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납논증

 


1. 개요
2. 방법
3. 한계: 반례
4. '귀납의 문제'
4.1. 귀납에 얽힌 새로운 수수께끼: 초랑 논변
5. 가치
6. 관련 항목


1. 개요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 Induction
추리/추론/논증방법 가운데 하나. 통칭 귀납법, 귀납 추론이라고도 한다. 연역논증과 함께 논리학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흔히 '구체적 사실로부터 보편적 사실을 추론해내는 방식'이라고 정의되지만, 이것은 귀납 논증의 일례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편성에서 구체성을 유도하는 방법 역시 많은 귀납논증에서 사용되므로 위 정의는 매우 편협하다. 귀납 논증의 적합한 정의는 "'''전제가 결론을 개연적으로 뒷받침한다'''"이다. 반대로 연역논증은 '만약 전제가 모두 참이라면, 그 결론도 반드시 참이어야 한다(그 결론이 거짓인 경우는 불가능하다)'이다.
역사학에서는 귀납적 논증을 확률적 설명이라고도 지칭한다. 그래서 귀납논증은 '영원한 진리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 논리학에서는 배제되었지만, 프랜시스 베이컨에 의해 논리학의 한 범주로서 인정되게 되었으며, 어찌보면 당연한 말에서 당연한 말을 이끌어내는 연역논증과 다르게 '''당연하지 않은''' 결론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기에 자연과학, 사회과학경험과학의 거의 대부분에서 쓰이는 추론 방식이고, 통계학은 귀납추론을 세련된 방식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반대로 수학과 형식논리학에선 함부로 썼다간 피 볼 수 있는 논증. 실제로 거의 쓰일 일이 없으며, 수학적 귀납법 역시 실제로는 연역논증이다. [1][2]
같은 귀납논증의 결과물이라도 설득력이 높은 정도에 따라 '''귀납적 강도'''가 다르다. 귀납적 강도는 1)사례가 많거나, 2)반례가 적거나, 3)일반화가 용이할때 강해지는데 귀납적 강도가 높을수록 신뢰할 만 하다.[3]

2. 방법


'''귀납 논증의 틀''':
* 전제1: ''' ''x''1는 ''φ''다'''
* e.g. 2021년 1월 '''1일'''에 동쪽에서 해가 떴다.
* 전제2: ''' ''x''2는 ''φ''다'''
* e.g. 2021년 1월 '''2일'''에 동쪽에서 해가 떴다.
* 전제3:''' ''x''3는 ''φ''다'''
* e.g. 2021년 1월 '''3일'''에 동쪽에서 해가 떴다.
......
* 결론: '''따라서 모든 ''x''n은 ''φ''다'''
* e.g. 해는 '''매일''' 동쪽에서 뜬다.
좁은 의미에서 "귀납추론"은 위와 같은 방식을 따르는 추론만을 가리킨다. 즉 논증의 결론이 구체적 사실을 관찰하기에 앞서서 미리 제시되지 않는다. 아이작 뉴턴프린키피아에서 "나는 가설을 만들지 않는다(Hypotheses non fingo)"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틀은 너무 이상적이어서 실제 과학 활동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학적 방법에 응용하기는 어려워보인다. 따라서 '''가설-연역적(hypothetico-deductive)''' 모형 또한 대부분 넓은 의미의 귀납 추론에 포함시킨다.

3. 한계: 반례


칠면조가 한 마리 있다. 주인이 매일 먹이를 가져다준다. 먹이를 줄 때마다 '친구'인 인간이라는 종이 순전히 '나를 위해서'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이 삶의 보편적 규칙이라는 칠면조의 믿음은 확고해진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을 앞둔 어느 수요일 오후, 예기치 않은 일이 칠면조에게 닥친다. 칠면조는 믿음의 수정을 강요받는다. 칠면조는 어제까지의 사건들에서 내일 있을 사건을 알아낼 수 있는가? 아마도 상당히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을 테지만, 아무튼 그것은 칠면조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적다. 그리고 이 '적은' 것이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귀납논증의 한계는 단 하나의 '''반례'''만으로도 논증이 통째로 오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단에 언급된 인용 초반부의 칠면조 언급은 버트런드 러셀이 저서 철학의 문제들에서 귀납법을 비판한 이른바 '러셀의 칠면조'[4]이고, 위 인용문은 흑조 이론의 내용이다.
칠면조에게 주인이 선의로 먹이를 준다고 믿게 하는 것에는 수많은 반복이 필요하고 고니가 모두 하얀 백조라는 것을 증명하는데도 수많은 고니가 필요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것에는 단 한번의 배신이나 단 한마리의 검은 고니로 충분하다.
대부분의 귀납은 '''모든 경우'''에 대한 데이터[5]를 얻을 수 없으므로, 곧 결론의 확실성이 결코 보장될 수 없다. 논리적 오류/비형식적 오류 참조.

"이론상으로 잘못된 건 없지만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있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을 꺾는다거나 미스코리아가 붕어빵 장수와 결혼한다거나...... 어지간해선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모를까......"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中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 삽입된 것인데, 흥미롭게도 이 영화가 개봉된 1998년의 다음해인 1999년에 한국 대표팀이 김도훈의 골로 브라질 대표팀을 꺾고 1: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4. '귀납의 문제'


데이비드 흄은 『인간 지성에 관한 탐구』에서 (수학이나 논리학 등을 제외한) "사실 문제", 즉 인과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과학적 지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귀납논증의 정당성을 옹호하려는 유력한 논증이 사실은 순환논증이라는 점을 밝힌다:[6]

* '''전제''': 수학이나 논리학을 제외한 "사실 문제"를 아는 것은 귀납 논증에 의존한다.

* '''가설''': 귀납 논증은 정당한 추론 방식이다

* '''가설'''에 대한 '''논거1''': 왜냐면 귀납 논증은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항상 잘 먹혔으므로, 앞으로도 잘 먹힐 것이기 때문이다.

* '''논거1'''에 대한 '''논거2''': 왜냐면 미래과거와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논거2'''는 수학이나 논리학 명제가 아니므로 "사실 문제"다.

* '''전제'''에 의하여 '''논거2'''는 귀납논증에 의존하며, 곧 '''논거2'''가 정당하기 위해선 '''가설'''이 옳아야 한다.

* 하지만 현시점에서 '''가설'''에 의존하는 것은 순환논증이므로, 곧 '''논거2'''는 정당한 논거가 될 수 없으며, 곧 '''논거1''' 또한 정당한 논거가 될 수 없다.

* '''가설'''에 대하여 '''논거1'''을 제외한 별도의 마땅한 논거는 없는 것 같다.

* '''결론''': 따라서 '''가설'''은 비합리적이다.

물론 귀납추론이 없다면 과학 같은 것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만무하므로 은 여전히 귀납추론을 쓸 수 있다고, 오히려 써야만한다고 말한다. 딱히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논증은 여전히 '''귀납추론에 대한 합리적 근거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4.1. 귀납에 얽힌 새로운 수수께끼: 초랑 논변


넬슨 굿먼은 흄이 제시했던 "귀납에 대한 옛 수수께끼"와 대비되는 "귀납에 대한 새로운 수수께끼(New riddle of induction)"을 제안한다.
굿먼은 경험적으로 확고히 입증된 것으로 보이는 경험적 가설로 (Green)을 제안한다:

'''(Green)''' 모든 에메랄드초록색이다.

굿먼은 (Green)에 대한 경쟁 가설로 볼 수 있는 가설 (Grue)를 제안한다.

'''(Grue)''' 모든 에메랄드는 ''초랑색이다.''

이때 "초랑색"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x는 초랑색이다''' := x는 시각 2025-01-03 22:26:01까지는 초록색이며, 2025-01-03 22:26:01 이후에는 파랑색이다.

직관적인 귀납 추론의 원리에 따르면 가설의 옳고 그름은 주어진 경험적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초랑"의 정의상 본 위키 문서에 접속한 시점(2025-01-03 22:26:01)까지 (Green)과 (Grue)를 뒷받침하는 경험적 데이터는 일치한다. 따라서 귀납 추론의 원리에 따르면 최소한 본 위키 문서에 접속한 시점까지 (Grue)는 (Green)만큼이나 경험적으로 확립된 가설이라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Grue)는 명백히 부조리한 가설이다. 전세계 에메랄드가 2025-01-03 22:26:01 이후에는 갑자기 뿅하고 파랑색으로 변한단 말인가? 이런 가설은 2025-01-03 22:26:01 이후에 에메랄드가 정말로 변했는지 아닌지 직접 확인할 필요도 없이 기각하는게 마땅해보인다. 그렇지만 귀납 추론의 원리에 따르면 (Grue)를 기각할만한 근거는 없다.
이에 대한 즉각적인 반론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제기될법 한다.
  • 보편적인 과학적 가설 혹은 법칙은 영구적인 것이므로 특정한 시점이 명기되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Grue)는 버젓이 '2025-01-03 22:26:01'라는 특정 시점을 명기하고 있다.
  • 만족스러운 과학적 가설 혹은 법칙은 오컴의 면도날에 따라 단순성 혹은 우아함을 띠어야 한다. 고전역학의 운동법칙들이 그 대표적 예시다. 그런데 (Grue)는 그런 면에서 처참하기 그지없다.
이에 대한 굿먼의 반론은 '특정한 시점의 명기 여부', '단순성' 및 '우아함' 등은 어디까지나 '''언어-상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초랑색"에 이어 다음과 같이 "파록색"을 정의하자.

'''x는 파록색이다''' := x는 시각 2025-01-03 22:26:01까지는 파랑색이며, 2025-01-03 22:26:01 이후에는 초록색이다.

한국어와 거의 비슷하되 미묘하게 다른 언어인 '''한국어-2'''를 생각해보자. 한국어-2는 한국어와 모든 점에서 일치하되, 유이하게 다른 점은 "초록색"과 "파랑색"이라는 두 어휘가 빠진 대신 "초랑색"과 "파록색"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요컨대 한국어-2 모국어 화자는 "초록색"이라는 말만 들었을 때는 그게 뭔지를 모르며, 다음과 같이 정의를 필요로 한다.

'''x는 초록색이다''' := x는 시각 2025-01-03 22:26:01까지는 초랑색이며, 2025-01-03 22:26:01] 이후에는 파록색이다.

한국어-2 화자가 (Green)과 (Grue)를 비교한다고 해보자. 한국어-2 화자는 대번에 눈살을 찌푸리며 불평할 것이다: "(Green)은 말도 안되는 가설이야. "초록색"이라는 말도 안되는 어휘를 쓰잖아. 그건 '2025-01-03 22:26:01'라는 특정한 시점 표현이 들어가는데다가 오컴의 면도날을 명백히 어기잖아!"
요컨대 한국어-2 화자는 "초록색"이라는 표현을 볼 때 한국어 화자가 "초랑색"이라는 표현을 보는 것과 똑같이 반응할 것이며, 한국어-2 화자 또한 경험적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문제가 없는 이상 한국어-2가 한국어에 비해 잘못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 적어도 귀납 추론의 원리에 의거하면 말이다. 따라서 (Green) 옹호자들 또한 똑같은 반론에 직면한다.
"새로운 수수께끼"에 대한 넬슨 굿먼의 답은 "옛 수수께끼"에 대한 흄의 대답과 비슷하다. "초록"이 "초랑"보다 나은 까닭은 그냥 우리가 "초록"이라는 말을 지금까지 잘 써왔기 때문이다. 좀더 나아가자면, (Green)이 (Grue)보다 나은 까닭은 그냥 우리가 (Green)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며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답이 만족스러운지는 열린 문제다.

5. 가치


'''[귀납법을 쓸 수 밖에 없다]'''. 오류가 존재할 확률이 언제나 상존함을 감수하면서, 그 집단의 원소를 모두 다 조사할 필요 없이 일부만 조사하고서도 그 집단의 성질을 '추론'할 수 있기 때문. 위의 예시를 따르자면, 지금까지 생수 마시고 배탈난 적이 없다고 해서 다음에 마실 생수도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생수를 안 마실 건가?
또한 연역적으로 명제를 얻기 위해선 그 명제의 기반이 되는 참인 명제가 필요한데, 이를 공급해주는 수단이 바로 귀납법이다. 또한 정확하게 연역적인 추론을 해낼 수 없더라도 어느 정도 사용가능한 명제를 만들어내는 수단 또한 귀납법이다. 과학이란 학문 자체가 귀납법에 의해서 발전해 왔는데, 뉴턴의 운동 3법칙(관성의 법칙, F=ma,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나 중력과 전자기력의 공식, 에너지 보존법칙 등 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수많은 법칙들이 귀납적으로 얻어진 명제들이며, 화학의 기초를 이루는 원자론, 일정 성분비의 법칙, 기체반응의 법칙 등 또한 발견 당시에는 연역적인 추론이 불가능했지만 귀납적으로 얻어내 유용하게 쓰였던 명제들이다. 귀납적으로 얻어낸 명제는 항상 거짓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진리로 받아들여졌던 명제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반례가 등장하는 일들이 많고, 그때마다 과학은 그 반론을 극복하고 새로운 명제를 만들어 내면서 발전해 왔다.
귀납적 비약의 유무에 따라 완전귀납과 불완전귀납으로 나뉘기도 한다.
칼 포퍼의 반증주의는 귀납법이 아니다. 포퍼는 과학의 방법이 연역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경험적 검증을 귀납이 아니라 연역적 실험이라고 부를 정도.
귀납법은 생물 뉴런의 학습 원리와 닮아있다.
또한 여담으로, 만일 어떤 사람이 '세상에서 타당한 논증 말고는 다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라고 주장한다면, 일반인들은 맞는 말이라 할 수 있겠지만 논리학을 배운 사람들이라면 미친 놈의 헛소리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영원한 진리를 찾을 수 없고, 논증의 방법이 현상에서 원인으로 가는 사파논리인만큼 모든 귀납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귀납이 없는 세상은 현재로썬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 귀납법에서 귀납법의 반례로 언급한 흑조이론의 진정한 공포가 바로 여기에 있다. 흑조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흑조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수많은 이론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연역법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리고 막상 흑조가 등장하자 왜 흑조가 등장하는 것이 필연적이었는지에 대한 수많은 이론들이 등장했다. 이것도 연역법에 근거한 것들이었다.

6. 관련 항목



[1] 다만 아이디어나 모티브를 얻는 경우에는 쓰인다. 십만 가지를 테스트해봤는데 들어맞으면 '아 이거는 된다'는 심증을 잡을 수 있고, 실제로 증명할 주제를 찾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직관적인 사고력이 필요하기 때문. 하지만 순수수학에선 상상도 못 할 만큼 큰 수에서 반례가 난다든지 해서 이런 심증을 다이나믹하게 뒤통수치는 사례들이 많기 때문에..... 대표적인 사례는 333333331 문서 참고. 원의 분할에서 튀어나오는 1 2 4 8 16 '''31'''도 꽤나 고전적인 예시다.[2] 귀납을 연역으로 환원시키려는 시도 역시 수학계와 철학계에서 연구되어온 주제다. 완전히 안 다루는 것은 아니다.[3] 김용규,'설득의 논리학',웅진지식하우스,2007,p136[4] 정작 해당 책에서 러셀은 닭을 예시로 들었지만 어느샌가 칠면조로 변해서 퍼졌다.[5] 시간과 관련된 것이라면 미래의 경우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미래'라는 말의 정의상 불가능하다. 한편 정말로 모든 경우에 대한 데이터를 알아낸 다음에 시전되는 귀납법인 '매거적 귀납법'이란 것도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사이비 귀납법이라고 불린다. 매거적 귀납법 참고.[6] 귀류법을 사용하여 증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