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일본 영화)
1. 개요
아사다 지로의 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만들어 1999년에 개봉한 영화. 영어 제목은 Poppoya.
작중 철도원은 '폿포야' 라고 읽으며, 이것은 기차의 기적 소리를 뜻하는 의성어에 ~や를 붙여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나타낸 것으로, 철도원들 사이에서 자신들을 나타내는 말이다. 물론 올바른 발음은 테츠도-인(てつどういん)이다. 이 영화가 유명해지자, 일본 학생들의 국어 시험 답안지에서 종종 오답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2000년 2월 4일에 개봉했다. 서울관객 29만 명을 기록.
2. 줄거리
홋카이도의 시골과 도시를 이어주는 작은 지선 호로마이선. 그곳의 종착역인 호로마이는 과거에는 탄광업으로 인구가 5천에 이를 정도로 번창했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고 거의 노인들만 남은 시골마을이 되고 말았다. 그곳의 역장 사토 오토마츠는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쇼와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평생 철도를 위해 헌신해 왔지만, 곧 정년 퇴직을 맞이하게 될 시기가 되었다. 오토마츠의 절친이자 도시에서 근무하는 철도원 센지는 퇴직 후에 토마무 리조트 호텔의 중역으로 가게 되지만, 평생 철도 일만을 하였고, 그것밖에 할 수 없다는 오토마츠를 항상 걱정한다. 센지는 오토마츠를 다시금 설득하기 위해 1995년 정월[1] 을 맞아 호로마이로 오고, 함께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과 함께 가자고 설득한다.2대째 철도원 생활을 하고 있는 사토 오토마츠는 호로마이역의 역장이다. 사랑하는 아내 시즈에와 딸 유키코가 병으로 숨을 거두던 때에도 철도원의 임무에 충실하던 그는, 호로마이 역을 지나는 기차의 운행이 중지된다는 결정을 전해듣는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일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던 그에게 한 소녀가 다가오고, 며칠 후 소녀의 언니가 그를 다시 찾아오는데……
오토마츠는 센지의 권유를 거절하면서 지나간 삶을 회상하는데, 그와 센지는 증기기관차의 기관사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철도에서만 일해 왔다. 증기기관차의 일산화탄소 가스를 마시는 바람에 죽을 뻔하기도 하고, 아내 시즈에와 17년 만에 늦둥이 딸 유키코를 낳지만, 유키코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병으로 죽었다. 교대자도 없는 시골역 근무였던 탓에 유키코를 손수 병원에 데려가지도 못하였고, 아내가 차갑게 식은 유키코를 안고 돌아올 때도 플랫폼에서 수기로 신호하며 열차를 맞이해야만 했다. 아내가 지병으로 죽어갈 때도 센지 부부가 대신 임종을 지켜줘야 했고, 오토마츠는 그 시간에도 플랫폼에서 열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해야만 했던 삶을 살았던 것이었다.
부부는 유키코를 떠나보내고 우연한 인연으로 탄광 사고로 아버지[2] 를 잃은 고아소년 토시유키를 돌봐주게 되지만, 시즈에가 병이 생겨 도저히 아이를 돌볼 형편이 되지 않아 인연이 닿지 않았다. 토시유키는 선술집 아주머니의 양자가 되어 자라 훌륭한 이탈리안 요리사가 되었다. 선술집 아주머니는 가게를 차리는 토시유키와 함께 떠나면서 자신의 가게를 오토마츠가 퇴직 후 맡아주길 희망했지만, 철도 말고 다른 일을 생각하지 않던 오토마츠는 이 역시도 거부했다.
이날 오토마츠는 역을 돌아보다가 곧 초등학생이 된다는 어느 여자아이가 잊고 간 분실물을 발견했는데, 어디서 본 적이 있던 일본 인형이었다. 오토마츠는 그것이 갓난 딸 유키코에게 선물로 사다 준 인형과 같은 모양이라는 것을 기억해 낸다. 시즈에는 "갓난아이에게 그런 인형을 선물하는 것이 별로"라고 이야기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기뻐했었다.
센지가 찾아온 저녁 때, 오토마츠는 역에 찾아온 6학년이며 곧 중학생이 되는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소녀는 자신이 인형을 두고 간 아이의 언니라고 했고, 근처에 사는 오토마츠도 아는 영감님의 손녀라고 밝힌다. 소녀는 인형을 찾아가려 했지만, 깜박 잊었는지 또 인형을 두고 사라진다. 오토마츠는 센지와 밤을 보내면서 이 별난 소녀에 대해 잠깐 생각하지만 곧 잊는다.
센지는 아침이 되어 도시로 돌아가며 "나의 권유를 꼭 다시 생각해 봐 달라"고 이야기한다. JR 홋카이도 간부로 재직중인 센지의 아들 히데오도 삿포로 본사에서 내선으로 오토마츠에게 전화를 걸어 "철도 관련 일을 찾아보았지만 자리가 없어 힘들 것 같다. 저희 아버지의 권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달라."고 부탁한다. 오토마츠는 이 역시도 거절하고, 히데오는 "호로마이선의 폐선이 더 빨라질 것 같다"는 내부 정보를 알려주며 "저의 권한으로는 폐선을 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전하며 안타까워 한다.
그날 저녁. 세일러복을 입은 소녀가 역을 찾아온다. 소녀는 자신이 어제 찾아온 아이들의 맏언니라면서 여동생들을 잘 대해 준 것에 감사를 표하고, 분실물인 인형을 찾아가려고 한다. 소녀는 철덕인지 오토마츠의 철도 수집품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오토마츠와 저녁을 보내며 팥죽#s-3을 대접받고, 보답하기 위해서인지 오토마츠가 막차를 보내러 간 사이 저녁을 준비한다. 그녀의 요리 솜씨는 좋았고, 오토마츠는 오래간만에 받아 보는 가족의 따뜻한 저녁상에 안락함을 느낀다.
식사를 하던 중, 소녀의 조부라고 했던 영감님에게 역으로 전화가 걸려오고, 오토마츠는 반갑게 받으며 그녀가 역에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만, 곧 영감님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며 소녀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소녀의 정체는 바로 오토마츠의 죽은 딸 유키코였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그녀 전에 왔다 간 두 소녀가 다 유키코 본인이었던 것이다. 오토마츠는 영감님에게 안부를 전하며 "손녀가 역을 찾아와서 신세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지만, 영감님은 지금 자기 집에 와 있는 사람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유키코가 가져온 인형이 예전에 그녀가 죽었을 때 관에 넣어 준 인형과 동일한 것이라는 것, 고등학생 유키코가 시즈에의 조끼를 입고 식사를 준비할 때 그녀와 겹쳐 보였다는 점을 하나로 연결시켜, 유키코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유키코'''... 왜 거짓말을 했니? "
" 무서워하실까봐 그랬어요 "
자신이 무서울까봐 거짓말을 했다는 유키코의 말에 오토마츠는 "설령 귀신이라도 자기 자식을 무서워하는 부모는 없다"며 그녀를 받아들인다. 유키코는 지금까지 아버지에게 좋은 일이 없었으니 자신이 죽고 지난 17년간 성장했을 모습을 보여드려 가족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오토마츠와 이야기를 나눈 후 유키코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고,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인형을 가지고 사라진다. 유키코가 떠난 후, 오토마츠는 그날 또한 평소처럼 일지를 작성하며 '이상 없음' 을 기입하며 하루를 끝마친다.
다음 날, 여느 때처럼 첫차가 오기 전 눈덮인 선로를 쓸며 도착한 제설차가 플랫폼에 제복 차림으로 깃발을 든 채 눈밭 위에 쓰러져 죽은 오토마츠를 발견한다.
호로마이선 폐선을 며칠 앞두고, 오토마츠는 그렇게 원대로 철도원으로써 죽음을 맞이했고, 센지가 상주를 맡고 히데오, 토시유키 및 센지와 오토마츠와 함께 일해온 기관사들이 관을 운구한다. 오토마츠는 그렇게 평생동안 마주해 온 호로마이선 열차에 몸을 싣고 떠나게 되고, 센지는 오토마츠와 평생을 함께 한 철도원 정모를 가지고 운전실에 들어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내가 직접 운전하겠다"고 하면서, 함께 운전실에 탑승한 후배 기관사에게 "내가 운전하는 걸 보면 무서워할테니, 객실 문의 차양을 내려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위의 대사를 하며, 자신의 정모를 벗고 오토마츠의 정모를 착용하며 열차를 출발시킨다. 후배 기관사가 울먹이며 키하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왠지 눈물이 난다고 말하자 쓴웃음을 지으며,"바라던 대로 죽은 거야. 눈 내리는 플랫폼에서 제설차를 기다리면서"
"오토, 이제 꿈에서나 만나겠군. 나하고 자네하고... 이 고물을 끌어보세!"
라며 자신도 눈물을 흘린다."아직이구만. 키하 소리에 울먹이면, 아직 철도원이 덜 된 게지."
그렇게 마지막 길을 떠나는 오토마츠와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3]
3. 등장인물
- 사토 오토마츠 (佐藤乙松) 타카쿠라 켄 분
- 사토 시즈에 (佐藤静枝) 오타케 시노부 분
- 사토 유키코 (佐藤雪子) 야마다 사쿠야, 타니구치 사야카, 히로스에 료코 분
- 스기우라 센지 (杉浦仙次) 고바야시 넨지 분
- 스기우라 아키코 (杉浦明子) 다나카 요시코 분
- 스기우라 히데오 (杉浦秀男) 요시오카 히데타카 분
- 요시오카 토시유키 • 카토 토시유키 (吉岡敏行、加藤敏行) 마츠자키 슌지, 안도 마사노부 분
- 요시오카 하지메 (吉岡 肇) 시무라 켄 분
- 선술집 아주머니 (카토 무네 加藤ムネ) 나라오카 토모코 분
4. 평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한 남자와, 그런 그를 이해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딸의 모습을 통해 구세대와 신세대의 화해를 그리고 있는 감동적인 작품… 이지만, 한국에서는 미묘하게 군국주의를 미화한다는 해석에 의해 폄하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중 딸과 아내가 죽어가는데도 끝까지 일에 충실하고, 자신도 스스로에게 들려주듯 "난 철도원이니까."라는 한마디만을 되뇌이고, 아내마저도 죽어가면서 "그이는 철도원이니까요." 라고 (다 이해한다는 듯) 말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과거에 매달린 채 일에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고의적으로 미화하는 메세지가 천황에 대한 충성심 또한 똑같이 미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본인들의 과거지사를 대놓고 포장, 긍정하고 있다' 라는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굉장히 왜곡된 해석이며 실제 작품의 방향성과도 맞지 않다. '과거에 매달린 채 일에 충성을 다하는 모습'이 일본인들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나간 과거를 포장하는 것이 일본에만 있는 현상도 아니다. 이런 요소를 천황과 억지로 연결시키는 건 무리수다. 소설을 쓴 아사다 지로나, 영화를 만든 후루하타 야스오 모두 특별히 극우적인 인물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후루하타 야스오는 일본 공산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오토마츠가 죽기 전까지 묻어두었던 회한(悔恨)의 해소, 오토마츠로 대변되는 '일에만 매진하는, 평생 즐거움도 모르고 살아왔던 구세대'의 삶에 대한 인정과 이해가 바탕이 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는 작중에서 오토마츠의 호로마이 통근 열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다가 현재 철도 본사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히데오'의 전화 내용인 "저는 매일 아저씨가 모는 기차를 타고 학교에 다녔어요. 당신은 저에게 부모 이상의 존재예요. 당신이 저를 지켜주셨어요."를 들어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원작, 그리고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주 관람객이었던 일본의 중장년층은 주인공인 오토마츠의 '고지식할 정도의 장인 정신'에 공감했고, (스스로도 회의적이었던 그것을) 작중에서 모두가 인정해주는 모습이 모두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참고로 원작 소설에서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내면의 감정을 억누른 채 일에 매진해 온 주인공 오토마츠의 바보처럼 우직한 삶을 잘 드러내는 묘사이다.
그가 어지간해서는 미요리 읍내에 나가지 않는 건, 한창 나이의 여자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더 허망해지곤 했기 때문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꼭 죽은 딸 유키코 또래의 아이들만 눈에 띄어 견딜 수가 없었다. 빨간 책가방을 집었다 놓은 일도 있었다. 한번은 점퍼에 머플러까지 정말 사들었다가 그대로 들고 돌아올 수도 없어 지나가던 아이에게 줘버린 일도 있었다.
―소설 ’철도원’에서
(전략) …가장 괴로웠던 일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오토마츠는 딸의 죽음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간 사토 오토마츠로서 가장 괴로웠던 일은 물론 딸의 죽음이고, 2번째로는 아내의 죽음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철도원으로서 오토마츠가 가장 슬픔에 잠겼던 건 매년 집단 취업[6]
으로 떠나가는 아이들을 플랫폼에서 배웅하는 일이었다.“……너보다 두세 살 어린 아이들이 울면서 마을을 떠나갔지. 그걸 보고 차마 나까지 울 수 없었어. 모두 정신 차리고 똑바로 잘들 해야 한다, 그렇게 아이들 어깨를 두드려 가며 웃어야 했던 게 제일 괴로웠지. 저쪽 홈 끝에 서서 기차가 안 보일 때까지, 기적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경례를 하고 있었던가……. 아니구나. 그땐 차에 타고 있었어.” (후략)
―소설 ’철도원’에서
5. 기타
히로스에 료코가 출연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러닝타임이 115분인데 후반 22분 정도밖에 출연하지 않지만 굉장히 중요한 역할로 나온다. 주인공인 사토 오토마츠 역을 맡았던 타카쿠라 켄[7] 은 이 영화를 통해 그야말로 국민 아버지 역이라고 말 할 정도로 주가가 상승했다. 그리고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통해 남우주연상 수상까지 했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다음 장면에 죽어 있어 당황해 한 관객들이 좀 있었을 텐데, 센지가 "오토마츠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고 지적하는 부분 등 복선이 있어 뜬금없이 죽었다고 보긴 어렵다. 영화에서는 사인이 나오지 않지만, 원작에서는 뇌출혈로 나온다.
2004년에는 추석 연휴에 MBC에서도 영화가 한국어 더빙으로 방송된 적이 있다. 오토마츠 역에 권혁수, 유키코 역에 박소라 등이 캐스팅되었고, 2004년 9월 27일 월요일(9월 26일 편성분) 새벽 1시 30분 방영됐다. 대체적으로 평은 좋았지만 추석 연휴임을 감안해도 너무 늦은 시간대에 방영되었다. 공식적으로 지상파 방송에 공식적으로 방영된 건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소설의 코미컬라이즈가 존재. 작화 나가야스 타쿠미.[8] 원작자인 아사다 지로의 말에 의하면 영화보다 오히려 만화 쪽이 자신이 생각하던 이미지를 정확하게 그리고 있다고 한다.
작중 무대가 되는 홋카이도의 호로마이선(비요로 ~ 호로마이)과 기점인 비요로역, 종점인 호로마이역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역이지만, 작중 호로마이역은 JR 홋카이도 네무로 본선의 이쿠토라역 에서, 호로마이역의 기점인 비요로역은 타키카와역에서 촬영했다. 이쿠토라역에는 지금도 영화 촬영 당시에 지었던 가상의 역인 호로마이 역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소품 등이 일부 전시되어 있다. 주변에는 작중에서 움직였던 기차인 키하 12-23호 동차[9] 등 대형 세트도 어느 정도 보존 중이다.#참고#참고2 구글 스트리트 뷰 실제 노선상에서는 종착역이 아니라 중간역이다. 한편 증기기관차가 나오는 장면이라던가, 호로마이역의 리즈시절 집단 취업 장면 등은 오이가와 철도에서, 탄광이 나오는 장면은 유바리에서 촬영했다.
JR 홋카이도에는 호로마이선과 이름이 비슷한 호로나이선이 있었는데 1987년 민영화 직후 폐지됐다. 작중 시간적 배경인 1995년에는 역시 같은 회사 노선인 신메이선이 폐지됐다.
한국에서 개봉한 지 딱 15년 만인 2015년 2월 4일에 재개봉했다. 전국관객은 1,805명.
2019년 5월 20일에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이 별세했다.#
코레일 신입사원 연수 때 마다 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