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합어

 


抱合語 Polysynthetic language
1. 개요
2. 특징
3. 기타


1. 개요


교착어, 굴절어, 고립어와 함께 언어유형학에서 언어를 분류할 때 쓰이는 기준 중 하나이다. 각각의 낱말이 많은 형태소들이 합쳐진 형태인 언어로, 보통 여기 속하는 언어들은 단어 하나하나가 길어지는 편이다. 예를 들어 유피크어(Yupik, 이누이트어와 같은 어족)의 문장 중 tuntussuqatarniksaitengqiggtuq(그는 순록을 사냥할 것이라고 아직 다시 말하지 않았다)라는 문장은 tuntu(순록)-ssur(사냥하다)-qatar(미래 시제)-ni(말하다)-ksaite(부정)-ngqiggte(다시)-uq(3인칭 단수 직설)이라는 형태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tuntu'를 제외하면 자립형태소가 하나도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포합어는 고립어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타우마타와카탕이항아코아우아우오타마테아투리푸카카피키마웅아호로누쿠포카이웨누아키타나타후마밀라피나타파이 같은 단어도 마찬가지.
주로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들 중에 포합어가 많은 편이고, 그 외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나 시베리아, 파푸아뉴기니의 언어들, 아이누어도 포합어이다.

2. 특징


동사활용에 있어서 인칭을 나타내는 요소와 어근 사이에 목적어가 삽입된다. 예를 들면, 아이누어에서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인 ’oman(가다)은 그 앞에 인칭접사가 붙어서 ku-’oman(내가 간다)이 되고 목적어를 2개 취하는 동사 konte(주다)에는 주격사와 목적사를 합한 합성인칭사 ’eci-가 붙어서 eci-목적어-konte라는 문장이 형성된다. 각 형태소는 단독으로 나타나는 형태와는 다른 연접형을 가진다. 포합어 가운데 아이누어처럼 단어 속에 목적어 등을 삽입하는 구조를 가진 언어를 특히 ‘incorporating language’라 하고, 이누이트어처럼 어근에 붙는 요소가 다종다양하고 상호간의 결합이 밀접하며 음운규칙이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것을 복통합적 언어(複統合的言語:polysynthetic language)라고 한다.

3. 기타


전세계적으로 가장 이질적으로 여겨지는 언어 유형인데, 메이저라 간주될 수 있는 언어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들 기준으로 모어인 한국어와 주요 외국어(한국에서 지정된 제2외국어)를 따져보면 한국어일본어교착어이고,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영어고립어이고,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힌디어, 아랍어굴절어인 데 반해 포합어는 그나마 유명한 쪽이 이누이트어, 나우아틀어, 마야어, 아이마라어, 마오리어, 그린란드어 등등 상대적으로 굉장히 마이너하다. 또한 당연히 UN 공용어에도 없는 유형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문명화가 덜되고 채집, 수렵 문화 등이 오래 잔존한 지역에서 주로 보이는 언어 유형이기 때문에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언어 형태는 이러한 포합어 계열이었다는 추측이 존재한다. 이후 문명의 발전과 함께 포합어는 고립어, 교착어, 굴절어로 진화해나가고 그러한 변화를 겪지 않은 곳에 포합어가 일부 남게 된 것 아니겠냐는 가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가설이 있다.언어가 시간이 지나며 유형론적으로 사이클을 돌며 변화한다는 것으로, 언어학자 딕슨(Robert Malcolm Ward Dixon)이 제시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언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유형론적으로 진화하는데, 이것이 주기적인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언어는 굴절어→고립어→교착어→굴절어 순서와 같은 순환 진화를 보이는데, 지금 굴절어인 언어들도 시간이 지나면 고립어가 될 것이고, 고립어는 다시 교착어로 변화하며, 교착어는 굴절어의 특성이 점차 생기는 등의 진화를 겪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영어는 과거에 굴절어였으나 현재는 거의 고립어이고, 많은 유럽의 언어들이 러시아어 등이 속한 슬라브어파[1] 등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예전에 비해 굴절이 많이 퇴색한 것이 사실이다. 복잡한 굴절을 갖고 있다는 슬라브어파 언어들 역시 과거에 비해 격의 수가 줄어든 것이다. 또한 중국어는 유서 깊은 고립어이지만 복수형(们), 완료(了) 등에서 교착어적 특성이 조금씩 나타난다. 그리고 한국어의 어미 중 'ㄴ데'와 같이 의존명사 구문인지 어미인지 헷갈리는 것들은 중세 한국어 시절까지만 해도 'ㄷㆍ' 등이 쓰인 의존명사 구문이었고, '-습니다'와 같은 어미 역시 본래 제각기 다른 어미들이 쓰인 '-사-옵-나-이-다'였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형태와 기능이 융합해 하나의 어미로 처리되었다.
위 사이클 가설에 따르면, 문법 형태소 덩어리가 점차 융합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단순화함에 따라 굴절어가 되고 끝내 고립어가 되는 것이므로 역으로 추적하면 교착어 앞에 포합어가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포합어가 옛 인류의 언어 습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가설에 포합어가 빠져 있기에 짐작밖에 하기 어렵겠지만, 한자어를 보면 본래 문장 형식이던 것이 단어 단위로 뭉쳤으므로 고립어가 포합어적 특성으로 똘똘 뭉치는 것이 무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뒤에 포합어가 특정 접사를 경계로 토막이 나서 단위별 어순의 자유도가 생기고[2], 이로써 교착어가 되면서 형태론적 특성이 약해진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1] 불가리아어, 마케도니아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아직까지 6개 이상의 격을 갖고 있다. 불가리아어, 마케도니아어는 예외적으로 격이 상당 부분 소실되어 주격, 호격 2개 격만 남아 있다.[2] 중요한 내용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고 이를 먼저 내뱉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 내용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전체 단위의 중간에 끼어 있다면 나중에는 포합성이 불안정해져서 끊어질 것이고, 이러면 본래 앞에 붙어 나오던 것은 일종의 구나 절로서 뒤에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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