꽂다
1. 의미
한국어의 동사. 물리 행위를 나타내는 동사 중 하나이다. 주로 점(드물게 선)처럼 매우 좁은 곳에 무언가 (주로 길다란) 물건을 찔러 고정시키는 행위를 지칭한다. 반의어는 '뽑다'이다.1. 쓰러지거나 빠지지 아니하게 박아 세우거나 끼우다.
* 꽃을 병에 꽂다
'''표준국어대사전 - 꽂다'''
'꽂다'라는 행위는 '고정'의 의미를 지닌다. 깃발을 땅에 꽂았는데 땅이 물렁물렁해서 고정이 되지 않으면 "잘 꽂히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박아넣을 뿐 아니라 잘 고정이 되어야지만 "꽂혀 있다"라고 지칭한다.
주로 '점'이지만 '책장에 책을 꽂다'처럼 좁은 선 모양의 틈을 상정하기도 한다. 혹은 RAM처럼 길쭉한 슬롯이 있다거나. 이러한 경우에도 '꽂는' 행위가 있은 후에는 단단히 고정되어 잘 빠지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하다.
깃발을 꽂는 것은 인간의 소유와 정복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행위이다. 깃발 문서에서는 깃발을 꽂는 행위가 함의하는 바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심지어 이 관념은 한자에도 영향을 미쳐서, 본래 '점 치다'라는 의미의 占은 깃발 꽂은 것과 유사하다고 '점령하다'라는 의미로까지 가차될 정도이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뒤집어 내리치다", "시선을 고정하다" 등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기원적인 의미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동일하다.
2. 형식
석보상절에서는 '곶다'라고 평음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된소리로 나타난 것은 17세기에서야이다. 17세기에는 평음과 된소리가 혼재되어 나타나다가 된소리로만 나타나게 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로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서남/동남/충청 방언에서 '꼽다'(ㅂ 규칙 용언)[1] 로 쓰이기도 한다. '꼽다'의 ㅂ받침은 반의어인 '뽑다'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2]
생각보다 "꽃혀"로 오타를 내거나 잘못 쓰는 사람들이 많다. 2019년 7월 기준으로 "꽃혀"는 103,000건 검색된다. 원래 ㄷ, ㅈ받침 동사가 특히 '-히-'와 같은 피동 표현에서 ㅌ, ㅊ 받침과 발음상으로 차이가 없기 때문에 혼동되는 면이 있다. 한글의 특성상 '꽂'과 '꽃'은 자형의 차이를 식별하기 어려운 닮은꼴 문자이기 때문에[3] 더욱 더 헷갈리는지도 모르겠다. 정 헷갈린다면 ㅊ받침은 명사는 종종 있어도(꽃, 닻, 윷 등) 동사는 거의 없다는 걸로 기억하면 좋다.
오타나 맞춤법 오류가 아니어도 ㅊ받침인 '꽃'과 자주 얽힌다. '곶', '꽂다'에서 유래한 '곶', '고지' 등의 지명이 오늘날 '꽃'으로 오인되어 '꽃', 더 나아가 한자로 '花'로 훈차된 지명들이 상당하다.[4] 정말로 의미를 오인한 게 아니어도 /곧/이라는 발음은 한국 한자음으로 음역하기가 어렵기 때문에[5] 그나마 음이 비슷한 '花'(꽃)으로 훈차하기도 한다.
표기상 ㅈ받침을 쓰는 형태소는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ㅈ 참고.
3. 유사 동사
유사한 의미의 동사로 '끼다'의 사동사인 '끼우다'가 있다. 차이점으로 '꽂다'는 구멍이 없는 데에 찔러넣을 때에도 쓰는 반면 '끼우다'의 경우 미리 나 있는 구멍에 집어넣는 것을 의미할 때가 많다. 또한 '꽂다'가 주로 '점'과 같이 좁은 면을 상정하는 반면 '끼우다'는 "팔에 책받침을 끼우다"와 같이 면적에 대한 제한이 보다 덜하다. '끼우다'도 '낍다', '낍는다' 식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꼽다' 식으로 나타나는 '꽂다'와 형식상의 유사함이 있다. 의미 폭이 넓기 때문에 '끼워넣다', '끼어들다' 등 중간에 비집고 들어가는 행위에 대해서는 '끼다', '끼우다'가 '꽂다'보다 좀 더 널리 쓰이는 감이 있다.
'꽂다'와 유사한 행동을 좀 더 반복적으로 비벼가면서 하면 '쑤시다'가 된다.
고정시킨다는 면에서는 '박다'와도 유사한 면이 있다("말뚝을 박았다"). 다만 '박다'는 '꽂다'에 비해 다소 힘의 정도가 강하게 느껴지며 보다 넓은 면적에도 쓰일 수 있다("앞차를 박았다"). 또한 '박다'는 고정시키지 않고 그냥 [충돌]하기만 할 때에도 쓸 수 있다("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4. 관련 단어
'꼬치', '꼬챙이', '곶'은 이 단어와 연관이 있다. '곶 - 곶다'는 잘하면 '신 - 신다'처럼 명사 어간이 그대로 동사 어간이 된 영변화(zero modification) 동사로 볼 여지도 있겠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곶감'도 '꽂다'의 첫 음절 어두 초성이 된소리로 변하기 전에 형성된 단어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꽂다'와 마찬가지로 '꽂감'이라고도 한다.
5. 관용 표현
찔러서 깊숙히 넣는다는 이미지가 있기에 근래의 구어에서는 "깊이 마음에 들었다"라는 의미로 "꽂혔다"[6] 라는 말을 쓴다. 아주 최근에 생겨난 표현은 아니고 2009년에도 보인다."요즘 꽂힌 책" 대충 2000년대부터 유행했을 성싶다. 똑같이 마음에 박혔어도 타인에게서 안 좋은 의미로 각인됐을 때는 "찍혔다"라고 하는 것이 묘하다. 어줍잖게 추측해보면 '찍다'가 좀 더 파괴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지도 모르겠다.
빽이 있어서 낙하산 인사로 좋은 자리에 배치시켜주는 것을 "꽂아주다", "꽂아넣다"라고 표현한다.
6. 한자 및 다른 언어
한자로는 주로 揷(꽂을 삽)[7] 에 해당된다. 자형상으로 상관이 있는진 모르겠는데 오른쪽의 臿이 모양상으로도 뭔가 좀 찔러넣는 것 같은 모양새여서 외우기 좋은 점이 있다. 다만 조어의 폭이 넓은 한자의 특성상 '삽화'(揷畵)처럼 '꽂다'에 바로 대응되지 않는 한자어도 있다. 揷이 들어가는 한자어로는 또 자주 쓰이는 것이 '삽입'(揷入)이 있는데 한국어에서 이 단어는 묘하게도 컴퓨터나 전자기기에서 'insert'의 번역어로 쓰이는 경우가 아니면 왠지 모르게 성행위에서 성기를 삽입하는 때에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사실 후자와 같이 구멍이나 틈 사이에 끼워넣는 것이 사전적으로도 '삽입'의 1번 의미이고, '삽입곡', '삽입 정렬'과 같이 끼우는 위치를 특정하지 않는 것이 2번 의미이다.
일본어로는 '뻗다', '내밀다', '펼치다' 등 뻗어나가는 류의 것에 폭넓게 쓰이는 동사 'さす'가 있다. 그런 폭넓은 의미일 때는 주로 差す로 쓰고, '찌르다'일 때는 刺す, '꽂다'일 때는 앞선 단락에서 소개한 挿す라고 적는다. '찔러 넣는' 것이 강조될 때는 差し込む(さしこむ)라고 한다.
영어에서는 한국어의 '꽂다'에 정확히 맞대응되는 단어는 찾기 어려운 것 같다. '놓다'의 의미로도 쓸 수 있는 'put'이 '꽂다'의 의미로도 쓰이며("put flowers in a vase" - 꽃병에 꽃을 꽂다) 'stick', 'plug', 'pin'와 같이 형태상으로 '꽂을' 수 있는 길쭉한 물건을 가리키는 명사들이 동사로서도 영변화해 '꽂다'의 의미로 쓰이곤 한다("She pinned the badge onto her jacket.", "The nurse stuck the needle into my arm.").
[1] 기분이 상한다는 뜻으로 쓰는 '아니꼽다', '꼽다'는 "꼬와서", "꼬우면"으로 활용되는 ㅂ 불규칙 용언이다. 손가락으로 헤아린다는 뜻의 '꼽다'는 '꽂다'의 의미로 쓰이는 방언 '꼽다'와 마찬가지로 ㅂ 규칙 용언이다.[2] 이처럼 의미적으로 인접한 단어 사이에서 음운론적 영향을 받는 현상을 감염(contamination)이라고 한다.[3] 'ㄷ vs ㅌ'에 비해 'ㅈ vs ㅊ'은 대부분의 폰트에서 짧은 세로획으로만 구별하기 때문에 종성 표기로 왔을 때 식별하기 어렵다. 특히 'ㅜ'와 같이 모음이 수평으로 있으며 아래로 세로획이 이어지는 글자의 경우 더욱 헷갈리는 편이다.[4] 일례로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과 금천동 사이의 '꽃산'은 본래 '곶뫼', '고지뫼'로 [곶\]이었을 가능성이 높다.[5] 이 때문에 오로지 '곶'이라는 형태소를 적기 위하여 '串'(꿸 관)을 한국에서만 '곶'으로 사실상 훈을 음으로 배당하여 읽는다.[6] 동사에 완료 의미의 '-었-'을 써서 형용사처럼 쓰는 예로, 이러한 식의 동사는 관형형일 땐 과거의 '-ㄴ'과 함께 쓰여 '꽂혔다'/'꽂힌' 식으로 쓰인다. 대표적인 동사가 '잘생겼다'/'잘생긴'으로 쓰이는 '잘생기다'.[7] 땅을 파는 도구 삽과 동음이의어이다. 도구 삽은 순우리말이어서 어원상으로는 전혀 다른데, 본래 '삷'이었다가 '삽'이 된 이유에 대해서 鍤(가래 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