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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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줄거리
3. 여담


1. 개요


2001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 최민식, 장백지 주연. 송해성 감독.
송해성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흥행에 실패했던 데뷔작 <카라>와는 달리 이 영화는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 <러브레터>를 원작으로 했는데, 원작의 내용에 살을 조금 덧붙이고 엔딩을 다르게 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플롯 구조는 대략적으로 비슷하다. 여주인공 이름도 원작에서는 '백란'.[1]
그렇지만 흥행에서는 서울 22만 관객밖(전국 관객 추정으로 4~60만 정도)에 들지 못했는데, 개봉한 시기가 운이 없었다. 하필이면 같은 년도에 개봉했던 영화 <친구>가 메가톤급으로 극장가를 휩쓰는 바람에 이 영화가 묻혀 버렸던 것. 이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최민식은 "무척 좋은 작품인데, 관객과의 소통이 아쉬웠다." 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배우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라고 한다. 공형진의 조연 연기와 손병호의 악역 연기도 볼만하다.
조폭들이 등장하지만 엄연한 멜로 영화로, 마지막에 최민식의 방파제에서 오열신은 압권으로 그 장면 촬영을 위해 최민식은 하루 반나절을 바닷가에서 감정을 잡고 촬영을 했었다고 한다.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우리나라 3대 비극영화를 꼽으라면 1, 2순위에 손꼽히는 작품. '파사모'라고 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2001년 청룡영화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수상.

2.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3류 건달인 강재(최민식 분)의 출소로 시작한다. 같이 건달 일을 시작한 동기 용식(손병호 분)은 보스가 되어 있지만 깡도 없고 싸움 실력도 없는 강재는 조직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후배 건달인 경수(공형진 분)와 빈둥거리며 불법 포르노 비디오나 유통시키다가 잡혀들어갔던 것이다. 출소한 그는 이제 조직의 젊은 후배들에게 괄시받고 관리하던 비디오 가게도 후배에게 물려주게 되고, 예전 어려웠던 시절 잘해줬던 슈퍼 아줌마에게는 수금도 못 받아내고 후배들과 싸움이나 하게 된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강재를 두들겨 팬 용식이지만, 동기로서의 안타까운 마음에 강재와 술자리를 가진다. 하지만 그 술자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용식은 자신의 구역에 온 라이벌 조직인 덕희파의 조직원을 보고 분개, 술기운에 살해하게 되고 현장에 있던 강재는 시체유기를 돕게 된다.
이후 용식은 조직 모두가 살기 위해서라며 강재에게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자수해 줄 것을 요구하고, 그 댓가로 강재의 오랜 꿈인 낚싯배를 사줄 것을 약속한다. 이번 일만 치르면 낚싯배를 몰고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대신 징역을 살 것을 다짐한 강재에게 경찰이 찾아온다.
'안 그래도 제가 가려고 했는데...'라는 강재에게 경찰들은 뜻밖에도 '아내가 죽었다'라는 소식을 전해준다. 이미 강재는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그는 서류상으로 기혼이었고, 그 상대는 이미 한국을 떠난 먼 친척을 찾아 중국에서 건너온 고아 여성 파이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 친척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버린 상황. 결국 연고가 없는 한국에 머무르기 위해 인력사무소의 주선으로 위장결혼을 하게 된 그녀에게 용돈벌이 삼아 사진과 서류를 내준 것이 강재였던 것이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2] 강재이지만 자수하기 전에 바람도 쐴 겸 그녀의 시신을 인도 받으러 경수와 함께 길을 나서게 된다.
처음 인력사무소에 등록한 뒤 룸살롱에 팔려갈 위기인 파이란이었지만, 룸살롱 내부의 험악한 환경을 본 파이란이 일부러 결핵환자인 것처럼 피를 토하는 연기를 하여[3] 모습을 본 업소사장이 거부하여 결국 그녀는 시골 세탁소에서 일하게 된다.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땅이지만 친절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열심히 살아가며 그녀는 촌스러운 강재의 사진 한 장에 큰 위로를 받게 된다. 한국말한글을 배우며 남편인 강재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가던 그녀였지만 자신이 알고 보니 진짜로 결핵에 걸린 것을 알게 되고, 그래도 명색이 부부인 만큼 인사도 할 겸 도움이라도 얻을까 해서 용기를 내어서 강재를 찾아간다. 하지만 강재가 있는 비디오가게 주변을 서성이다가 강재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모습만 보고 죽음을 맞이한다.
화장된 유골을 찾으러 온[4] 강재가 파이란과 함께 생활했던 세탁소 할머니에게서 건내받은 파이란의 편지에는 자신을 아내로 맞아준 강재에 대한 고마움과 한번도 못봤지만 자신의 낯선 생활에 큰 의지가 되어준 강재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적혀 있었고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거나 소중한 존재였던 적이 없는 강재는 그 편지를 읽으며 오열한다. 떨리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이 씬은 이 영화의 백미. 여행에서 돌아온 강재는 용식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대신 자수하는 것도 없었던 일로 하겠다며 주변을 정리한다. 숙소의 비디오 테입들 중에서 '파이란 봄바다'라고 적혀있는 테이프를 발견한 강재. 그 비디오는 파이란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경수가 파이란의 모습을 촬영했던 영상이었던 것이다.
봄바다를 배경으로 '남편에게 보여줄 테니까 노래 한번 불러봐'라는 경수의 목소리와 함께 쑥쓰러운듯이 고향인 중국의 노래를 나지막하게 부르는 파이란 모습을 바라보는 강재. 하지만 그 아련한 마음도 잠시, 강재의 목에 용식이 보낸 킬러[5]의 강선이 감기고, 발버둥치는 강재의 발길에 파이란의 유골이 쏟겨진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마지막으로 비디오 화면 속의 파이란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강재는 숨을 다한다.

3. 여담


영화만 본 사람들에겐 충공깽한 사실이지만 여주인공의 직업은 원작에서는 매춘부다. 주인공이 소속된 폭력조직에서 말단 조직원들과 위장결혼시켜 일본으로 데려온 수십 명의 아시아 여성들 중 한 명이었다. 일본인 손님을 받는 매춘부로 혹사당하면서 그 손님들을 얼굴도 본 적 없는 남편이라 여기고 '성심성의껏 봉사하여 많은 칭찬을 받았'으며, 덕택에 고향으로 송금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주인공에게 '고마워한다'. 돈 몇푼에 팔려온 빈곤국 여성들이 선진국에서 매춘에 종사하며 법의 그늘에서 착취당하고 매춘부라고 멸시받는 일은 현실에서도 흔해빠졌으며, 이 작품의 가장 큰 비극은 자신이 처한 상황의 부당함을 알지 못한 채 폭력조직과 성매수 남성들에게까지 고마워하는 파이란 그 자체다. 영화의 시골 세탁소 점원 파이란으로는 이 비극성이 잘 표현되지 않는다.
2002년 고교 교과서에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라는 영화카피가 지문으로 수록되기도 했다.# 또 이 항목 맨 위에도 있는 포스터는 정말 작중 내용을 생각하면 너무도 대비되어 비극성을 더하는 효과로 유명하다.
마지막에 파이란 모습을 티브이에서 나오면서 흘러나오던 엔딩 음악도 매우 서글픈 느낌을 잘 주고 있다. 음악은 이재진.
악역 전문으로 유명한 배우 손병호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여기서도 데뷔작이 맞나 싶을 정도로 범상치 않은 악역 연기를 보여준다. 오죽하면 당시에도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던 최민식이 그와 마주하는 장면에서의 연기에 정말로 공포를 느꼈다고 코멘터리에서 말했을 정도...
여주인공으로 분한 장백지가 촬영 중에 촬영 현장이 열악하다고[6] 삼합회 조직원인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울면서 하소연하는 바람에 최민식이 식겁했었다. 그렇지만 작중 장백지는 청순가련 그 자체의 모습이다. 진관희 스캔들로 망가지기 이전 리즈 시절 장백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근데 정작 장백지는 최민식 연기 칭찬도 하고 이후에도 친근감을 계속 표시하는 걸로 봐선[7] 사이가 그닥 나쁘진 않은 듯 하다.
아울러 장백지가 이래저래 징징대면서 애로사항이 꽤나 많았다 하는데 감독에게 첫 등장에 여배우 얼굴이 안나온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것부터 시작해서 앞서 서술된 차징타임 등... 감독입장에선 상당히 힘들었으나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명연기 한방에 그 모든게 잊혀지더란다(...).
게다가 사운드 엔지니어 측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은 파이란(장백지)가 이강제(최민식)에게 보낸 편지를 나레이션 처리하는 장면... 하필 장백지가 '''한국어가 정말 전혀 되질 않아''' 결국 한글자 한글자를 읊어 그걸 어떻게든 짜맞추었다고(...) 녹음을 하고 편집을 해본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상당한 중노동이다. 게다가 그걸 또 자연스럽게 할라고 믹싱까지 해야하니... 믹싱 이전에 벨로시티까지 초반에 꼼꼼히 체크를 했을터인데 이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파이란의 코멘터리에서 음향감독이 그 문제의 장면이 나오자마자 이러한 사연을 토로했다.
촬영을 하면서 최민식은 공형진에게 술한잔하며 열심히 하면 넌 숀 펜 같은 명배우가 될수있다며 칭찬했다는데 공형진은 당시 너무 기뻤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듣던 강호동은 약간 닮은듯도 하다면서 맞장구를 쳐주었는데 이어지는 공형진의 말에 의하면 다음날 최민식이 그냥 술취해서 한소리라며 잊으라 했다고...
당시 중국 관객들 중에선 대한민국에 돈벌러와서 무시당하고 개고생하는 장백지 배역에 볼멘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본작의 일본어 더빙판에서는 성우 미츠이시 코토노가 여주인공의 목소리를 더빙했다.
이 영화의 원제는 '''<친절한 강재씨>'''였는데, 파이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후 영화 <친절한 금자씨> 제목의 모티브가 된 것도 바로 파이란이다. 최민식친절한 금자씨의 감독인 박찬욱 감독에게 파이란의 원제가 <친절한 강재씨>였다고 말하고 난 후 <친절한 금자씨>로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박찬욱 입장에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친절한 금자씨>의 원제는 '마녀 이금자'였다. 그래서인지 영화 곳곳에서 금자의 '마녀'라는 별칭이 상당히 강조된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온 여자는 러시아에서 인신매매단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 온 여자로, 이야기의 배경은 뉴욕으로 바뀐다.
페이스북이나 유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많이 보이는 '좆까시오 좆까 좆을 까시오 좆을 까' 가 나오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일본에서 나가야스 타쿠미가 그린 만화로 나온 적이 있다. 철도원과 합본으로 나온 아사다 지로 단편집이다. 국내 정발되었고, 철도원과 함께 원작을 잘 재현했다고 칭찬하는 원작자의 추천하는 글이 붙어 있다. 두 편 모두 최루물.
영화가 예상외로 마니아층을 모으면서 파사모라는 팬클럽이 생기기도 하였다. 회원들이 파이란 촬영지등을 돌며 순례를 하기도 했다는데 특히나 영화속에 등장하는 순대국집인 고장집에서 술을 참 많이 마셨다고 한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단역 중에는 스탭들이 등장하거나 최민식의 매니저가 나오기도 한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서인 듯. 참고로 최민식의 매니저가 포장마차의 취객으로 나왔는데, 연기가 너무 실감나서 진짜 무서워 보인다... 여기서 최민식과 몸싸움 하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매섭게 달려들어 맺힌 게 있나 싶어서 최민식이 이후에 잘해주었다고...
여담으로 실제로 비슷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1] 북경어 기준으로 현지 발음으로 읽으면 파이란이 되기는 한다. 영화 속에서도 강재(최민식)에게 "아내분 이름이 강백란 씨죠?" 하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2] 강재가 불법 포르노 비디오로 잡혀갈 때 스쳐지나간 적은 있지만 강재는 모른다.[3] 혼자 화장실에 앉아 한쪽 손으로 한쪽을 누른 뒤 볼 안쪽을 일부러 씹는 장면이 있다. [4] 일단 화장을 한 건 최민식이 와서 시신의 신원확인을 한 이후. 최민식이 주검이 된 그녀의 얼굴을 한번 보긴 한다.[5] 영화 초반에 강재와 시비붙어 싸운 후배 중 한 명으로 '''지대한'''이 역할을 맡았다. 참고로 지대한은 올드보이 에서 오대수의 친구 주환 역을 맡았고 해바라기 에서는 오태식(김래원)의 친한 형 병진 역할로 나왔다. 희대의 괴작인 드라마 천추태후에서 소손녕 역을 하기도 했다.[6] 아무래도 여배우인지라 촬영 시 식사 문제 같은 몇 가지 계약을 했는데, 현실은 강원도 겨울바닷가 시궁창이라 잘 지켜지지 않았다.[7] 결혼 상대로 장동건, 최민식 둘 중 누가 좋냐고 하자 최민식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