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방전사
1. 개요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과 방패를 동시에 든 전사를 부르는 호칭. 대다수의 게임에서 이 검방전사는 전사 계열 클래스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등장한다. 서구권에서는 Sword and Board라고 칭한다.
다만 방패 문서를 보면 알 수 있듯 동아시아 매체에선 방패가 천대받기에 그냥 검만 들고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으며, 심하면 검만 2자루 들고 나오는 이도류로 무쌍을 찍기도 한다.
2. 검방을 쓰는 이유
이러한 검 + 방패 조합이 정석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위풍'''. 얄팍한 장검 하나만 들고 서 있는 것보다 크고 튼튼한 방패를 함께 들고 있으면 전체적으로 체구가 더 커 보이고 단단한 인상을 준다. 도검을 비롯한 한손무기를 쓰는 전사는 방패를 함께 드는 것만으로 폴암이나 양손 망치 혹은 양손검 같은 중병기를 든 풍채 좋은 전사들과 비벼볼만한 묵직함을 갖게 되는 것. 소형 방패는 이러한 효과는 적지만, 검 하나만 드는 것보단 확실히 심심함이 덜하다.
또 우리가 보는 동화에 나오는 기사들은 대개 검하고 방패를 동시에 들고 나올 때가 많은데, 전문가들은 이를 방패가 '누군가를 지킨다'는 이미지를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야말로 '정의를 수호하는 기사'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것. 방패를 들면 플레이어도 이런 듬직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누리게 된다. 다만 만화나 소설에서는 방패를 들면 그 캐릭터가 둔하고 무겁게 보인다고, 또 방패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인다고 검 한 자루만 들려주기도 한다.[1]
둘째, '''방어력'''. 태생상 전사는 좋으나 싫으나 주로 근접 전투를 해야 되는데 이러면 당연히 몬스터한테 피격당할 위험이 증가한다. 심지어 무기가 검이면 리치가 짧아서 더 위험하다! 따라서 게임 개발자들은 방패라는 방어구를 추가해 전사의 생존력을 보완하는 것이다.
심리적으로도 이점이 있는데, 인간은 전투 상황에서 방패를 하나 든 것만으로도 든든해져서 굉장한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며, 이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방패로 가드하는 모션을 쓸 수 있다면 더더욱. 여차할 때 상대 공격을 방패로 막을 수 있다는 점은 더 여유 있는 컨트롤을 허락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반격할 기회를 갖게 만들어서, 역설적으로 보다 과감한 전투를 가능하게 한다.
셋째, '''현실성'''. 방패를 든 것과 안 든 것은 생존력에 천지차이가 있기에 검투사든,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든 한손무기를 쓰면 빈손에는 방패를 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무리 나라가 돈이 많아도 제대로 된 갑옷은 대단한 기술과 노력, 시간이 들어가는 고가품이라[2] 모든 일반 병사에게 보급하기엔 난점이 많은 방어구였지만, 방패는 기본적으로 판때기일 뿐이므로 복잡한 공정 없이 대량으로 생산하는 게 가능했기에 어느 군대에서나 갑옷은 못 줘도 방패는 갖출 정도였다.[3] 때문에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나 그럴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한손무기를 쓰면서 빈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는다는 건 여벌의 목숨을 포기하는 짓으로 보이게 되므로 현실성을 중시하는 작품에선 의미 없이 전사의 손을 놀려두지 않는다.[4]
검술이 뛰어나다면 방패가 없어도 검만 휘둘러 공격을 막아낼 수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아무리 뛰어난 검술도 방패보다 뛰어난 방어력을 보여주긴 어렵다. 공격의 궤도를 일일이 읽어내 막대기 한 자루 면적으로 막아내는 것과, 그냥 큼직한 판때기 하나 앞에 갖다대 막는 것 중 무엇이 쉽고 안전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애초에 아무리 무술 실력이 날고 기어도 전쟁터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화살을 칼을 휘둘러 전부 막는 건 인간의 신체능력으론 불가능하다. 물론 게임 같은 가상매체는 판타지적인 면모가 강하므로 방패보다 뛰어난 방어력을 보여주는 검술이 없다곤 볼 수 없지만, 말 그대로 판타지적인 검술일 뿐으로 현실성은 떨어진다.
게다가 여러 매체에서 칼끼리 마구 부딪혀도 부러지는 묘사가 잘 나오지 않아 부각되지 않는 사실이지만, 검의 내구도는 사실 일반인들이 으레 짐작하는 것보다 약하다. 현실에선 한 번만 잘못 부딪혀도 칼날이 나가고, 강한 충격에 계속 노출되면 결국 휘어지거나 부러진다. 애시당초 '''검은 방어를 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물론 이것도 게임에만 있는 특수금속이나 제조기술로 만든 검이라며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긴 하지만, 그런 특수 금속과 공정으로 갑옷과 방패를 만들면 되지 않겠냐는 반박이 바로 제기되는 등 대충 편리한 설정으로 땜빵하려 할수록 당연히 현실성은 떨어지게 된다.
3. 검방전사가 나오는 작품
방어적으로 플레이하는 게 유리한 게임답게 검방의 효율이 좋다. 1,2편에서는 몇몇의 무기를 빼고 한 손 계열 무기가 그저 그랬지만 3편에선 기사를 선택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롱소드만으로도 충분히 클리어가 가능해 효율이 높아졌다.
현실적인 전투를 지향하는 게임이라 방패의 활용도가 높다. 특히 눈 먼 화살에 맞아 고슴도치가 되고싶지 않다면, 그냥 끼는 것이 신상에 좋다.
시리즈 대대로 존재한 무기인 한손검은 실제로는 왼손에 검, 오른손에 방패가 한 세트인 무구이다.[5] 다만 방어에 특화된 무장들로 랜스, 건랜스가 존재하므로 한손검 자체의 방어능력은 "있기는 하다" 수준의 최악이고,[6] 몬스터 헌터: 월드 시점에 이르러서는 방패는 역시나 무기로서 불을 뿜는다.
방패가 추가 방어력을 제공하고, 방패를 들어 공격을 블락할 수 있다.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에서는 방패로 상대를 튕겨낼 수 있고(배쉬) 이때 비틀거리는 상대방을 편하게 때릴 수 있다. 또 방패 등 장비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스카이림에서 무기나 마법을 양손에 하나씩 착용할 수 있으나, 방패는 오른손에 착용할 수 없다.
방어 특성의 전사와 보호 특성의 기사가 있으며, 왼손에 방패를 착용하고 오른손에 한손검 내지는 도끼나 둔기를 든다. 플레이어 말고도 NPC들도 착용하는데, 대표적인게 바로 인간 세력의 보병이다.
링크는 창, 지팡이, 양손검, 도끼, 활 등 여러 무기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젤다의 전설 트라이포스 삼총사를 제외하면 방검전사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편이다. 꼭 마스터 소드나 하일리아의 방패가 아니더라도 검과 방패는 일러스트에 빠지지 않는다.
킬가르도 문서 참고.
[1] 그래도 기사같은 경우엔 방패가 없으면 밋밋한걸 넘어서, 기사 특유의 보편적인 모습 자체가 성립이 잘 안된다. 그러한 기사의 정체성을 살려주기 위해서라도 방패를 그려준다면 정면으로 보이는 측면 방향이 아닌, 방패가 뒤로 가려지게 반대편으로 돌려서 그리거나 아예 타지 내지는 버클러 같이, 크기가 작은 방패를 착용시킨다. [2] 가령 사슬갑옷을 만들려면 칼질을 버틸 수 있는 양질의 철이 필요하고, 고리 하나하나를 대장장이가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며, 갑옷 장인이 그 고리를 잘 엮어야 한다. 하다못해 가죽 갑옷이라도 처리된 가죽을 온 몸을 감쌀 정도로 구해야 하고, 이를 인체의 형태에 맞춰 가공해야 한다.[3] 실제로 총기가 전장을 지배하기 전까지 단병접전을 하는 병과의 군인들은 죄다 방패로 무장하고 있었다. 냉병기 시대의 무구들 중 투사체 무기를 안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건 판금갑옷을 제외하면 방패뿐이었기 때문. 1대1 결투 상황이 아니라 작정하고 상대방을 죽이려는 야전에서 병사들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요인을 꼽으면 압도적인 1위인 '패주로 인한 일방적 살육' 다음으로 3위와 큰 차이가 나는 2위가 화살/투석 등 투사체로 인한 사망이다. 방진을 짜고 서로 맞대결하는 중에는 양쪽 모두 상대방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끼치지 못한다. 이때 피해를 입히는 것이 투사체. 어느 한 쪽이 투사체로 인한 인명 손실과 상대 방진의 물리적 압박과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기 하락으로 더 이상 방진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그 때부터 대량으로 살육당하기 시작하는 것이 냉병기 시대 야전의 모습이었다.[4] 실제 서양 검술서에도 단검 같은 부무장을 들거나 정들게 없으면 의자 다리라도 들라고 가르친다.[5] 방패를 사용하지 않는 무기들의 모션을 보면 플레이어 헌터는 오른손잡이로 그려짐에도 방패를 오른손에 드는데, 상대하는 것이 인간급이 아닌 거대한 괴수들이기 때문에 정밀한 공격보다는 전력 방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정이 있다.[6] 애초에 랜스, 건랜스의 방패는 상체를 전부 가리는 대형 방패인 데 반해 한손검의 방패는 기껏해야 버클러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