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좀벌레조개
1. 개요
나무를 파먹고 살아가는 이매패강의 일종. 친척으로는 돌이나 산호를 뚫고 들어가는 돌맛조개가 있다. 넓게는 배좀벌레조개과, 좁게는 배좀벌레조개(''Teredo navalis'')를 의미한다. 항목에서는 배좀벌레조개과를 주로 설명한다.
2. 상세
크기는 종에 따라 몇 cm부터 수 m까지 다양하다. 패각에 비해 몸 길이가 길어 회백색 몸체가 길게 노출되어있고, 조개임에도 몸이 꽤 흐느적거려서 커다란 구더기를 연상시킨다. 신체 구조는 일반적인 이매패강과 같으나, 생태에 적합하도록 크게 변형되어있다. 패각은 반구형으로 몸 앞쪽을 덮는데, 한쪽 반은 움푹 들어가 틈이 노출되어있어 발을 그 사이로 내밀 수 있다. 패각 뒤로는 원통형 신체가 이어지는데, 굴 입구쪽으로 갈 수록 서서히 가늘어진다. 몸 뒤쪽으로 입수관과 출수관이 있는데 파고들어간 굴 밖에 두어 호흡을 한다. 위협을 느끼면 노출된 몸을 굴에 집어넣고 한 쌍의 미전(pallet, 尾栓)이라는 석회 껍질로 입구를 막을 수 있다. 데재애샘(gland of Deshayes)에 있는 공생 박테리아 ''Teredinibacter turnerae''가 조개가 파들어가며 남긴 목재 입자의 셀룰로스를 소화한다.
웅성선숙성 자웅동체로서 수컷으로 시작해 자라면서 따뜻한 환경에 들면 암컷이 된다. 암컷은 수컷이 해양에 방출한 정자를 입수관으로 받아 난자를 수정시킨다. 이후 아가미방에서 수 백만마리의 유생을 키우다 벨리저(Veliger) 상태로 방출한다. 벨리저는 자유 유영하며 동물성 플랑크톤을 섭취하며 2~3주간 성장하다가 목재에 정착하여 변태#s-1.1한다. 자유 유형 기간 이후로는 서식지가 부목과 침수된 목재로 한정되지만 생존성은 좋아서 기수#s-6와 해수#s-1.1에 서식할 수 있고 생존 가능한 온도도 폭넓다.
목재가 선박의 주자재였던 과거에는 선박의 운행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오손생물 중 하나였다. 거기다가 이 배좀벌래조개는 목재의 내구성을 직접 깎아먹었기 때문에 그냥 항해속도를 떨어뜨리는 따개비보다 더 심각한 골칫거리였다. 이 녀석 때문에 연안부두가 초토화되고 재방을 박살내는 등 그야말로 치가 갈리는 녀석. 현재는 보통 목재는 쓰지 않고, 목선이라도 전용 도료를 발라두므로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는다.
3. 이용
필리핀 일부 지역에서는 타밀록(tamilok)이라 부르며 끼닐라우[3] 로 만들어 별미로 먹는다. 여러 별미가 그렇듯이 현지인 중에서도 혐오식품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질감은 젤리처럼 말랑하고 맛은 좀 짠 굴 같다고.
배좀벌레조개의 습성은 토목공학의 발달에 기여하기도 했는데, 이들을 관찰하던 프랑스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미국 공학자 마크 브루넬[4] 은 굴을 파고 들어가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TBM이라는 터널 굴착기와 공법을 개발했다. 자세한 내용은 터널 항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