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68000
1. 소개
일본의 가전 제품 제조 기업인 샤프전자에서 제작한 워크스테이션 시리즈. 1987년 3월에 첫 모델이 발매되었다. 주로 쓰이는 약칭은 X68k.
8비트 컴퓨터였던 X1의 후속 기종으로, 16비트 CPU 모토로라 68000를 탑재했다. 모토로라 68000 CPU를 탑재한 컴퓨터로는 아미가나 매킨토시 등이 있지만, 일본제 PC 중에서는 X68000이 유일하다.
최대 발색수 65,536색과 하드웨어 블렌딩 및 스프라이트 기능 지원 등 다른 컴퓨터들과 비교해 비교적 뛰어난 게임 성능을 자랑했다. 그래서 주로 발매된 게임들도 오락실 게임의 이식작이었다. 그래서인지 첫 출시 제품부터 마지막 제품까지 정가 30만엔 이하의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외에도 메모리도 간편하게 확장 가능했다. FM 음원 및 PCM 음원 출력을 지원했고, 마우스 기본 제공 등 당시에 사양이 상당했다.
아미가와 비슷한 하드웨어 사양 때문에 일본의 아미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미가는 개인용 컴퓨터부터 워크스테이션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가진 반면 X68000은 오로지 워크스테이션 라인업만을 지향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틀린 말이다. 특히 X68000의 가격으로는 미국과 서유럽에 대중적이었던 아미가 500을 몇 대는 사고도 남았다. 또한 코모도어 인터내셔널은 코모도어 저팬을 통해 일본에 아미가를 정식 발매했다. 다만 일본어를 지원하지 않아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2] 더욱이 아미가는 가성비 덕에 미국과 서유럽 지방에서 나름 성공하였지만 X68000은 다른 나라에 수출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일본에서도 비싼 가격 탓에 그닥 많이 보급되지는 못했다.
운영 체제로 Human68k를 채용했다. 이것을 개발한 회사는 허드슨이다. MS-DOS를 참고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장치 드라이버를 CONFIG.SYS에 일괄 실행 파일을 AUTOEXEC.BAT에 열거하면 부트로더가 명령 인터프리터 파일 COMMAND.X와 CONFIG.SYS 그리고 AUTOEXEC.BAT를 읽어들인다는 점, 명령 체계, 시스템 호출 번호, 파일 확장자가 있고 세 글자라는 점 등이 MS-DOS와 비슷하다. 그러나 CPU가 모토로라 68000이기 때문에 실행 바이너리 호환성이 없으며, MS-DOS의 부트로더들 일부인 IO.SYS와 MS-DOS.SYS도 없다. 파일 이름은 MS-DOS의 8자보다 더 많은 18자(일본어와 한자 같은 2바이트 문자의 경우 9자)를 지원하며, 실행 파일의 확장자가 .EXE가 아니라 .X를 사용한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샤프와 허드슨은 명령 프롬프트 체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1989년 GUI 셸 응용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처음에는 비주얼 셸(Visual Shell)이라 불렸으나 SX-WINDOW로 이름을 바꿨다. 협동형 멀티태스킹 기능을 지원했다. NeXTSTEP의 GUI 디자인을 참고해 만든 것으로 보이나 해상도가 낮아 조악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토로라 68000 10MHz로는 그런 그래픽 셸 프로그램을 구동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널리 사용하지 못했다. 독특한 점은 콘텍스트 메뉴 기능을 매우 이른 시기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본체의 디자인도 좋았는데,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를 모티브로 두 개의 타워를 붙여서 만든 형태의 디자인이 있었고 이는 당시에 꽤 인상적이었다. 물론 가로로 눕혀서 쓰는 형태나, 원 타워 형태의 디자인도 있었다.
2. 사양
여타 PC와 달리 고성능 스프라이트 처리 장치가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단 당대의 업무용 아케이드 시스템에 비할 수준은 못 되었다.
- CPU: 모토로라 68000 10, 16MHz → 모토로라 68030 25MHz
- 메모리
- 주 RAM: 1, 2, 4MB(12MB까지 확장 가능)
- 비디오 RAM: 512KB 그래픽, 512KB 문자, 32KB 스프라이트
- ROM: 1MB(128KB BIOS와 768KB 16×16, 8×8, 8×16 세 종류 해상도의 알파벳, 숫자, 히라가나, 가타카나(ANK) 및 제1, 제2 수준 한자(JIS 1, 2) 비트맵 데이터로 구성)
- 그래픽: 샤프-허드슨 커스텀 시스템
- CYNTHIA Jr 스프라이트 컨트롤러, VINAS CRT 컨트롤러, VSOP 비디오 컨트롤러, RESERVE 비디오 데이터 셀렉터로 구성
- 최대 발색 수: 65,536색
- 스크롤 화면: 비트맵 그래픽 4면, 배경 2면, 스프라이트 1면, 총 7면
- 비트맵: 주로 512×512 해상도를 사용. 1면의 경우 65,536색, 2면의 경우 각각 256색을 사용해 총 512색, 4면의 경우 각각 16색을 사용해 총 64색 발색.
- 배경: 256×256 2면 또는 512×512 1면. 타일은 8×8 또는 16×16 256색. 2면 모드의 경우 총 512색 발색.
- 스프라이트
- 표시 가능 스프라이트 수: 최대 128장에 가로 32장
- 해상도: 16×16
- 발색 수: 65,536색 중 16 팔레트, 16색(1색 투명) 최대 256색 발색.
- 사운드
- 야마하 OPM YM2151 FM 8채널
- Oki MSM6258 ADPCM 1채널
- 운영 체제: Human68k
3. 평가
이처럼 게임 성능 면으로는 뛰어났던 X68000이지만, 실제 일본 컴퓨터 시장에 그다지 팔리지 않았다. 샤프는 X68000을 개인용 워크스테이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정용으로는 너무 비쌌고, 사무용 컴퓨터로는 이미 NEC의 PC-9801 시리즈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 이유였다.
이 컴퓨터는 주로 워크스테이션용으로 일본의 아케이드 게임 개발 기업들에게 팔려 나갔다. X68000용 사내 게임 개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게 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 타이토, 캡콤, 코나미 등이 있다. 특히 캡콤이 CPS1 게임들을 개발할 때 쓴 컴퓨터가 이것이다. 그래서 CPS1 게임들의 이식 수준은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들을 제외한[3] 동시대 타 게임기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중적으로 보급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이들에 의해 다수의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들을 무료로 배포하였다. 대중적이지 못했던 탓에 PC-9801에 비해 상용 소프트웨어가 적었던 문제가 있었지만, 이 때문에 무료 소프트웨어가 크게 발달했다. 이는 프로그래밍 관련 서적도 많이 발매되었고 컴파일러도 저렴하거나 무료로 공개해 개인이 개발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 덕이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X68000으로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사람이 제법 된다.
그러나 컴퓨터가 32비트 체제로 이동하게 되면서 큰 장점이었던 성능 면에서도 IBM PC 호환기종과 PC-9801 시리즈에 따라잡혔다. 샤프도 32비트 CPU를 장착한 컴퓨터를 내놓았으나 가격 문제로 당시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CPU였던 모토로라 68030을 장착했다. 다양한 문제로 결국 1993년 5월 X68030 Compact를 끝으로 명맥이 끊기며 IBM PC 호환 기종 컴퓨터를 내놓게 되었다.
4. 발매된 모델
- X68000: 1987년 3월 발매된 최초의 기종. 그라디우스가 동봉되어 있다. 컴퓨터 본체 색상은 회색 뿐이었다.
- X68000 ACE: 1988년 3월 발매. 하드디스크 동봉판이 발매되었고 블랙 색상이 추가되었다.
- X68000 EXPERT: 1989년 3월 발매. 메모리가 1MB에서 2MB로 증가.
- X68000 PRO: 1989년 3월 발매. 유일하게 눕혀 쓰는 케이스이며, 유일하게 확장 슬롯이 4개이다.(나머지는 2개)
- X68000 SUPER: 1990년 6월 발매. SASI방식을 폐지하고 SCSI방식으로 완전 전환. 또한 블랙 색상으로만 발매되었다.
- X68000 XVI: 1991년 5월 발매. 케이스 외형이 약간 변경되고, CPU 클럭이 10MHz에서 16MHz로 증가.[4]
- X68000 Compact: 1992년 2월 발매. 원타워 형태로 소형화되었고,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도 5.25인치에서 3.5인치로 변경.
- X68030: 1993년 3월 발매. CPU가 32비트 CPU인 68030으로 변경. 메모리가 2MB에서 4MB로 증가.
- X68030 Compact/X68030 Compact-HD[5] : 1993년 5월 발매. X68030의 컴팩트 버전. 사실상 시리즈 최후의 제품.
- : X68000 시리즈의 후속 기종으로 개발되던 제품으로, CPU를 모토로라 68030에서 PowerPC 601로 전환했고, 그로 인해 운영 체제도 Human68k를 버리고 PowerPC CPU에 대응하는 SX-Window 4.0으로 개발했다. 그러나 생산된 PowerPC 601 CPU는 대부분 애플의 파워 매킨토시용으로 사용되면서 샤프는 수급이 어렵다는 판단에 새로운 버전 운영 체제와 함께 개발을 취소해 베이퍼웨어가 되고 말았다.
5. 대한민국에서의 인지도
애초에 일본에서만 판매했을 뿐더러, 가격도 비쌌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잡지 뉴스에 가끔 실리기만 한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는 사용자가 거의 없었으나, 현재는 몇 만 엔 정도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중고 가격이 내려가 직접 소장하고 있는 사람도 제법 많아진 편이 되었다. 이 컴퓨터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필요가 없게 된 현대에 이것을 보유한 한국 유저들은 주로 게임하는 데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한국 유저들이 올리는 활용 정보는 대부분 게임 구동에 관련된 게 많다.
6. 그 외
- 네오지오의 CPU도 모토로라 68000이었던지라 아랑전설 시리즈중에서 1, 2, 스페셜이 높은 수준으로 이식되었다. 다만 SNK는 X68000을 개발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자사가 독자적으로 설계한 전용 하드웨어(주로 도트 찍기용)와 PC-9801(주로 코딩용)을 혼합하여 사용하였다. 실제로 SNK 게임의 X68000 이식은 다른 회사가 진행하였다.
- 코나미에서 이 기종으로 게임을 꽤 많이 냈다. 게임도 게임이지만 특히 롤랜드 사운드 캔버스 MIDI 사운드모듈을 이용한 게임 음악은 평가가 정말 좋았다. 이후 이를 음반으로 만들어서 MIDI Power X68000 COLLECTION란 이름으로 발매하기도 하였다.
- 2021년 3월 9일에 팔콤의 게임인 이스 1편과 2편을 X68000으로 34년 만에 발매한다고 한다. *[6]
7. 대중 매체에서의 등장
- 슈타인즈 게이트에서 컴덕후가 쓰는 컴퓨터로 알려지면서 오덕들이 노린다.
- 너의 이름은.에서도 나왔다. 미츠하의 몸에 들어간 타키가 텟시, 사야와 함께 작전회의를 하는 동아리 방 책상위에 놓아져 있는데, 신카이 마코토가 직접 인증했다.
[1] 금색 엠블럼과 검은색 몸체를 보면 X68000 EXPERT II로 추측된다.[2] 사실 아미가는 일본어/중국어 입출력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하기는 했다. 그 방법이 좀 복잡할 뿐이지...[3] 대표적으로 파이널 파이트의 경우 많은 적 스프라이트를 많이 불러와야 되는 관계상 X68000판의 경우 아케이드 판에 비하면 어려울 뿐더러 게임 품질도 떨어졌다. 자세한 건 항목 참조.[4] 애초에 XVI부터가 16을 로마 숫자로 쓴 것.[5] X68030 Compact에서 80MB 용량의 HDD가 추가된 버전.[6] 사실 이스 1은 이전에 전파신문사에서 이식한 적이 있었다. 다만 인게임의 일러스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