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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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마릴리온의 등장인물
Dior
1. 소개
도리아스의 2대 신다르 대왕. 베렌과 루시엔의 외동아들이자 신다르 대왕 엘웨 싱골의 유일한 외손자로 아르다 역사상 최초로 인간과 요정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엘프(반요정)이다.
하지만 엘론드, 에아렌딜, 엘윙과는 달리 작중에서 딱히 반요정인 면이 부각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어머니를 따라 신다르 요정으로 외할아버지 싱골의 후계자로 대우받았다. 톨킨의 가운데땅 세계관이 부계중심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단히 특이한 부분.[1] 특히 루시엔이 베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영생까지 포기하며 나중에는 베렌과 함께 죽어 요정들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최초로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여 아르다를 떠났다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다. 따지고 보면 디오르는 부모가 모두 인간의 삶을 받은 후에 태어난 셈이다.[2][3] 그리고 아르다 역사상 유일한 반-마이아인 루시엔의 혈통을 생각해보면 마이아의 피도 1/4 섞였다. 작중에서 나우글라미르를 건 디오르를 '''"에다인(인간)과 엘다르(요정), 그리고 마이아에 이르는 세 종족의 혈통을 함께 물려받은 디오르는 이제 세상의 모든 자손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라고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 묘사는 일루바타르의 자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는 그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묘사이기도 하다. 또한 그에게는 ''''아름다운''' 디오르 아라넬(Dior Aranel the beautiful)’이라는 칭호가 있다. 디오르가 남자라는 걸 생각하면 조금 묘한 칭호이다. 이런 묘사와 칭호를 감안하면 디오르의 외모는 아버지 베렌보다는 '''일루바타르의 자손 중 가장 아름다웠다는''' 어머니 루시엔을 닮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여러 팬픽션에서는 디오르의 외모를 '루시엔이 남성화한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묘사한다.
또한 '엘웨(싱골)의 후계자'라는 뜻의 '엘루킬'이라는 이명이 있다. 루시엔이 베렌을 위해 요정의 삶을 포기하면서 자연스레 디오르가 싱골의 후계자로 낙점됐던 점이 반영된 듯 하다. 또다른 이명으로는 '고귀한 요정'이라는 뜻의 '아라넬(Aranel)'이라는 이명도 있다. 그런데 이 '아라넬'이란 단어는 디오르의 모국어 신다린으로는 '고귀한 요정'이란 뜻이지만, 디오르에게는 적이 되는 페아노리안의 모국어인 퀘냐로는 '''"공주"'''라는 뜻이기에 아마 이 이명 때문에 놀림을 받았을 거라는 추측도 있다.
2. 생애
디오르의 부모인 베렌과 루시엔은 모르고스의 왕관에서 실마릴을 가져오는 힘든 모험을 마치고 마침내 싱골에게 인정받아 맺어질 수 있었다.[4] 이후 그들은 옷시리안드에 정착하여 3년 뒤에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인 디오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디오르는 길지 못한 생애의 대부분이자 초반을 옷시리안드에서 보냈다. 결혼과 아이들의 탄생과 같은 일생의 중요한 일도 여기서 이루어졌다.
켈레보른과 친척 간인 신다르 요정 님로스를 아내로 맞이했다.[5] 이후 디오르와 님로스 사이에서 쌍둥이 아들 엘루레드와 엘루린, 그리고 막내이자 고명딸인 엘윙이 태어나 2남 1녀를 두게 된다. 참고로 엘윙은 엘론드의 모친이므로 따라서 디오르는 엘론드의 외조부가 된다. 맏이인 엘루레드의 이름의 뜻은 '엘루(싱골)의 후계자'로 디오르의 다른 이름인 '엘루킬'과 뜻이 비슷하다. 둘째인 엘루린의 이름의 뜻은 '엘루(싱골)의 추억'이라는 뜻이다. 아들들의 이름은 외할아버지 싱골을 생각하여 지은 듯하고 막내딸 엘윙의 이름의 뜻은 '별보라'이다. 딸이 태어나던 때가 집 옆의 폭포의 물보라 속에서 별빛이 화려하게 빛나던 밤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30여년쯤 뒤에 외할아버지 싱골이 실마릴을 둔 난쟁이들과의 분쟁에서 사망하는 일이 일어난다. 가운데땅과 그녀를 연결시켜주었던 싱골이 사망하자 멜리안의 장막은 자연스레 거두어졌으며 남편의 죽음으로 상심한 멜리안은 딸과 사위에게 전갈을 보낸 뒤 가운데땅을 떠난다. 멜리안의 장막이 거두어진 탓에 도리아스는 곧 이어 난쟁이들의 침략을 받아 함락당한 뒤 철저히 약탈당한다. 뒤늦게 전갈을 받은 루시엔과 베렌은 아들과 함께 옷시리안드의 초록요정들과 동행하여 출발했고 베렌은 요정들로 구성된 군대를 이끌어 약탈이 끝난 난쟁이 군대를 격퇴했다. 그리고 디오르는 싱골의 손자이자 유일한 후계자로서 외조부의 뒤를 이어 도리아스의 신다르 왕위를 계승했고 (텔레리 항목 참조) 부모님과 헤어진 뒤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도리아스에 가서 왕으로서 난쟁이들과의 전쟁으로 황폐화된 왕국을 재건하는데 힘쓴다. 한편 실마릴이 장식된 나우글라미르는 루시엔에게 가게 되었는데 1년 뒤 루시엔이 베렌과 같이 수명을 다하고 사망하면서 실마릴은 그들의 하나뿐인 아들 디오르에게 보내진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 실마릴이 재앙의 씨앙이 된다. 여전히 페아노르의 맹세에 속박 되어 있던 페아노르의 아들들[6] 은 루시엔에게는 그 요구를 차마 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그녀가 죽고 실마릴이 디오르에게 물려졌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에게 실마릴을 돌려달라는 강압적인 요구를 한다. 이에 디오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침묵하고 아무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페아노르의 아들들 측과 도리아스 측을 지지하는 팬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페아노르의 아들들 입장에서 보면 원래 자기들 소유에다 깰 수 없는 맹세가 걸려있는 실마릴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디오르 입장에서는 외조부 싱골이 지키다 죽은 소중한 보물이자 부모가 가져온 소중한 유산이었기에 순순히 건네줄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페아노르의 아들들 중 켈레고름과 쿠루핀은 루시엔을 납치, 감금, 살해까지 하려 한 이들로 부모의 원수이기도 했으니 순순히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한참 어린 디오르에게 윽박지르는 대신 지난 잘못을 사죄하며 간곡히 부탁했든지 아니면 루시엔처럼 모르고스에게 직접 가 실마릴을 가져오려고 시도했다면 지지받을 여지가 있었을텐데 동족 살해를 저질러 아예 도리아스를 멸망시켰기에 비난을 받았다. [7]
결국 페아노르의 아들들은 도리아스로 쳐들어와 두번째 동족상잔을 저지르게 된다. 디오르는 켈레고름을 쓰러뜨렸지만 디오르 자신은 물론 아내인 님로스까지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이 동족상잔 과정에서 카란시르와 쿠루핀도 죽는다. 켈레고름이 디오르에게 죽자 화가 난 켈레고름의 부하들은 주군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목으로 여섯살 배기 엘루레드와 엘루린을 굶어죽으라고 숲 속으로 끌고 가 유기했다. 페아노르의 다른 아들들인 마에드로스와 마글로르가 뒤늦게 이들이 벌인 짓을 알고 경악하여 직접 숲으로 가 아이들을 애타게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이후 엘루레드와 엘루린은 다시 작중에 등장하지 않았으므로 유기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숲에서 아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8] 그리고 이들의 때이른 죽음으로 도리아스 신다르 왕족의 남계 혈통은 그대로 단절됐다. 그리고 이는 페아노르 일가가 특히 비난받는 대표적인 이유다. 아무 죄 없는 어린애들을 죽게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기 때문.
여담이지만 나중에 분노의 전쟁 때 참전한 마이아 에온웨는 그때까지 살아남은 페아노르의 아들인 마에드로스와 마글로르에게 디오르를 살해한 일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심하게 질책했다.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디오르를 살해한 일을 언급했던 점을 감안하면 디오르의 존재가 아이누들에게도 상당히 중요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9]
이렇게 겨우 재건되었던 도리아스는 멸망하고 많은 신다르 요정들도 사망했다. 왕족 중에서는 엘윙만이 디오르가 미리 실마릴을 주고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하게 하여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엘윙과 도리아스 출신 신다르 유민들은 이후 시리온 하구에 정착한다. 그러나 2차 동족살상 후에도 페아노르의 아들들은 페아노르의 맹세 때문에 실마릴을 포기할 수 없었고, 훗날 엘윙이 살아 있고 그녀가 실마릴을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자 시리온 하구를 습격하였다. 그리고 이 3차 동족살상으로 시리온 하구에 정착해 있던 도리아스 출신 신다르는 물론 곤돌린이 함락될 때 피난 온 놀도르와 에다인까지 학살당한다. 엘윙은 이 학살의 와중에 실마릴을 품에 안은 채 절벽에서 바다로 투신했으나 그녀를 불쌍히 여긴 물의 발라인 울모가 그녀를 바다새로 만들어 항해 중인 남편 에아렌딜의 곁으로 날아가게 한다. 그리고 에아렌딜과 엘윙은 실마릴을 가지고 무사히 발리노르에 도달하여 발라들과 발리노르의 요정들에게 간청한 끝에 모르고스를 몰아내는 분노의 전쟁을 가능하게 했다.
페아노르의 아들들의 침략으로 인한 디오르의 죽음으로 엘웨 싱골로부터 시작한 가운데땅 텔레리 대왕이자 도리아스의 신다르 군주의 계보는 끊어지고 말았으니 그가 마지막 왕인 셈이다. 딸인 엘윙만은 살아 남았지만 그녀는 스스로도 그렇고 다른 이들도 그녀를 왕으로 여기거나 지칭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10] 그리고 그녀의 아들들인 엘로스와 엘론드가 있지만 엘로스는 아예 종족부터를 인간을 선택해버렸고, 요정을 선택한 엘론드도 애초에 여러 피가 섞인데다가 부계 중심 세계관에서 아버지 에아렌딜이 놀도르 혈통인데다 본인도 놀도르 왕자인 마글로르가 키워서 딱히 신다르 계승의지가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놀도르 계승의지를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여담으로 죽을 당시 디오르의 나이는 고작 '''36세''' 정도였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 기준으로도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말을 들을 나이. 심지어 이는 영생을 사는 엘프 기준으로는 젊은 정도가 아니라 성년인 50세[11] 에도 미치지 못한 어리디 어린 나이였다. 요정 기준으로는 그야말로 한창 새파란 청소년기에 죽었다고 봐야 한다.
여러모로 아버지 베렌과 비교되는 운명으로, 왠지 원피스(만화)의 골드 로저 와 포트거스 D. 에이스와 유사하다. 아버지들 에게는 천운이 따라줘 위대한 운명을 걸을 수 있었고, 역사에 이름을 깊게 새길수 있었지만, 아들들은 아버지의 천운이 따라주질 못했고, 불운한 일생을 살았다.
[1] 재미있게도 아라곤이 나중에 곤도르의 왕위를 물려받을 때의 명분도 조상이 모계로 곤도르 왕가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점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명분은 아라곤이 당대에 유일하게 남은 적법한 엘렌딜의 후손이라는 점이지만, 디오르가 모계혈통으로 왕위를 계승한 점과 누메노르가 남녀 구분이 없이 맏이에게 왕위를 물려준 점, 엘렌딜 가문의 시조가 모계로 누메노르 왕가 혈통을 가진 점을 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루시엔에서 아라곤까지 중요한 혈통이 모계로 연결된 것이다.[2] 참고로 디오르의 먼 후손이라할 수 있는 돌 암로스 대공가의 경우 그 시조와 요정과 연을 맺었는데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당연하듯이 인간으로 자라고 인간으로서 죽었다. 디오르 뿐만 아니라 디오르의 자식들도 모두 요정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다른 이들도 요정으로 대우했다.[3] 어쩌면 이들이 태어난 시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는데, 디오르가 태어난 제1 시대는 요정의 시대이고, 돌 암로스 대공가는 제 3시대인 인간의 시대에 태어나서, 반요정이라도 요정의 시대에 태어난 반요정인 요정의 운명을 가지고, 인간의 시대에 태어난 반요정은 인간의 운명을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4] 루시엔과 베렌의 모험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베렌 항목을 참조할 것[5] 상위 문서에 따르면 님로스는 켈레보른의 조카라고 한다. 그런데 켈레보른은 디오르의 외조부인 싱골의 막내동생인 엘모의 손자이며, 디오르의 어머니인 루시엔에게는 오촌 조카가 된다. 이렇게 신다르 왕족의 계보를 따지면 님로스는 디오르에게 칠촌 조카가 되므로 이 결혼은 근친혼이다. 하지만 켈레보른 역시 육촌이 되는 갈라드리엘과 결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에는 고위 요정들 사이에 저런 근친혼이 드문 일은 아닌 듯하다. 아마 요정의 수가 적다보니 이 정도 근친혼은 허용해주는 듯. 그런데 이드릴과 마이클린의 사례를 보듯이 사촌지간의 근친혼은 금기 시 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역사에서 유럽과 일본에서는 사촌지간의 결혼은 허용하는 것을 보면 다소 미묘하고도 재미있는 부분.)[6] 마에드로스, 마글로르, 켈레고름, 카란시르, 쿠루핀, 암로드, 암라스이다. 다만 암라스는 HoME의 설정을 따르면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없다.[7] 그러나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마에드로스의 연합으로 니르나에스 아르노에디아드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많은 피해를 입은 바 있으니 비난만 하기도 모호하다.[8] 엘루레드와 엘루린이 어려서 사리 분별을 제대로 못하는 상태였으니 마에드로스와 마글로르가 찾아 나섰을 때 이미 짐승에게 해코지를 당했거나 강가 등에서 사고를 당해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엘루레드와 엘루린이 부모를 살해한 페아노르의 아들들을 믿을 수 없어서 마에드로스와 마글로르의 부름에 끝내 응하지 않고 아사하는 길을 택했을 거라고도 추측한다.[9] 위에서 언급한대로 일루바타르의 세 자손인 인간, 요정, 아이누의 혈통을 모두 간직한 것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10] 톨킨 작품 속에서 요정 '여왕'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태양 제3시대까지 가운데땅에 남아 있어서 가운데땅에서 가장 지체 높은 요정 갈라드리엘조차 스스로를 여왕이라 칭한 적은 없다.[11] 톨킨 세계관에서 요정의 성년은 50세이다. 요정은 이 나이가 되어야 인간 성인의 키에 도달하며 따라서 요정의 50살은 인간 기준의 외모 나이로는 키만 다 큰 십대 후반~이십대 초반 정도이다. 그리고 키 외에도 완벽하게 성장이 끝나서 완전한 성년이 되는 나이는 100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