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골
'''Elu Thingol'''
[image]
1. 소개
실마릴리온의 등장인물. 신다르의 초대 상급왕이다. 본명은 "엘웨"이지만 "회색 망토"라는 뜻의 "싱골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신다린으로 하면 "엘루 싱골"이 된다. 작중에서는 페아노르를 제외하면 엘다르 군주 중에 가장 위대한 자라 한다. 원문이 Great이니만큼 아마도 고평가의 원인은 지배하는 영토의 크기인 듯. 놀도르 망명군주들이 오기 전까지는 벨레리안드 전역이 그의 영토였고, 싱골은 놀도르 망명군주들 모두를 자신의 제후왕 비슷한 취급을 했으며 놀도르들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싱골을 연장자[1] 이자 먼저 정착해 있던 선임으로 대우해 주었다.
엘다르 중 상대적으로 체구가 가장 작은 텔레리이지만 특이하게도 '''"일루바타르의 자손들 중 키가 가장 컸다."'''는 묘사가 있다. 종종 비교되는 페아노르처럼 외모가 아름답다는 묘사도 있으며 머리카락은 특이하게도 '''은회색'''이라고 한다. 텔레리의 대부분이 흑발이지만 왕족을 중심으로 소수만 은발을 지녔는데 싱골이 대표적인 예이다. 싱골의 바로 아래 동생이자 발리노르로 간 텔레리의 상급왕인 올웨도 은발이며[2] 막내동생 엘모의 아들로 그에게는 조카손자이자 훗날 갈라드리엘과 결혼한 켈레보른도 은발이다. 또한 켈레보른과 갈라드리엘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로서 훗날 싱골의 고손자 엘론드의 아내가 된 켈레브리안도 자신의 아버지처럼 은발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스란두일의 아버지이자 초록큰숲의 초대 왕인 오로페르도 각종 팬아트에서는 은발로 많이 그려지는데 공식 설정은 아니다.
초기 원고에서의 이름은 틴웰딘트(Tinweldint)로 등장한다. 상위문서 중 Book of Lost Tales 2 의 나우글라프람 이야기 참조.
2. 작중 행적
요정의 세 부족 중 텔레리의 대표이자 엘다르의 세 대사 중 한 명으로, 나머지 둘인 잉궤, 핀웨와 함께 아만에 가서 두 나무의 빛을 본 후 대이주를 추진한다. 특히 핀웨와는 대단히 친해서 그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발걸음이 느린 텔레리 백성들을 독촉했고 그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한 많은 텔레리가 뒤에 쳐져서 낙오자가 많았다. 그가 가운데 땅에 남겨진 것도 그와 관련이 있는데 핀웨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난 엘모스 숲에서 멜리안의 노랫소리에 홀려 마법에 걸렸고 이후, 실종되었다. 그 때, 다수의 텔레리들이 싱골을 찾다가 아만으로의 이주를 포기하게 된다. 이 때 발리노르로 이주한 텔레리 일족을 이끈 이는 싱골과 함께 텔레리를 이끌었던 동생 올웨로, 올웨는 아만으로 건너가 항구도시 알쿠알론데를 건설한다. 그리고 올웨의 외동딸 에아르웬이 핀웨의 삼남 피나르핀과 결혼해 핀로드를 비롯한 아들들과 외동딸 갈라드리엘을 낳는다. 나중에 페아노르를 따라 벨레리안드로 망명한 놀도르중에 피나르핀의 자녀들만이 유일하게 도리아스의 출입을 허가 받은 이유도 그들이 싱골의 족친(조카손자녀)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뒤에 아내인 멜리안과 함께 다시 나타나, 발리노르로의 이주를 포기한 텔레리 엘프들을 이끌고 벨레리안드의 숲 속에 도리아스 왕국을 건설하였다. 그가 다스리는 텔레리들은 신다르라고 따로 구분해서 불리었으며[3] 이들은 싱골과 멜리안의 가르침을 받아 아만으로 간 바냐르, 놀도르, 텔레리[4] 의 수준에 버금가는 문명을 이룩하고 영광과 발전을 누렸다. 그리고 도리아스에서 싱골과 멜리안은 '''일루바타르의 후손 중 가장 아름답다는''' 무남독녀 루시엔을 낳았다.
한동안 중간계에는 아바리를 제외하면 엘프는 텔레리밖에 없는 상태였으나 망명 놀도르가 중간계로 돌아오면서 아만으로 간 요정들과 재회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동족살상이라는 죄를 저지른 상태였고 망명 놀도르들은 싱골에게 알쿠알론데의 동족살상을 숨겼다. 싱골의 족친인 피나르핀의 자식들도 그 일을 차마 말하지 못했다. 마이아로서 이미 그들의 비밀을 감지한 멜리안이 도리아스에 자신의 제자가 되어 머물고 있던 갈라드리엘을 추궁했으나 그녀 역시 약속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숨긴다고 숨겨질 일은 아니었기에 싱골도 결국 제1차 동족살상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5] 놀도르들을 크게 비난했다. 이후 싱골은 자신의 백성인 모든 신다르에게 놀도르들의 언어인 퀘냐사용을 금지하고, 자신의 왕국인 도리아스에 피나르핀의 자식들을 제외한 모든 놀도르의 출입을 금지했다.
모르고스가 부활한 후에는 멜리안의 마법의 힘으로 왕국의 경계에 일종의 결계인 안개장맥을 치면서 장기간 동안 쇄국정책을 펼치며 오랫동안 벨레리안드 내의 강성한 대국의 군주로서 군림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위대한 운명이 예정된 인간 베렌이 멜리안의 장막을 통과해 싱골의 딸 루시엔과 만나게 되었고 둘은 운명처럼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둘은 몰래 사랑을 나누었지만 루시엔을 짝사랑하고 있었던 음유 시인이자 언어학자인 다이론이 둘의 사랑을 알게 되었고 질투심을 못 이겨 두 사람의 은밀한 사랑을 싱골에게 일러바쳤다.[6] 이 세상 그 어떤 엘프 왕자보다도 귀하게 여기며 키운 지극히 사랑하는 무남독녀가 평소 무시하고 있던 유한한 생명의 인간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싱골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싱골은 슬픔과 놀라움에 젖어 루시엔에게 곧바로 베렌에 대해 물어봤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베렌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 전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하지만 어쨌든 부딪혀야 할 일임을 안 베렌은 결국 루시엔과 함께 싱골에게 찾아간다. 베렌이 루시엔을 원한다며 당당히 혼담을 띄우자 싱골은 심한 살의까지 보였고 멜리안은 싱골에게 "베렌은 당신에게 죽지 않는다."며 그만 둘 사이를 인정하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싱골은 한낱 인간이 자신의 딸에게 손을 대고도 살아남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멜리안의 진심어린 충고까지 무시하며 루시엔과 결혼하는 조건으로 베렌에게 '''실마릴을 요구한다.'''
사실 싱골이 정말 실마릴을 원해서 저런 요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저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루시엔과 베렌의 사랑과 운명을 받아들일 생각도 애초에 없었으며 무엇보다 베렌과 루시엔이 맺어지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싱골은 일개 인간인 베렌이 진짜로 모르고스가 지니고 있는 실마릴을 가져올 수 없으리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며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 베렌을 죽임으로써 루시엔과 떨어뜨려 놓을 작정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실마릴 항목에도 언급되어있지만 이는 '''싱골 본인의 파멸 뿐만 아니라 그의 왕국 도리아스 전체의 파멸 나아가 그의 후손 대대로 이어지는 재앙'''이 될 결정이었다. 텔레리이고 신다르이기에 원래는 자신에게 전혀 해당 사항이 없었던 실마릴의 저주에 자신이 지극히 사랑하는 딸과 그 후손들까지 포함해서 자신을 섬기는 도리아스의 모든 신다르까지 다른 망명 놀도르처럼 얽히게 해버린 것이다. 물론 당시에 그의 아내이자 여왕인 마이아 멜리안은 마이아로서의 예지력으로 이를 내다보았다. 멜리안은 싱골에게 "베렌은 당신에게 죽지 않는다."며 그만 두라고 했다. 하지만 싱골은 끝내 베렌에게 실마릴을 가져 오라며 도리아스 밖으로 내보냈다. 기어이 명령을 내린 싱골에게 멜리안은 그와 루시엔뿐만 아니라 장차 도리아스에게도 위험이 될 결정이었다고 충고하나 그는 끝내 듣지 않았다.
베렌은 실마릴을 얻고 돌아오겠다고 싱골에게 맹세한 뒤 실마릴을 얻으러 떠난다. 루시엔은 베렌을 따라 나서려 했으나 싱골에게 저지되어 도리아스에 남아야 했다. 하지만 얼마 뒤 불안함을 느껴 어머니 멜리안에게 갔다가 베렌이 사우론에 의해 미나스 티리스에 갇혀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연히 루시엔은 그를 구하러 가려 했고 이에 싱골은 루시엔을 높은 나무 위에 지은 집에 가둬 두었지만 루시엔은 마법을 써서 기어이 감금 상태에서 빠져 나와[7] 베렌에게 향한다. 루시엔이 사라지자 도리아스의 모든 백성들에게는 슬픔과 침묵이 찾아들었고, 그제서야 싱골은 후회하며 멜리안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멜리안은 이미 시작되어 버린 일인지라 지금은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며 조언을 거절한다.[8] 사실 싱골은 루시엔이 멀리 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페아노르의 셋째 아들로 당시에 사촌 형제인 핀로드의 왕국인 나르고스론드에 있던 켈레고름이 루시엔은 자신의 곁에 있으며 자신이 루시엔과 결혼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전갈을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원수로 여기는 동족 살상자의 아들에게 루시엔을 뺏길 위험에 처한 싱골은 격분했지만 페아노르의 아들들(페아노리안)에게 맞설 힘이 없었다. 하지만 핀로드를 포함한 피나르핀의 아들들과 교류하며 루시엔을 되찾을 방도를 찾고 있었다. 다행히도 루시엔은 후안 덕분에 켈레고름에게서 달아났으며, 얼마 뒤에 켈레고름과 쿠루핀은 나르고스론드에서 추방되었다. 그 이후에도 싱골은 루시엔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한다.
그리고 이후 베렌과 루시엔이 실마릴에 얽힌 모험으로 인해 엄청 고생한 후 돌아온다. 둘은 앙그반드까지 가서 모르고스와 마주했고 겨우 실마릴 하나를 얻었지만 베렌은 실마릴을 쥔 오른손을 늑대 카르카로스에게 물어 뜯겨 실마릴과 오른손도 잃은 상태였다. 비록 실마릴은 가지고 오지 못했지만 베렌의 오른손을 잃고도 당당한 모습과 루시엔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것을 보며 싱골의 완고한 마음은 마침내 누그러졌다. 그 험난한 모험을 완수하게 만든 루시엔의 베렌을 향한 깊은 사랑을 비로소 인정하게 된 것이었다. 또한 그들의 모험담을 다 듣고 난 뒤에는 베렌이 비록 유한한 인간이라 해도 실로 용감하고 위대한 인물이며, 나아가 루시엔과 베렌의 운명은 세상 무엇도 갈라놓을 수 없도록 하나가 됐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반대를 접어 그들을 허락한다.
그러나 이젠 실마릴을 삼킨 카르카로스가 멜리안의 장막을 통과해 도리아스를 위협했고 싱골과 베렌은 벨레그, 마블룽, 사냥개 후안과 함께 사냥에 나선다. 하지만 카르카로스의 급습에 싱골을 지키려던 베렌은 카르카로스에게 가슴을 물어뜯기는 중상을 입고 만다. 그 직후에 후안이 카르카로스에게 덤벼들어 치열하게 싸운 끝에 카르카로스를 죽였고, 베렌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역시 숨을 거뒀다. 모든 것이 끝나자 카르카로스의 배를 갈라 실마릴을 회수할 수 있었지만 이미 부상이 심했던 베렌은 회수된 실마릴을 들어 싱골에게 바친 후 "이제 제 모험은 끝났습니다."라며 숨을 거둔다. 얼마 뒤에 베렌의 죽음으로 크게 충격받고 상심한 루시엔 역시 그의 곁에 쓰러져 영혼이 육신을 떠나 베렌의 영혼이 있는 만도스의 궁정으로 향하는 죽음을 맞고 말았고, 실마릴리온에 따르면 "인간에게 백발 같은 겨울이 싱골을 덮쳤다."고 한다. 아마도 외동딸을 잃은 큰 슬픔으로 요정 생애 제 3주기에 급작스럽게 들어선 것으로 추측된다.[9] 하나뿐인 자식의 사랑을 반대하려다 결과적으로 그 자식을 잃었으니 죄책감이 컸을 듯하다.
그런데 만도스의 궁정에서 자신의 노래로 발라들의 마음까지 움직인 루시엔은 베렌과 같은 유한한 운명을 얻는 조건으로 베렌과 함께 가운데땅으로 살아 돌아온다.[10] 돌아온 루시엔은 싱골의 겨울을 치유했으나 그녀가 인간처럼 유한한 운명을 받은 탓에 싱골과 멜리안은 딸이 죽으면 인간들처럼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었고, 멜리안은 그 무엇으로도 달랠 길 없는 큰 상실감에 빠졌다. 베렌과 루시엔은 싱골이 회복되자 곧 도리아스를 떠나 옷시리안드에 정착했고, 거기서 3년 뒤 두 사람의 사이에서 싱골의 유일한 외손자로서 훗날 도리아스의 2대 왕이 되는 디오르가 태어났다.
그런데 실마릴에 관해서 페아노르의 아들들인 페아노리안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루시엔과 베렌이 실마릴 하나를 도리아스로 가져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페아노리안은 싱골에게 전갈을 보내 "실마릴을 내놓으라."고 공공연히 다그쳤다. 멜리안은 실마릴을 그들에게 돌려주라고 간언했으나 싱골은 끝내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일차적으로는 친구인 핀웨의 손자라 자기보다 한참 어린 페아노리안이 자신을 무시하고 협박하는 말투에 빈정이 상한 것도 큰 요인이 됐고, 뿐만 아니라 베렌과 루시엔은 실마릴을 얻기 위해 온갖 고초를 다 겪었는데 그 모험 과정에서 역시 페아노리안인 켈레고름과 쿠루핀은 루시엔을 납치해 강제로 결혼하려다 뜻대로 안 되자 루시엔을 죽이려다 베렌을 살해할 뻔한 만행을 저질러 그들을 더 힘들게 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원래부터 페아노리안에게 감정이 심하게 상해 있었던 데다가 싱골은 실마릴을 손에 넣게 되자 그 마력에 매료되어 그것을 영원히 소유하고 싶어졌다. 결국 그는 멜리안의 충고를 듣지 않고 페아노리안의 사자들에게 경멸조의 답변을 하여 돌려보냈다.
이때쯤 마이드로스의 연합이 결성되기 시작했는데 결국 도리아스에서는 거의 도움을 주지않았다. 사자가 돌려보내진 후 켈레고름과 쿠루핀은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고 온 뒤에도 실마릴을 내놓지 않으면 싱골을 죽여버리고 도리아스도 멸망시키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게 다녔기 때문에 싱골은 왕국의 변경 수비를 강화하고 페아노르의 아들 마에드로스가 주도하는 전쟁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 협박 때문에 싱골은 니르나에스 아르노에디아드 때 전혀 나서지 않아서 페아노리안은 대패하고 나라를 잃은 채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만다. 페아노리안의 자업자득.[11]
그런데 자기 감정 때문에 가운데땅의 사활이 걸린 일에 전혀 나서지 않은 싱골도 어른답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만약 싱골이 자존심이 상하는 걸 감수하고라도 마이드로스의 연합에 가담했다면 페아노리안에 의해 도리아스에 가해진 제2차 동족살상은 없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그게 아니라도 벨레리안드의 대왕을 자처하는 싱골로서는 모르고스에 대항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반박은 있다. 페아노리안은 페아노르의 맹세에 묶여 있었으므로 싱골이 저때 도와줬어도 후에 싱골이나 디오르가 끝까지 실마릴을 안 내놓았다면 2차 동족살상은 불가피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또 도리아스는 멜리안의 마법 덕에 모르고스가 쳐들어오기 힘들었으므로 왕으로서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전쟁에 가담하는 대신 안전한 길을 택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도리아스가 참전했어도 니르나에스 아르노에디아드에서 이길 확률도 없었는데 멜리안이 이를 몰랐을 리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그냥 멜리안의 조언대로 실마릴을 돌려주는 게 최선이었다.
이후 싱골은 점점 더 실마릴에 집착하게 된다. 후린이 바친 나우글라미르를 얻게 된 뒤 그는 실마릴을 나우글라미르에 박아 넣어 엄청난 보물을 만들기 위해 노그로드의 드워프들에게 의뢰를 했다. 그들은 실마릴을 보는 순간 실마릴을 얻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지만 속내를 숨기고 의뢰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것이 완성되고 싱골이 그걸 걸치려고 하자 갑자기 실마릴이 박혀있는 나우글라미르는 우리 드워프들이 만든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것이 실마릴을 향한 탐욕을 감추기 위한 핑계라는 것을 눈치챈 싱골은 그들에게 치욕적인 언사를 하며 도리아스를 떠나라고 명령했으나 탐욕에 불이 붙은 드워프들에게 오히려 순식간에 살해당하고 만다. 실마릴을 얻고 나서 겨우 30년쯤 후의 일이었다. 싱골을 살해한 드워프들은 실마릴을 탈취하여 도리아스에서 달아났으나 곧 추격당해서 죽었고 되찾은 실마릴은 멜리안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싱골과 사별한 멜리안은 크게 상심하여 딸 루시엔과 베렌을 부른 뒤에 아만으로 떠나갔다. 이로써 멜리안이 쳐놓았던 안개 장막이 풀려 도리아스가 적들에게 노출되었고, 추격에서 겨우 도망친 두 명의 드워프가 노그로드의 친족들에게 말을 전하는 바람에 노그로드의 드워프들은 친족들의 복수를 하겠다며 멜리안의 장막이 걷힌 도리아스로 쳐들어 와 도리아스는 철저히 약탈당하고 실마릴은 다시 빼앗긴다. 연락을 받은 베렌이 옷시리안드의 난도르 군대를 이끌고 앤트의 도움을 받아 드워프 군대를 격퇴하고 실마릴을 다시 찾기는 했지만 도리아스는 재건이 필요할 지경이었다. 결국 싱골의 후계자인 외손자 디오르가 2대 왕으로 즉위하여 도리아스 왕국의 재건에 힘썼지만 머지 않아 파국을 맞는다. 디오르가 도리아스를 재건하고 얼마 뒤에 루시엔과 베렌이 죽었고 실마릴이 디오르에게 물려졌는데 실마릴을 노리고 쳐들어 온 페아노르의 아들들은 수많은 신다르를 죽이고 디오르와 아내인 님로스를 죽였고 엘루레드와 엘루린은 숲 속에 버려져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디오르의 외동딸인 엘윙만이 실마릴을 가지고 일부 신다르와 함께 도주할 수 있었다. 결국 왕과 왕자들을 모두 잃은 도리아스는 결국 멸망했고, 신다르 왕가의 계보는 그대로 끊기고 말았다.
3. 평가
실마릴 때문에 실책을 저지르긴 했어도 신다르의 위대한 군주로 표현된다. 물론 아내인 마이아 멜리안의 힘이 컸지만 싱골 자신도 대단히 뛰어난 엘프였다고 한다. 실제로 망명 놀도르가 내려오기 전까지 벨레리안드의 엘프 중 유일하게 두 나무의 빛을 본 엘프(칼라퀜디)였으며 벨레리안드의 모든 엘프들, 심지어 인간들도 싱골을 왕으로 모셨다고 했다. 아내 잘 만난 것밖에 없다고 까이지만 사랑받을 만하니까 사랑받았던 거다.(...)
싱골은 원래 멜리안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도리아스의 부흥도 일으키고 이를 수천년 간 유지한 것만 봐도 유능하고 좋은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베렌을 만났을 때는 (딸과 관련된) 극도의 분노로 판단력이 흐려졌었고, 실마릴을 가지게 된 후로는 실마릴의 마력에 현혹되어 이에 집착하는 바람에 정신줄을 점차 놓으면서 멜리안의 조언도 전처럼 따르지 않게 된 것이다. 싱골의 근본적인 문제라면 다른 종족에 대해 심할 정도로 냉랭하다 못해 편협하다는 점이다. (물론 학살 문제로 놀도르가 먼저 잘못을 했지만) 놀도르를 배척하고는 (동생의 외손자들인 피나르핀의 아들들을 제외하면) 협력할 생각을 안 하고, 초기에 만난 난쟁이들을 괴물로 여기고 사냥했으며, 베렌을 사위로 받아들이기 전에는 인간들을 굉장히 하등하게 봤다.[12]
하지만 아내인 마이아 멜리안의 조언을 결정적일 때 무시하거나 초기에 인간을 깔보는 등 오만한 이미지가 강하다. 훗날 사위가 된 베렌을 무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싱골 자신도 자기보다 고귀한 마이아를 아내로 삼았으면서 베렌을 대하는 태도를 보자면 충분히 거만하게 보일 만하다. 반면에 이후 베렌의 친척인 후린이 니르나에스 아르노에디아드에서 실종되자 그 아들인 투린을 양자 삼아 잘 길러주고[13] 투린이 떠난 후에 도리아스로 들어온 투린의 어머니 모르웬과 그 여동생 니에노르까지 받아서 잘 대우해 준 걸 보면 인간 사위를 들인 후에는 태도가 좀 유해진 듯하다.
그러나 특유의 오만함이 유해지진 못했기 때문에 실마릴의 세공을 부탁받은 드워프들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싱골을 좋게 보지 않는 톨키니스트들이 대부분이다. 싱골의 죽음에 대해서도 싱골이 예전에 드워프들을 처음 발견했을 때 무작정 해칠 정도로 가혹하게 굴었던 인과응보라거나[14] 어쨌든 페아노리안의 재산인 실마릴을 멜리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와서 실마릴에 집착하다 죽었고 이 퀘스트의 결과로 도리아스가 멸망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니 자업자득이라는 반응이 있을 정도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은 싱골도 페아노리안처럼 실마릴이 지닌 마력에 끌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베렌을 루시엔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실마릴을 가져오라는 퀘스트를 걸어 죽이려 했는데 베렌이 정말로 실마릴을 가져와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친구인 핀웨가 장자 페아노르를 너무 편애하여 놀도르에게 파국을 가져왔다면 싱골은 무남독녀 루시엔을 너무 사랑하여 신다르에게 파국을 가져온 셈이다.
그러나 싱골이 실종됐을 때 그를 찾다가 아만으로의 이주를 포기한 텔레리가 상당수였던 점을 보면 백성들에게 신뢰와 지지를 받은 왕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적어도 그가 살아 있을 당시에는 도리아스가 몇 천 년 넘게 건재했고 멜리안의 가르침으로 도리아스의 신다르는 벨레리안드 내에서 가장 고귀하고 우수한 엘프족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싱골이 멜리안의 도움을 받아 실시한 폐쇄 정책에 대해 평가가 갈리지만 그 정책 덕분에 도리아스의 신다르가 오래도록 보호받았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엔 모르고스에게 맞서 싸웠던 상급왕 핑골핀를 필두로 한 망명 놀도르들의 저항으로 본 반사 이익도 분명 있었다. 또한 도리아스 밖의 신다르(미스림)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들은 놀도르의 보호에 의지해야 했다. 실제로 망명 놀도르 출신인 엘프 군주 투르곤, 핀로드를 따라 곤돌린, 나르고스론드로 들어간 미스림도 많았다. HoME에 따르면 핀로드의 조카인 오로드레스의 아내로 길 갈라드를 낳은 여인도 신다르(미스림)라고 한다. 어쨌든 망명 놀도르의 저항으로 간접적으로나마 보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간계의 일원으로서 화합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여담이지만 싱골의 모델이 된 인물이 톨킨과 그의 아내 이디스 톨킨의 사랑을 반대한 톨킨의 대부 프랜시스 신부이다. 그래서 싱골이 저렇게 비난받을 만한 면모 일색으로 그려진 듯하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프랜시스 신부는 싱골과 '퀘스트 부여자'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톨킨의 대부이지 톨킨의 아내인 이디스와는 전혀 접점도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입되는 캐릭터를 찾아 보자면 오히려 엘론드에 가깝다.
[1] 싱골은 1시대 초대 요정왕 세 명 중에 하나이자 핀웨와 같은 세대다.[2] 그러나 은회색이 아니라 백색에 가까웠다는 묘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같은 은발이면서도 싱골과는 좀 차이가 있었던 듯하다.[3] 신다르도 미스림, 팔라스림으로 구분된다.도리아스 국경 밖에 살아서 싱골이 직접 다스리지 못한 미스림의 상당수는 망명 놀도르의 통치 하에 들어가기도 했으며, 브리솜바르와 에글라레스트 등지에서 키르단이 이끄는 팔라스림도 망명 놀도르와 많은 교류를 했다.[4] 올웨가 이끌어 아만으로 간 텔레리를 구분짓기 위해 '팔마리'라고도 부른다.[5] 사실 모르고스가 벨레리안드 내 엘프들 간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퍼뜨렸다.[6] 여담이지만 다이론은 싱골에 의해 예전부터 사위감으로 낙점된 상태였다. 음유 시인이면서 당대 최고의 가수로 이름난 마글로르 못지 않게 노래도 잘한 가수이기도 했고, 신다르는 물론 일부 드워프도 쓰는 키르스 문자도 고안해 낸 가히 천재적인 언어학자였으므로 부마가 될 자질은 충분했다.[7] 마법의 힘으로 머리카락을 길러 그 머리카락으로 밧줄을 만들어 아래로 내려왔다. 이후 이 머리카락으로 외투를 만들어 유용하게 썼다.[8] 여담이지만 루시엔을 짝사랑한 다이론 역시 루시엔이 떠나자 그녀를 찾기 위해 도리아스를 떠났다고 하며 이후 그의 행적은 알려져 있지 않다.[9] 요정은 신체적으로 나이들지는 않지만 키르단처럼 아주 오래 살거나 혹은 큰 비극을 겪은 경우 수염이 나고 나이들어 보이는 외모가 된다. 이 단계가 요정의 생애 제 3주기(third cycle of life)이다.[10] 참고로 톨킨 세계관에서 인간으로서 살아 돌아온 캐릭터는 베렌이 유일하다. 그만큼 루시엔의 사랑이 위대한 일을 한 셈.[11] 허나 반대로 보자면 니르나에스 아르노에디아드에 참전하지 않은 결정은 도리아스에 해가 되기도 했다. 마이드로스 연합이 무참히 박살났고 그로 인해 모르고스의 눈엣가시였던 페아노리안들의 세력이 붕괴됐고 망명 놀도르 상급왕 핑곤도 죽게 되면서 사실상 모르고스에 맞서 싸운 놀도르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벨레리안드 자체가 사실상 모르고스의 손아귀에 떨어졌으니 모르고스의 다음 대상은 도리아스가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무리 페아노리안들이 눈엣가시라도 벨레리안드의 미래를 위해선 큰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도리아스가 벨레리안드 최강국이었지만 모르고스의 마수에서 오랫동안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모르고스의 눈엣가시였던 망명 놀도르들, 특히 페아노리안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모르고스가 오랫동안 남하하질 못했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르고스가 당장의 위협인 망명 놀도르 세력에 집중했던 것 때문이기도 하다.[12] 한 예로, 오크들에게 습격받아 많은 일족을 잃은 한 인간 부족이 도리아스 주변부에 의탁하고자 하자, 싱골은 ‘오크를 비롯한 모르고스의 수족과 함께하지만 않는다면 머물러도 좋다’는 실언을 하고, 이에 인간 부족의 여족장이 도대체 오크에게 가족을 잃은 자들이 오크와 함께할 거라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소리를 했다.[13] 이건 투린의 아버지 후린에 대한 경의에서 비롯되었다.[14] 신다르들은 드워프를 혐오하여 닥치는 대로 드워프들을 사냥하러 다녔는데 이는 드워프들과 신다르들간의 깊은 적대감의 시작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