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돔의 120일
'''Les Cent Vingt Journées de Sodome, ou L'école du Libertinage'''(소돔 120일 또는 음탕 학교)
[clearfix]
1785년에 사드 후작에 의해 씌어진 소설. 사디즘이란 용어 정착에 영향을 미친 작품 중 하나다.
소설의 다른 이름으로 Lusts of the Libertines도 있다.
이 소설은 루이 14세 치세 말엽을 배경으로 공작·사교·법원장·판사라고 지칭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네 사람이 그 권력을 만끽하기 위해서 미소년·미소녀 40여 명을 고성으로 납치[1]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고국 프랑스에서조차 1932년에야 제목과 저자를 숨기고 제한 출판되었을 정도의 역사적인 문제작. 성과학(性科学)을 확립한 독일 학자 이반 브로흐가 일부 원고를 1903년에 제한 출판한 적은 있다. 후반 내용이 좀 엉성한데 그 원인은 원고가 미완성이었던 데다가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으로 말미암아 오랫동안 분실되었던 탓으로, 현재 판본은 나중에 발견된 초고를 후대에 재편집한 것이다. 사드는 원래 출판할 생각이 없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다는 카더라도 있다.
공작, 판사, 성직자, 징세청부업자[2] 4명이 각자 돈을 모아 시골에 거대한 성을 지어놓고 그 안에 최고 미녀들, 최고의 거근들[3] , 파리에서 제일 가는 미소년·미소녀들, 뚜쟁이 겸 늙은 창녀[4] + 각자의 딸들을 데리고 와서 한다는 내용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더 할 게 없어진 주인공들은 점차 고어물을 찍기 시작한다. 후반부는 미완성 원고인지라 내용이 라이너 노트에 가깝기에 제3부 살인에 관한 성애 부분은 소설이라기보다 설정집이나 다름없다. 아무개가 무엇 무엇을 했다는 식의 단순 서술만 반복된다. 그나마 소설 모양새를 갖춘 제1장의 대화부에서 나타나는 사람의 본성과 쾌락에 대한 탐구가 조금 볼 만하다.
참고로 <소돔의 120일>을 읽기 전에 사드의 <규방철학>, <쥐스띤>등의 다른 저서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규방철학>의 국내 번역본에는 일본의 철학자 가라타니 고진의 사드의 작품세계와 철학에 관한 간략한 해설이 실려있기도 하다. 여담으로 <규방철학>과 <쥐스띤> 또한 <소돔의 120일> 만큼은 아니어도 괴랄하고 난해한 텍스트와 결말을 자랑한다.
맨 마지막의 결말도 충격인데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포탈을 이용해야겠지만 너무 악랄한 작품이라 권할 수 없다. 스카톨로지나 고어를 혐오하는 사람은 특히 비추천[스포일러] . 그 수준이 스카톨로지 묘사 장면이 몇 개 정도 나오는 게 아니라 소설 전체가 고어, 스카톨로지 이야기가 있다.
일부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에 걸친 성애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그나마 정상인 성애 장면은 전부 작중 뚜쟁이들이 자기 성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첫경험 나이가 14살이라거나 심지어 돈 받고 자기 처녀를 판다든지 상대가 2:1로 하고 싶어하자 친동생을 데려와 같이 하는 등 어지간히 놀라운 장면이 많다. 그다지 정상적인 이야기는 없다.
그러니까 조금 야하다는데 한 번 들춰볼까...라는 식이라면 빌리지 말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아도 권수가 부족한데 빌리려고 가면 아예 없거나 대출 제한이 걸려있기 일쑤다. 뿐만 아니라 소설 본문에서 남녀 간의 육체관계나 남성·여성의 육체에 관련된 특징과 연관된 감각을 자극하는 묘사는 찾을 수도 없다. 야한 걸 기대한다면 차라리 야설이나 검색해서 보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이롭다. <쥐스띤>-<규방철학>-<소돔의 120일> 순으로 괴랄해진다. 규방철학의 경우는 혁명에 대한 사드 본인의 생각도 있다.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 혹은 고어 마니아적인 호기심으로 이 책을 빼어들었다가는 각오해야 한다.
다만 이 책의 장르를 정확히 파악하였고, 심적으로도 어느 정도 잔혹 장르에 면역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도 상관은 없다. 수위가 세다고는 해도 결국 몇 백년 전의 작품이다. 후반부는 '이런 장면이 보고 싶다' 정도의 아주 짤막한 서술만 반복되니 작심하면 못 읽을 것도 없다. 이 책이 현대 기준으로도 독자의 정신에 심각한 내상을 줄만한 작품이었다면 오늘날 대학교 도서관 인기 코너에 떡하니 꽂혀있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현대 잔혹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관람하거나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런 잔혹 장르의 원류가 되는 작품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본작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너무 기대하고 읽었다가 명성에 비해 시시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듯.
사드 작품 중 그나마 일반적인 의미의 포르노그라피 소설에 제일 가까운 것은 규방철학이다. 물론 이쪽도 가끔 고어한 측면이 엿보이나 소돔 120일의 수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한국에서는 새터판(1990), 고도출판사판(2000), 동서문화사판(2012), 워크룸 프레스판(2018)이 있다. 국제 저작권법 발효 이전에 저작권 시효가 만료된 작품이라 해적판은 아니다. 새터판은 황수원·심효림이 언역했다. 고도판은 재출간본으로 역자는 새터판과 같다. 이 두 판본은 나올 때마다 행정부에서 금서로 지정하는 바람에 절판되기 전에도 서점에서 찾기는 힘들었고 대학교 도서관에 가야 볼 수 있었다.
동서문화사판에 이르러 19금이긴 하지만 일반 국민이 살 수 있게 되었다. 동서문화사 판본의 가장 큰 개선점은 과거 판본의 단점 중 하나였던 현재 사용하지 않는 단위계[5] 를 직역하지 않고 모두 SI 단위로 변환한 것이다.
번역자 성귀수가 기획해 워크룸 프레스에서 나오고 있는 1권 <사제와 죽어가는 이의 대화> 출간 이후 3년 8개월만인 2018년 7월 시리즈 2권으로 <소돔 120일 또는 방탕주의 학교>를 발매했다. 역자 이력을 보면 알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 가장 믿을 만한 번역본이다.
'''Salò o Le Giornate di Sodoma.'''
이탈리아의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이탈리아 영화. 1975년에 개봉했다. 국내에는 "살로, 소돔의 120일"로 알려져 있다.
원작 소설과는 내용도, 의미도, 창작목적도 다르다. 무대가 원작의 프랑스가 아닌 이탈리아 파시스트 잔당들이 세운 살로 공화국으로 바뀌었고, 내용도 원작의 "쾌락찬가" 에서 파시즘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사회적 강자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가둬놓고 쾌락용 도구로 사용한다는 내용[7] 은 원작과 큰 차이가 없으나, 창작자의 의도는 완전히 다르다.
원작의 창작목적은 내면에 숨겨진 가학적 쾌락본능을 숨기지 않고 적나라하게 털어놓으며 극한까지 추구하는 것 이였던데 반해, 이 작품은 당시 68혁명의 후폭풍 이후 반동의 흐름에 대한 경계와 그 실상을 극도로 비관적이게 묘사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1940년대 말 패전이 짙어진 시점에서 파시스트 관료 4명[8] 이 주둔 독일군들에게 돈을 주고 십대 청소년들을 데려다와 선별한 후, 마르차보토(Marzabotto) 근처에 소재한 비밀스러운 빌라에서 자신들의 사병들과 함께 위험한 쾌락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한국 내의 이 영화에 대한 담론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고어 영화의 끝판왕" 그 외의 별다른 언급이나 해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가끔가다 잔혹 영화 관련 책에서 출처가 불명하게 나오는 야릇한 사진은 이 영화가 출처인 예가 잦다. 그러나 예술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000년대 이후로는 파졸리니의 의도에 맞춰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파시스트 관료 4명은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권력층, 창녀들과 뚜쟁이들은 권력층에 빌붙는 지식인 계층, 십대 청소년들은 그들 밑에서 고통받는 국민들. 이런 식이 대부분이다.
옴짝달싹 못하는 오랏줄에 묶인채 절대권력자들과 그의 하수인들이 지껄이는 고상한 개똥철학을 듣고, 권력자들의 강요에 의해 먹기싫은 똥을 억지로 퍼먹고, 마침내 무기력한 한마리의 순종적인 짐승이 되어 권력자들의 쾌락을 위한 도구로 소비되어 사망에 이르는 영화속 피지배자들의 모습을 통해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리코네는 이후 "나는 이 영화가 이런 영화인줄 모르고 맡았다. 그냥 평범한 영화인줄 알았다." 고 변명했으나, 그 말을 믿는 평론가나 관객은 아무도 없다. 평소 파졸리니와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있던 모리코네는 후일 파졸리니의 살해 사건을 다룬 영화 <파졸리니 -이탈리아의 어떤 범죄->의 음악을 맡기도 한다.
당시 무명이었던 이탈리아 감독인 푸피 아바티가 각본에 관여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만든 직후 파졸리니가 의문의 린치를 당해 살해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검 결과 여러 사람에게 흉기로 구타되어 살해되고 얼굴도 자동차에 깔려서 짓이겨졌으나 당시 경찰은 용의자의 단독범[9] '으로 수사를 종결했고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소년은 30년 후 자기는 협박당해 거짓으로 자백했다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저 용의자는 이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영화 내용만 감안하면...(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체로 나온다. 정상 장면은? 없다) 그러나 한 출연 배우의 증언에 의하면 의외로 당시 촬영장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참고로 작중에 나오는 똥은 초콜릿 무스로 만들었고 오줌은 탄산을 다 날려보낸 맥주를 썼다고. 해당 배우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야 끔찍한 내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진범이 누구인지는 아직 불명. 파졸리니는 이전부터 붉은 여단과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우익의 공격 대상이었으나 학생과의 동성애 혐의로 문제가 커져서 공산당과도 결별하여 좌익과도 사이가 나빴고 이탈리아 영화계에 도사리던 마피아도 끔찍히 싫어해 그야말로 사방에 적투성이었다. 심지어 소돔 120일에 출연한 아역 배우의 부모가 살해했다는 이야기도 돌 정도였으니...
당시의 유럽이니까 제작이 가능한 영화였다. 우선 당시 이탈리아는 지금보단 성에 대해 보수적이지만 미국이나 영국보다는 아니였던 데다 68운동의 흐름등으로 더 자유로운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70년대만 해도 유럽 선진국조차 아동 포르노가 판매될 정도로 아동 성범죄에 대해 심각한 인식이 없었다. 만약 지금 이 작품을 만든다면 감독은 아동 성폭력으로 고소당할 것이다. 사실 원작에 비해선 상당히 순화된 것이긴 하다.
B급 영화일 것 같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메이저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에서 제작을 맡았다. 파졸리니 감독도 당시 이미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했었고 세계적으로 명성도 있었고 사후에 개봉되어 화제가 있었으므로 흥행 실적은 괜찮았다고 한다. 단 세계적으로 정식 개봉한 국가가 많지는 않았다. 유럽 일부 국가 및 일본 정도.
일본 서브 컬처에도 알게 모르게 상당한 영향을 남긴 작품으로 PIL의 학원 소돔은 아예 아류라는 사실을 자인할 정도이고 이외에도 수많은 귀축·능욕계 게임에 그 깊은 족적을 남긴다. 다만 원작의 설정 근처에 간 작품도 없다. 이 작품 설정으로 작품을 내면 200% 발매 금지, 전량 회수, 제작진 구속 등의 레벨로 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그 엄청난 취향을 감당할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 고어물, 스카톨로지를 다 감당하는 작품을 얼마나 할 것인가? 애초에 영화도 순화 + 검열삭제가 엄청나게 많다.
2000년대 개러지 록 밴드 리버틴즈도 이 소설에서 따온 이름이다.[10]
어이쿠! 왕자님 ~호감가는 모양새~에 나오는 일기장에 따르면 시문학 선생이 사다 에셈의 사담 121일을 소개하며 쓰레기라고 열변을 토하는데, 이 책을 패러디했다.
웹툰 미래소녀의 후기에 따르면 작가가 제작에 도움을 받은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래퍼 산이가 이 영화에 영감을 받아 서울 소돔의 120일이라는 제목의 랩곡을 냈다.
[clearfix]
1. 개요
1785년에 사드 후작에 의해 씌어진 소설. 사디즘이란 용어 정착에 영향을 미친 작품 중 하나다.
소설의 다른 이름으로 Lusts of the Libertines도 있다.
2. 상세
이 소설은 루이 14세 치세 말엽을 배경으로 공작·사교·법원장·판사라고 지칭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네 사람이 그 권력을 만끽하기 위해서 미소년·미소녀 40여 명을 고성으로 납치[1]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고국 프랑스에서조차 1932년에야 제목과 저자를 숨기고 제한 출판되었을 정도의 역사적인 문제작. 성과학(性科学)을 확립한 독일 학자 이반 브로흐가 일부 원고를 1903년에 제한 출판한 적은 있다. 후반 내용이 좀 엉성한데 그 원인은 원고가 미완성이었던 데다가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으로 말미암아 오랫동안 분실되었던 탓으로, 현재 판본은 나중에 발견된 초고를 후대에 재편집한 것이다. 사드는 원래 출판할 생각이 없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다는 카더라도 있다.
공작, 판사, 성직자, 징세청부업자[2] 4명이 각자 돈을 모아 시골에 거대한 성을 지어놓고 그 안에 최고 미녀들, 최고의 거근들[3] , 파리에서 제일 가는 미소년·미소녀들, 뚜쟁이 겸 늙은 창녀[4] + 각자의 딸들을 데리고 와서 한다는 내용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더 할 게 없어진 주인공들은 점차 고어물을 찍기 시작한다. 후반부는 미완성 원고인지라 내용이 라이너 노트에 가깝기에 제3부 살인에 관한 성애 부분은 소설이라기보다 설정집이나 다름없다. 아무개가 무엇 무엇을 했다는 식의 단순 서술만 반복된다. 그나마 소설 모양새를 갖춘 제1장의 대화부에서 나타나는 사람의 본성과 쾌락에 대한 탐구가 조금 볼 만하다.
참고로 <소돔의 120일>을 읽기 전에 사드의 <규방철학>, <쥐스띤>등의 다른 저서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규방철학>의 국내 번역본에는 일본의 철학자 가라타니 고진의 사드의 작품세계와 철학에 관한 간략한 해설이 실려있기도 하다. 여담으로 <규방철학>과 <쥐스띤> 또한 <소돔의 120일> 만큼은 아니어도 괴랄하고 난해한 텍스트와 결말을 자랑한다.
맨 마지막의 결말도 충격인데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포탈을 이용해야겠지만 너무 악랄한 작품이라 권할 수 없다. 스카톨로지나 고어를 혐오하는 사람은 특히 비추천[스포일러] . 그 수준이 스카톨로지 묘사 장면이 몇 개 정도 나오는 게 아니라 소설 전체가 고어, 스카톨로지 이야기가 있다.
일부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에 걸친 성애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그나마 정상인 성애 장면은 전부 작중 뚜쟁이들이 자기 성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첫경험 나이가 14살이라거나 심지어 돈 받고 자기 처녀를 판다든지 상대가 2:1로 하고 싶어하자 친동생을 데려와 같이 하는 등 어지간히 놀라운 장면이 많다. 그다지 정상적인 이야기는 없다.
그러니까 조금 야하다는데 한 번 들춰볼까...라는 식이라면 빌리지 말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아도 권수가 부족한데 빌리려고 가면 아예 없거나 대출 제한이 걸려있기 일쑤다. 뿐만 아니라 소설 본문에서 남녀 간의 육체관계나 남성·여성의 육체에 관련된 특징과 연관된 감각을 자극하는 묘사는 찾을 수도 없다. 야한 걸 기대한다면 차라리 야설이나 검색해서 보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이롭다. <쥐스띤>-<규방철학>-<소돔의 120일> 순으로 괴랄해진다. 규방철학의 경우는 혁명에 대한 사드 본인의 생각도 있다.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 혹은 고어 마니아적인 호기심으로 이 책을 빼어들었다가는 각오해야 한다.
다만 이 책의 장르를 정확히 파악하였고, 심적으로도 어느 정도 잔혹 장르에 면역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도 상관은 없다. 수위가 세다고는 해도 결국 몇 백년 전의 작품이다. 후반부는 '이런 장면이 보고 싶다' 정도의 아주 짤막한 서술만 반복되니 작심하면 못 읽을 것도 없다. 이 책이 현대 기준으로도 독자의 정신에 심각한 내상을 줄만한 작품이었다면 오늘날 대학교 도서관 인기 코너에 떡하니 꽂혀있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현대 잔혹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관람하거나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런 잔혹 장르의 원류가 되는 작품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본작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너무 기대하고 읽었다가 명성에 비해 시시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듯.
사드 작품 중 그나마 일반적인 의미의 포르노그라피 소설에 제일 가까운 것은 규방철학이다. 물론 이쪽도 가끔 고어한 측면이 엿보이나 소돔 120일의 수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3. 국내 출판
한국에서는 새터판(1990), 고도출판사판(2000), 동서문화사판(2012), 워크룸 프레스판(2018)이 있다. 국제 저작권법 발효 이전에 저작권 시효가 만료된 작품이라 해적판은 아니다. 새터판은 황수원·심효림이 언역했다. 고도판은 재출간본으로 역자는 새터판과 같다. 이 두 판본은 나올 때마다 행정부에서 금서로 지정하는 바람에 절판되기 전에도 서점에서 찾기는 힘들었고 대학교 도서관에 가야 볼 수 있었다.
동서문화사판에 이르러 19금이긴 하지만 일반 국민이 살 수 있게 되었다. 동서문화사 판본의 가장 큰 개선점은 과거 판본의 단점 중 하나였던 현재 사용하지 않는 단위계[5] 를 직역하지 않고 모두 SI 단위로 변환한 것이다.
번역자 성귀수가 기획해 워크룸 프레스에서 나오고 있는 1권 <사제와 죽어가는 이의 대화> 출간 이후 3년 8개월만인 2018년 7월 시리즈 2권으로 <소돔 120일 또는 방탕주의 학교>를 발매했다. 역자 이력을 보면 알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 가장 믿을 만한 번역본이다.
4. 영화화
'''Salò o Le Giornate di Sodoma.'''
4.1. 개요
이탈리아의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이탈리아 영화. 1975년에 개봉했다. 국내에는 "살로, 소돔의 120일"로 알려져 있다.
4.2. 상세
원작 소설과는 내용도, 의미도, 창작목적도 다르다. 무대가 원작의 프랑스가 아닌 이탈리아 파시스트 잔당들이 세운 살로 공화국으로 바뀌었고, 내용도 원작의 "쾌락찬가" 에서 파시즘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사회적 강자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가둬놓고 쾌락용 도구로 사용한다는 내용[7] 은 원작과 큰 차이가 없으나, 창작자의 의도는 완전히 다르다.
원작의 창작목적은 내면에 숨겨진 가학적 쾌락본능을 숨기지 않고 적나라하게 털어놓으며 극한까지 추구하는 것 이였던데 반해, 이 작품은 당시 68혁명의 후폭풍 이후 반동의 흐름에 대한 경계와 그 실상을 극도로 비관적이게 묘사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4.3. 줄거리
1940년대 말 패전이 짙어진 시점에서 파시스트 관료 4명[8] 이 주둔 독일군들에게 돈을 주고 십대 청소년들을 데려다와 선별한 후, 마르차보토(Marzabotto) 근처에 소재한 비밀스러운 빌라에서 자신들의 사병들과 함께 위험한 쾌락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4.4. 평가
한국 내의 이 영화에 대한 담론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고어 영화의 끝판왕" 그 외의 별다른 언급이나 해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가끔가다 잔혹 영화 관련 책에서 출처가 불명하게 나오는 야릇한 사진은 이 영화가 출처인 예가 잦다. 그러나 예술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000년대 이후로는 파졸리니의 의도에 맞춰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파시스트 관료 4명은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권력층, 창녀들과 뚜쟁이들은 권력층에 빌붙는 지식인 계층, 십대 청소년들은 그들 밑에서 고통받는 국민들. 이런 식이 대부분이다.
옴짝달싹 못하는 오랏줄에 묶인채 절대권력자들과 그의 하수인들이 지껄이는 고상한 개똥철학을 듣고, 권력자들의 강요에 의해 먹기싫은 똥을 억지로 퍼먹고, 마침내 무기력한 한마리의 순종적인 짐승이 되어 권력자들의 쾌락을 위한 도구로 소비되어 사망에 이르는 영화속 피지배자들의 모습을 통해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 왜 권력자들은 국민들이 서로를 미워하게 만드는가?
- 성욕해소 행위와 절대권력 행사 행위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 불필요하게 디테일한 처벌중심의 법제도가 국민들을 어떻게 무기력한 노예로 만드는가?
- 어떻게 피학의 고통과 증오가 적응과 자기세뇌를 거쳐 쾌락과 개똥철학으로 전이되는가?
- 결국 꿈도 희망도 없는 절대권력의 폭압에 대응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무엇인가?
4.5. 여담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리코네는 이후 "나는 이 영화가 이런 영화인줄 모르고 맡았다. 그냥 평범한 영화인줄 알았다." 고 변명했으나, 그 말을 믿는 평론가나 관객은 아무도 없다. 평소 파졸리니와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있던 모리코네는 후일 파졸리니의 살해 사건을 다룬 영화 <파졸리니 -이탈리아의 어떤 범죄->의 음악을 맡기도 한다.
당시 무명이었던 이탈리아 감독인 푸피 아바티가 각본에 관여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만든 직후 파졸리니가 의문의 린치를 당해 살해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검 결과 여러 사람에게 흉기로 구타되어 살해되고 얼굴도 자동차에 깔려서 짓이겨졌으나 당시 경찰은 용의자의 단독범[9] '으로 수사를 종결했고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소년은 30년 후 자기는 협박당해 거짓으로 자백했다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저 용의자는 이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영화 내용만 감안하면...(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체로 나온다. 정상 장면은? 없다) 그러나 한 출연 배우의 증언에 의하면 의외로 당시 촬영장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참고로 작중에 나오는 똥은 초콜릿 무스로 만들었고 오줌은 탄산을 다 날려보낸 맥주를 썼다고. 해당 배우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야 끔찍한 내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진범이 누구인지는 아직 불명. 파졸리니는 이전부터 붉은 여단과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우익의 공격 대상이었으나 학생과의 동성애 혐의로 문제가 커져서 공산당과도 결별하여 좌익과도 사이가 나빴고 이탈리아 영화계에 도사리던 마피아도 끔찍히 싫어해 그야말로 사방에 적투성이었다. 심지어 소돔 120일에 출연한 아역 배우의 부모가 살해했다는 이야기도 돌 정도였으니...
당시의 유럽이니까 제작이 가능한 영화였다. 우선 당시 이탈리아는 지금보단 성에 대해 보수적이지만 미국이나 영국보다는 아니였던 데다 68운동의 흐름등으로 더 자유로운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70년대만 해도 유럽 선진국조차 아동 포르노가 판매될 정도로 아동 성범죄에 대해 심각한 인식이 없었다. 만약 지금 이 작품을 만든다면 감독은 아동 성폭력으로 고소당할 것이다. 사실 원작에 비해선 상당히 순화된 것이긴 하다.
B급 영화일 것 같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메이저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에서 제작을 맡았다. 파졸리니 감독도 당시 이미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했었고 세계적으로 명성도 있었고 사후에 개봉되어 화제가 있었으므로 흥행 실적은 괜찮았다고 한다. 단 세계적으로 정식 개봉한 국가가 많지는 않았다. 유럽 일부 국가 및 일본 정도.
4.6. 관련 문서
5.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
일본 서브 컬처에도 알게 모르게 상당한 영향을 남긴 작품으로 PIL의 학원 소돔은 아예 아류라는 사실을 자인할 정도이고 이외에도 수많은 귀축·능욕계 게임에 그 깊은 족적을 남긴다. 다만 원작의 설정 근처에 간 작품도 없다. 이 작품 설정으로 작품을 내면 200% 발매 금지, 전량 회수, 제작진 구속 등의 레벨로 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그 엄청난 취향을 감당할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 고어물, 스카톨로지를 다 감당하는 작품을 얼마나 할 것인가? 애초에 영화도 순화 + 검열삭제가 엄청나게 많다.
2000년대 개러지 록 밴드 리버틴즈도 이 소설에서 따온 이름이다.[10]
어이쿠! 왕자님 ~호감가는 모양새~에 나오는 일기장에 따르면 시문학 선생이 사다 에셈의 사담 121일을 소개하며 쓰레기라고 열변을 토하는데, 이 책을 패러디했다.
웹툰 미래소녀의 후기에 따르면 작가가 제작에 도움을 받은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래퍼 산이가 이 영화에 영감을 받아 서울 소돔의 120일이라는 제목의 랩곡을 냈다.
[1] 이 중에서 이 작품에 이름까지 주력으로 나오는 것은 남녀 각 4명씩. 그 외에도 다 돌려먹은 다음에 팔아 먹었다. 아래에 설명되는 집단도 모두 선발된 사람들이다.[2]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일정 지역의 징세권을 일정 기간 대신 얻는 직업이다. 로마와 혁명 전 프랑스가 징세청부업자들이 활동했던 시기로 유명한데, 이들의 존재는 지역 경제가 무너지면서 중앙 행정부의 재정이 파탄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혁명 전의 프랑스는 전 국토의 70% 이상의 징세권이 거의 100년 이상 징세청부업자들에게 넘어가 있었다. 이들 징세청부업자 중에서 유명한 인물로는 화학자로 이름이 높은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있다.[3] 문제의 권력자들의 동성애 상대역. 당초 이 소설에서 권력자들은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과 관계를 가진다. 남녀노소·미추 모두 안 가린다. 자기 자식들(딸들)까지도 무자비하게 갖고 놀다 죽이는 천하의 개쌍놈들이다.[4] 음담패설 담당도 겸한다.[스포일러] 무엇보다도 악의 근원인 권력자 네 명은 소설 끝날 때까지 털끝도 다치지 않는다. 권선징악을 흉내내려는 흔적조차 없다. 이는 대부분의 사드 소설이 공유하는 특징이기도 하다.[5] 대표적으로 ‘뿌스’라는 길이단위가 본문 중 심심찮게 나온다.[6] 농담이 아니라 이 영화 포스터 중에서 18금과 고어씬을 빼놓으면 남는게 거의 없다. 끽해야 남녀 누드가 고대 로마 벽화로 대체되어 있는 것 정도?[7] 파졸리니의 아버지는 귀족이자 군인으로 파시스트 고급 당원이었으나 어머니는 하층계급 출신 고용인이었던 탓으로 아버지에겐 지독한 혐오와 애증을 함께 품게 되었고 그런 감정은 영화에서 흑인 메이드와 관계하다가 권력이 있는 네 사람에게 살해되는 파시스트 병사 에치오(Ezio)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참고로 파졸리니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화에서도 배우로서 열연했고 아들의 사망을 끝까지 살해로 믿고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했다. 파졸리니도 매우 효자였다고 한다.[8] 직업에 약간 변화가 생겼는데 각각 공작(Il Duca, 파올로 보나첼리 분), 의장(Il Presidente, 알도 발레티 분), 판사(L'Eccellenza, 우베르토 퀸테발레 분), 성직자(Il Monsignore, 죠죠 카탈디 분)이다. 참고로 공작과 성직자는 서로 형제 관계로 나온다. 성직자는 주제에 성직자라고 작중에서 혼인식 세레모니 때 주례를 서 준다.[9] 소년이 동성애 상대였고 성행위를 강요하다 살해했다. 소년은 지갑을 슬쩍했으며 도망한 소년의 입을 통해 파졸리니의 동성애 짓이 소문나자 격분한 마을 청년들이 시체를 두들겨 패고 소년이 차로 후진해서 얼굴을 뭉갰다는 '''각본'''이 준비되어 있었다.[10] Lust Of The Libertines란 곡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