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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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Phantom Lady.
1942년에 출판된 윌리엄 아이리시(본명은 코넬 조지 호플리 울리치(Cornell George Hopley-Woolrich, 1903년 12월 4일 ~ 1968년 9월 25일)의 대표작이자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Y의 비극과 함께 세계 3대 추리소설로 손꼽히는 고전명작이다. 일본에서는 에도가와 란포가 절필을 강요받던 시기, 이 소설은 꼭 번역되어야 한다고 잡지에 칭찬하는 글을 실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뉴욕 밤거리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묘사한 게 일품이다. 다만 후술하듯이 일본을 통해 알려진 것이지 서구에서는 그다지 큰 평가를 받지 못했다.
유부남인 스코트 헨더슨은 아내인 마셀라와 오랫동안 사이가 나빠져 말만 내외지, 서로 남남처럼 지내다가 사귀던 애인인 캐롤 리치맨과의 결혼을 하기 위해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지만 거절하는 아내와 다투고 집을 나와서 우연히 만난 웬 낯선 여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서로 이름도 사는 곳도 묻지 말자고 약속하고 극장과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살해당했고, 스코트는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2] 스코트는 항변하며 그 밤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을 증인들-바텐더, 극장 도어맨, 택시기사, 드럼 연주자, 맹인 거지[3] 등등 모든 사람들을 형사들과 함께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붙들고 물어보지만, 어째서인지 그 여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스코트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사형 집행 날짜는 계속 다가오고, 스코트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누명을 풀어주고자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그가 만났다는 여자를 찾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범인은 다름아닌 '''롬버드'''였다.
롬버드는 맞바람을 피우고 있는 마셀라와 불륜 관계였으며, 남미 정유회사에 5년 계약으로 떠났던 것도 실은 마셀라가 결혼 후의 안정된 기반을 요구하자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롬버드는 남미에 신혼집을 차려두고 마셀라를 데리러 왔는데, 그를 배신하고 "내 말을 믿었냐? 내가 왜 그 시골에 가서 살겠냐? 여기서 헨더슨 등골 빨면서 살거다. " 하고 비웃는 마셀라를 보고 분노해...죽여버리고 만다(…). 마셀라는 이런 식으로 많은 남자들을 농락했으나, 불장난에 면역이 없던 다혈질 롬버드에게 살해당하고 만 것.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라 버지스 형사는 롬버드의 진술을 처음 들었을 때 마셀라에게 정신질환이 있다고 생각했고, 헨더슨마저 자신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만들 뻔한 롬버드에게 동정심 비슷한 감정을 가졌다.
롬버드가 헨더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 이유는 마셀라가 자길 거절한 게 남편을 사랑하던 마음이 되살아났다고 멋대로 생각해서. 착각이 질투와 시기로 번져 친구였던 헨더슨까지 죽여버리려고 범인으로 몰았던 거였다. 버지스 형사는 기술자 일로 늘 삭막한 유전지대만 돌아다녀 이런쪽으로 면역이 없었던 롬바드였기에 마셀라의 불장난을 앞선 남자들처럼 참아 넘길 수가 없었을거라고 해석했다.
롬버드는 마셀라를 죽인 직후 헨더슨을 쫒아나가 어떤 여자와 하루를 보낸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헨더슨이 여자와 헤어진 후에, 그 여자의 뒤를 미행하여 여관에 묵은 것을 확인한다. 이후 죄를 스코트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목격자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헨더슨이 만난 여자에 대해 증언하지 못하게 하고, 여관으로 돌아와 여자를 죽이려 하지만 여자는 여관에서 묵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간 것 뿐이였다. 결국 여자를 찾아 헤매나 결국 찾지 못하고, 남미로 가는 배도 놓쳐서 비행기를 타고 중간기항지에서 배를 타고, 일말의 불안감을 남긴채 미국을 영영 떠날 생각으로 떠나버린다.
그런데 헨더슨이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내자, 당당히 그녀를 찾을 수 있게 되었으니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해 당장 미국으로 달려온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를 증명해 줄 두 명은 우연으로 가장해 살인까지 하지만, 정작 그녀는 찾지 못했다. 결국 갖은 고생 끝에 사형집행일이 되어서야 그 여자를 찾게되는데, 그 여자가 마음을 고쳐먹고 증언을 하겠다고 하자 인적 드문 곳으로 데려가 죽이려고 하다가, 그것이 버지스 형사가 꾸민 함정이였기에 붙들리고 만다. 버지스는 배를 놓쳤던 기록을 보고는 수상하다고 여기고 있었다가, 거지를 살해했을 때 롬버드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헨더슨의 애인 캐롤을 그 환상의 여인으로 가장시켜 함정을 판 것이다.
그리고 범인 못지 않게 정체가 의심스러웠던 헨더슨이 만났던 환상의 여인은, 그새 치매의 종류로 보이는 정신착란으로 병원에 들어간 상태였다고 나온다(…). 형사가 이름을 말하려 하자, 캐롤이 그만! 이제 됐어요! 라며 막아서 작품에서 끝내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추리 소설의 형식을 취한 듯하지만, 추리보다는 서스펜스 장르의 작품이다. 작가인 윌리엄 아이리시가 서스펜스 묘사에선 최강으로 꼽히는 작가이고, 그런 점 때문인지 이 작품은 역대 가장 서스펜스가 강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사실, 반전이 강렬하기는 하나 그만큼 구멍이 꽤 크게 있는 작품이라 서스펜스가 아닌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었다면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제대로 된 추리와 기묘한 서술 트릭을 기대하고 봤다가는 크게 실망할 수 있으니 주의. 코넬 울리치(윌리엄 아이리시)라는 작가의 특징인데 과거 추리작가들이나, 동시대 추리작가들에게 없었던 서정적이고 유려한 문체로 지속적으로 등장인물을 옥죄는 서스펜스 묘사가 일품인 대신 추리의 엄정함이나 개연성은 매우 떨어진다. 울리치의 다른 전성기 작품인 검은 옷을 입은 신부. 상복의 랑데부, 새벽의 데드라인 모두 서스펜스와 문체, 묘사는 일품이지만 하나같이 개연성이 낮다.
분명히 어떤 처음 만난 여자와 데이트를 했는데, 아무리 탐문조사를 해도 누구도 그 여자를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주인공도 하루 저녁을 내내 같이 보낸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 머리 색깔, 입은 옷, 체격, 눈동자 색, 등등 - 기억하지 못한다.[4] 이 정신 나간 상황 설정이 작품의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요소이고, 독자들은 당연히 어떻게 이런 트릭이 가능할까 환상의 여인의 정체를 열심히 고민하면서 작품을 읽게 되는데, '사실 롬버드가 범인이었습니다!' 하고 작품이 끝나 버리니 그저 멍해질 따름. 돈으로 매수를 했다는 설정이긴 한데, 롬버드가 매수한 건 고작 서너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게 경찰의 탐문조사 대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영수증 따위를 어떻게 조작했는지도 제대로 설명이 없고, 정황상 여자를 기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도, 경찰의 조사 대상은 롬버드가 매수한 사람들로만 정확하게 한정된다. 게다가 대체 주인공이 왜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경찰인 버지스의 행적도 가관인데, 롬버드가 범인이라고 확신했음에도 확실한 증거를 잡아내기 위해 방치해둔 결과 롬버드는 증인 두 명을 마음대로 살해하고, 사고나 자살이라지만 본의 아니게 다른 증인 두 명도 죽어버리는 참사가 벌어진다. 롬버드가 일면식도 없던 가짜 환상의 여인을 살해하려던 이유는 결정적 증인을 제거함으로써 헨더슨의 무고를 증명하지 못하게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이전의 맹인 거지나 피에레트를 살해할때도 사실 마찬가지다. 버지스 왈 이 살인은 헨더슨의 아내의 살인범을 밝혀내는 것과는 무관한 단독적 범행이라 그 시점에서 롬버드를 체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면 롬버드가 증인을 찾아다니며 죽여대는 이유는 대체 뭐란 말인가? 코넬 울리치 작품의 특징중 하나가 경찰은 늘 한발 늦고,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건데 이 작품에선 울리치 작품중에선 드물게 경찰이 나름대로 활약한다. 바쁘다면서 일반인에게 탐문을 떠넘기고, 한발 물러서 있느라 증인들이 픽픽 죽어나가지만 코넬 울리치 소설에서 이 정도면 올해의 경찰이다.(...)
이렇다보니 현재 미국에서는 그냥 옛날 추리소설 하나로 대충 알려지고 묻혔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앞서 서술한 대로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지 미국이나 서구권에서는 이젠 잊혀진 소설이라 책도 절판되었다.
옹호하자면,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 읽으면 단점이 눈에 띄지만, 이 작품이 나온 당시에는 트릭이나 수수께끼 풀이보다는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둔 '''서스펜스'''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장르를 개척한 소설로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 에도가와 란포가 '새로운' 소설이라 극찬한 것은 이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며 울리치의 또 다른 서스펜스 단편소설 'It Had to Be Murder'가 '서스펜스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된 것도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80년대 KBS 미스터리 극장에서 극화된 적이 있다. 무대만 서울로 바뀌었고 감옥에서 목사(?!)랑 맞짱뜨는 장면 등의 세세한 재미를 제외하고는 의외로 원작과 비슷하고 서울의 밤거리를 몽환적으로 묘사한 걸작.
KBS2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 중 나현희를 주연으로 한 에피소드로 만들어졌는데, 전체적인 얼개와 범인은 똑같지만 디테일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우선 스코트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하는 캐롤은 스코트의 여동생으로 바뀌었으며 심지어 롬버드와 연인으로까지 발전한다(...)
또한 범죄를 저지른 동기가 불륜이 아니라, 주식 정보를 스코트의 아내에게 알려 줬는데 정보가 엉터리인 탓에 주식이 폭삭 망해서 궁지에 몰리자 죽인 것으로 나온다. 피해자들을 죽인 트릭도 바뀌었는데 우연한 교통사고로 죽은 바텐더는 롬버드에게 칼 맞아 죽으며, 원작에선 죽지도 않는 택시기사(김희라)가 오히려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살해당한다. 환상의 여인의 정체도 롬버드의 숨겨진 애인으로 바뀌었으며, 롬버드의 손에 죽는다.
그리고 롬버드도 자살한다.
"''''The night was young, and so was he. But the night was sweet, and he was sour."''''
"''''밤은 젊고 그도 젊었다. 하지만 밤의 공기는 달콤한데 비해 그의 기분은 씁슬했다."''''[1]
1. 개요
원제는 Phantom Lady.
1942년에 출판된 윌리엄 아이리시(본명은 코넬 조지 호플리 울리치(Cornell George Hopley-Woolrich, 1903년 12월 4일 ~ 1968년 9월 25일)의 대표작이자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Y의 비극과 함께 세계 3대 추리소설로 손꼽히는 고전명작이다. 일본에서는 에도가와 란포가 절필을 강요받던 시기, 이 소설은 꼭 번역되어야 한다고 잡지에 칭찬하는 글을 실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뉴욕 밤거리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묘사한 게 일품이다. 다만 후술하듯이 일본을 통해 알려진 것이지 서구에서는 그다지 큰 평가를 받지 못했다.
2. 줄거리
유부남인 스코트 헨더슨은 아내인 마셀라와 오랫동안 사이가 나빠져 말만 내외지, 서로 남남처럼 지내다가 사귀던 애인인 캐롤 리치맨과의 결혼을 하기 위해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지만 거절하는 아내와 다투고 집을 나와서 우연히 만난 웬 낯선 여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서로 이름도 사는 곳도 묻지 말자고 약속하고 극장과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살해당했고, 스코트는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2] 스코트는 항변하며 그 밤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을 증인들-바텐더, 극장 도어맨, 택시기사, 드럼 연주자, 맹인 거지[3] 등등 모든 사람들을 형사들과 함께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붙들고 물어보지만, 어째서인지 그 여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스코트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사형 집행 날짜는 계속 다가오고, 스코트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누명을 풀어주고자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그가 만났다는 여자를 찾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3. 등장 인물
- 스코트 헨더슨 : 주식중개인. 사랑없는 결혼을 한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워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다.[스포] 아내와 극장 쇼를 보러 가기로 한 날, 대판 싸우고 홀로 거리에 나섰다가 한 여자를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자신의 넥타이로 목이 졸린 채 발견된다. 아내의 살인범으로 몰린 그는, 감옥에 갇혀 사형 집행일만 기다리는데...
- 환상의 여인 : 스코트와 카페에서 만나 공연을 보고 난 후, 사라진 의문의 여자. 롬버드와 캐롤, 버지스가 그녀를 찾으려 한다.
- 마셀라 헨더슨 : 스코트의 아내. 스코트와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사실상 혼인관계는 예전에 파탄난 상황이였다. 첫 번째 피해자.
- 잭 롬버드 : 스코트의 절친한 친구. 남미의 정유회사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으나, 스코트가 도움을 청하자 회사에 장기휴가를 내고 친구를 위해 나선다.
- 캐롤 리치맨 : 스코트의 애인. 스코트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노력한다.
- 버지스 : 형사. 스코트가 아내를 죽인 진범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캐롤과 함께 진범을 추적한다.
- 제리 : 롬버드 교환소의 알바.
- 안젤모 : 카페 '안젤모'의 지배인.
- 피트, 토미, 미트리 맬러프 : '안젤모'의 바텐더.
- 로저 애슐리, 레이번 부인 : '안젤모'의 손님들.
- 멘도자 에스텔라 : '카지노 극장' 배우
- 엔리코 : 멘도자의 하녀.
- 윌리엄 : 멘도자의 운전기사.
- 클리프 밀번 : '카지노 극장'의 드럼 연주자. 피해자.
- 바이클 오배넌 : '카지노 극장'의 도어맨.
- 앨 엘프 : 택시기사.
- 버드 하키 : '선라이즈 택시회사'의 택시기사.
- 죠, 타니, 더치, 그레고리 : 형사들.
- 케티샤 : 의상 디자이너.
- 루이스 : '케티샤'의 직원.
- 매지 페이튼 : '케티샤'의 바느질 아가씨.
- 마지 페이튼, 마르거리트 페이튼, 마그다, 마르고 : 모자 봉제공들.
- 피에레트 더글러스 : 마르거리트에게 모자를 제작한 의뢰인. 피해자.
- 하스콤 : 마르거리트 집주인.
- 조지 : 호텔 보이.
- 딕시 리 : 배우.
- 도리 골든 : 옛 여배우.
4. 진상
범인은 다름아닌 '''롬버드'''였다.
롬버드는 맞바람을 피우고 있는 마셀라와 불륜 관계였으며, 남미 정유회사에 5년 계약으로 떠났던 것도 실은 마셀라가 결혼 후의 안정된 기반을 요구하자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롬버드는 남미에 신혼집을 차려두고 마셀라를 데리러 왔는데, 그를 배신하고 "내 말을 믿었냐? 내가 왜 그 시골에 가서 살겠냐? 여기서 헨더슨 등골 빨면서 살거다. " 하고 비웃는 마셀라를 보고 분노해...죽여버리고 만다(…). 마셀라는 이런 식으로 많은 남자들을 농락했으나, 불장난에 면역이 없던 다혈질 롬버드에게 살해당하고 만 것.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라 버지스 형사는 롬버드의 진술을 처음 들었을 때 마셀라에게 정신질환이 있다고 생각했고, 헨더슨마저 자신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만들 뻔한 롬버드에게 동정심 비슷한 감정을 가졌다.
롬버드가 헨더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 이유는 마셀라가 자길 거절한 게 남편을 사랑하던 마음이 되살아났다고 멋대로 생각해서. 착각이 질투와 시기로 번져 친구였던 헨더슨까지 죽여버리려고 범인으로 몰았던 거였다. 버지스 형사는 기술자 일로 늘 삭막한 유전지대만 돌아다녀 이런쪽으로 면역이 없었던 롬바드였기에 마셀라의 불장난을 앞선 남자들처럼 참아 넘길 수가 없었을거라고 해석했다.
롬버드는 마셀라를 죽인 직후 헨더슨을 쫒아나가 어떤 여자와 하루를 보낸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헨더슨이 여자와 헤어진 후에, 그 여자의 뒤를 미행하여 여관에 묵은 것을 확인한다. 이후 죄를 스코트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목격자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헨더슨이 만난 여자에 대해 증언하지 못하게 하고, 여관으로 돌아와 여자를 죽이려 하지만 여자는 여관에서 묵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간 것 뿐이였다. 결국 여자를 찾아 헤매나 결국 찾지 못하고, 남미로 가는 배도 놓쳐서 비행기를 타고 중간기항지에서 배를 타고, 일말의 불안감을 남긴채 미국을 영영 떠날 생각으로 떠나버린다.
그런데 헨더슨이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내자, 당당히 그녀를 찾을 수 있게 되었으니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해 당장 미국으로 달려온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를 증명해 줄 두 명은 우연으로 가장해 살인까지 하지만, 정작 그녀는 찾지 못했다. 결국 갖은 고생 끝에 사형집행일이 되어서야 그 여자를 찾게되는데, 그 여자가 마음을 고쳐먹고 증언을 하겠다고 하자 인적 드문 곳으로 데려가 죽이려고 하다가, 그것이 버지스 형사가 꾸민 함정이였기에 붙들리고 만다. 버지스는 배를 놓쳤던 기록을 보고는 수상하다고 여기고 있었다가, 거지를 살해했을 때 롬버드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헨더슨의 애인 캐롤을 그 환상의 여인으로 가장시켜 함정을 판 것이다.
그리고 범인 못지 않게 정체가 의심스러웠던 헨더슨이 만났던 환상의 여인은, 그새 치매의 종류로 보이는 정신착란으로 병원에 들어간 상태였다고 나온다(…). 형사가 이름을 말하려 하자, 캐롤이 그만! 이제 됐어요! 라며 막아서 작품에서 끝내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5. 평가
추리 소설의 형식을 취한 듯하지만, 추리보다는 서스펜스 장르의 작품이다. 작가인 윌리엄 아이리시가 서스펜스 묘사에선 최강으로 꼽히는 작가이고, 그런 점 때문인지 이 작품은 역대 가장 서스펜스가 강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사실, 반전이 강렬하기는 하나 그만큼 구멍이 꽤 크게 있는 작품이라 서스펜스가 아닌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었다면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제대로 된 추리와 기묘한 서술 트릭을 기대하고 봤다가는 크게 실망할 수 있으니 주의. 코넬 울리치(윌리엄 아이리시)라는 작가의 특징인데 과거 추리작가들이나, 동시대 추리작가들에게 없었던 서정적이고 유려한 문체로 지속적으로 등장인물을 옥죄는 서스펜스 묘사가 일품인 대신 추리의 엄정함이나 개연성은 매우 떨어진다. 울리치의 다른 전성기 작품인 검은 옷을 입은 신부. 상복의 랑데부, 새벽의 데드라인 모두 서스펜스와 문체, 묘사는 일품이지만 하나같이 개연성이 낮다.
분명히 어떤 처음 만난 여자와 데이트를 했는데, 아무리 탐문조사를 해도 누구도 그 여자를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주인공도 하루 저녁을 내내 같이 보낸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 머리 색깔, 입은 옷, 체격, 눈동자 색, 등등 - 기억하지 못한다.[4] 이 정신 나간 상황 설정이 작품의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요소이고, 독자들은 당연히 어떻게 이런 트릭이 가능할까 환상의 여인의 정체를 열심히 고민하면서 작품을 읽게 되는데, '사실 롬버드가 범인이었습니다!' 하고 작품이 끝나 버리니 그저 멍해질 따름. 돈으로 매수를 했다는 설정이긴 한데, 롬버드가 매수한 건 고작 서너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게 경찰의 탐문조사 대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영수증 따위를 어떻게 조작했는지도 제대로 설명이 없고, 정황상 여자를 기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도, 경찰의 조사 대상은 롬버드가 매수한 사람들로만 정확하게 한정된다. 게다가 대체 주인공이 왜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경찰인 버지스의 행적도 가관인데, 롬버드가 범인이라고 확신했음에도 확실한 증거를 잡아내기 위해 방치해둔 결과 롬버드는 증인 두 명을 마음대로 살해하고, 사고나 자살이라지만 본의 아니게 다른 증인 두 명도 죽어버리는 참사가 벌어진다. 롬버드가 일면식도 없던 가짜 환상의 여인을 살해하려던 이유는 결정적 증인을 제거함으로써 헨더슨의 무고를 증명하지 못하게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이전의 맹인 거지나 피에레트를 살해할때도 사실 마찬가지다. 버지스 왈 이 살인은 헨더슨의 아내의 살인범을 밝혀내는 것과는 무관한 단독적 범행이라 그 시점에서 롬버드를 체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면 롬버드가 증인을 찾아다니며 죽여대는 이유는 대체 뭐란 말인가? 코넬 울리치 작품의 특징중 하나가 경찰은 늘 한발 늦고,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건데 이 작품에선 울리치 작품중에선 드물게 경찰이 나름대로 활약한다. 바쁘다면서 일반인에게 탐문을 떠넘기고, 한발 물러서 있느라 증인들이 픽픽 죽어나가지만 코넬 울리치 소설에서 이 정도면 올해의 경찰이다.(...)
이렇다보니 현재 미국에서는 그냥 옛날 추리소설 하나로 대충 알려지고 묻혔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앞서 서술한 대로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지 미국이나 서구권에서는 이젠 잊혀진 소설이라 책도 절판되었다.
옹호하자면,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 읽으면 단점이 눈에 띄지만, 이 작품이 나온 당시에는 트릭이나 수수께끼 풀이보다는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둔 '''서스펜스'''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장르를 개척한 소설로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 에도가와 란포가 '새로운' 소설이라 극찬한 것은 이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며 울리치의 또 다른 서스펜스 단편소설 'It Had to Be Murder'가 '서스펜스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된 것도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6. 한국판 번안
80년대 KBS 미스터리 극장에서 극화된 적이 있다. 무대만 서울로 바뀌었고 감옥에서 목사(?!)랑 맞짱뜨는 장면 등의 세세한 재미를 제외하고는 의외로 원작과 비슷하고 서울의 밤거리를 몽환적으로 묘사한 걸작.
KBS2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 중 나현희를 주연으로 한 에피소드로 만들어졌는데, 전체적인 얼개와 범인은 똑같지만 디테일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우선 스코트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하는 캐롤은 스코트의 여동생으로 바뀌었으며 심지어 롬버드와 연인으로까지 발전한다(...)
또한 범죄를 저지른 동기가 불륜이 아니라, 주식 정보를 스코트의 아내에게 알려 줬는데 정보가 엉터리인 탓에 주식이 폭삭 망해서 궁지에 몰리자 죽인 것으로 나온다. 피해자들을 죽인 트릭도 바뀌었는데 우연한 교통사고로 죽은 바텐더는 롬버드에게 칼 맞아 죽으며, 원작에선 죽지도 않는 택시기사(김희라)가 오히려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살해당한다. 환상의 여인의 정체도 롬버드의 숨겨진 애인으로 바뀌었으며, 롬버드의 손에 죽는다.
그리고 롬버드도 자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