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된 게으름뱅이
1. 소개
옛날 이야기 중 하나로, 판본에 따라 소가 된 잠꾸러기라고도 한다.
옛날 옛날에 게으름뱅이 소년(판본에 따라선 청년으로 나온다)이 한 명 있었다. 가족들이랑 주변 사람들이 밥 먹고 자면 소가 된다고 놀려도 게으름뱅이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소가 되면 풀만 뜯어먹고 느긋하게 살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 하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나타나 쇠머리 모양으로 만든 탈을 하나 주면서 이걸 쓰면 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소가 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 게으름뱅이가 냉큼 쇠머리 탈을 쓰자 진짜 소가 되었다.
이 할아버지는 이렇게 사람을 소로 만들어서 팔아먹는 꾼이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게으름뱅이를 한 농부에게 팔면서 '''"이 소는 무를 먹으면 죽으니 절대 무를 보여주지도 마시오.[1] 그리고 꾀를 잘 부리니 채찍으로 때려가며 일을 시키시오."'''라고 주의를 주고 가버렸다.
농부에게 팔려가 일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하루종일 죽도록 일을 하고 또 일을 했으며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매를 맞았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게으름뱅이는 죽으려고 했는데, 마침 우연히 무를 보게 되자 노인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 "에잇! 차라리 무를 먹고 죽어버리자!"라고 결심하고 무를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소가죽과 쇠머리 탈이 벗겨지고 사람으로 돌아왔다. 사람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간 게으름뱅이는 그 뒤로는 열심히 일을 하면서 부지런하게 살았다는 훈훈한 결말. 어느 판본은 게으름뱅이가 노인의 집에 들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노인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가 중간에 삽입된다.
다른 버전으로는 도살장에 끌려가 백정에게 목이 따이기 직전에 낮잠에서 깨어나는 결말도 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가 된다."라는 얘기는 바로 이 동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노동력이 부족했던 옛날(그것도 농기계도 없던 시절)에는 식곤증이 있다고 바로 잤다가는 귀중한 낮 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에 터부가 되었을 수도 있고, 먹은 게 올라와 소나 하는 '''되새김질'''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을수도 있다. 역류성 식도염을 생각해보자. 의학적으로도 식후 바로 눕는 것은 소화불량 증상과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하기 딱 좋은 자세니 역시 조상님의 지혜.
일본어권에서도 ''''밥 먹고 누우면 소가 된다.\''''라는 말이 있으며 이쪽은 민담이 아니라 속담.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 야담집인 어우야담에서도 등장할 정도로 꽤나 오래된 이야기이다. 다만 여기서는 소가 된 사람이 게으름뱅이가 아니라 길을 가던 과객이었고, 노인의 정체는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임이 암시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여우고개'는 지금의 사당에 위치한 고개인 남태령의 옛 지명.
[2]
수위를 살짝 높여 길 가던 나그네와 미녀 집주인의 버전도 있다. 길 가던 나그네가 한 집에 유숙하게 되었는데 그 집 여주인이 나그네를 유혹하여 저고리를 입게 한 뒤에 등을 쓰다듬으며 '이랴'라고 하자 나그네는 소로 변하고, 여주인의 남편에 의해 팔려간다. 이후 나그네는 역시 한 도사가 전에 가르친 대로 무를 먹고 사람으로 돌아왔고, 복수하러 그 집을 찾아가는데 알아보지 못한 여주인이 똑같은 수작을 걸었고, 나그네는 '나 촌놈이라서 입을 줄 몰으니 한번 어떻게 입는지 보여주셈'하고 낚은 뒤에 저고리를 입은 여주인을 암소로 변신시켰다는 이야기. 이 버전의 원본은 중국 서적 <하동기> 에 실린 여관 여주인의 이야기로 추정되며, 아라비안 나이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2. 각색판
은비까비의 옛날 옛적에에서도 이 에피소드가 나온다. 11화에 나오며, 당 에피소드의 제목은 "소가 된 잠꾸러기". 다만, 은비와 까비가 동화에 손수 개입하는 컨셉 등으로 인해 약간의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소 탈을 만든 사람이 젊은 아저씨인데, 사실 게으르고 잠버릇이 많은 봉구(성우: 한인숙)의 게으른 버릇을 고치기 위해 은비가 까비를 변신시킨 것이다.
이때 봉구는 서당에서 졸다가 훈장에게 혼나면서 이런 명언을 남겼다.
봉구는 '''자기집 소'''와 서로 뒤바뀌었고, 평소 엄한 성격의 아버지에게 게으름 때문에 종종 혼나곤 했는데, 소가 되어서도 잦은 실수를 연발하고 식사도 전혀 안 하자 아버지에게 "이놈의 소가 갑자기 왜 이래?" 식으로 호되게 야단맞는 일이 예삿일이 된다. 어머니는 소도 가족인데 불쌍하게 그러지 말라고 감싸긴 한다만..."너는 낮에는 뭐하냐?"
"자요"
"그럼 밤에는?"
"밤에는 '''기본적으로''' 자요."
그러다 결국 소가 된 봉구는 지쳐 쓰러지게 되고, 소로 변한 봉구를 더는 못 써먹겠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결국 소(봉구)를 도살장에 팔러 간다. 소장수에게 소를 넘기긴 했는데, 소 장수가 한눈을 판 틈을 타 봉구가 그만 도망치고 만다. 사람들이 잡으러 쫓아오면 바위를 밀어버리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도망친 봉구는, 아버지 쪽으로 달려오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 쪽으로 달려오던 그는 아버지를 보고서는 멈추어 선다. 이 때문인지 아버지는 소를 팔지 않기로 한다. 봉구를 주인을 알아보는 소로 여긴 듯. 그러다가 봉구가 따돌렸던 다른 사람들이 다시 봉구를 쫓아오게 되고, 봉구는 다시 도망친다. 그렇게 도망치다가 절벽으로까지 도달하게 되는데, 사면초가에 상황에 놓인 봉구는 뒷걸음질치다가 그만 절벽으로 떨어지는데, 알고 보니 꿈이었다. 이에 대해 봉구는 게으른 자신을 벌 주기 위해 일어난 일이라고 여기게 된다. 봉구는 꿈을 꾼 이후로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부지런한 사람이 된다.
여담으로, 봉구가 생긴 것은 귀엽고 정이 가게 생겼다는 평이 많다.
전설의 고향에서도 나온 바 있다. 여기에선 배우 김진태가 소가 된 게으름뱅이 농부를 연기했다. 이 외에도 국민학교 시절 교과서에서도 실린 적이 있다. 이때 당 교과서의 그림을 그리던 게 바로 이두호 화백.
고리타는 소가 되었던 게으름뱅이가 인도로 가서 호강한다는 만화를 그렸는데 인도 문서를 알겠지만 소라고 죄다 호강하는 게 아니다. 소도 카스트가 있어 종류나 성별, 여러가지로 대우가 다르다.
이말년씨리즈에서는 아버지가 게으름뱅이 아들에게 "너 임마, 그렇게 인생 대충 헛살고 게으름 피우면 나중에 소 된다"라고 말하자 충격을 받은 아들이 자청해서 소가 되려고 했다. 아들의 바람을 무시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일하던 직장도 관두고 아들이 훌륭한 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몇 년 후 일 안하고 빈둥거리던 아버지가 소가 되었다는 이야기.
2차원 개그에서는 소가 되지 않으려고 엎드렸다가 졸지에 텔레비전이 되었다. 소(∧⊥)를 뒤집으면 TV(T∨)가 되기에 가능한 드립.
언덕 위의 제임스에서는 아들이 게으름 피우다가 엄마가 "그렇게 빈둥거리면 소 된다고 국어시간에 안 배웠냐?!! 응?! '''옆집 창식이는 벌써 취직 했는데!'''"라고 하자 아들이 빈정이 상해서 그대로 잠을 잔다. 그리고 다음 날 진짜로 소가 되는데 엄마가 아들이 소라는 이유로 밭일을 시킨다. 그러자 아들은 집을 뛰쳐나가고 틀니가 없어서 사과를 못 씹는 노인을 발견한 후에 도와준다. 근데 소싸움꾼이 그 소를 훔쳐가 싸움을 시킨다. 작가랑 싸우다가 결국 소의 형상을 한 사람도 아니고 진짜 소가 되어버린 아들은 길을 걸어가다 다른 소를 만나는데... 사실 그 소는 옆집 창식이였다. 서로의 처지를 알게 된 둘은 '''음모오오''' 하고 울며 끝난다.
스노우캣은 현실적으로(?) 친구와 비버와 같이 게으름을 피우던 스노우캣 캐릭터에게 엄마가 '너희들 그렇게 게으르면 이웃집 곰아저씨처럼 된다!'라고 하기에 이웃집을 슬며시 창문을 들여다보니 곰아저씨가 라면 먹고 쿨쿨 자고 있었다. 둘은 '우와아 정말 부럽다!'라면서 게으른 것이 꼭 죄악이냐고 까는 풍자를 했다.
서정오의 옛날이야기에서는 게으름뱅이를 모델로 한 게 아니라 머슴을 모델로 했다. 줄거리는 머슴이 길을 가다가 어느 노부부 집에 묵었는데 이들은 지나가는 손님에게 떡을 먹여서 소로 만드는 여우였다. 이에 걸린 머슴 역시 소가 되었고, 그 뒤 전개는 전과 동일. 나중에 머슴은 이들을 혼내주려고 떡을 먹는 척하면서 감춰 두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노부부가 떡을 먹다가 소로 변했으며, 그와 동시에 소로 변한 사람들의 마법이 풀리면서 이들과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 민화인 <판교 삼낭자>를 합친 이야기다.
도를 아십니까(웹툰)에도 등장한다. 여기에선 그냥 잠만 자다보니 소가 된 것으로 나온다.
3. 기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소년을 소로 만든 남자의 행위는 민폐 중의 민폐다. 졸지에 멀쩡한 소를 잃어버린 농부는 어디에 하소연 하면 좋단 말인가? 또, 게으름뱅이는 도살장에 끌려갔으면 피살될 뻔했다. 노인은 게으름뱅이의 동의도 없이 그를 죽일 뻔하고 수년간 학대 받게 만든 것이다. 흔히 '소나 돼지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다.'란 말이 있는데, 게으르다고 해서 소로 만들어서 소와 같은 대우를 받게 하는 건 좀... 생각해보라. 인간으로서의 인격을 가진 채 소가 되는 것도 억울한데, 외양간에 살며 소 여물을 먹기까지 한다면 얼마나 굴욕적인가? 상기했듯 소 주인을 걱정하던 이들도 있었던 듯. 이와 관련하여 게으름뱅이가 사람이 되어버려 어이없어 하던 소 주인이 소를 팔던 곳으로 다시 갔더니 소를 샀던 돈이 남아있더라는 덧붙이는 이야기도 있다.
피노키오 이야기에도 약간 비슷한 부분이 있다. 피노키오가 나쁜 친구의 꼬임에 한 섬의 놀이동산에 갔는데 거기서 계속 놀기만 하다보니 어느날 피노키오와 친구들은 당나귀로 변해버린다. 이후 당나귀의 모습으로 팔려간 피노키오는 바다에 뛰어들었고, 물고기들이 당나귀 가죽을 먹어버리자 다시 꼭두각시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4. 관련 문서
[1] 물론 진짜 소가 무를 먹으면 죽는 것은 아니고,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의 일종으로 보는 게 맞을 듯 하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무를 먹음으로써 소의 모습에서 사람으로 돌아왔으니 이걸 소가 죽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니까.[2] 해당 짤방의 원전 역시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