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1. 개요
'''춘분'''(春分)은 24절기의 네 번째로, 태양 황경이 0이 되는 때를 말한다. 아니, 사실 거꾸로 말하면 춘분이 태양 황경과 황도 12궁 기준점이 된다. 양력으로는 3월 20일 내지 3월 21일경에 든다. 경칩과 청명 사이에 있다. 태음력에서는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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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세
춘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12시간으로 같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점에서 영어로는 spring equinox[1] 라 한다. 이건 추분도 마찬가지. 그런데 사실 춘분과 추분은 낮의 길이가 더 길다[2] . 자세한 사항은 균시차를 참고할 것. 간단히 말하면 태양은 고정된 점이 아니고, 지구는 똑바로 서서 돌지 않기 때문에 오차가 생긴다. 예를 들어 균시차 문서에 서술된 춘분 낮의 길이는 12시간 08분가량으로 밤보다 16분이나 더 길다.
춘분 이후에는 농가에서 봄보리를 갈고 춘경을 하며 담을 고치고 들나물을 캐 먹었다. 조상들은 춘분을 '나이떡 먹는 날'이라 부르며 가족이 모여서 송편과 비슷한 '나이떡'을 먹었는데, 아이들은 작게 빚고 어른들은 크게 빚어 각각 자신의 나이만큼 먹었다고 한다. 또 춘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면서 마을의 머슴들을 불러 모아 일년 농사가 잘되길 기원하며 나눠먹었기 때문에 '머슴떡'이라고도 불렸다. 그리고 집마다 봄나물과 콩을 볶아 먹었는데, 콩을 볶으면 쥐와 새가 사라져 곡식을 먹지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대 대부분 문화의 날짜 기준이기도 하다. 이집트, 켈트의 드루이드 할 것 없이 모두 춘분을 기념했으며(켈트족의 축제 참조), 기독교의 부활절도 춘분 축제의 산물이다.[3][4] 황소자리가 경배받은 이유도 기원전 2천 년 무렵에는 춘분점이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태양력과 기독교 세계에서도 춘분은 대단히 중요하다.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에서는 부활절을 춘분 다음 보름 다음 오는 첫 일요일로 정했다. 니케아 공의회 당시에 춘분날이 3월 21일 무렵에 왔기로 계속 3월 21일을 춘분으로 간주하고 계산해 왔다. 그러나 율리우스력의 오차가 계속 쌓여 1200년이 지나고 보니 날짜가 무려 10일이나 차이가 나(128년당 하루 오차), 16세기 후반에는 실제 춘분날이 율리우스력의 3월 11일에 올 정도였다. 교황 그레고리오 13세는 이를 몸소 확인하고 춘분이 다시 니케아 공의회 당시 날짜인 3월 21일로 오도록, 그리고 다시 이런 오차를 교정하기 위하여 그레고리력을 제정하여 1582년에 반포했다.
이란, 쿠르드,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의 페르시아 문화권에서는 노루즈(Nowruz)라고 하여 이란력(태양력이다)의 새해로 보는 날이며, 동아시아의 설날과 비슷한 위상을 가진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춘분 이후 15일을 초후, 차후, 말후로 나누어 현오치(玄鳥至 = 검은새(제비 등)가 오는 때), 뇌내발성(雷乃發聲: 봄비와 천둥이 치는 시기), 시전(始電: 번개가 치는 시기)로 나누어 구별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차후가 사쿠라시카이(桜始開)로 벚꽃이 피는 즈음이고, 뇌내발성이 말후에 있어 5일이 늦다. 일본에서는 춘분이 추분과 같이 공휴일이다.
현대 천문학에서는 성도를 만들 때 특별한 이유[5] 가 없으면 대부분 성도에 사용되는 좌표계인 적도좌표계의 기준점이 춘분점이므로 춘분날 밤하늘을 기준으로 작성하며, 적도좌표계상에서 별의 경도인 적경도 춘분점을 지나는 자오선을 기준으로 각도를 측정한다. 현재 춘분점이 물고기자리에 있으나 물병자리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어서 뉴에이지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6] 황도 12궁은 20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춘분점이 양자리에 있던 때에 설정됐기 때문에 지금도 양자리를 첫 번째 별자리로 간주한다.
2018년 춘분에는 전국적으로 눈이 내리고 최고기온이 5도 안팎이었다. 또, 2019년 춘분에는 밤 11시를 기해 서울을 제외한 중부 대부분 지역에서 때아닌 한파주의보가 발령되어서 다음날 쌀쌀했다. 그러나 2020년 춘분에는 2015~2017년처럼 이상 고온 현상이 강해서 기온이 매우 높았다.
KBO 리그는 10개 구단 팀당 144경기 체제로 확장된 이후부터 춘분 직후에 페넌트레이스를 시작한다.[7] 반대로 V-리그와 KBL의 경우 춘분 즈음에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남반구에서는 당연히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가 된다. 따라서 계절명을 붙여서는 지구의 반쪽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계절명 대신 월명을 붙여서 (영어로는) March equinox라는 표현도 쓴다. 북반구의 추분날은 당연히 September equinox. 한자 문화권에서는 춘분과 추분을 합쳐서 이분(二分)이라고 표현했다.
[1] 라틴어로 '같다'는 뜻인 aequus와 '밤'이라는 뜻의 nox를 합쳐서 만들었다.[2] 실제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점은 3월 17일 무렵이다. 춘분 이전에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셈이다.[3] 크리스마스 -동지-에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9개월 전인 춘분 때 잉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초대교회 일부에서는 춘분날에 그리스도가 부활했다고 믿기도 했다가, 나중에는 춘분날에 수태고지를 받고 동짓날에 그리스도가 태어났다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가톨릭에서도 12월 25일에서 9개월을 역산해 매년 3월 25일을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이날 복음 내용이 바로 수태고지다.[4] 가톨릭 전례력에서는 춘분 이후 첫 보름달(음력 15일)이 뜬 후에 처음 맞는 일요일이 부활절이다.[5] 특정분야의 연구를 위해 천체의 위치를 은경좌표계나 황도좌표계로 표시할 경우[6] 이는 세차운동 때문이다. 1년에 50.3초로, 2만 5400~2만 5800년이 한 바퀴이므로 한 별자리당 약 2150년이 된다.[7] 보통 3월 마지막 주말에 페넌트레이스 개막전이 치러지는데 2019년의 경우 WBSC 프리미어 12 참가 문제 때문에 3월 23일로 개막일이 앞당겨졌다. 과거 8개 구단 팀당 126경기 체제 시절에는 식목일이나 4월 첫 번째 주말에 개막전이 열리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