1권)
힌두교학을 전공한 길희성 전 서강대 교수가 쓴 인도철학사로 한글로 저술된 최초의 인도철학사다. 여러 종류의 인도철학 개설서들을 참조하여 저술된 것이라 독창성이 떨어진다.
  • 나카무라 하지메 인도사상사(中村元, 1권)
일본의 불교학자 나카무라 하지메가 쓴 인도철학사 개설서.
  • 다스굽타 인도철학사(Surendranath Dasgupta, A History of Indian Philosophy, 전5권, 국내 미번역)
지금까지 나온 인도 철학사 서적들 중 가장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데, 정작 국내에서 주로 다루는 불교나 육파철학은 베단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1권에 다 몰려 있다. 때문에 불교 전공자보다는 베단타, 힌두교 전공자에게 더 유용할 수 있다.
  • 라다크리슈난 인도철학사(Sarvepalli Radhakrishnan, 원저는 2권, 국내 번역본은 4권)
인도 공화국 대통령을 역임한 철학자 라다크리슈난의 인도철학사. 현재 국내에 나온 인도철학사 중 가장 분량이 방대하다. 다만 베단타 부분에서는 옹호적 관점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 중립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1권은 베다와 브라흐마나, 우파니샤드 및 비주류 사상인 차르바카, 자이나교, 불교를 다루고 있으며, 2권은 육파철학을 다루고 있는데, 국내 번역본은 이를 더 세분하여 1권은 베다, 브라흐마나, 우파니샤드를, 2권은 차르바카, 자이나교, 불교를, 3권은 니야야-바이셰쉬카와 상키야-요가를, 4권은 미망사와 베단타를 다룬다.
  • Mysore Hiriyanna, Essential of Indian Philosophy(1권)
국내에는 "강좌 인도철학"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원래 이 책은 저자가 이전에 쓴 Outlines of Indian Philosophy를 축약한 것인데, 중복되는 부분들이 대폭 생략되면서 내용이 원본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된 데다 원본에 없었던 마드와의 이원주의 베단타에 대한 해설이 추가되었다. 대신 원본에서 독립된 챕터였던 차르바카, 자이나교, 불교 파트는 한 챕터로 축약되었다.
  • Satischandra Chatterjee & Dhirendramohan Datta, An Introduction to Indian Philosophy(1권)
국내에는 "학파로 보는 인도 사상"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차르바카, 자이나, 불교와 육파 철학의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과 해탈론을 다룬다. 인도철학 전공자들이 입문자에게 길희성 인도철학사 대신 이 책을 입문서로 많이 추천한다.
  • C. Sharma, "A Critical Survay of Indian Philosophy"(1권, 국내 미번역)[12]
  • 정태혁 인도철학(1권)
불교학자이자 국내 요가학의 시초인 정태혁 전 동국대 교수가 쓴 인도철학사 개설서.
  • 서행정 인도의 사상가(1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서행정 교수가 쓴 책으로 고대 이후 인도의 사상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인도 중세 및 근현대 사상가들을 다루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책이다.
중국철학 쪽 서적으로는
  • 노사광 중국철학사(勞思光, 4권)
총 4권으로 되어 있는데 1권은 선진편, 2권은 한당편, 3권은 송명편, 4권은 청대 이후를 다룬다.
  • 리쩌허우 중국고대사상사론, 중국근대사상사론, 중국현대사상사론
리쩌허우(李泽厚)의 중국사상사론 3부작. 중국고대사상사론은 선진시대부터 아편전쟁 이전까지의 사상사를, 중국근대사상사론은 아편전쟁 이후부터 신문화운동 직전까지의 사상사를, 중국현대사상사론은 신문화운동 이후의 사상사를 다룬다.
  • 북경대학 철학과 연구실 중국철학사(4권)
북경대학에서 편찬한 중국철학사. 총 4권으로 되어 있으며, 1권은 선진시대, 2권은 한당시대, 3권은 송명청시대, 4권은 근현대시대를 다룬다. 국내에서는 90년대 후반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후 2005년 출판사를 옮겨 재출간되었다.
  • 임계유 중국철학사(任继维, 1권)
  • 풍우란 중국철학사(馮友蘭)
풍우란의 중국철학사는 두 가지가 있다.
  • 중국철학사(中國哲學史, 2권)
  • 간명한 중국철학사(A Short History of Chinese Philosophy, 1권) - 풍우란에 194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초빙 교수로 있던 시절에 쓴 책으로 위의 중국철학사를 간략하게 축약하면서 동시에 동양 철학의 개념에 익숙치 않은 서양권 독자들을 위해 서양 철학에서 나오는 유사한 개념을 인용한 설명을 덧붙였다.
한국철학쪽 서적으로는
  • 한국철학사연구회 한국철학사상사(1권)
성균관대 한국철학과 출신 학자들이 결성한 한국철학사연구회에서 펴낸 한국철학사 개설서.
  • 한국철학회 한국철학사(3권)
한국철학회 주관으로 편찬된 한국철학사로 한국철학사 중 가장 분량이 방대하다. 김태길 전 서울대 교수가 회장으로 재임하던 1974년부터 편찬에 착수하여 그 예비 작업으로 1978년 한국철학 전공자들의 논문과 이에 대한 논평이 수록된 한국철학연구(전3권)를 펴낸 데 이어 19인의 집필진을 구성하여 1987년 전3권으로 완간되었다.

[1] 심지어 불교학 같은 분야도 현대적 의미의 불교학은 근대 일본, 그리고 서양 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 그대로 남아 있고, 동양철학조차도 '철학사'로 쓰여질 때는 서양의 철학사 스타일로 쓰여지기 시작했다. 일반언어학 같은 중립적인 분야조차도 사실상 서양 언어학, 특히 한국에서는 영어학의 영향이 매우 짙다.[2] 예로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오르페우스 교단 등[3] 대표적으로 요한네스 힐쉬베르거.[4]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은 철학의 역사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보나, 철학 자체가 그런 철학의 역사라고 본다는 점에서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취한다.[5] 전도서 1장 9절)[6] 요한네스 힐쉬베르거.[7] 하지만 어차피 학부생들은 서문을 읽어도 기본지식이 없으면 누구를 저격하는지 어떤 흐름을 지적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다 하고 넘어가려면 머리도 아프고 아예 그리스부터 훑어 나가는 식이 아니면 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적당히 넘어가는 게 유익할 수 있다. 이건 짬이 차고 나서 서문에서 누굴 저격하는지 대강 알아 듣게 되면서 나오는 얘기다.[8] 다만 근대 독일의 철학에 대해 편향적으로 서술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러셀이 흔히 말하는 '대륙철학'에 굉장히 비판적인 인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또한 러셀은 생전의 글쓰기 스타일도 매우 공격적인 편이었다. 굳이 2차 대전 시기가 아니었더라도 이런 식으로 저술했을 가능성이 높다.[9]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임석진 번역본과 배재서관에서 나온 하재창 번역본은 2권으로 되어 있다.[10] 칸트에게 비교적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11] 대학 갓 들어온 철학과 학부생들 기준이고, 평소 철학책을 안 읽어버릇하는 사람들 기준으로 보면 졸라 어렵다. 기본적인 어휘력은 당연히 필요하니, 만약 당신이 어휘력과 독해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판단한다면 소피의 세계나 슈퇴리히 세계철학사를 읽자. 주의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어휘력과 독해력은 철학적 어휘력과 독해력이므로 평소에 많은 책을 읽어온 사람도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할 것.[12] "A Critical Survay of Indian Philosophy"와 "Indian Philosophy : A Critical Survay"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전자는 영국식 철자법으로, 후자는 미국식 철자법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