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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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따개비목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 몸길이는 10∼15 mm로, 굴등이라고도 한다. 모든 따개비는 해양성이며 난생이다. 완흉목 따개비과에 속하는 '''갑각류'''의 일종. 그러니까 조개류가 아니고 '''게와는 친척이다.'''[1]
2. 생태
바닷가 암초나 말뚝, 배 밑 등에 붙어서 고착 생활을 해서 조개 등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유생 시절에는 바다 속에서 부유하며 살다가 적당한 장소에 붙어 평생 생활한다. 몸은 山자 모양이며 딱딱한 석회질 껍데기로 덮여 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해안가 바위가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따개비투성이가 되기 십상이라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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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각판(shell plate) 안에 거꾸로 서 있는 꼴인데, 머리와 만각(cirriped) 6쌍이 달린 가슴으로 구성되고 배는 없다. 머리에는 눈도 없고 촉각도 없다. 위쪽의 아가리에서 만각을 움직이면서 물 속의 플랑크톤을 잡아먹는다. 자웅동체이며 동물계에서 신체대비 최대 8배로 생식기가 가장 긴 동물이기도 하다. 이유인즉슨 고착생활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일수 없는 대신 생식기를 최대한 길게 늘여서 이웃개체와 교미하기 위함이라고.
유생은 부속지 3쌍이 달린 갑각류 특유의 노플리우스(nauplius) 유생인데 큰 삼각형 갑각이 있다. 보통 6번 탈피하여 껍데기 2개가 있는 시프리스 유생이 된 뒤 바위에 정착하여 산다. 바다거북에게 붙어 살거나 # 친척인 게한테도 붙어서 산다. #
고생대 실루리아기쯤 등장했으며 현재 남아 있는 종은 약 200종에 이른다. 종에 따라 조간대 만조선에서 간조선에 이르는 기수#s-6 지역에 띠모양으로 분포한다. 먼바다에 면한 암초의 만조선 부근에는 소형 조무래기따개비(''Chthamalus challengeri'')와 대형 검은큰따개비(''Tetraclita squamosa japonica'')가 살고, 간조선 부근에는 대형 청홍따개비(''Balanus tintinnabulum volcano'')가 산다, 또 내만의 조간대와 하구 부근에서는 껍데기에 흰 세로줄이 있는 흰줄따개비(''B. amphitrite albicostatus'')가 발견된다.
친척으로는 거북손이 있다.
3. 피해
선박에게는 엄청난 골칫거리로, 선박의 수면 밑에 있는 부분 (뱃바닥이나 키, 닻 등)에 다닥다닥 달라붙어서 '''들러붙은 부분을 부식시키고 물에 닿는 저항을 증가시킨다.''' 모양이 유선형이 아닌 모양이 될 뿐만 아니라 질량까지 증가하기에 저항이 커져서 가속도가 잘 붙지 않는 것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닿은 부분이 부식되다 보니 내구도도 악화된다. 대항해시대에 선원을 처벌하는 형벌 중에는 죄인을 밧줄로 묶어서 배 밑바닥으로 루프타듯이 돌리는 것(Keelhauling)이 있었다고. 그저 배 바닥으로 한 바퀴 돌릴 뿐이지만, 배 밑바닥에 붙은 따개비에 살이 날아가서 출혈로 죽든가, 피냄새로 흥분한 상어한테 물어뜯기든가, 살아올라와도 감염으로 고생하다 죽는다.
워낙 번식력이 좋아서 뱃바닥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항해를 시작하자마자 다시 붙는 등 이런 상황이 자주 일어나기도 하는데다, 청소주기를 놓치기라도 하면 놀라운 속도로 번식하여 거의 암석처럼 굳어버려 청소하기도 곤란하고, 배가 도크에 안 들어간다든지 협소한 수로에서 암초에 걸린다든지 하는 문제가 추가로 생긴다. 선박이라는 개념이 인간 사회에 생겼을 때부터 뱃사람들은 따개비가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 왔는데, 대항해시대에는 배 밑바닥을 황동판으로 도배했고[2] , 현대에선 대부분 선박이 수면 밑에 있는 부분에는 독성이 있는 페인트를 추가로 도포하는데, 이렇게 해도 따개비를 근절하진 못하고 단지 재부착 및 번식속도를 줄여주는 역할만 수행한다고. 거기에다 독성 페인트는 환경오염 문제도 제기되어서 점점 사용 빈도가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군함에서는 따개비가 들러붙으면 기동력을 깎아먹기에 더더욱 문제다. 러일전쟁의 쓰시마 해전을 배경으로 한 '짜르의 마지막 함대'라는 역사 교양서를 보면 발트 함대 사령관 지노비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북해에서 동북아까지 오는 긴 여정 중에 함대 전투함들의 바닥에 따개비가 붙어 기동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염려하는 장면도 있다. 선박 관련 기술의 진보에서 빼먹을 수 없는 게 바로 따개비를 비롯한 선박 하단부의 부착물들을 제거하거나 방지하는 기술인데, 21세기 들어서는 아예 함 표면에 전기를 흐르게 해서 붙는 것 자체를 방지하는 기술도 나왔다.
이렇다 보니 조개나 따개비가 들러붙으면 항해가 끝나고 따개비를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대항해시대 당시에는 목조선박인데다 배 무게가 그렇게 무겁지 않아 도크가 없다면 아예 배를 해안가까지 끌어와서 기울여서 청소하기도 했다. 현대에는 선저가 매끈하게 처리되기도 하고, 페인트 자체에 따개비의 접착력이 약해지도록 처리되어 작은 배는 그냥 끌어올려서 긁어내고, 대형 군함들은 따개비를 제거할 때 소형 베어링을 쏘는 기계 등 고압으로 물을 쏴서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배에 들러붙는 것 이외에도 다른 생물에 들러붙어 기생하는 따개비들이 많은데, 그중 주머니벌레(Sacculina spp.)라는 따개비는 게에게 기생해서 그 게를 생식 능력을 없앤다고 한다. EBS의 '다큐 프라임'에서 소개한 케이스를 보면, 기생따개비는 원래 자유생활을 하던 따개비에서 기생따개비로 진화했는데, 게의 뱃속에 침투해 게의 생식기를 자신의 알로 가득 채우고 게로 하여금 알을 돌보도록 한다고. 마치 사냥벌 계열이 곤충의 애벌레를 마취시킨 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알을 낳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심지어 호르몬 등을 교란시켜 수게를 암게로 성전환시키기까지 하는데, 암게가 수게보다 알을 훨씬 잘 돌보기 때문이다. # 기생 따개비 Sacculina 때문에 수컷 게(주로 green crab)가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여 외모와 행동이 암컷 게처럼 변하는 것은 기생에 의한 생식 능력 상실(parasitic castration)의 가장 유명한 사례이다.
호주에서는 이렇게 기생하는 따개비를 써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 게를 박멸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사냥하겠다고 토끼를 들여왔다가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무지막지하게 번식하여 호주 생태계가 크게 교란되었고, 그걸 잡겠다고 또 여우를 들여왔다가 저항능력이 없는 토착종들이 박살난(...) 사례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이런 방법 역시 걱정하는 부류가 많다.
고래류나 바다거북, 상어와 같은 대형 해양생물의 몸이나 등껍질에도 상당히 많이 붙어다니는데,[3] 당연히 이 생물들한테도 따개비는 엄청난 고통을 안긴다. 고래나 상어는 바위나 배 밑바닥 같은 곳에서 몸을 비벼서 털어내던가 혹은 수면 위로 높이 점프해서 떨어질 때 충격으로 털어낼 수 있지만[4] 등껍질 속이 약하기 그지없는 거북에겐 그야말로 종양과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겉에 붙으면 바위에 비비던가 해서 떼어낼 수라도 있는데, 등껍질 안쪽이나 (눈 밑 등) 예민한 부분에 붙어버리면 사람이 도와주지 않는 한 절대로 떼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잘못되면 몸에 상처를 입어 죽기도 한다. 그래서 낚시꾼이나 어부 또는 해양생물학 연구자 같은 사람들이나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촬영 영상을 찍다가 바다거북이가 따개비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도와주곤 한다.[5] 바다거북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중이라 안 도와줄 수가 없다. 대형 아쿠아리움에서도 바다거북이 구조되어 오면 꼭 하는 처치 중에 등의 따개비를 모조리 제거하는 작업이 있을 정도.
4. 여담
따개비가 조개가 아니라 갑각류의 일종임을 처음 증명한 학자는 19세기에 진화론으로 종교계와 과학계를 엎어버린 찰스 로버트 다윈이다. 당시 따개비 연구의 권위자였다고 하는데 얼마나 질리도록 연구를 했는지 나중에는 꼴도 보기 싫어했다고... 8년 동안 연구하며 1000쪽이 넘는 연구서를 펴냈는데, 지인에게 쓴 편지에서 지루해 죽겠다며 자기가 왜 이 연구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그래도 당시 진화론을 먹히게 만든 연구이기도 했다.
대부분은 맛이 고약해 먹지 않으며 특히 선박에 붙는 따개비는 독을 포함하고 있다. 일부 따개비는 식용 가능한 종이 있으며 이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정약전 본인도 따개비와 삿갓조개를 혼동했다. 흑산도 등지에서는 아직도 식용 중.
포르투갈에서는 goose barnacle(포르투갈어로 percebes)라는 따개비의 일종을 먹는다.
울릉도에서는 맛이 전복과 비슷하다고 해서 따개비죽·따개비국수·따개비밥 등을 만들어 먹는데, 사실 이는 삿갓조개로, 따개비와는 다른 종이다.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바위는 의외로 그로테스크한 공포가 느껴진다. 그 탓에 따개비가 사람이 입은 상처로 파고 들어서 뼈에 붙어 번식한다는 도시전설이 있었는데 '''불가능한 일은 아닌 걸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외부 물질에 대한 인체의 면역 체계의 저항 등을 감안할 때 이는 굉장히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감염이 흔한 사례라면 수산물 채취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 중에는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은 사람이 흔할 것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외견과는 다르게 어시장에서는 전복이나 게에 붙어있는 따개비를 주의 깊게 찾는다. 양식이 아닌 자연산이라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먹이와 항생제로 관리받는 양식산 해산물에는 따개비가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따개비의 유무가 해산물이 진짜 자연산인지를 구분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특히나 게와 같이 탈피를 하는 갑각류 해산물의 경우, 등딱지에 붙은 따개비는 자연산인 동시에 살이 통통하게 차올랐다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등딱지에 따개비가 붙은 게는 최근에 탈피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하는데, 갓 탈피를 한 게는 극심한 에너지 소모로 크기와 무게에 비해 살이 적고 비쩍 말라있기 때문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물에서는 얼굴에 따개비 핀 존재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게임 오버워치에서 시메트라라는 캐릭터가 쓰는 감시 포탑이라는 무기의 별명이 '따개비'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벽이나 바닥에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에 죽으면 트롤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은 포탑의 피해량도 엄청나고 포탑의 체력도 1이 아닌 30이라 어지간해서 파괴하기 힘들다.
[1]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만 갑각류의 일종이다. 이건 가까운 친척뻘 동물인 거북손 역시 마찬가지.[2] 그러나 황동이 그때나 지금이나 저렴한 물건이 아니다보니 비용이 비싸서 18세기까지도 이런 배는 얼마 없었다.[3] 특히 거북이의 경우 등껍질이 유독 화려하고 울퉁불퉁하다면 십중팔구 따개비가 다수 달라붙은 껍질이다.[4] 그래서 간혹 고래가 크기가 큰 선박 근처에 간혹 나타나거나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로 나오는 것. 단, 상어는 사냥할 때 한정으로만 물 밖으로 뛰어오르며, 보통은 바위 등에 몸을 비벼 떼어낸다.[5] 바다거북에게 붙은 따개비들을 사람들이 떼어주는 영상이 다수 있는데, 보통 칼 따위로 따개비 밑을 살살 긁듯이 들어올려서 떼어낸다. 전동장비 따위를 쓰면 따개비 뿐만 아니라 거북의 껍질까지 같이 박살나므로 사람이 직접 손으로 일일이 떼는 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영상을 보면 따개비가 단단하게 붙어 제거하는 사람도 고생하고, 떼어낸 뒤에도 바다거북의 몸 위에 따개비가 있던 자리가 움푹 패인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