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국수)
베트남어: Phở [fəː˧˩˧][1]
1. 개요
베트남의 쌀국수 요리. 우리나라에서는 '퍼'라는 이름 대신 보통 '''월남 국수''', '''베트남 쌀국수''', 아니면 Phở를 영어식으로 읽은 '포'라고 부른다.
2. 구성
쇠고기나 닭고기로 낸 고기 국물에 넓적한 쌀국수를 말아먹는 요리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쇠고기가 들어간 것은 '퍼 보', 닭고기가 들어간 것은 '퍼 가'로 구분한다.
보통 다양한 소고기 종류(미트볼 계열도 들어간다)가 든 고기 국수와 소스, 그리고 생 숙주나물, 고수 등이 나오는데, 숙주나물은 국물에 넣어서 '''익혀'''먹는다. 처음엔 향신료 특유의 강한 향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먹다보면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한 번 맛을 들이면 숙취 해소용으로는 그만.
현지 식당에서는 베트남산 핫소스와 함께 굴소스 혹은 피시소스, 마늘식초, 칠리 사테소스, 라임 등등을 넣어먹으라고 주는데 취향에 맞게 넣어먹으면 매우 깊은 고기 육수에 신맛,매운맛,단맛등 다양한 풍미를 더해 먹을 수 있다.
3. 역사
베트남 빵인 바인미(Banh Mi)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식민지의 아픈 역사를 가진 음식. 그 역사도 2010년대 기준으로 60여년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바로 옆에 있는 중국에서 국수 문화가 전래되긴 했지만, 베트남도 수많은 동남아 국가들처럼 다모작 가능한 농업국가였으니 사치스럽기 짝이 없게 고기 육수에 면 말아 먹는 건 쉽게 떠올리기 힘들고 대중화 되기도 힘들었다. 떄문에 그 전까지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그냥 국물이 있는 볶음요리 위에 면을 얹어먹는 수준이었다.
결국 이런 퍼의 고기육수는 식민지 시절 낙농업과 그에 따른 육식문화가 발달한 프랑스 요리의 서민풍 고기 스튜 포토푀(Pot au feu)를 현지화 한 것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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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본래 프랑스의 포토푀는 마라탕과 마찬가지로 건더기를 먹는 것을 중점으로 하는 음식이다. 프랑스인들은 묽은 국물요리는 와인으로 채운 코코뱅이나 뵈프 부르기뇽을 제외하면 그다지 먹지 않았고 그보다 콩소메 항목에서 보듯이 천대시했기때문에 굳이 재활용 한다고 해도 스프요리를 만들때 조금 넣거나 파스타를 만들때 조금 넣을 뿐이었다. 남는 육수는 전부 버렸고 당연히 식민지인인 베트남 입장에선 멀쩡한 고깃국을 푸대접하는 것이 눈에 밟힐 수 밖에 없었다.[2] 그래서 이 남은 포토푀의 육수를 가져가서 프랑스 본토인들이 파스타를 넣듯 쌀국수를 넣기 시작한 것이 퍼의 시초라 볼 수 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고수와 같은 배트남인들의 입맛에 맞게 동남아 특유의 향신료가 추가되며 여엇한 별개의 음식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으로 전파되었을 때로, 미국에서 처음 대히트를 치며 여기저기에 퍼져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는 2000년 전후로 슬금슬금 들어오기 시작, 중반에야 유행을 타며 널리 퍼졌다. 특히 미국 체인점을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에 초창기 쌀국수집들은 알파벳+숫자 조합으로 메뉴이름을 지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ex) 양지쌀국수는 P2, 양지차돌쌀국수는 P4 이런 식.
동구권 국가에서는 북 베트남인들에 의해서 알려졌다. 197-80년대 당시에 북베트남에서 동구권 국가로 온 노동자들이 꽤 있었는데 동구권 체제전환 이후에도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서[3] 고국으로 돌아가기 뭐했던 베트남 노동자들이 대거 베트남 식당을 차리면서 알려지게 된 것.
4. 양상
4.1. 베트남
베트남에는 여러가지 퍼 전문점이 존재한다. 옛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현 호찌민 시)에 가면 Pho Hoa 라는 퍼 전문점이 있다. 이곳의 맛은 진국으로 외국인인든 현지인 이든 한번 먹고나면 대부분(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의 사람들이 맛있다면서 극찬한다. 이 곳의 체인점은 국내에도 꽤 있었으나 국내 업체와의 계약 종료로 많은 체인점들이 다른 브랜드로 바뀌었다.
베트남 현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퍼는 삼시세끼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며, 또 바쁜 베트남 직장인들을 위한 아침식사로도 훌륭한 메뉴라고 한다. 아침식사용 퍼는 작은 그릇에 정말 진한 기름기를 가진 고깃국물로 만들어진 쌀국수로 한국으로 따지면 밥그릇 만한 그 국수를 한 그릇 먹으면 점심까지 든든하다고 한다.
베트남의 식품회사인 VIFON[4] 에서 판매하는 인스턴트 퍼가 있는데, 기름지고 진한 국물로 호평을 받고 있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수출도 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는 Pho24라는 프랜차이즈도 있는데 베트남 주요 도시에는 꼭 있다. 특히 가장 큰 도시인 호치민과 하노이 에는 꽤 많다. 허나 하노이에서는 유서 깊은 맛집들이 많아서 그렇게 사랑을 못 받고 있다. 애초에 하노이가 퍼의 원조이기도 하고.
원래는 24,000동 정도로 사랑을 받았지만 현재는 전 메뉴가 42,000동 정도로 심하게 올랐다. 50,000동 짜리 Pho All 이란 스페셜 메뉴가 있는데. 기본 국물, 면에다가 온갖 부위를 다 올려준다. 허나 다 올려준다고 해서 양이 많은 것도 아니다. 각 부위마다 하나 혹은 두 개 정도 올려준다. 차라리 다른 메뉴를 시키는게 좋은 선택이다.
참고로 실수인지 고의인지는 모르겠으나, 계산할 때 실수를 하는 법이 종종 있다. 그래서 바가지요금이 나올 때가 한번씩 생긴다. 그렇다고 이 글만 보고 오해하면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계산서에 khan이라 적힌 것인데, 이건 실수나 바가지가 아니라 물수건 값이다. 만약 물수건을 안 썼는데 계산서에 나오면 점원한테 말하면 그걸 빼주고 다시 계산서를 준다. '''근데 어지간한 식당들은 모두 물수건 값 받는다.'''
4.2. 한국
대한민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베트남 쌀국수가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처음 보급된 건 베트남에서 직접 들어온 것이 아닌 미국에서 보트피플에의 미국식으로 변형된 쌀국수였다. 또한 고수(실란트로)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고수를 덜 넣고 향을 약하게 한 베트남 본토의 것과는 약간 다른 음식이였다. 사실 현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밥이나 마찬가지로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크게 두 가지로 고기국물 맛이 강한 종류와 향신료를 국내 것보다도 더 듬뿍 넣어 먹는 종류가 있다. 고기 고명도 한국의 곰탕처럼 푹 삶은 고기를 썰어 올린 것부터 얇게 저민 고기를 같이 넣어 삶은 것, 뜨거운 국물에 샤브샤브처럼 생고기를 얹어 익혀먹는 것까지 다양하다. 본래 프랜차이즈 위주로 들어와 비쌌지만, 노량진에서 베트남 현지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쌀국수를 판 포장마차가 히트를 친 이후 대학교 주변 등에 저렴한 가격에 쌀국수 및 볶음밥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생겨서 비교적 싸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굳이 프렌차이즈가 아닌 현지인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공단 근처에 노동자를 위한 식당이 있으니 거기에서 즐길 수도 있다.
2010년 초반만 해도 한국에는 '베트남 쌀국수'라면서 현지인이 운영하는 퍼 가게로써 장사를 하는 집들이 있었는데, 이 현지 퍼와는 전혀 다르다. 기름진 국물과 고기가 오리지널 퍼라면 한국에서는 정말 담백하다 못해 밍밍한 국물을 걸고 다이어트 식품처럼 팔았다. 2019년에는 미국과 베트남 현지와 비슷한 수준의 느끼하고 진한 퍼를 파는 가게가 늘어났다.
고수(cilantro) 같은 특유의 향신료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식재료 중 하나. 하지만 국내에서 고수를 기본으로 포함시켜주는 경우는 드물고, 그러더라도 고수를 빼달라고 하면 빼준다. 다만 고수 특유의 향과 맛에 길들여지면 오히려 고수를 뺀 쌀국수가 성에 차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4.3. 북미
미국에서 베트남 음식을 흥하게 한 가장 유명한 음식이다. 퍼는 단순히 '기름진 국물과 쌀로 된 국수, 고기 토핑'만을 가지고 인종에 관계 없이 현지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다.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들 사이에서는 No.1으로 꼽히는 숙취 해소용 음식이다. 솜씨와 재료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한인 식당에서 '해장국' 이름을 걸고 파는 국밥을 사먹는 것보다 퍼로 해장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햄버거, 피자와 같이 느끼한 음식으로 속을 달래는데 퍼의 기름진 국물과 고기, 또 자극적인 스리라차 소스와 고기 맛은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웬만한 대도시엔 파는곳이 여러 곳 있는, 사실상 짜장면등이 없는 캐나다등지에서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 가장 적절한 가격으로 가장 배를 채울수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북미에서는 약 7~8 USD 정도의 가격을 형성한다. 참고로 베트남 현지에서 퍼 한그릇의 가격이 15,000동(원으로 치면 800원에서 900원 수준) 정도로 매우 싼 편에 속한다.
북미에서도 Pho라는 명칭 뒤에 숫자를 붙여서 프렌차이즈화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동부에서 유명한 것은 'Pho 75.' 진하고 다른 곳과 차별화된 육수로 유명하지만 국수 양이 적고 매장에서 오직 현금만 받는 구시대 적인 영업 방식을 아직도 유지하면서도 늘 점심 시간만 되면 손님들이 어느 매장 할 것 없이 붐빈다. 심지어 다른 베트남 식당과는 다르게 스프링 롤과 같은 기본적인 베트남 음식 메뉴조차 없이 오로지 퍼 메뉴로만 장사를 하는데도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미국 워싱턴 D.C 근교 알링턴에 위치한 Pho 75는 워싱턴포스트지에서 선정한 식당에 꼭 들어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5. 레시피
해당 레시피는 닭고기 쌀국수(phở ga)로, 대한민국 거주자 기준, 전문 식당에서는 닭뼈나 돼지뼈, 소뼈 중 하나를 기본으로 정하고 대파와 마늘, 통후추, 생강, 월계수 잎 등의 향신채소를 같이 넣어서 국물을 내지만 그게 여의치 않은 가정집이라면 가까운 마트에서 손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추면 된다. 아래 레시피는 집에서 간편하게 하는 방식이다.
'''필수 재료'''(2인분)
치킨 스톡 2개, 물 1L(양지머리 육수로 대체 가능), 쌀국수, 닭가슴살 캔 1개(삶은 양지머리나 소 힘줄로 대체 가능), 숙주나물 1봉지(약200g), 양파 반 개, 고추 1개, 별도의 끓는 물 2L 이상
'''선택 재료'''
칠리 소스, 해선장, 레몬, 라임, 피시소스, 타이 고추, 고수
'''간단한 조리법'''
1. 물 1L를 끓인 다음, 치킨 스톡 2개를 넣고 잘 저어 녹여 육수를 만든다.
1. 찬물을 많이 준비한 다음, 쌀국수를 넣고 30분 이상 불린다(1시간이 적당하다. 뜨거운 물로 할 때는 10분이지만, 이 경우 면이 금방 불어 버리니 참고 바람.)
1. 끓는 물에 쌀국수를 잠깐(1분) 넣었다가 건져 둔다. 절대 한국식처럼 찬물에 다시 담그지 않는다.
1. 건진 쌀국수를 육수에 말고, 위에 숙주, 양파, 고추를 얹고 마지막으로 닭가슴살 캔을 까서 취향껏 얹는다.
1. 맛있게 먹는다.
'''보다 더 정통에 가까운 조리법'''
1. 적당히 큰 냄비에 생닭 하나를 넣고 물을 닭이 잠길만큼 넣는다.
1. 생강 큰조각 하나(약 손바닥 1/3쯤)와 통양파 하나를 불에 살짝 탈 정도로 지진후 냄비에 넣는다.
1. 팔각 몇조각과 고수씨앗 두숟가락을 후라이팬에 올려서 살짝 불로 볶아준후 냄비에 넣는다.
1. 설탕을 한스푼 넣고(혹은 기호에 맞게) 뚜껑을 덮은 후 닭이 푹 익을때까지 삶는다.
1. 익힌 닭과 넣었던 생강, 양파, 향신료들을 건져내고 닭을 살코기만 발라 다른 용기에 넣어둔다.
1. 남은 육수에 떠오른 기름기를 건져내고 피쉬소스로 간을 한다.
1. 월남국수 면을 만들어둔 육수에 넣어 익힌후 그릇에 육수와 함께 담는다.
1. 숙주나물, 고추, 고수잎등 취향껏 준비해둔 채소와 미리 준비해두었던 닭고기를 올리면 완성.
6. 여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침마다 쌀국수를 먹었는데, 박항서 감독이 식단을 조정할 것을 요청해서 쌀국수를 금지하고 우유 및 육류 위주의 단백질을 좀 더 섭취하게 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박항서 감독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쌀국수와는 별도로 고단백 식품을 더 섭취하도록 한 것이 쌀국수 금지로 와전된 것.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