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축구의 저주받은 세대
1. 소개
자국에서 열렸던 유로 1984에서 대표팀 역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루어낸 미셸 플라티니와 마누엘 아모로스 등 1950년대의 프랑스 축구의 첫 황금세대 이후에 찾아온 1980년대의 두 번째 황금세대. '''에릭 칸토나, 장 피에르 파팽, 다비 지놀라, 폴 르갱 등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그들이 치른 두 번의 월드컵 예선에서는 모두 광탈하는 바람에''' 이러한 말이 붙었다.
결국 이들이 모두 국가대표에서 물러나고 나서야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 유리 조르카에프, 마르셀 드사이, 릴리앙 튀랑, 로랑 블랑, 엠마누엘 프티, 디디에 데샹[1] 등의 세 번째 황금세대[2]가 찾아왔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에 16년 전에 이어 두 번째로 유로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달리게 된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어둡듯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에서는 저 유명한 세네갈 쇼크가 시발점이 된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의 희생자가 되었고 다음의 2006년 대회는 지단의 불명예스런 마지막 월드컵으로 얼룩졌으며[3] 2010년 대회는 선수단 내부의 분열과 감독과 선수들간의 불화까지 곁들여져 결국은 조별리그 탈락에 선수단 전원이 이코노미석으로 귀국하는 수모까지 겪었으며 이후로는 선수들 개개인이 일으킨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사고뭉치 군단', '인성교육이 필요한 팀'이란 낙인이 찍혀지기도 했다.[4]
2. 플라티니 그 이후, 1990 FIFA 월드컵 예선
유로 1984에서 대표팀에 첫 우승컵을 안기고, 월드컵에서도 프랑스를 두 차례 연속 준결승까지 캐리한 전설 미셸 플라티니가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라운드를 떠나고[5] 프랑스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유로 1988 예선에서 탈락하고 만다. 슈퍼스타 플라티니 한 명이 은퇴했을 뿐인데 이토록 경기력이 나빠진 모습에 프랑스의 축구 팬들은 비난을 숨기지 않았고, 그러던 와중에 플라티니의 뒤를 이어 갈 새로운 스타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훗날 올드 트래포드[6]의 왕으로 군림하게 되는 에릭 칸토나, 발리슛의 장인이며 프랑스산 고성능 폭격기에다 발롱도르 수상자였던 장 피에르 파팽, 프랑스의 마술사라고까지 불린 다비 지놀라 등이 대표적인 선수인데,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초강력한 공격수들이 셋이나 등장하니 그제야 팬들은 '''"이젠 플라티니가 없어도 프랑스는 강력해지겠구나!"'''하고 마음을 놓았다.
그러던 와중에 1990 FIFA 월드컵 이탈리아 유럽 지역예선이 시작되었고, 프랑스는 스코틀랜드, 유고슬라비아, 노르웨이, 키프로스와 함께 한 조에 편성되며 이 정도 대진이면 어렵지 않게 본선에 오를 수 있어보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프랑스는 예선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홈에서 열린 첫 경기부터 노르웨이를 상대로 후반 39분이 되어서야 파팽의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뽑으며 겨우겨우 이기더니, 이후 나머지 세 나라와 원정에서 가진 경기에서는 최약체 키프로스와만 겨우 비기고[7] 유고슬라비아와 스코틀랜드에게 모두 털리며 스코틀랜드와 유고슬라비아에게 밀려 3위로 반환점을 돌았다.[8] 이후 나머지 네 경기에서는 2승 2무로 승점 6점을 쌓으며 순위권을 추격했지만, 결과적으로 2위 스코틀랜드에게 승점이 1점 모자라 '''유로 1988에 이어 월드컵에서까지 예선 탈락을 당하고 말았다.'''
3. 저주의 연속, 1994 FIFA 월드컵 예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승점자판기한테 혼자 쳐발려서 떨어진 월드컵'''이다.
스웨덴,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핀란드 그리고 이스라엘과 함께 6조에 속한 프랑스는 제라르 울리에가 팀을 이끌고 지역예선에 올랐다.
이렇게 오른 지역예선에서 프랑스는 불가리아와 상대한 첫경기에서 0:2로 패한다[9]. 이후 절치부심하고 치른 두번째 홈경기였던 대 오스트리아전에서 장 피에르 파팽과 에릭 칸토나의 골로 2:0으로 승리 1승 1패가 된다. 그리고 세번째 경기였던 대 핀란드전을 역시 2:1로 승리[10], 2승 1패가 된다. 이때까지 프랑스는 핀란드와 프랑스에 승리하고 스웨덴에 졌던 강호 불가리아와 2승 1패를 기록 중이었다. 다만 다득점에 앞서고 있었기에 조 2위를 유지중이었다.
1위는 핀란드와 불가리아 그리고 이스라엘에 연거푸 승리, 3승을 기록하고 있던 스웨덴이었다. 그리고 프랑스는 4번째 조별경기였던 대 이스라엘과의 원정경기에서 로랑 블랑의 멀티골과 칸토나와 로셰가 각각 골을 기록, 이스라엘에 4:0으로 승리, 이미 같은 이스라엘에 2:0으로 이겼던 불가리아에 뒤이은 3위를 유지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와 가진 원정경기 5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고 그 오스트리아는 불가리아를 3:1로 이겨 드디어 불가리아를 제치고 조 2위에 올랐다. 여기에 홈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조별예선 6차전 경기에서 2:1로 승리[11], 공동 1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1993년 8월 22일 조별예선 7차전 대 스웨덴전 원정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무려 4개월 동안 스웨덴과 불가리아는 각각 2승과 1승 1무를 기록, 다시금 프랑스를 위협했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위협과 불안감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스웨덴과 1:1의 무승부를 거뒀고 이는 결정적으로 프랑스의 본선진출을 어둡게 하는 전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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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탈락시킨 가장 큰 원인이 된 경기에서 프랑스를 쓰러뜨리고 환호하는 이스라엘 선수들. 참고로 이 경기가 이스라엘이 월드컵 예선에서 승리한 유일한 경기였다.'''
같은해 9월 8일에 있었던 대 핀란드전을 2:0으로 승리한 프랑스는 그러나 불과 1개월 후인 1993년 10월 12일 홈에서 있었던 대 이스라엘전에서 이스라엘의 르우벤 아타가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역전골을 터뜨려 2:3으로 패배하면서 본선 진출이 어렵게 되었다. 문제는 이게 사실상 결정타로 이후의 불가리아전에서 뛰어야 할 선수들의 사기가 여기서 푹 꺾이는 바람에 프랑스는 거기서도 불가리아에게 패하고 만다. 여기서 문제가 뭐였냐 하면 이 지역예선에서 이스라엘의 종합전적인데 '''1승''' 3무 6패였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남들은 다 깨거나 무승부로 틀어막은 승점자판기인 이스라엘에게 유일하게 쳐발린 게 프랑스'''였다는 점이다[12]. 같은 약체에게 패했다 하더라도 2014년의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베네수엘라에게 패했다고는 하지만 그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도 이기는 등 본선 진출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비겨도 되는 파라과이에게 덜미를 잡혀서 탈락했을 뿐이지만 이스라엘은 프랑스를 잡은 이 경기 빼고는 이긴 경기가 없다는 게 문제다.[13] 이 경기를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비기기만 했어도 불가리아전을 심리적으로 안정감있게 진행했을 것이며 '''이 경기만 이겼으면 불가리아전은 져도 되는 경기'''가 되었기에 1994년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지역예선 탈락은 사실상 이 경기가 특등공신이었던 것이다. 다른 팀들이 전부 깨는 팀이라면 우리가 깨지 않으면 안되는 팀이다. 그런데 이런 상대에게 혼자만 쳐발려버렸으니 당연히 승점부터도 이미 밑지고 들어가고 그래서 엄청나게 불리한 예선을 치뤄야만 했던 것이다. 이 패배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불가리아와 비기기만 해도 진출할 수 있었지만 이스라엘 나부랭이한테 졌다는 심리적 박탈감으로 인해 사기가 꺾인 탓에 프랑스는 마지막 불가리아전을 너무 힘든 경기로 치르게 되고 만다.[14]
참고로 이 예선에서 이스라엘 이외의 팀들의 대 이스라엘전 성적은 다음과 같다.
이러니 스웨덴은 이스라엘 상대로 승점을 6점이나 뜯어가고 다른팀들도 다 4점씩은 가져갔는데 프랑스만 3점밖에 못가져간 것이며 그 1점 차이로 불가리아에게 밀려 지역예선을 탈락하고 말았으니 프랑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뼈아픈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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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예선 불가리아전에서 종료 직전에 충격적인 역전골을 내주면서 머리를 감싸쥐는 에릭 칸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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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조별예선 경기였던 불가리아와의 홈경기에서 에밀 코스타디노브에게 경기 종료 직전, 역전골을 내주고 1:2 역전패를 당하면서 그만 본선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참고로 프랑스를 떨구고 본선에 오른 불가리아와 스웨덴은 4강까지 진출하며 3, 4위전에서 대결을 펼치게 된다.
그로부터 23년 후, 프랑스, 스웨덴, 불가리아는 러시아 월드컵 예선 A조에서 다시 만났다. 프랑스는 조 1위로 본선에 직행하고, 스웨덴은 네덜란드를 조 2위로 물리친 뒤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떨어뜨리고 본선에 직행했다. 불가리아는 홈에서 네덜란드와 스웨덴을 이긴 것 말고는 별 활약이 없어서 조 4위로 떨어졌다.
4. 구세주의 등장
이 저주받은 세대의 프랑스에 한명의 구세주가 등장하니 그가 바로 지네딘 지단이었다. 1994년 체코와의 친선전에서 교체 멤버로 등장, 놀라운 활약을 보이면서 프랑스 축구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플라티니의 은퇴 이후, 프랑스 축구를 구해줄 영웅의 탄생을 갈망하고 있던 프랑스 축구팬들이나 축구계에게는 그야말로 가뭄 중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고 프랑스는 이번에야말로 프랑스 축구가 세계정상으로 복귀하게 될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더구나 에메 자케의 지휘 아래 파비앙 바르테즈,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 같은 신예들의 등장으로 자국의 팬들의 기대치가 엄청 높아졌고 지단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여 상대팀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이러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조국에 첫 우승컵을 선사했다.'''
물론 이후 세네갈 쇼크와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에서의 좌절, 남아공 월드컵에서 발생했던 팀 내분과도 같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다시 한번 심기일전, 폴 포그바와 앙투안 그리즈만, 블레즈 마튀이디, 킬리안 음바페와 같은 우수한 선수도 발굴, 성공적인 세대교체도 이뤄지면서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두번째 우승을 일궈내었다.
[1] 현재 프랑스 대표팀 감독. 그는 20년 후의 대회에서 감독으로 조국의 두번째 우승을 만끽하는 영광을 누린다. 또한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의 반례의 예시가 되기도 하였다.[2] 이 중 몇몇은 저주받은 세대 당시에도 뛰었던 선수들이다.[3] 물론 준우승을 했기때문에 딱히 나쁘다고만 평가할 필요는 없다.[4] 그나마 저 때는 예선에선 나름대로 선전해서 메이저 대회 진출은 꼬박꼬박했지만, 정작 이 시기에는..[5] 그 유명한 헤이젤 참사 때문에 충격을 받고 마음 편하게 축구를 할 수 있는 의욕을 잃어버렸다고 한다.[6] 맨유의 홈구장.[7] 심지어 이 무승부는 키프로스가 유일하게 승점을 따낸 경기였다.(...)[8] 더 안습한 것은 유고슬라비아는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였다.[9] 원정경기[10] 대 오스트리아전과 같이 득점자는 파팽과 칸토나[11] 이때가 1993년 4월 28일이었고 이후 4개월간 프랑스는 경기가 없었다.[12] 이와 비슷한 예가 바로 카잔의 기적이다. 묘하게도 이 당시의 이스라엘이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스웨덴, 멕시코, 그리고 독일과 같은 조에 들어간 대한민국 대표팀은 스웨덴에 0대1, 멕시코에게 1대2로 패했음에도 마지막 독일전에서 2대0 승리를 해버렸고 더구나 독일은 여타 다른 조별팀들과는 다르게 '''대한민국에게 무득점, 다실점으로 패한 팀'''으로 결국에는 결선리그로는 오르지 못했다.[13] 이스라엘은 예나 지금이나 엄청난 축구약체로 사실 원래는 아시아 축구 연맹이었지만 중동 놈들의 드잡이질로 인해 아시아 축구 연맹에서 추방당했고 이것 때문에 오세아니아(...) 축구 연맹 등을 유랑하다가 유럽 축구 연맹에서 받아준 팀이다. 때문에 카자흐스탄과 마찬가지로 유럽급 실력을 기대하면 안 되는 약체다. 실제로도 2014년 월드컵 지역예선 당시 포르투갈이 이스라엘과 홈 원정 모두 비겨버리는 바람에 안티들이 그걸 근거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축구 못하는 놈이라고 까기까지 했는데 그런 팀에게 졌다는 건 말이 안 될 노릇이다. 참고로 그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이스라엘과 같은 조였던 러시아는 이스라엘을 4-0, 3-1로 아주 시원하게 털어버렸다.[14] 같은 사례로 2002년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가 있는데 이 때 잉글랜드와 비겼더라면 스웨덴에게 져도 16강은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잉글랜드에게 심판을 교묘히 속여서 얻어낸 패널티킥으로 졌기 때문에 '''스웨덴 상대로 이기면 조 1위 비기면 탈락'''이라는 괴상한 상황에 몰려서 심리적 압박이 극대화되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비기면 탈락이었는데 비겨서 탈락했다. 그리고 여기서 잉글랜드가 저지른 범죄는 12년 후 2014년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에게 그대로 되돌려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