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블랙·화이트/평가
1. 평점
2. 스토리
블랙 화이트를 평가할 때 가장 큰 축이 되는 것은 스토리이다. 역대 시리즈 중에서도 스토리의 비중이 가장 높고, 뚜렷한 주제의식이 존재하는 작품이기에 스토리에 대한 평가가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좌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전작들에 비교해 스토리가 굉장히 참신하다. 전설의 포켓몬을 노리는 악당들을 주인공이 저지하고 난 뒤 챔피언 리그에 도전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악당에 해당하는 인물이 챔피언에게 승리하고 최종보스로서 주인공을 기다린다. 8번째 뱃지를 얻기 전에 마무리되던 스토리가 포켓몬리그까지 확장되었으며, 늘어난 길이만큼 늘어난 몰입감과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서로 다른 사상/이념 간의 이해''''를 주제의식으로 삼는다.[1]
대립하는 두 개의 신념 중 어느 한 쪽이 옳은 지를 명확히 정할 수는 없으며 이를 인정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본작이 전하는 메시지이다.[2] 때문에 이전까지의 뚜렷한 선악구도가 아닌 어느 쪽이 올바른지 단순하게 결론지을 수 없는 구도가 등장하고, 주인공과 대립하는 신념을 지닌 N(포켓몬스터)는 그만큼 스토리 상에서의 높은 지위를 부여받았다. [3]
이러한 주제의식은 주인공과 N의 대립 뿐만이 아니라 강함의 의미를 갈구하던 체렌, 여행의 가치를 찾아 방황하던 벨의 서사와도 깊게 연결되고, 주박사, 노간주, 체육관 관장, 그리고 수많은 NPC 트레이너의 대사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스토리의 응집력이 높다. 이렇듯 다양한 조역들이 스토리에 유기적으로 참여해 주제의식 전달에 기여한다는 것이 고평가받고 있다. [4]
전설의 포켓몬들의 상징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철학으로 넘어왔고 이상과 진실이라는 관념적인 키워드가 등장한다. 전기돌동굴에서 N이 주인공과 친구들에 대해 묘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체렌은 '강함이라는 헛된 이상을 좇는 자', 벨은 '모두가 강해질 수 없다는 슬픈 진실을 알고 있는 자', 주인공은 '어느 쪽에도 물들지 않은 중립적인 존재' 라고 한다. 이상과 진실이라는 키워드가 주역들에게 어떻게 배분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그리고 최후에는 '헛된 이상에 매몰되지도, 슬픈 진실에 좌절하지도 말고 이상과 진실을 모두 추구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서로 다른 사상의 이해'라는 주제의식을 변주해서 전달한다. [5]
이외에도 스토리의 중요한 떡밥이 해저유적이나 칠현인, N의 성을 통해 표현되는 등 완성도 면에서도 공을 들였음이 드러나는 시리즈이다. 그리고 후속 시리즈인 블랙2/화이트2도 단일 게임으로서의 스토리 평가는 블랙/화이트에 뒤지지만 블랙/화이트에서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6] 과 플라스마단이 둘로 나뉘어지게 된 것과 칠현인들의 상반된 태도, 성장하여 등장한 N 등 블랙/화이트의 후속 시리즈로서는 완성도 있는 마무리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 역시 존재한다. 스토리가 포켓몬리그까지 확장된 것이 참신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챔피언 노간주가 패배하면서 시리즈 전통의 포켓몬리그가 갖는 위상이 흐지부지 되었다는 것이다. [7] 때문에 본가 시리즈 최초로 '''1회차에서 전당등록을 하지않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또한 최후에 게치스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식으로 스토리가 마무리 됨으로써 주제의식이 흐려졌다는 비판이 있다. 선악을 가릴 수 없는 신념의 대립을 다룬 작품에서 절대 악 캐릭터가 최종보스로 등장했다는 것은 꽤나 큰 단점이다. 이에 따라 N은 게치스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묘사되면서 악역 미화의 여지를 남겨버렸다. 스토리 내내 플라스마단은 명백한 악행을 저질러왔고, 그런 플라스마단의 왕이 N이었기에 N 또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지막에 N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떠나버렸고, 이에 대한 뒷수습을 주인공과 구 플라스마단이 해야만 했다. [8]
스토리가 뛰어나다는 것 역시도 다른 포켓몬 시리즈와의 비교에서 나온 것이므로, 고연령 매니아층이 다른 게임과 비교하기 시작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거품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포켓몬 시리즈 역대 최초로 생각해볼만 한 주제를 던졌고, 이를 다양한 캐릭터와 메타포를 통해 훌륭하게 표현해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대 포켓몬 시리즈 중 최고의 스토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BW 최고의 혁신은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스토리의 참신함과 완성도인데, 이것이 후속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BW2의 스토리는 BW보단 이전 세대와 유사한 느낌이 강하지만 애초에 기본적인 스트림은 BW의 속편의 요소가 강하다.
X/Y와 OR/AS, S/M과 같은 후속작들 역시 4세대까지의 작품들에 비하면 오히려 BW의 스토리적 요소를 많이 모방하고 있다. 실험적인 측면이 강해 결과물의 완성도가 낮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다만 스토리적 요소를 시도하려는 면모만 보일 뿐 BW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고찰적 요소나 개연성 부분이 거의 없기에 오히려 4세대 이전보다 좋은 평가는 없는 편이다.
3. 시스템
비주얼 부분에서 시점이 이동하고 카메라가 움직이듯 사물이 작아지고 커지는 것으로 원근감을 잘 구현했다. 이로 인해 일부 지형에서는 시야가 확대되어 시각적으로 좀 더 뛰어난 묘사가 추가되었다. 대표적인 지형이 바로 스카이애로 브리지, 구름시티, 타워오브해븐, 배틀서브웨이, 용나선탑으로 시점이 주인공의 움직임에 맞춰 빙글빙글 도는 것에 충격을 느낀 팬들이 많다.
또한 BGM에 상당히 공을 들인 시리즈 이기도 하다. 계절 별 도로 BGM의 도입부가 달라지고, 스토리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이벤트 BGM의 퀄리티와 양이 전작에 비해 아주 크게 증가했다. 당장 야생 포켓몬 출현 시에도 일부 상황에서는 다른 BGM이 흘러나온다. 특히 이 이벤트 BGM은 체육관 관장의 마지막 포켓몬을 상대할 때 나오는 '승리는 눈 앞에!' 나 N과의 결전을 앞두고 N의 성 다리에서 흘러나오는 '사명을 안고서' 와 같이 호평받는 명곡들이 많은 편이다. 정성 면에서도, 5세대는 7세대와 함께 둘 밖에 없는 모든 마을에 개별 BGM이 있는 세대이다.
그러나 과연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지 다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일단 처음으로 같은 게임기 내에서 세대가 변화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픽이나 인터페이스 요소의 변화는 분명 뛰어나도 다른 세대만큼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9] 대전 환경도 새로운 포켓몬과 아이템의 추가, 드림특성의 추가에 의해 크게 변화했지만 2세대의 종족값 분화, 강철 타입과 악 타입 추가, 3세대의 성격/특성 시스템 추가, 4세대의 타입별 물리/특수 분화, 6세대의 메가진화와 종족값 변경 등 배틀 시스템 자체를 뒤엎어버린 변화들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변화라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물론 똑같이 기종 내에서 세대가 교체된 7세대에 비하면 평가가 훨씬 나은 편이다.
의외의 단점 한 가지도 존재하는데 바로 후속작을 고려하지 않은 포켓몬의 레벨링이다. 실제로 5세대 포켓몬의 진화 레벨은 다른 세대에 비하면 과도하게 높은 경향이 있어, XY나 ORAS, 썬문/울트라썬문 등지에서는 5세대 후반 포켓몬의 레벨을 올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논란이 된 예시를 한번 보면 다음과 같다.
- 비조도(XY): 비조푸가 진화하려면 레벨 50까지 올려야 하는데, XY에서 야생으로 등장하는 비조푸는 레벨 15이다.
- 워글/버랜지나(썬문, 울트라썬문): 수리둥보와 벌차이가 진화하려면 레벨 54가 되어야 하는데 3번도로에 등장하는 저들은 레벨이 12 정도이다. 그래도 이쪽은 포니광야에서 진화체가 나오므로 도감 등록 자체는 그렇게 어렵진 않다.
- 삼삼드래(썬문): 섬 스캔으로 얻는 모노두의 레벨은 14. 참고로 디헤드의 진화레벨은 50 삼삼드래의 진화레벨은 무려 64이다. 디헤드의 진화레벨부터가 레벨 55에 진화하는 망나뇽과 겨우 5레벨밖에 차이나지 않고, 한카리아스의 경우는 아예 레벨 48에 최종진화를 완료한다.
- 불카모스(BW): 야생 활화르바를 키우려면 1레벨부터 59레벨까지 레벨업 노가다를 해야만 한다.
또한 1회차와 2회차 사이의 난이도 간극도 지적받는데 1회차 최종보스 게치스의 레벨 평균은 50대 초반인 것에 반해 2회차 지역 트레이너의 레벨 평균은 60대 중반이라 노가다 없이는 2회차 지역 탐사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10] 이 문제는 후속작은 블랙2/화이트2에선 개선되었다.
4. 총평
새로운 시도들의 성공으로 인해 다양한 방면에서 호평받은 타이틀이다. '''한국에서는''' 최고의 포켓몬 타이틀을 꼽으라고 하면 하골소실, PT, 금은 바로 다음으로 이 타이틀이 꼽힐 정도.
다만 명작이라고 불릴 정도까지의 고평가는 한국, 그 중에서도 나무위키, 루리웹, 네이버 카페 한정으로 포켓몬스터 갤러리나 다른 나라들, 본토 일본에서는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HGSS은 장점으로 꼽히는 압도적인 볼륨, 컨텐츠 및 편의성과 아기자기한 감성이 포켓몬스터 본가 게임 시리즈의 가장 본질적인 재미요소로 인정받으며 전체 팬층에서 거의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것과 달리, BW는 개성과 장점이 뚜렷한데다 단점도 각져있지는 않은 편이지만 그 장점이 어느 정도로 고평가되는가에 있어서는 개개인마다 그리고 집단마다 굉장히 편차가 큰 작품이기도 하다. 극도로 고평가하는 측에서는 HGSS 다음 가는 명작이라고 하지만 안 좋게 평하는 쪽에서는 높은 완성도와 흥미로운 주제의식을 부족한 시스템적 혁신과 애매한 스토리 마무리 등으로 깎아먹은 평작 정도로 보고 일본, 서양 모두 HGSS는 순위를 매기면 최상위권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지만 BW는 그 변화의 폭이 굉장히 크다.
특히 본토 일본에서는 울썬문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예 극단적으로 썬문보다도 망작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울썬문 다음의 망작 취급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일 정도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첫 플레이 시의 충격과 추억보정을 기준으로 하면 적녹과 다펄, 순수한 게임성으로만 따지면 HGSS, BW2, 플라티나를 명작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이고, 서양에서는 RBY, HGSS, RSE를 최고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오죽하면 일본에서는 적녹, DP의 극성팬들에게 RSE의 팬들 좀 본받으라면서 비판하다가 블랙·화이트의 이야기만 나왔다하면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서 비난과 온갖 어그로가 현재진행형으로 블랙·화이트에 향할 정도이니.
리뷰어들로부터 가히 혁명적 변화라는 평을 받았으며 패미통 크로스 리뷰에서는 시리즈 최초로 만점인 40점을 받았다. 또한 발매 이틀만에 예약을 포함하여 263만 장을 팔아치우며 DS 타이틀 초동 판매기록을 갱신했다.
대체적으로 평가가 나쁜 다른 세대 첫 작품과는 다르게,[11] 5세대의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혁신과 함께 다양한 측면에서 손꼽힐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어 호평을 이끌어냈다. 후속작 BW2가 이전까지의 피카츄(옐로우), 크리스탈, 에메랄드, 플라티나(Pt기라티나)나 이후의 울트라 썬·문 버전과 달리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가진 2편으로 발매된 것에는 이런 높은 완성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12] 버그 측면에서도 5세대는 유일하게 복사버그가 발견되지 않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변화가 온 시리즈이긴 하지만 자세히 보면 1세대의 오마쥬도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의 경우 1세대 주인공의 디자인과 매우 흡사하다. 1회차 클리어 이전에는 1세대와 포켓몬 숫자도 비슷하고 아예 진화 계통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 챔피언 클리어 이전에는 다른 버전의 포켓몬은 잡을 수가 없어 151마리만 있던 1세대와 비슷한 것 등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스토리를 잇는 후속작의 존재와 후속작에서의 전작 주인공의 존재감 등도 1세대와 2세대의 관계와 유사하다.
[1] '포켓몬 해방'은 주제의식 전달을 위한 소재에 가깝고, 작품 전체의 맥락이나 라이벌 스토리를 고려해보면 진 주제의식은 명확하다.[2] 타이틀이 블랙&화이트인 것도, 흑백논리를 경계하라는 것이 주제의식이기 때문이다.[3] 이로 인해 N이 주인공으로 보인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N의 포지션 자체는 주인공과 신념적으로 대립하는 대상이자 주인공이 최종적으로 감화시키는 대상이므로 주인공보다는 라이벌에 가깝지만, 시리즈 특유의 '과묵한 주인공' 컨셉과 N에게 부여받은 복잡한 설정으로 인해 N의 존재감이 상당히 커진 것.[4] 특히 체육관 관장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알로에, 아티, 야콘, 담죽은 플라스마단과 직접적으로 대립하고, 카밀레는 벨의 조력자이자 멘토이고, 사간과 아이리스는 주인공 일행에게 하나지방의 전설을 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5] 버전에 따라서 같은 대사에 '이상'과 '진실'이 바뀌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 이 둘이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공존해야만 비로소 가치가 있는 상호보완적 존재이기 때문이다.[6] 대표적으로 플라스마단이 포켓몬을 일방적으로 트레이너로부터 떼어놓으려고 했던 것의 폐해가 있다. 라이벌 휴이를 통해 표현해냈다.[7] 노간주의 비중 자체는 상당히 많았지만, 챔피언으로서의 포스는 잘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 물론 노간주는 나이도 있고 파트너 포켓몬도 죽었기 때문에 기존의 챔피언의 카리스마보단 연륜에 의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8] 더구나 N이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린 것이 플라스마단의 분열을 야기했고, 이것이 BW2 스토리의 발단이 되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9] 후속작인 BW2조차 3DS로 발매되지 못했다. AR서처만이 3DS 다운로드 소프트로 기능했다.[10] 가끔식 약소 포켓몬을 들고 다니는 트레이너들이 있어 이런 분류는 종족값으로 찍어 누르면 그만이지만 엘리트 트레이너와 베테랑 트레이너 같이 제대로 된 최종진화형 포켓몬을 들고 다니는 트레이너는 약빨로 이기던가 할 수 밖에 없다.[11] 실험작으로 평가받는 R·S, D·P, X·Y, 썬·문 등[12] 이는 팬들이 벌써 X·Y의 완전판인 Z버전과 OR/AS의 완전판인 델타 에메랄드 버전을 예상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그놈의 똥고집 때문에 발매는 되질 못했지만. 전설의 포켓몬인 지가르데 때문이기도 하지만, X·Y는 오히려 3DS 기기의 상황과 맞물려 빠르게 발매된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