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
1. 개요
典當鋪, Pawn(Shop)
물건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사금융업의 일종. 일본어로는 質屋(しちや, 질옥)라고 한다.
2. 역사
한국에는 개화기 때 일본인들이 들어와 전당포를 세운 것이 그 시초라고 알려졌다.
약정담보물권인 질권을 설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경우이다. 한때는 서민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구할 수 있는 유용한 역할을 했으나 점점 시대에 도태되어 사라져가고 있다.
질권의 경우에는 질권설정물(질물)에 대해 점유를 유지하는 것이 효력존속요건인데 법학의 발전으로 양도담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질권의 필요성이 많이 떨어진다. 또한 신용사회로 발전함에 따라 급전이 필요하다고 물건을 입질(入質)할 필요가 없어졌다. 전당포에서 제공할만한 정도의 돈은 요즘은 급하면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 받으면 되니까. 하지만 전당포 대출은 본인의 신용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다는게 장점이다.
따라서 현재는 아주 오래된 상가에 한 곳쯤 남아있는 정도를 제외하면 카지노 근처에서나 가끔 보이는 실정이다.[1] 실제로 강원랜드 인근 고한·사북 읍내를 보면 한 블럭마다 전당포가 '''좀 많이''' 보인다. 좀 과장 섞어서 고한·사북 상업지구의 1/4가 전당포, 1/4이 스키하우스[2] , 나머지는 시장이나 기타 상업지구라고 볼 수 있을 정도. 아니면 사채업으로 진화를 했거나 규모가 커져서 인터넷에 가게를 내어 영업을 한다. 이 강원랜드 근처의 전당포 주인들은 정신적 고충을 자주 호소하고 몇 달도 안돼서 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꽤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당연히 도박으로 돈을 잃고 중독된 자들이 결국은 집문서, 땅문서에 차, 온갖 귀중품들을 맡기고 돈을 받으려고 오는데, 그 몰골을 보면 초점 잃은 눈에 부들부들 떨기까지 해서, '''진정으로 이성을 잃은 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거기다 중독자들의 사연들을 계속 듣고 보고 하다보니 그들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이상 괴로운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는 중독자가 아니라 중독자 유가족이 돈 찾아와서 유품을 찾으러 오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이 전당포 주인들도 상당수가 떳떳하지는 않은 것이, 대개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고, 사채업에 종사하거나 아예 조폭이 경영하되 주인은 그 조직에서 파견나온 관리직이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보니... '''뒷세계에서의 어두운 일면을 실컷 봐왔을 그런 사람들조차 정신적 괴로움을 못 견뎌 발을 빼는 모습을 보면, 도박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일수같은 신용사채보다는 담보물이 있는 대출이라 조폭의 개입이 약간은 적다. ###
3. 영업방식
일반적으로 전당포에서는 맡기려는 물건의 원가를 기준으로 여러가지 위험부담과 비용 등을 고려해서 최종가격은 이용자와의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골동품 등 정확한 가치를 알 수 없는 물건은 따로 검증기간을 거쳐서 가치를 책정하기도 하며, 차량이나 가전제품 등 중고로 사용시 가치가 떨어지는 물건들은 당연히 다른 물건보다 더 낮은 수준의 가격을 책정하는게 일반적이다. 크기가 너무 크다거나 생물이라서 상해버릴 여지가 있다거나 하는 보관하기가 난해한 물건은 당연히 잘 안받아주려고 한다. 가장 잘받아주는 물건으로는 역시 감정하기도 쉽고 고가치를 인정받는 보석이나 귀금속류이며, 이런 것들은 전당포에서 쿨거래로 진행해준다.
일단 알아두어야 할 것은 전당포에 물건을 넘기기로 마음먹었다면, 적어도 그 물건이 가진 가치의 절반 이상은 깎아먹은 가격을 받아들일 각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당포 주인이 악덕업자라던가 터무니없는 이득을 노리기 때문이라던가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전당포의 특징적인 영업방식에 기인한다. 한마디로 일반적인 중고거래보다 빨리 매각할 수 있으나, 대신 시세에 따른 금전적인 손해도 만만치 않다는 소리다. 잘 와닿지 않는다면 물건을 담보로 돈을 빌릴때는 원래 가치의 절반은커녕 30%정도만 쳐줘도 후하게 쳐주는거다. [3] 물론, 물건자체를 매입할때도 원가의 절반은 깎아먹을 각오를 해야한다. 의뢰인의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광고하는것보다 원금을 포함한 이자를 받는게 전당포 입장에서 수고도 덜 들고 금전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전당포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물건을 급처 또는 담보로 내놓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금융권보다도 훨씬 더 전당포 주인 쪽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곳이다. 전당포 입장에서도 이용자가 팔려는 물건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즉석에서 명확하게 판정하기가 힘들고, 심지어 장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로 선뜻 좋은 가격에 물건을 맡아줄 수 없다. 전당포는 장물에 대해서는 경찰수사에 협조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장물을 맡게되면 매우 곤란해진다. 더욱이 장물로 판정나면 그대로 주인한테 물건을 돌려줘야한다. 전당포가 입은 피해는 도둑한테 따로 피해보상을 받아내야 되기 때문에 정말 골치아플 수밖에 없다.
거기다 맡은 물건을 처분하는 데에도 추가적인 비용과 수고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난해함을 고려해서 매우 방어적인 가격협상이 이루어지며, 수지가 안맞는다고 생각되면 전당포는 위험부담을 지고 가격협상을 하기보다는 그냥 거래를 포기해버린다. 전당포를 들르는 사람이 하루에 수 십명에서 수 백명이 넘는데 돈이 되지 않는 물건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다른 손님과의 거래에 더 집중하는게 전당포에게는 훨씬 남는 장사이기 때문. 이용자도 애초에 전당포를 찾는 이유는 물건을 합당한 가격에 처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급전을 빌리는데 의의가 있다는 걸 명심해야한다. 적정가격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매 등을 통해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맡기는 물건이 값 나가는 물건일수록 빌릴 수 있는 돈의 액수도 그에 비례해서 커진다. 전당포는 언제나 귀중한 물건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절도와 강도의 표적이 되기 쉽상이다. 그래서 전당포를 차리려면 경찰의 허가가 필요하고 일정기준 이상의 보관설비를 법적으로 요구한다. CCTV와 철창 등으로 상당히 보안에 신경쓰고 있는 내부구조도 전당포의 특징이다.
60-70년대에는 티비, 라디오, 재봉틀 따위의 가전제품이 자주 담보가 되었고 80년대에는 밍크코트나 비디오, 컴퓨터가 주 품목이었다. 요즘은 명품과 차량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금이나 은 등 귀금속과 시계가 예나 지금이나 가장 많이 들어오는 품목. 값 나가는 물건을 다루다 보니 전당포를 상대로 한 짝퉁을 맡기려는 사기시도도 많이 일어나지만, 전당포를 본업으로 하고 있는 주인이 훨씬 빠삭하기 때문에 전당포를 속여넘기기는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고 한다. 많은 전당포들이 짝퉁을 감별해내기 위한 감정 기술이 있거나 혹은 기술자를 고용한 경우가 많다.
강원랜드 같은 도박장 주변에서는 전당포에서 넘어온 고급 차를 원래 중고가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하지만 이는 '''불법이다.''' 등기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 등의 특정동산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질권설정이 금지되어 있다. 게다가 싸다고 해서 좋다고 하기도 어려운 게 중고차매매업과는 달리 단순히 맡기는 개념이다 보니 차량의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한마디로 차량의 세부사항이나 성능에 대해서는 완전히 복불복이다. 더욱이 중고차매매업과 업무의 성격이 다르다 보니 전당포 사장이 그러한 차량 명세서를 받아서 구매자에게 줄 의무는 없다.
4. 창작물에서
작품 속 인물이 생활고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전당포에 맡기면서 전당포 주인과 가격을 두고 다투거나 '사정이 나아지면 꼭 되찾아야지' 라고 독백하는 것은 아주 흔한 클리셰이기도 하다. 또 많은 경험과 꼼꼼한 관찰을 통해 물건들의 가치를 정확하게 볼 줄 알아야 하므로 보통은 안경을 낀 중년 혹은 노년의 조용한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이 아저씨 빼고.
전당포 주인은 영화에선 명품이나 고가의 물건을 후려쳐서 소액을 빌려주는 개그 요소나 악독한 인물로 왜곡될 때가 많다. 특히 주인공 일행이 비싼 물건이라 아득바득 우기는데 짝퉁이라며 가격은 고작 1만, 2만씩 올려주는 게 거의 클리셰 수준. 하지만 이 항목을 꼼꼼히 읽어봤음 알 수 있겠지만 이는 무리수다. 전당포는 소유권을 넘기는 (재산을 이전하는) 개념이 아니라 엄연히 담보 차입의 금융업이다. (재산의 소유권은 여전히 본인에게 있음) 단지 변제를 하지 못했을 때 전당포 주인이 변제에 갈음하여 해당 물건을 처분하는 건데 영화의 모습은 오히려 전당포보다는 판매자의 물건을 구매해주는 잡화점에 가깝다.
오히려 진짜 차입자가 좋은 물건을 가져왔음 제 값을 쳐주는 게 전당포 주인 입장에선 이득이다. 그래야 원본에 더해 이자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 예컨대 같은 물건을 담보로 잡아 5만원을 빌려주고 이자 10%를 받고 물건을 돌려주면 5.5만원으로 순이익은 5000원 밖에 안 되나 50만원을 빌려주면 55만원을 받으니 수익이 10배로 뛴다. 그리고 정말 그 물건이 가치가 있는 물건이면 주인이 그 이상의 돈을 내고 돌려받으러 올테니 (전당포 주인이 해당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매겼다는 가정 하에) 원금과 이자를 확실히 확보할 수 있다. 되려 좋은 물건에 너무 싼 가치를 매겨버리면 그 정도 금액은 당연히 차입자가 변제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변제의 장벽을 낮춰 전당포 주인이 이득을 볼 확률(변제에 갈음하여 소유권을 이전 받을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4]
하지만 같은 사금융이라도 필연적으로 악독하게 표현되는 사채업자와는 달리 전당포의 경우엔 취급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 물건의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이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선역을 묘사할 수도 있기 때문. 그런데 사실 물건을 전당포에 가져올 정도면 급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므로 남의 급한 사정을 이용해 물건값을 후려쳐서 적게 빌려주는 묘사도 많이 나오기는 한다. 김동인의 소설 '벗기운 대금업자' 에서는 전당포 주인인 주인공이 순진할 줄 알고 영세민 거주 지역에서 개업하였다가 오히려 돈 빌리러 오는 영세민들에게 농락 당하다시피 하여 결국 파산한다.
4.1. 대중매체 속 전당포
- Pawn Stars(전당포 사나이들)
- 무한도전 니가 가라 하와이 - 초반 미션에서 전당포가 등장한다. 전당포의 특징상 XX사가 붙기 때문에, 절이나 공업사로 멤버들을 헷갈리게 했다.
- 소설 '벗기운 대금업자' - 악덕한 전당포 주인이 주인공이 순진한 줄 알았으나 역으로 영세민들에게 당하는 내용.
- 아저씨 - 주인공 차태식이 전당포업을 한다.
- BanG Dream! - 이치가야 아리사의 집이 전당포인 유성당을 경영한다.
- 영화 '전당포'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 소개된 영화.
- 게임 No Umbrellas Allowed 의 달시스 게임의 배경이 되는 가계로 전당포의 운영 방식을 잘 반영 했다고 평가 받는다
5. 환전소로서의 전당포
참여정부 시절 당시 활성화 된 바다이야기같은 도박 게임장의 상품을 직접 현금으로 주는 것을 법률로 금지하게 되자, 상품은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바로 앞에 상품권을 매입하는 전당포, 상품권 전문점[5] 등이 이를 매입하여 현금화해주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갔다.
현재 일본의 빠찡꼬에서도 별 의미도 없는 플라스틱 벽돌, 블럭 같은 걸 교환 대상 상품으로 진열해 놓고 주변 전당포에서 그걸 현금화해주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6. 여담
과거에는 전당포영업법이라는 법률도 있었으나, 규제 정비 차원에서 1999년 3월 31일부로 폐지되었다.
7. 같이보기
[1] Pawn Stars로 유명한 Gold & Silver Pawn Shop도 라스베가스에 위치하고 있다.[2] 강원랜드에 하이원이라는 스키장이 딸려있으니까.[3] 정가에비해 낮은 돈을 빌려줘야 착실히 갚을테니까.[4] 현실적인 예로 닌텐도스위치같은 최신 게임기를 담보로 맡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전당포 업자가 20만원 정도를 빌려주면 게임기 주인이 22만원을 내주더라도 돌려받는 걸 택하면 확실한 이자 2만을 업자가 받을 수 있고 만약 22만원이 너무 부담되는 금액이라 변제하지 못하면 업자는 스위치를 팔면 그만이다. 그런데 만약 업자가 후려치기를 해서 2000원만 빌려주면 돈을 빌린 사람 입장에서도 2200원은 별 거 아닌 돈이니 대물변제 대신 금전변제를 할 확률이 높고 이 경우 업자가 얻는 이득은 고작 200원이다. 스위치의 소유권을 차입자가 포기할 확률이 수직하락하는 건 덤.[5] 해당 물건만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