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엔 티누비엘
'''Lúthien Tinúviel'''
따라서 루시엔은 비신성적 존재 중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이며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그래서 그 탄생부터도 범상치가 않았다. 실마릴리온에 따르면 루시엔이 넬도레스 숲에서 태어났을 때 별처럼 하얀 니프레딜 꽃이 피어나 그 탄생을 반겼다고 한다.
긴 흑발과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베렌에게 나이팅게일이라는 뜻인 티누비엘이라는 이름을 받는다. 또한 다양한 마법 능력도 갖추고 있어서 나중에 그녀가 베렌과 모험을 떠났을 때 이 능력으로 많은 활약을 했다.
톨킨 세계관에서 최고의 미녀로 유명하다. 톨킨의 신화집에서 아름답다는 수식(the Fair, the Beautiful...)은 제법 흔하게 찾을 수 있으나 루시엔에게 바쳐진 찬사는 격이 다르다. 온 시대를 통틀어, '''일루바타르의 자손[2]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두 눈은 별이 빛나는 저녁 하늘의 회색 빛을 띠었으며, 아름다운 흑발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남편 베렌은 도리아스에 들어설 당시 갖은 생고생을 하여 백발이 나고 등이 굽은 몰골이었는데도 루시엔을 보자마자 모든 고통을 잊어버렸고, 사냥'개'인 후안도 그녀를 보고는 사랑에 빠져 주인을 저버렸다. 해당 주인인 켈레고름도 당연히 그녀에게 반해 흑심을 품고 집요하게 그녀를 노렸다. 게다가 암흑 군주 모르고스조차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고, 실마릴리온에서는 이것을 모르고스가 가운데땅으로 넘어온 이후 가장 음흉한 생각이라 일컬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미모는 자손들에게도 대대로 유전됐는지 그녀의 외동아들인 디오르는 물론 손녀인 엘윙, 증손자인 엘론드, 고손녀인 아르웬까지 다들 외모가 아름다웠다고 묘사되어 있다. 특히 아르웬은 루시엔의 자손 중에서 루시엔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하며 3시대의 요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손꼽혔다.
3300여 살쯤 됐을 무렵에 도리아스의 안개 장막을 뚫고 들어온 인간 영웅 베렌을 우연히 만나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졌다. 루시엔은 강대한 세력을 이끄는 요정왕과 마이아의 외동딸로서 제1시대 가운데땅의 요정들 가운데서도 고귀하게 여겨지는 존재였지만, 베렌과 함께 있기 위해서라면 평생 야생에서 살아가는 것도 불사할 정도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들은 한동안 행복하게 지냈지만 루시엔을 사랑하던 음유시인 다이론이 싱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싱골은 루시엔을 추궁했지만 베렌을 죽이거나 감옥에 가두지 않겠다고 맹세할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격분한 싱골이 베렌을 잡아오라 명령하자 그녀는 오히려 그들을 앞질러 가서 자신이 직접 귀한 손님처럼 베렌을 싱골 앞으로 데려온다. 이는 그녀를 얻는 것을 싱골에게 허락받기 위한 베렌의 '퀘스트'의 발단이 된다.
세상 어느 것보다 사랑하고 아끼던 무남독녀 루시엔이 유한한 인간과 결혼하는 것을 차마 허락할 수 없었던 싱골은, 멜리안이 "베렌은 당신에게 죽지 않는다."고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베렌을 루시엔에게서 떼어 놓기 위해 모르고스의 왕관에 있는 실마릴을 하나 가져와야만 결혼을 허락해주겠노라고 엄명을 내린다. 이에 베렌은 패기 있게 나섰지만 루시엔은 불안함을 느꼈고, 얼마 뒤에 멜리안에게서 베렌이 핀로드와 함께 사우론의 기지인 미나스 티리스의 감옥에 붙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인 걸 알게 되자 그를 도우러 나섰다가 싱골에게 붙잡힌다.
싱골은 루시엔을 높은 나무 위에 지은 집에 가두고 감시했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고 마법 능력을 써서 탈출했다. 베렌에게 가던 중에 자신에게 흑심을 품은 켈레고름에게 속아서 그에게 억류됐지만, 그때 발라 오로메가 켈레고름에게 선사한 서역의 사냥개 후안을 만나 그 도움으로 탈출했고, 마침내 미나스 티리스로 가 베렌을 탈출시켰다. 그리고 베렌과 함께 앙그반드까지 가서 문지기 늑대 카르카로스를 마법으로 잠재운 뒤 모르고스의 권좌까지 나아갔으며, 모르고스가 자신의 미모에 경계를 푼 사이 이번에는 앙그반드 전체를 잠에 빠뜨리는 사기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요정이나 인간이 발라들의 개입 없이, 그리고 군대를 통하지 않고 단독으로 모르고스의 권좌로 걸어 들어간 것은 역사상 유일한 일이다.
이렇게 모르고스가 쓰러진 사이 그의 왕관에서 실마릴 하나를 빼냈으나, 베렌의 손이 실마릴을 쥔 채로 카르카로스에게 먹혀버리는 바람에 결국 실마릴을 도리아스로 가져오지는 못했다. 대신 베렌의 없어진 손을 보여줌으로써 그 험난한 모험 과정을 입증받았다. 실마릴을 가져오는 모험을 통해 베렌은 마침내 싱골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실마릴을 삼킨 뒤 내장이 타는 고통을 못 이기고 도리아스까지 달려온 거대한 늑대 카르카로스의 전횡을 막던 중 싱골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어 죽었다. 이에 크게 절망한 루시엔은 슬픔을 못 이기고 죽어 버렸으며, 루시엔의 죽음으로 크게 상심한 싱골 역시 쓰러지고 말았다. 실마릴리온에 따르면 루시엔이 베렌을 따라 죽자 "인간에게 백발 같은 겨울이 싱골을 덮쳤다."고 나와 있다. 아마도 외동딸을 잃은 큰 슬픔으로 요정 생애 제 3주기에 급작스럽게 들어선 것으로 추측된다.[3] 하나뿐인 자식의 사랑을 반대하려다 결과적으로 그 자식을 잃었으니 죄책감이 컸을 듯하다.
이후 루시엔의 영혼은 요정의 운명대로 아만에 있는 만도스의 전당으로 날아갔고, 루시엔은 만도스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의 슬픔을 노래로써 간절히 탄원했다. 루시엔이 만도스에게 부른 노래는 온 세상을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슬픈 노래였다고 하며, 저때 루시엔이 흘린 눈물은 바위에 떨어지는 빗물 같았다고 한다. 루시엔 때문에 처음으로 연민을 느낀 만도스는 루시엔이 베렌을 만나게 해 주었다. 그러나 베렌은 유한한 존재라 그 영혼은 아르다 밖으로 떠나야 했다. 결국 만도스는 다른 발라들과 논의한 끝에 루시엔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하나는 이대로 아만에 남아 세상 끝날까지 편히 사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베렌과 함께 가운데땅으로 돌아가되 그 수명과 행복에 있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루시엔은 베렌에 대한 사랑 때문에 후자를 택하여 베렌을 살려 도리아스로 돌아왔고, 쓰러진 싱골을 회복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베렌과의 사랑을 인정받았다. 그래서 최초로 인간 남성과 맺어진 요정 여성이 되었다.[4]
그 후 베렌과 함께 도리아스를 미련 없이 떠나 라이퀜디들이 사는 옷시리안드에 정착하여 은둔하였고, 여기서 3년 뒤에 그들의 외동아들인 디오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이후 행적은 싱골이 드워프들에게 죽은 후 실마릴이 박힌 목걸이를 찾아오는 과정에서 언급된 것 정도이다. 베렌이 도리아스를 침략한 난쟁이를 격퇴하여 그들이 약탈한 실마릴을 되찾은 후에 베렌과 루시엔은 도리아스의 신다르 왕위를 이어받은 아들 디오르와 작별을 하고 다시 은둔했다. 그때 루시엔이 실마릴이 박힌 목걸이를 차고 있었는데, 그 아름다움은 비할 데가 없었다고 한다. 세계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세계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었으니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리고 1년 후 어느 가을날에 루시엔은 남편 베렌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 베렌을 부활시키는 대신 요정으로서 누리는 영생을 포기했기에 그녀는 요정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처럼 '''진정한 죽음'''을 맞아 그 영혼이 중간계를 영원히 떠나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그녀의 가족들은 본인들이 마이아나 요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처럼 그녀와 다신 볼 수 없는 이별을 한 셈이 되었기에 그들의 슬픔은 매우 컸다고 하는데, 특히 멜리안의 슬픔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베렌과 돌아온 루시엔을 보고 직감적으로 루시엔과 영원히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깊은 상실감을 느꼈는데 그녀의 상실감은 무엇으로도 달랠 길이 없었다는 표현이 있다. 그녀의 사후 실마릴이 장식된 나우글라미르는 그녀의 아들 디오르에게 보내진다.
그리고 모르고스에게서 실마릴을 탈환한 것은 가운데땅 역사를 통틀어 봐도 어마어마한 업적이다. 요정들은 오랫동안 수없이 많은 군대를 희생시키면서도 실마릴 탈환은커녕 모르고스의 권좌에 도달하지도 못했는데, 이걸 요정 한 명, 인간 한 명, 사냥개 한 마리가 해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루시엔에게 가장 큰 공로가 있으므로 미모 못지않게 업적도 전설적인 셈이다. 실제로 사우론이 패배하고 그가 가두고 있던 요정들이 풀려났을 때, 그들은 "페아노르의 아들들도 못한 일을 한 처녀가 해냈다"고 놀라워했다. 실질적으로 사우론과 싸워 물리친 건 후안이지만, 감옥에 있었던 요정들 입장에서는 루시엔이 후안을 부리는 주인이라는 점을 보아 그리 말한 듯하다. 그리고 사후 3시대까지도 가운데땅에서 전설로 회자되고 있는지 골목쟁이네 프로도는 반지 원정대에서 나즈굴에 대항하며 "엘베레스와 루시엔의 이름으로 말하나니... 너희는 결코 반지도 나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가운데땅이 부계중심임에도 나중에 루시엔의 아들이 디오르가 어머니 혈통을 바탕으로 외할아버지인 싱골의 왕위를 계승한 것도 루시엔의 이런 업적 덕으로 보인다. 물론 루시엔이 싱골의 무남독녀이기도 하지만, 도리아스 왕실에 (켈레보른 같은) 다른 남자 왕족이 없는 것도 아닌데도 다들 디오르의 계승을 인정하는 것을 보면 루시엔의 행동이 얼마나 당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는지 엿볼 수 있다.
한편, 아르웬의 전생이라고 생각하고 봐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아르웬과 공통점이 많다. 루시엔의 자손 중 그녀와 가장 닮은 얼굴을 가진 자가 아르웬이라고 하고, 운명도 닮은 부분이 있다. 루시엔이 베렌에게 반해 위대한 혈통과 부유한 삶, 영생을 전부 포기한 것처럼 아르웬 역시 고귀한 신분의 요정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영웅인 아라고른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영원한 생명을 버렸다. 또한 둘 모두 아버지가 감금이나 거짓말을 불사할 정도로 단호하게 반대했음에도 결국 허락을 얻어 사랑을 쟁취했다. 아라고른과 아르웬의 관계는 베렌과 루시엔의 부부 관계가 재투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루시엔의 모델이 된 인물은 톨킨이 평생 사랑한 그의 아내 이디스 톨킨이다. 실제로 베렌이 루시엔을 처음 만나는 장면, 즉 루시엔이 숲 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은 이디스 톨킨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보고 써내려간 부분이다. 여담이지만 싱골의 모델이 된 인물은 톨킨과 이디스의 결혼을 반대한 톨킨의 대부인 프랜시스 신부이고, 톨킨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싱골은 톨킨 세계관 캐릭터들 중에 안티가 매우 많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프랜시스 신부는 싱골과 '퀘스트 부여자'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이디스와는 전혀 접점도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입되는 캐릭터를 찾아 보자면 퀘스트 부여자에 대부라는 점에서 오히려 엘론드와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베렌과 루시엔은 약 3300살 차 연상연하 커플이다.[5][6] 재미있는 점은 부모님인 싱골과 멜리안도 요정과 마이아 커플이라 어마어마한 나이 차를 자랑한다는 것이다. 아르다 창조 시기와 요정의 탄생 시기의 간격을 감안하면 멜리안과 싱골의 나이 차이는 루시엔과 베렌의 나이 차이보다 훨씬 많을 것은 물론, 여타 다른 인간 남성과 요정 여성 커플과는 달리 그 나이 차이를 측정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베렌과 루시엔의 모험과 사랑 이야기로 노랫말을 붙인 노래가 불리워졌다. 이는 영화판에서도 언급이 되는데, 책을 읽어본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이스터 에그. 영화에서는 반지 원정대 확장판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아라고른이 호빗들을 데리고 깊은골로 가던 중 홀로 밤을 지새우며 부른다.
한국의 1세대 판타지 작가인 전민희의 닉네임 'Luthien, La noir'는 여기에서 따온 것이다.
1. 개요
실마릴리온의 등장인물. 도리아스의 신다르 대왕 싱골과 그의 아내인 마이아 멜리안의 외동딸이다. 부계 혈통에 따르면 도리아스의 신다르 왕녀이지만 어머니가 마이아이기에 톨킨 세계관을 통틀어 '''유일하게 마이아의 혈통이 섞인 인물'''이기도 하다. 멜리안이 루시엔만 낳았으며, 멜리안 외의 다른 마이아나 심지어 마이아보다 상급 아이누인 발라들 중에서도 자녀를 가진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Tinúviel elvanui'''
Tinúviel the elven-fair,
고운 요정 나이팅게일[1]
이여.'''Elleth alfirin edhelhael'''
Immortal maiden elven-wise,
불멸의 요정 처녀이시여.
'''O hon ring finnil fuinui'''
About him cast her shadowy hair
그녀는 베렌에게 그림자와도 같은 머리칼과
'''A renc gelebrin thiliol'''
And arms like silver glimmering.
은은히 빛나는 은빛 양팔을 드리웠네.
베렌과 루시엔의 노래 (Song of Beren and Lúthien) 中
따라서 루시엔은 비신성적 존재 중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이며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그래서 그 탄생부터도 범상치가 않았다. 실마릴리온에 따르면 루시엔이 넬도레스 숲에서 태어났을 때 별처럼 하얀 니프레딜 꽃이 피어나 그 탄생을 반겼다고 한다.
긴 흑발과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베렌에게 나이팅게일이라는 뜻인 티누비엘이라는 이름을 받는다. 또한 다양한 마법 능력도 갖추고 있어서 나중에 그녀가 베렌과 모험을 떠났을 때 이 능력으로 많은 활약을 했다.
2. 미모
톨킨 세계관에서 최고의 미녀로 유명하다. 톨킨의 신화집에서 아름답다는 수식(the Fair, the Beautiful...)은 제법 흔하게 찾을 수 있으나 루시엔에게 바쳐진 찬사는 격이 다르다. 온 시대를 통틀어, '''일루바타르의 자손[2]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두 눈은 별이 빛나는 저녁 하늘의 회색 빛을 띠었으며, 아름다운 흑발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남편 베렌은 도리아스에 들어설 당시 갖은 생고생을 하여 백발이 나고 등이 굽은 몰골이었는데도 루시엔을 보자마자 모든 고통을 잊어버렸고, 사냥'개'인 후안도 그녀를 보고는 사랑에 빠져 주인을 저버렸다. 해당 주인인 켈레고름도 당연히 그녀에게 반해 흑심을 품고 집요하게 그녀를 노렸다. 게다가 암흑 군주 모르고스조차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고, 실마릴리온에서는 이것을 모르고스가 가운데땅으로 넘어온 이후 가장 음흉한 생각이라 일컬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미모는 자손들에게도 대대로 유전됐는지 그녀의 외동아들인 디오르는 물론 손녀인 엘윙, 증손자인 엘론드, 고손녀인 아르웬까지 다들 외모가 아름다웠다고 묘사되어 있다. 특히 아르웬은 루시엔의 자손 중에서 루시엔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하며 3시대의 요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손꼽혔다.
3. 행적
3300여 살쯤 됐을 무렵에 도리아스의 안개 장막을 뚫고 들어온 인간 영웅 베렌을 우연히 만나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졌다. 루시엔은 강대한 세력을 이끄는 요정왕과 마이아의 외동딸로서 제1시대 가운데땅의 요정들 가운데서도 고귀하게 여겨지는 존재였지만, 베렌과 함께 있기 위해서라면 평생 야생에서 살아가는 것도 불사할 정도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들은 한동안 행복하게 지냈지만 루시엔을 사랑하던 음유시인 다이론이 싱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싱골은 루시엔을 추궁했지만 베렌을 죽이거나 감옥에 가두지 않겠다고 맹세할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격분한 싱골이 베렌을 잡아오라 명령하자 그녀는 오히려 그들을 앞질러 가서 자신이 직접 귀한 손님처럼 베렌을 싱골 앞으로 데려온다. 이는 그녀를 얻는 것을 싱골에게 허락받기 위한 베렌의 '퀘스트'의 발단이 된다.
세상 어느 것보다 사랑하고 아끼던 무남독녀 루시엔이 유한한 인간과 결혼하는 것을 차마 허락할 수 없었던 싱골은, 멜리안이 "베렌은 당신에게 죽지 않는다."고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베렌을 루시엔에게서 떼어 놓기 위해 모르고스의 왕관에 있는 실마릴을 하나 가져와야만 결혼을 허락해주겠노라고 엄명을 내린다. 이에 베렌은 패기 있게 나섰지만 루시엔은 불안함을 느꼈고, 얼마 뒤에 멜리안에게서 베렌이 핀로드와 함께 사우론의 기지인 미나스 티리스의 감옥에 붙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인 걸 알게 되자 그를 도우러 나섰다가 싱골에게 붙잡힌다.
싱골은 루시엔을 높은 나무 위에 지은 집에 가두고 감시했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고 마법 능력을 써서 탈출했다. 베렌에게 가던 중에 자신에게 흑심을 품은 켈레고름에게 속아서 그에게 억류됐지만, 그때 발라 오로메가 켈레고름에게 선사한 서역의 사냥개 후안을 만나 그 도움으로 탈출했고, 마침내 미나스 티리스로 가 베렌을 탈출시켰다. 그리고 베렌과 함께 앙그반드까지 가서 문지기 늑대 카르카로스를 마법으로 잠재운 뒤 모르고스의 권좌까지 나아갔으며, 모르고스가 자신의 미모에 경계를 푼 사이 이번에는 앙그반드 전체를 잠에 빠뜨리는 사기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요정이나 인간이 발라들의 개입 없이, 그리고 군대를 통하지 않고 단독으로 모르고스의 권좌로 걸어 들어간 것은 역사상 유일한 일이다.
이렇게 모르고스가 쓰러진 사이 그의 왕관에서 실마릴 하나를 빼냈으나, 베렌의 손이 실마릴을 쥔 채로 카르카로스에게 먹혀버리는 바람에 결국 실마릴을 도리아스로 가져오지는 못했다. 대신 베렌의 없어진 손을 보여줌으로써 그 험난한 모험 과정을 입증받았다. 실마릴을 가져오는 모험을 통해 베렌은 마침내 싱골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실마릴을 삼킨 뒤 내장이 타는 고통을 못 이기고 도리아스까지 달려온 거대한 늑대 카르카로스의 전횡을 막던 중 싱골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어 죽었다. 이에 크게 절망한 루시엔은 슬픔을 못 이기고 죽어 버렸으며, 루시엔의 죽음으로 크게 상심한 싱골 역시 쓰러지고 말았다. 실마릴리온에 따르면 루시엔이 베렌을 따라 죽자 "인간에게 백발 같은 겨울이 싱골을 덮쳤다."고 나와 있다. 아마도 외동딸을 잃은 큰 슬픔으로 요정 생애 제 3주기에 급작스럽게 들어선 것으로 추측된다.[3] 하나뿐인 자식의 사랑을 반대하려다 결과적으로 그 자식을 잃었으니 죄책감이 컸을 듯하다.
이후 루시엔의 영혼은 요정의 운명대로 아만에 있는 만도스의 전당으로 날아갔고, 루시엔은 만도스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의 슬픔을 노래로써 간절히 탄원했다. 루시엔이 만도스에게 부른 노래는 온 세상을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슬픈 노래였다고 하며, 저때 루시엔이 흘린 눈물은 바위에 떨어지는 빗물 같았다고 한다. 루시엔 때문에 처음으로 연민을 느낀 만도스는 루시엔이 베렌을 만나게 해 주었다. 그러나 베렌은 유한한 존재라 그 영혼은 아르다 밖으로 떠나야 했다. 결국 만도스는 다른 발라들과 논의한 끝에 루시엔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하나는 이대로 아만에 남아 세상 끝날까지 편히 사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베렌과 함께 가운데땅으로 돌아가되 그 수명과 행복에 있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루시엔은 베렌에 대한 사랑 때문에 후자를 택하여 베렌을 살려 도리아스로 돌아왔고, 쓰러진 싱골을 회복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베렌과의 사랑을 인정받았다. 그래서 최초로 인간 남성과 맺어진 요정 여성이 되었다.[4]
그 후 베렌과 함께 도리아스를 미련 없이 떠나 라이퀜디들이 사는 옷시리안드에 정착하여 은둔하였고, 여기서 3년 뒤에 그들의 외동아들인 디오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이후 행적은 싱골이 드워프들에게 죽은 후 실마릴이 박힌 목걸이를 찾아오는 과정에서 언급된 것 정도이다. 베렌이 도리아스를 침략한 난쟁이를 격퇴하여 그들이 약탈한 실마릴을 되찾은 후에 베렌과 루시엔은 도리아스의 신다르 왕위를 이어받은 아들 디오르와 작별을 하고 다시 은둔했다. 그때 루시엔이 실마릴이 박힌 목걸이를 차고 있었는데, 그 아름다움은 비할 데가 없었다고 한다. 세계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세계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었으니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리고 1년 후 어느 가을날에 루시엔은 남편 베렌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 베렌을 부활시키는 대신 요정으로서 누리는 영생을 포기했기에 그녀는 요정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처럼 '''진정한 죽음'''을 맞아 그 영혼이 중간계를 영원히 떠나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그녀의 가족들은 본인들이 마이아나 요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처럼 그녀와 다신 볼 수 없는 이별을 한 셈이 되었기에 그들의 슬픔은 매우 컸다고 하는데, 특히 멜리안의 슬픔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베렌과 돌아온 루시엔을 보고 직감적으로 루시엔과 영원히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깊은 상실감을 느꼈는데 그녀의 상실감은 무엇으로도 달랠 길이 없었다는 표현이 있다. 그녀의 사후 실마릴이 장식된 나우글라미르는 그녀의 아들 디오르에게 보내진다.
4. 평가
가장 아름다운 공주라는 설정임에도 흠잡을 데 없는 성품, 자립 능력과 행동력을 보여준다. 매우 주체적이고 용맹스러워서 아버지의 감시를 뚫고 도리아스를 탈출하여 베렌을 구출했고, 늑대 카르카로스는 물론이고 모르고스 앞에서조차도 두려움이 없었다. 사실 실마릴 가져오기는 베렌이 받은 임무인데, 루시엔이 그를 사우론에게서 구해냈고 이후 앙그반드 입성, 카르카로스와 모르고스 무력화, 실마릴 탈환까지 모든 과정을 루시엔이 주도했다. 그래서 루시엔에게 숟가락 얹었다고 베렌을 까는 의견마저 일부 있으니, 확실히 전형적인 동화 속 공주님과는 백만 광년쯤 떨어져 있다. 특히 사냥개 후안을 타고 베렌을 구하러 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전통적 왕자 캐릭터이다.나르고스론드에는 소란이 벌어졌다. 사우론의 섬에 포로로 잡혀 있던 많은 요정들이 이제 그곳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켈레고름의 달변으로도 잠재울 수 없는 아우성이 일었다. 그들은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감히 하지 못한 일을 한 처녀가 해냈다고 말하며''' 그들의 왕 펠라군드의 죽음을 몹시 슬퍼하였다.
실마릴리온의 '베렌과 루시엔' 중.
그리고 모르고스에게서 실마릴을 탈환한 것은 가운데땅 역사를 통틀어 봐도 어마어마한 업적이다. 요정들은 오랫동안 수없이 많은 군대를 희생시키면서도 실마릴 탈환은커녕 모르고스의 권좌에 도달하지도 못했는데, 이걸 요정 한 명, 인간 한 명, 사냥개 한 마리가 해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루시엔에게 가장 큰 공로가 있으므로 미모 못지않게 업적도 전설적인 셈이다. 실제로 사우론이 패배하고 그가 가두고 있던 요정들이 풀려났을 때, 그들은 "페아노르의 아들들도 못한 일을 한 처녀가 해냈다"고 놀라워했다. 실질적으로 사우론과 싸워 물리친 건 후안이지만, 감옥에 있었던 요정들 입장에서는 루시엔이 후안을 부리는 주인이라는 점을 보아 그리 말한 듯하다. 그리고 사후 3시대까지도 가운데땅에서 전설로 회자되고 있는지 골목쟁이네 프로도는 반지 원정대에서 나즈굴에 대항하며 "엘베레스와 루시엔의 이름으로 말하나니... 너희는 결코 반지도 나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가운데땅이 부계중심임에도 나중에 루시엔의 아들이 디오르가 어머니 혈통을 바탕으로 외할아버지인 싱골의 왕위를 계승한 것도 루시엔의 이런 업적 덕으로 보인다. 물론 루시엔이 싱골의 무남독녀이기도 하지만, 도리아스 왕실에 (켈레보른 같은) 다른 남자 왕족이 없는 것도 아닌데도 다들 디오르의 계승을 인정하는 것을 보면 루시엔의 행동이 얼마나 당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는지 엿볼 수 있다.
한편, 아르웬의 전생이라고 생각하고 봐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아르웬과 공통점이 많다. 루시엔의 자손 중 그녀와 가장 닮은 얼굴을 가진 자가 아르웬이라고 하고, 운명도 닮은 부분이 있다. 루시엔이 베렌에게 반해 위대한 혈통과 부유한 삶, 영생을 전부 포기한 것처럼 아르웬 역시 고귀한 신분의 요정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영웅인 아라고른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영원한 생명을 버렸다. 또한 둘 모두 아버지가 감금이나 거짓말을 불사할 정도로 단호하게 반대했음에도 결국 허락을 얻어 사랑을 쟁취했다. 아라고른과 아르웬의 관계는 베렌과 루시엔의 부부 관계가 재투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5. 기타
루시엔의 모델이 된 인물은 톨킨이 평생 사랑한 그의 아내 이디스 톨킨이다. 실제로 베렌이 루시엔을 처음 만나는 장면, 즉 루시엔이 숲 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은 이디스 톨킨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보고 써내려간 부분이다. 여담이지만 싱골의 모델이 된 인물은 톨킨과 이디스의 결혼을 반대한 톨킨의 대부인 프랜시스 신부이고, 톨킨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싱골은 톨킨 세계관 캐릭터들 중에 안티가 매우 많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프랜시스 신부는 싱골과 '퀘스트 부여자'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이디스와는 전혀 접점도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입되는 캐릭터를 찾아 보자면 퀘스트 부여자에 대부라는 점에서 오히려 엘론드와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베렌과 루시엔은 약 3300살 차 연상연하 커플이다.[5][6] 재미있는 점은 부모님인 싱골과 멜리안도 요정과 마이아 커플이라 어마어마한 나이 차를 자랑한다는 것이다. 아르다 창조 시기와 요정의 탄생 시기의 간격을 감안하면 멜리안과 싱골의 나이 차이는 루시엔과 베렌의 나이 차이보다 훨씬 많을 것은 물론, 여타 다른 인간 남성과 요정 여성 커플과는 달리 그 나이 차이를 측정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베렌과 루시엔의 모험과 사랑 이야기로 노랫말을 붙인 노래가 불리워졌다. 이는 영화판에서도 언급이 되는데, 책을 읽어본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이스터 에그. 영화에서는 반지 원정대 확장판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아라고른이 호빗들을 데리고 깊은골로 가던 중 홀로 밤을 지새우며 부른다.
한국의 1세대 판타지 작가인 전민희의 닉네임 'Luthien, La noir'는 여기에서 따온 것이다.
[1] 티누비엘Tinúviel의 뜻이자 베렌이 지어준 별명이며 그녀의 또다른 이름이다.[2] 요정과 인간[3] 요정은 신체적으로 나이들지는 않지만 키르단처럼 아주 오래 살거나 혹은 큰 비극을 겪은 경우 수염이 나고 나이들어 보이는 외모가 된다. 이 단계가 요정의 생애 제 3주기 (third cycle of life)이다.[4] 두 번째로 인간 남성과 맺어진 요정 여성은 투르곤의 딸 이드릴이며 세 번째로 인간 남성과 맺어진 요정 여성은 엘론드의 딸인 아르웬인데 아르웬은 루시엔의 고손녀이다. 특이하게도 인간 남성과 요정 여성 커플은 요정 여성이 모두 고귀한 신분을 갖고 있는 반면 인간 남성 역시 고귀한 신분이지만 배우자를 만났을 당시에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5] 이는 투오르와 이드릴, 아라고른과 아르웬도 마찬가지였다. 요정인 여성 쪽이 인간인 남성에 비해 한참 연상이었다.[6] 덤으로 루시엔의 모티브가 된 이디스와 톨킨의 나이 차이는 이디스 쪽이 3살 연상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