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무한육면각체
1. 개요
이상의 연작시이다.
이 시를 소재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라는 소설이 나온 바 있다. 소설의 작가는 이상이 아니다. 소설과 동명의 영화도 있다.
이 연작시도 원래 일본어로 쓰인 작품이다. 일본어 원문은 링크 참조.
2019학년도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정시모집 실기고사 문제에 인용되어 출제됐다.
2. 시 목록
아래는 시집에 수록된 전체 시 목록. 문학평론가 권영민 교수의 저서 이상전집 참조. 자세히 보면 위 시와 다른 부분들이 보인다.
2.1. AU MAGASIN DE NOUVEAUTES[2]
한국 다다이즘, 아방가르드 시의 대표작으로 자동기술법으로 쓴 시. 백화점의 구조를 묘사하는듯한 표현이 보이며, 특히 일제 강점기 당시 시대의 첨단이었던 에스컬레이터를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보고 지은 것이라는 설이 있다.
[image]
실제로 동경에 위치한 미츠코시 백화점 니혼바시 본점은 본 시에서 묘사하는 바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가졌으며, 일본 최초의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스프링클러 설치 건물로 1914년 개관, 1935년 증축되어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건물 내부는 때에 따라 리모델링이 되지만, 중앙 부분은 아직도 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이 근처에서 천장을 바라보면 정말로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3] 이 점을 감안하면, 이 시는 이상이 미쓰코시 백화점을 둘러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설을 그대로 적용하면,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유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미쓰코시 백화점에 설치된 시설, 백화점에서 팔던 물품, 그리고 그 주변에서 일어나던 일까지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상의 시 중에서는 해석이 쉬운 편이며, 이미 2017년에 권영민 교수가 속설을 이용해 시를 구체적으로 해석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다.
- 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 사각이난케이스, 평행사변형대각선방향을추진하는막대한중량
각각 회전문,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의미한다.
- 마르세이유의봄을해람한코티의향수의맞이한동양의가을, 쾌청의공중에붕유하는Z백호, 시계문자반에Ⅻ에내리워진일개의침수된황혼, 바깥은우중
시간적 배경은 어느 가을 날로, 더불어 낮에는 맑았다가 해가 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Z백호(Z伯號)는 제플린을 한자식으로 부르는 말인데, 실제로는 그런 기구라기 보다는 (제플린 모양의) 애드벌룬으로 추정된다. 거기에 우연히 '회충양약'이라 쓰여 있었을 뿐. 거기에 코티(Coty)라는 이름의 향수도 언급되는데, 이 회사는 1904년에 프랑스에서 설립된 회사로, 지금도 버버리, 캘빈 클라인, 구찌 등의 향수를 제조하고 있다. (홈페이지)
- 비누가통과하는혈관의비눗내를투시하는사람, 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의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 거세된양말(그여인의이름은워어즈였다), 빈혈면포
각각 비누, 지구본, 스타킹을 가리킨다. 더불어 스타킹의 브랜드명은 '워어즈'. 굳이 '거세된양말'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무발 스타킹으로 보인다. 거기에 빈혈면포까지 언급되어 있으니 하얀 스타킹도 있는 듯. 워낙 취급하는 종류가 많다 보니 워어즈에서 온갖 스타킹을 팔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 만곡된직선을직선으로질주하는낙체공식, 식당의문깐에방금도달한자웅과같은붕우가헤어진다 ~ 발광어류의군집이동
미쓰코시 백화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작가의 시점으로 바라본 것. '직선'은 작가의 시선을, '낙체공식'은 옥상에서 밑을 바라보는 시선을 의미한다. 커플로 보이는 둘이 헤어지고, 파랑(또는 검정) 박스가 삼륜차에 쌓이는 것도 보이고, 명함(또는 전단지)을 밟는 군인도 언급된다.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면서 여자의 하체와 남자의 상체를 겹쳐 보기도 하고, 전조등을 켜놓은 채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을 발광(發光) 어류의 군집이동에 비유하는 등,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라디에이터가 엘리베이터 옆에 놓여 있던 것도 확인이 가능하다.
미쓰코시 본점이 아니라 경성 지점을 보고 시를 썼다는 설도 있었다. 당연히 조선의 경성에도 미쓰코시 백화점이 있었다. 지금의 신세계 백화점 본점인 명동점이 바로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 지점이었던 곳.[4] 그러나 당시 경성 지점에는 에스컬레이터 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가, 결정적으로 백화점 부지가 직사각형이 아니기에, 이 속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또한 이 시 때문에 구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건물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물이 이상이 설계한 것이 아닐까 하는 괴담이 있다고 한다. ㅁ자에 중앙정원이 있는 건물인데, 고문수사관들이 고문당하는 사람의 눈을 가리고 건물을 몇 바퀴만 돌면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꽤 그럴듯한 게, 왜 그런지 미술원 학생들도 가끔씩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헤맨다고 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인문대 건물도 그 구조가 상당히 괴악하여 이상이 설계했다는 풍문이 나돌고 있는데, 설계자는 이상이 아니라 '''이상의 친구'''였다고 한다.
2.2. 열하약도 No.2(미정고)
이상이 1937년에 요절했고, 바로 다음 시가 <진단 0 : 1>인 점을 감안하면, 이 시는 각혈로 고생하던 이상의 건강상태를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이 당시에 이미 폐결핵 증상을 앓고 있었던 것. 그리고 다음 시에서 바로 폐결핵 진단을 받았지만, 1933년이 되어서야 건축 기사 일을 그만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사이에 폐결핵이 악화된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으니 폐병이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
2.3. 진단 0 : 1
눈치챘겠지만 오감도 시제4호와 상당히 비슷하다. 이상이 후에 이 시의 숫자를 뒤집고, '어떤'을 빼고, 0 : 1을 0ㆍ1로 바꿔 오감도에 재수록했다. 해석 역시 오감도 시제4호와 비슷하니 그 쪽을 참고하면 좋다.
2.4. 22년
역시나 오감도 시제5호와 유사하며, 주된 해석 역시 해당 시와 유사하다. 차이점은 '''익은불서 목대부도(翼殷不逝 目大不覩)'''.[5][6]
또한 권영민 교수는 22년이 아닌 二十二年라는 한자에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해석하였다. 실제로 이상은 22 뿐만 아니라 23(二十三), 33(三十三)도 성교를 은유하는 모양으로 생전에 자주 썼다. 十자가 더하기(+) 기호와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럴싸해 보인다.
2.5. 출판법
2.6. 且8씨의출발
<차(且)8씨의 출발>은 [차(且)]자로써 남성의 페니스를, [8]자로써 남성의 고환을 상형문자화함으로써 성교 행위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널리 퍼져있지만, 이 설은 사실이 아니며 도리어 정확한 해석에 방해만 된다. 차(且)에 팔(八)자를 밑에 붙여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서양화가 구본웅의 성씨인 구(具)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제목의 본래 뜻은 '구본웅의 출발'이지, 결코 음란마귀와 관련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구본웅이 서양화를 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곤봉'과 '땅'은 각각 붓과 캔버스를 비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실 땅과 캔버스를 동일하게 놓고 보는 일은 동양화, 특히 조선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었지만, 서양화는 이젤을 놓고 거기에 그림을 세워 그리는 일이 많았기에 캔버스를 땅에 비유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나아가 이 시는 서양화를 열성적으로, 가끔은 발광(發狂)적으로 그리던 구본웅의 모습을 이상의 관점에서 관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위의 해석과 결합해서 생각해 보면, '지구를굴착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간중간에 이상이 구본웅을 가르치려 했던(…) 것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꽃>(1930년)으로 추정되는데, 실제로 이 작품은 흰 꽃들이 그림의 주를 이룬다.
2.7. 대낮 ─어떤ESQUISSE─
[1] 프랑스어로 직역하면 '신상품의 가게에서'라는 뜻으로 Magasin de Nouveautés는 옛 프랑스어로 백화점을 뜻한다고 한다. 어떤 평론인가 기사에서는 저 '마가쟁 드 누보테'가 실존하던 가게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정확한 사실 여부는 불명.[2] 프랑스어로 직역하면 '신상품의 가게에서'라는 뜻으로 Magasin de Nouveautés는 옛 프랑스어로 백화점을 뜻한다고 한다. 어떤 평론인가 기사에서는 저 '마가쟁 드 누보테'가 실존하던 가게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정확한 사실 여부는 불명.[3] 실제로 미츠코시 본점은 지금도 본관 부지가 사각형이다. 그 내부도 사각형이고, 중앙부(2019년 현재 안내데스크)도 사각형, 그 중앙부의 천장도 사각형, 심지어는 천장의 유리창마저 사각형.[4] 훗날 광복 후 이병철(삼성 창업주이자 이건희의 부친)이 이 명동 미쓰코시 백화점을 미군에게 적산불하받아 신세계백화점으로 이름을 바꾼다.[5] 이 구절은 <장자>에서 유래했으며, 뜻은 '큰 날개를 갖고도 날지 못하고, 큰 눈을 갖고도 보지 못한다'.[6] 이 시에서 '익단불서'라고 쓴 대목은 은(殷)을 비슷하게 생긴 한자 단(段)으로 오독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