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유탄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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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항피모철갑유탄(APCBC-HE)의 내부 구조도.
APHE(Armor Piercing High Explosive). 철갑유탄, 관통유탄이라고 한다. 고폭탄이나 대전차고폭탄 등등과 대비되는 의미에서 '철갑고폭탄'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경우도 가끔 있다. 피모와 캡이 추가된 정도에 따라 기본적인 형태인 APHE, 경금속 피모가 추가된 APHEBC(피모철갑유탄), APHEBC에 유선형 캡이 추가된 APCBC-HE(저저항피모철갑유탄)으로 세분화된다.
철갑탄 내부에 작약을 충전시킨 형태의 포탄으로 신관과 작약은 탄저부에 위치해 탄두가 장갑을 관통한 후 내부에서 폭발하도록 되어 있다. 단순히 전차나 군함의 장갑만을 관통하기만 하는 일반적인 철갑탄에 비해 인명살상에 뛰어나다. 물론 그만큼 일반적인 철갑탄에 비해 관통능력 자체는 떨어진다.
2. 역사
2.1. 발단
철갑탄이란 개념이 확립될 당시에 나온 가장 오래된 철갑탄이다. 개발은 해군에서 주도했다. 기존의 전장식 대포에서 발사되는 구형의 솔리드탄은 주로 목재였던 전열함에는 매우 유용했지만, 19세기 이후 대두된 모니터함 같은 강철장갑을 두른 함선을 격침시키는 데는 전혀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철갑함선의 경우, 내부공간이 넓고 장갑이 두껍기 때문에 기존의 솔리드탄이 장갑을 관통하더라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 따라서 강력한 장갑을 관통하기 위해 포탄의 구경을 늘리고 탄두를 강철 등의 강력한 물건으로 바꾸었다. 또한 포탄이 장갑을 관통한 뒤의 피해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해 내부에 작약을 넣었다. 이것이 철갑유탄의 시초다.
하지만 거함거포주의에서 볼 수 있듯이 전함의 장갑은 갈수록 증대되었기 때문에, 이를 관통하기 위해 피모철갑탄 및 저저항피모철갑탄의 원리를 고안해서 추가했다. 따라서 해군은 육군보다 한참 앞서서 제대로 된 철갑탄의 구조를 확립했다. 위의 그림도 피모철갑탄 및 저저항피모철갑탄의 원리가 통합된 철갑유탄의 단면도이다. 덧붙여 이렇게 피모철갑탄 및 저저항피모철갑탄의 원리가 통합된 철갑유탄을 저저항피모철갑유탄이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APCBCHE(Armor Piercing Capped Ballistic Capped High Explosive) 정도로 표기되는 듯 하다. 철갑유탄 중에서는 가장 현대적으로 발전된 형태라 할 수 있다.
2.2. 시련
그러나, 막상 육군에서 전차를 상대로 한 철갑탄으로 사용할 때는 문제가 발생했다. 일단 작은 탄두내에 작약까지 넣다보니 막상 명중하면 관통전에 먼저 폭발하던가, 관통중에 망가져서 발화되지 않는다던지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게다가 내부의 작약량도 적어서 폭발하더라도 그리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도 발견했다. 따라서 육군은 철갑유탄에서 작약을 빼고 탄두 전체를 중금속으로 만든 보다 일반적인 구조의 철갑탄으로 이행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 철갑탄과는 달리 보병 등의 비장갑목표를 상대로 사용할 시에도 유용하며, 건물 등의 내부공간이 넓고 적당히 튼튼한 물체에 사격할 때도 유용했다. 그리고 전차의 경우에도 관통력이 문제였지 일단 관통만 하면 피해를 일반 철갑탄보다 훨씬 크게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제2차 세계 대전까지는 경심철갑탄과 함께 전차의 주력 대전차 탄종이 되는 영예를 누렸다. 통짜 쇳덩이보다 떨어지는 관통력만 문제였지 나머지는 충분히 극복이 가능했던 것이다.
예시로 소련의 T-34/76의 주력 철갑탄은 철갑유탄인 BR-350이었고 미국의 75mm M3 / 76mm M1 전차포, 독일측의 PaK 40 대전차포, 티거 2의 KwK 43 전차포 역시 주력 철갑탄종으로 저저항피모철갑유탄(APCBC-HE-T)을 사용했다.
2.3. 현대
21세기인 오늘날에 와서는 빈약한 관통력으로 인해 도태되어 전차를 잡는 데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함선과 같은 배나 벙커와 같은 구조물을 파괴하는 용도로는 현대에 와서도 사용이 계속되고 있고, 따라서 전차포탄으로서는 퇴역한 지금도 함포의 포탄으로서는 여전히 쓰인다. 당장 전함의 16인치 함포의 철갑탄도 철갑유탄이었고, 현대의 군함들이 싣고 다니는 함포에서도 철갑유탄은 여전히 사용된다. 다만 5인치 함포는 고폭탄만 사용 가능하며 가장 최신형이자 그나마 큰게 76mm 오토멜라라용 철갑유탄과 2016 방위산업전시회에 나온 5인치 철갑유탄 정도이다. 요즘 함선들은 장갑이 아예 없이 화물선처럼 최소한의 원양항해가 가능한 건조시의 국제해사기구 등의 규정에 맞는 수준의 두께만 가지는데 이런 녀석들에는 그냥 2차대전 급강하폭격기가 대함용으로 애용하던 항공 반철갑탄(Semi-AP, SAP)처럼 일반 고폭탄의 외피두께를 조금 늘리고 탄두후미신관(Base Fuze) 장착부에 지연신관 하나 달아도 뚫고 들어가서 내부유폭을 일으킨다. 그나마 요즘 굴러다니는 함정들 중에는 안그래도 구닥다리 투성이라 장갑을 둘러도 이상할게 없는 북한군 함정들이 강철장갑을 두르고 있다는 말이 있어 대한민국 해군이 오토멜라라용 76mm APHE를 도입, 5인치 APHE[1] 를 개발하게 되기는 했다.
또한 기관포 같은 소구경탄용으로도 철갑고폭소이탄 같은 복합탄의 형태로 살아남았는데, 이들같은 소구경 탄은 날탄이나 분리철갑탄 등의 관통력만 중시한 탄만 가지고는 목표에 제대로 된 피해를 못주기 때문에 복합탄을 사용해서 내부유폭을 도모할 필요가 있으며, 보병을 상대하기 위한 인마살상용으로도 제대로 된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불안정한 작약을 배제하고 내부를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채운 PELE(Penetrator with Enhanced Lateral Effect)라는 탄약도 개발되었다. 고밀도의 외피가 장갑재를 관통하는 동안 내부의 저밀도 충전재가 압축되고 장갑을 다 뚫고 압력이 없어지면 압축된 충전재가 터져나가면서 대량의 파편을 형성하는 원리이다. 내부에 충전된 작약이 없어 취급이 비교적 안전하고 신관 없이 물리적인 힘만을 이용하기에 불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통상 APFSDS보다 중장갑을 상대할 때 관통력이 감소하고, 내부 충전재가 충분히 압축될만한 장갑이 없는 소프트타겟 상대로는 파편 양이 극도로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독일의 라인메탈, 중국의 노린코 등에서 20mm, 30mm, 120mm, 125mm 등 각종 구경의 탄약을 개발하여 세일 중인데, 중장갑 전차와 면표적이 아닌 시가전 상황에서 장갑차, 엄폐물 뒤의 진지 등 세미-하드 타겟을 부수적 피해 없이 타격하는 특수 탄약으로 홍보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통상 APFSDS나 HEAT, 공중폭발탄 등에 비해 지나치게 응용 분야가 좁기 때문인지[2] 채용한 국가는 거의 없는듯 하다.
[1] 정확히는 APHEBC[2] 20mm, 30mm PELE는 통상 HE/HEDP 기관포탄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고, 105mm/120mm PELE의 주 사용처인 시가전은 전차를 운용하기 가장 곤란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