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웃음 소리를 내었는가
1. 개요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의 등장인물 궁예의 명대사(?). 98회의 한 장면으로, 궁예가 군대를 사열하는 도중에 부인들이 웃음 소리를 낸 것이 발단이다.
2. 대본
해설: (전략) 한편 그 무렵, 철원의 궁예는 나라 이름을 태봉으로 바꾸고나서 순군부의 첫 사열에 나서 있었다.
궁예와 연화가 단상에 앉는다. 군사들이 병장기를 가지고 사열하는 모습을 조정 신하와 부인들이 지켜본다.
궁예: 병부에서 가지고 있던 군의 지휘권을 순군부에 넘겨주었어. 이제부터 뭔가 달라져야 할 것인데.
아지태: 순군부를 맡은 임춘길은 신뢰할만한 장수이옵니다.
궁예: (흐뭇한 얼굴로) 그래야지. 아무튼 아 학사는 이제 조정의 중심이오. 군은 물론이고 이 군을 받쳐주는 다른 조정의 부서들도 확실하게 다그쳐야 하오.
아지태: 예, 폐하.
궁예: 오늘은 모든 신료들이 다 나왔고 또한 중요한 직무를 맡고 있는 장수들의 부인들도 모처럼 다 오라 하였소이다. 안과 밖이 공히 이 나라의 최대 현안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오.
아지태: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옵니다.
군사들의 선두에서 지휘하던 임춘길이 소리 높여 외친다.
임춘길: 위대하신 폐하께 문후를 드려라!
군사들: 충! 충! 충! ...
궁예를 비롯해 신하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열을 지켜보는데, 한 기병이 탄 말이 갑자기 놀라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다. 놀라는 아지태와 종간. 기병이 말에서 굴러 떨어지자 부인들이 웃는다. 뜻밖의 상황에 아지태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궁예의 표정이 굳어간다.
임춘길: 송구하옵니다, 폐하. (바닥에 나뒹구는 기병을 향해) 뭣하느냐? 어서 말에 다시 올라라!
기병: 예, 장군!
다시 말을 타려 하지만 말이 도망가서 넘어지기를 반복하자 부인들이 더 크게 웃는다. 궁예가 웃음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본다. 다른 병사도 눈이 내려 진흙탕이 된 바닥에 넘어졌다가 동료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고, 웃음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궁예: '''지금 누가 웃음 소리를 내었는가?'''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종간이 궁예를 바라본다.
궁예: '''누가 웃었어?'''
왕건의 첫째 아내 유씨와 셋째 아내 유씨가 긴장한다.
궁예: '''이 중요하고 성스러운 자리에서 웃음 소리를 내?! 이런 음탕한 것들이 있나, 어디서 그런 더러운 웃음 소리를 내!!'''
부인들이 겁을 먹고 움츠러든다. 부인들을 보던 궁예가 눈을 감고 입정에 든다(관심법). 침묵한 채 긴장하는 신하들. 그런데 어디선가 석총의 웃음 소리가 들려오자 놀란 궁예가 눈을 뜬다. 석총이 신하들 사이에서, 그리고 부인들 사이에서 궁예를 비웃는다.
궁예: 마구니로구나, 마구니야. 너는 석총이가 아니냐?
궁예가 느닷없이 석총의 이름을 꺼내자 아지태와 종간이 당황한다.
궁예: 이... 서, 석총이가 또 왔어! (부인들을 가리키며) 내군들은 뭣하느냐. 저 요괴들을 끌어내라. 그리고 철퇴로 때려 죽여라!
종간: 폐하, 폐하!
궁예: 군사 훈련은 그만 됐다. 어서 저 요괴들을 끌어내라!
부인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연화: 폐하, 연약한 아녀자들이옵니다. 용서해주시오소서, 폐하.
궁예: 아니오, 저것들은 마구니요. '''저것들이 나를 비웃었어. 이 신성한 자리를 모독을 했어! 내군들은 뭣 하느냐? 어서 저 요괴들을 끌어내라! 그리고 저쪽 것들은 다 끌어내서 철퇴로 때려죽여라!!'''
은부: 끌어내라!
군사들: 예!
웃었던 부인들을 내군들이 끌어내 연병장 바닥으로 내동댕이친다. 웃지 않았던 왕건의 아내들을 포함한 소수의 부인만이 끌려나가지 않는다. 끌려나간 부인들이 살려달라며 아우성친다.
궁예: '''어서 죽여라'''[1]
!!!군사들: 예!
살려달라고 비는 부인들을 내군이 철퇴로 때려 모두 참살한다. 피가 튀는 잔혹한 모습에 연화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고, 왕건의 아내들도 손을 입으로 막으며 공포에 질린다. 신하들도 차마 보지 못한 채 고개를 돌리지만 궁예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모두 지켜본다.
궁예: 꼭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단 말이야. 내군들은 듣거라.
군사들: 예, 폐하!
궁예: 저것들의 목을 모두 매달아 오고 가는 백성들에게 본을 보이도록 하라!
군사들: 예, 폐하!
부인들의 시체를 질질 끌고 나간다.
궁예: '''국가의 만년대업을 위해서 준비 중인 우리 군대야. 이러한 군을 사열하는 중요한 때에 웃어?! 이런 정신을 가지고 뭘 하겠는가?''' 이보시오, 내원.
종간: 예, 폐하.
궁예: 그만 돌아가십시다. 오늘은 더 이상 관심이 없소이다.
궁예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을 내려온다. 신하들을 훑어보던 중 입전의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입전은 벌벌 떨고 있다.
궁예: 경은 누구더라? 의형대에 있는 의형대령이던가?
입전: 예, 예, 예, 폐하. 의... 의형대령 입전이옵니다.
궁예: 하하하... 자네 왜 그렇게 떠는가? 가만히 보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게로구만.
입전: 예, 예...?
궁예: 숨기는 게 있어. 그러나 오늘은 관심법을 쓰지 않겠다. 조심하도록 할지어다.
입전: 예... 예, 폐하...
궁예가 지나간 후에도 입전은 잔뜩 겁에 질려 있다. 궁예의 명령대로 부인들의 시체가 저잣거리에 목이 매달린다.
해설: 궁예의 이 무참한 살육. 특히나 부녀자들에 관한 이 만행을 고려사 실록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궁예는 미륵 관심법을 취득하여 부녀자들의 음행까지도 알아낼 수가 있다고 하였다. 그는 삼 척이나 되는 쇠방망이를 만들어 놓고 죽이고 싶은 자가 있으면 곧 그것을 달구어 죽게 하였다. 그로 인하여 부녀자들이 모두 벌벌 떨었으며 원망과 분함이 날로 심하여졌다'라고 되어 있다.
3. 상황 분석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와 함께 궁예의 광기를 묘사한 장면으로 98화에서 궁예가 신하들과 그 부인들을 불러서 함께 군사들을 사열하던 도중, 갑자기 말이 미쳐 날뛰는 바람에 기병이 말에서 굴러 떨어지자 여인들이 이 모습을 보고 웃었다. 굴러 떨어진 기병이 곧바로 일어서서 다시 말을 타려 했으나, 말이 또 도망가서 넘어지기를 반복하자 여인들은 더 크게 웃는다. 그러자 궁예는 "지금 누가 웃음 소리를 내었는가? 이 중요하고 성스러운 자리에서 웃음 소리를 내? 이런 음탕한 것들이 있나! 어디서 그런 더러운 웃음 소리를 내?!"라고 꾸짖었다.
그렇게 웃은 사람들을 꾸짖은 직후 궁예는 관심법으로 아녀자들을 확인하면서 석총이 사악한 웃음소리를 내는 환청과 비웃는 표정의 환영을 보았고,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종간과 연화가 용서해주라고 간청하는 와중에도 마구니가 있다며 여인들을 철퇴로 '''때려 죽이라고''' 명한다.[2] 이전부터 궁예는 극도로 술에 취하거나 심통이 극도로 심해졌을 때마다 석총의 환영이 보이고는 하였는데, 이때 궁예는 술에 취하지도 않고 또한 심통이 도지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대놓고 석총의 환영이 보였다. 궁예의 정신병이 극도로 심해졌음을 보여주는 일화.
하지만 그 여인들 가운데에 맨 앞에 있던 여인들은 웃지 않고 오히려 정색하고 있었는데, 여인들을 철퇴로 때려 죽이라고 할 때 다행히도 병사들은 정말로 웃은 여인들만 잡아가고 웃지 않은 여인들은 잡아가지 않았다. 그 중에는 왕건의 두 부인도 포함되어 있다. 왕건이 맞이한 두 부인은 정말이지 운이 좋은 사례다. 궁예가 딱히 웃은 여인들만 끌어내라고 명령하지 않았고, 당시 정신 상태를 봤을 때 웃지 않은 여인들까지 싸그리 끌어낸들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석하기 따라서는 근위대인 내군마저도 왕건을 지지하거나 아니면 궁예는 예전부터 왕건하고 인연이 많은데다 종간, 은부보다 제일 신임이 많은 의형제 관계라 최소 눈치를 본다고 볼 수도 있다.[3]
이후 상황을 묘사하자면 아녀자 살육이 벌어진 직후, 아지태의 부하인 입전은 대놓고 벌벌 떠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궁예는 뭔가 숨기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오늘은 관심법을 쓰지 않겠다고 하며 그냥 넘어간다. 사건 직후 아지태와 강 장자는 쿠테타를 모의하지만, 관심법과 내군을 두려워한 입전과 신방은 내군에 가서 역모고변을 한다.
한편 궁예는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며 3척 쇠몽둥이를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날 밤으로 그 유명한 '''법봉'''이 만들어진다.
생각해 보자면 광기를 부리기 이전, 궁예가 웃음소리를 낸 아녀자들을 질타한 행위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그런 반응이 나올만 하였다. 국가가 주관하고 왕이 참석하는 중요한 행사 자리에서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왕이 아무리 성군이라 하더라도 무사할 수 있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군다나 사망에 준하는 큰 사고[4] 를 당한 병사를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웃은 행위는 현대 기준으로도 매우 무례하고 개념없는 행위이기에 궁예가 여인들을 꾸짖는 것 만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낙마는 현대의 교통사고랑 비교될만한 '''대형사고'''다. 골절로 끝나면 차라리 양반이며,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5] 멀리 갈거 없이 당장 들장미 소녀 캔디의 안소니 브라운이 여우 사냥에서 낙마해서 사망한 일이나 슈퍼맨의 크리스토퍼 리브도 낙마 사고를 당한 후의 삶을 생각해보면 된다. 거기에 사극에서 말 타는 장면을 찍다가 사고로 '''죽거나''' 죽을 뻔한 사람이 많다.[6] 자짓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수 있는 심각한 사고를 당했는데 그 자리에서 깔깔대며 웃는다? 공적, 사적인 자리를 떠나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궁예는 부인들을 질타하는 수준에서 끝낸 것이 아니라, 아녀자들 질타를 한뒤 바로 관심법으로 확인하면서 죽은지 한참 된 석총이가 보인다며 광기를 부렸고, 결국엔 수 많은 사람들을 즉결처형해버린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궁예가 미치광이임을 대놓고 보여주는 꼴만 되고 말았다 .
여담이지만 드라마 연출상 세밀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한두 명도 아니고 그것도 벼슬아치들의 부인들이 떼죽음을 당했음에도 철원도성에 줄초상이 났다거나 하는 묘사가 없다.[7] 그나마 그 부분에서 부터 98화가 끝날 때까지는 별다른 의미없는 대화씬들 대신에 아지태와 강 장자의 반역 모의, 입전과 신방의 역모고변, 법봉 제작 등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장면들 위주로 사건이 전개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