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 방정식
1. 개요
'''Schrödinger equation'''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물질의 상태를 기술하는 방정식이다. 취리히 대학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신 과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1926년 발표하였다.
양자역학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은 고전역학에서 뉴턴 방정식 ''F=ma'', 혹은 라그랑주 방정식[1] 과 동일한 위상을 지니며, 이들과 마찬가지로 fundamental relation이므로 다른 물리법칙으로부터 '유도'될 수 없다.[2]
고전적인 운동 방정식과 슈뢰딩거 방정식은 기초적인 방정식이라는 공통점 외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 그중 특히 유념해야 할 큰 차이로 두 방정식이 다루는 대상이 있다. 고전적인 운동 방정식에서는 입자 혹은 질점의 위치나 운동량같이 의미가 직관적으로 잘 와닿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데 반해 슈뢰딩거 방정식은 다소 추상적인 파동함수라는 것을 다룬다. 그리고 이 파동함수는 추상적인 만큼 그 의미에 해석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파동함수가 물리적인 실체인가 아닌가 하는 부분이나 측정이 도대체 어떤 식으로 양자상태를 붕괴시키는지는 양자 역학의 해석에 따라 설명이 갈린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 방법에 관계없이 파동함수로부터 어떤 측정 결과의 확률분포를 알 수 있다는 것만은 기본적인 가정(혹은 해석에 따라 가정으로부터 다다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는 실험적으로도 잘 증명되어 있다. 따라서 파동함수가 물리적 실체인지 아닌지는 불확실하더라도 양자역학을 세우는 데 필수적임은 확실하다.[3]
사실 고전역학보다 양자역학이 훨씬 근본적인 법칙이기에 이 방정식으로도 당연히 고전역학적인 문제를 풀 수 있으며, 양자역학의 고전역학 근사(플랑크 상수를 0으로 보내는 등)를 취하면 당연히 구해지는 답도 고전역학에서 구한 값과 일치한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고전적 풀이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기에 실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드물 뿐이다. 자세한 내용은 물질파, 양자역학 항목을 참조.
2. 아이디어
비록 슈뢰딩거 방정식이 양자역학에서 일종의 '공리(Postulate)'와 같은 존재라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물리학적 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져서 등장한 것은 아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착안해 내는 아이디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직접적으로는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정립한 전자기학 혹은 파동역학에서 출발하며, 여기에 막스 플랑크가 제시한 "양자가설", 즉 에너지의 양자화 $$ E=h \nu $$를 적용해서 역으로 미분하면 시간 의존 슈뢰딩거 방정식에 도달할 수 있다(이는 슈뢰딩거 본인이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슈뢰딩거 방정식을 구성하는 해밀토니언(Hamiltonian) 연산자 역시, 고전역학의 해밀턴 역학에서 사용하는 해밀토니언 $$\mathcal{H}$$로부터 자연스럽게 확장시켜 사고할 수 있다. 실제로 슈뢰딩거의 논문은 해밀턴 역학에서 나오는 해밀턴-자코비 방정식에서 출발한다. 또한, 파인만이 사용한 방법으로, 최소작용의 원칙과 경로적분, 그리고 몇 가지 가정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3. 형태
3.1. 시간 의존 슈뢰딩거 방정식(Time-dependent Schrödinger Equation)
- $$ \displaystyle i \hbar \frac{\partial}{\partial t} \left|\Psi(t)\right>= \hat{\mathcal{H}} \left|\Psi(t)\right>$$
아주 중요한 특별한 꼴로 퍼텐셜 하에 놓여있는 비상대론적 단일 입자를 기술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은 위치 기저(position basis)를 이용해 쓰면 다음과 같다.
- $$ i \hbar \dfrac{\partial}{\partial t} \Psi(\bold{r},t)= \left( -\dfrac{\hbar^2}{2m}\nabla^2 + V(\bold{r},t) \right) \Psi(\bold{r},t)$$
학구열에 불타는 비전공자 여러분들을 위해... 혹시 저 역삼각형이 뭔지 궁금하다면, "델(연산자)"를 검색해 보자.- 쉽게 말하자면 이계 편미분인 $$ \dfrac{\partial^2}{{\partial x}^2}$$을 3차원상으로 확장시킨 형태라고 생각하면 쉽다.
3.2. 시간 비의존 슈뢰딩거 방정식(Time-independent Schrödinger Equation)
해밀토니언($$\mathcal{H}$$)가 시간 $$t$$에 의존하지 않는 경우[7] ($$t$$에 대한 함수가 아닌 경우) 슈뢰딩거 방정식은 다음과 같이 간단한 꼴로 쓸 수 있다.
- $$ E \left|\psi\right>= \hat{\mathcal{H}} \left|\psi\right>$$
- $$ E \psi(x)= \left( -\dfrac{\hbar^2}{2m}\nabla^2 + V(x) \right)\psi(x) $$
$$\displaystyle \left| \Psi (t) \right> = \sum_{n} {c_n \left| \psi_n \right> e^{-i E_n t / \hbar} } $$
[1] 물체의 운동을 위치 x와 운동량 p로 기술하는 방법. 뉴턴역학과 동치이며, 일반화된 물리적 상태의 서술이 더 용이하다.[2] 사실 '유도'할 수는 없어도 '유발'할 순 있다. ''F=ma''도 유도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운동E)=(힘)×(변위)라는 식을 변위에 대해 미분하면 ''F=ma''가 나오듯 간단한 형태의 슈뢰딩거 방정식도 거꾸로 찾아낼 수 있다.[3] 학부 수준에서는 가장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코펜하겐 해석을 기본으로 양자역학을 이해하게 된다. 코펜하겐 해석은 측정이라는 과정에서 파동함수가 붕괴하며 이 붕괴 결과에 대해서는 오로지 파동함수에서 얻을 수 있는 확률밀도만 알 수 있다는 것이 기본 골자다.[4] 입자의 속도가 광속보다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을 때[5] 물론 연도만 놓고 보면 슈뢰딩거 방정식(1926년)이 아인슈타인의 상대론(1905년)보다 한참 후에 발표되었다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 모두 물리학의 새로운 분야였던지라..[6] 뭐 사실 상대론적 양자역학에서도 식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져서 그렇지, 저 식 자체는 그대로 쓰인다.[7] $$\mathcal{H}$$에서 실제로 시간에 의존할 수 있는 부분은 V이다. 그러므로 V가 시간에 의존하지 않다는 것이랑 똑같다.
화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단지 이 정류상태 파동함수를 이용하여 다루어진다. 당연히 해밀토니언 연산자가 에너지에 대응되므로 에너지 식은 시간의존인 경우에서도 성립이야 하지만, 이 경우 에너지를 곧바로 시간에 의존하지 않는 함수로 구할 수 있다.
4. 사용례
$$V(x,t)$$에서 $$x$$는 사실 3차원 위치를 나타내는 벡터량이지만, 대부분의 양자역학 개론서에서는 1차원부터, 그것도 쉽게쉽게 구간별로 일정한 에너지를 갖는 경우부터 다루는 편이다. 3차원상에서의 슈뢰딩거 방정식에서는 $$x, y, z$$ 를 전부 고려해야 하므로 라플라시안 $$\nabla^2$$로 표현하지만 1차원상에서는 오직 $$x$$에 대해서만 다루면 되기 때문에 $$\nabla^2=\dfrac{\partial^2}{{\partial x}^2}$$로 쓸 수 있다. 그러면 해밀토니언은 $$\hat{\mathcal{H}}=-\dfrac{\hbar^{2}}{2m}\dfrac{\partial ^2}{\partial x^2} + V(x,t) $$가 되며, 슈뢰딩거 방정식은 $$ i \hbar \dfrac{\partial}{\partial t} \Psi(x,t)=-\dfrac{\hbar^2}{2m}\dfrac{\partial^2}{{\partial x}^2}\Psi(x,t) + V(x,t)\Psi(x,t)$$로 쓸 수 있다.
4.1. 자유입자(Free Particle)
자유입자는 $$V(x,t) = 0$$인 경우, 즉 입자가 주변과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경우이다. 쉽게 말하자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빈 우주에 입자 하나가 혼자 놓여져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고전역학에서는 이런 상황은 사실 '문제'로 취급하기에도 우스운 수준이다. 당연히 관성의 법칙에 의해 영원히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며 운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양자역학에서도 이런 상황이 가장 쉽게 풀린다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무한 퍼텐셜 우물이 가장 쉽다.) 이 경우 슈뢰딩거 방정식은 $$-\dfrac{\hbar^2}{2m}\dfrac{\partial ^2}{\partial x^2}\Psi = i\hbar\dfrac{\partial }{\partial t}\Psi$$로 시간과 변위에 대해 쉽게 변수분리 가능한 꼴로 나오게 된다. 이때 에너지와 운동량, 그리고 파동함수는 각각 $$E=\dfrac{\hbar^2 k^2}{2m}$$, $$p = \hbar k$$, $$\Psi(x,t)=Ae^{i(kx-\omega t)}$$가 된다. 자유입자는 고체이론 가운데 가장 기초적인 모델인 자유전자모델(Free Electron Model)에 사용된다.
4.2. 사각 퍼텐셜 문제(Rectangular potential problem)
퍼텐셜이 구간별로 어떤 상수로 정의된 상황을 사각 퍼텐셜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입자가 평평한 지면과 수직으로 깎아내린 절벽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공간에 있을 때를 다루는 문제이다. 그 중 대표적이고 중요한 퍼텐셜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는데, 슈뢰딩거 방정식/사각 퍼텐셜 문제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 퍼텐셜 우물
- 퍼텐셜 계단: 딱 한 칸의 계단, 즉 단위 계단 함수 퍼텐셜에 놓인 입자를 다룬다.
- 사각형 퍼텐셜 장벽: 유한한 높이의 사각형 퍼텐셜 벽이 입자를 막고 있는 상황으로, 터널링 현상이 유명하다.
4.3. 양자 조화 진동자(Quantum harmonic oscillator)
양자 조화 진동자는 고전역학에서 조화진동자를 양자역학으로 옮긴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양자역학만의 특이한 현상들이 발생한다. 고전역학적으로는 전환점[9] 이후 물체의 존재는 금지되어 있지만, 양자 조화 진동자는 전환점을 넘어서서 존재할 확률이 있다.
4.4. 강체 회전자(Rigid Rotor)
강체가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상황을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non-spherical한 강체에 대한 슈뢰딩거 방정식의 일반해는 구할 수 없다. 따라서 슈뢰딩거 방정식에서 강체 회전자는 주로 $$ I_1=I_2=I_3$$의 spherical state인 경우이거나, 이원자 분자와 같은 선형 강체에 대해 서술된다. 이 경우 선운동량보다 각운동량이 주요 물리량으로 다뤄지고, 구면 좌표계를 사용하면 비교적 간단히 방정식들을 유도, 도출해낼 수 있다. 특히 spherical rigid state의 해를 구하는 경우 spherical harmonics에 대해 정리함으로써 오비탈의 에너지 또한 계산해낼 수 있다.
4.5. 스핀
항목 참조.
4.6. 수소 원자(Hydrogen Atom)
수소 원자 모형 참조
4.7. 주기적 퍼텐셜 모델 (Periodic Potential)
주로 고체구조에서 주기적 원자배열에 따른 퍼텐셜이 나타날 때 사용한다. 주기적 퍼텐셜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있는데, 가장 간단한 크로니히-페니 모델(Kronig-Penney model) 정도는 해석적으로 블로흐 함수(Bloch function)를 이용하면 쉽게 풀 수 있다. 이 주기적 퍼텐셜 모델을 풀면 에너지 밴드이론을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에너지 밴드 이론은 고체물리, 반도체공학, 전자재료 등에서 매우 중요하다.
4.8. 기타
사실 '''슈뢰딩거 방정식을 해석적으로 풀 수 있는 물리적 계(system)는 거의 없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적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걸 푸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경우가 보통이고, 해석적으로 정확하게 풀 수 있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주기율표상의 원자들에서는 수소와 수소꼴 원자(수소처럼 전자 하나만을 가지는 이온들)를 제외하면 당장 헬륨부터 해석적인 해를 얻을 수 없으며[10] , (입자물리나 광자 한두 개 수준을 다루는 연구를 하지 않는 이상) 실생활이나 실제 연구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의 99% 이상은 정확한 해석적인 접근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후에는 대체로 근사법(섭동 이론, 변분 원리, WKB 근사법 등) 정도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며, 나머지 내용은 분야, 저자, 그리고 교재의 목적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 물질의 성질을 양자역학적으로 연구한다 했을 때, 단순한 분자나 결정 물질의 경우 몇 가지 근사와 수치해석적인 방법을 이용해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게 되며 비교적 아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부터 쉽사리 답을 얻기 어려운 경우까지 다양한 상황이 존재한다. 기존의 방법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연구 주제가 된다.
이렇게 물리학도들을 멘붕에 빠드리기는 해도, 한가지 다행인 점을 꼽자면 이 악독한 녀석이 그나마 '''선형''' 미분방정식이라는 것이다.
5. 한계
비상대론적이어서 입자가 충분히 빠른 속도로 이동할 때는 운동이 제대로 기술되지 않는다. 그리고 전자기장을 걸어준 경우, 스핀이 존재한다면 슈뢰딩거 방정식을 따르지 않고 파울리 방정식을 따르게 된다.
6. 의의
슈뢰딩거 방정식은 흔히 미분방정식 꼴(Differential equation form)이라고 일컬어지며, 이와 독립적으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창안한 행렬 꼴(Matrix form)과 함께 양자역학을 기술하는 양대 방법이다. 기존까지 광양자가설이니 물질파이론이니 단편적으로만 해석되던 양자역학을 체계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master equation(이건 물리학, 특히 통계물리에서 전혀 다른 방정식을 의미하므로 그냥 '일반화된 방정식'이라고 쓰는 게 맞을 듯)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