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멘클라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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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소련 시절 소련 공산당의 당원으로서 당이나 국가의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직책에 있었던 자들을 말한다. 멸칭으로 '''공산귀족'''이라고 불린다.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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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은 고대 로마의 노예 직책 중 하나인 '이름을 불러주는 자'이다. 유력자들의 이름을 전부 외운 다음 연회에 입장하는 손님들의 이름과 직책을 주인에게 알려주면서 안내, 접대하는 일을 맡았기 때문에 노예들 중에서는 상당히 우대받았다. 이것이 러시아어로는 간부직의 '''명단''', 정확히는 아무개가 어떤 당 기관의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문제를 취급하고 결재할 수 있는가를 정밀하게 세분하여 명시한 명단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었다.
2. 내용
처음에는 '소련 공산당 소속의 고급 간부'를 뜻했으나, 브레즈네프 시대부터 ''''소련 사회에서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는 특권계층''''의 의미로 확대되었다. 일단 권력을 쥐고 있으니 돈과 명예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스탈린의 집권 이후 발생한 전문 고급 당원들이 그 뿌리이다.
이들은 많은 부와 권력을 누렸지만 그와 동시에 언제든지 숙청될 수 있는 상태였다. 흐루쇼프가 직위 세습을 금지시키는 등 특권 폐지를 위한 노력을 했으나 그가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후 브레즈네프 때부터는 계획경제의 고유 속성인 부족의 경제(shortage economy)[1] 에 의해 초래된 사치품의 결핍을 충당하기 위해서 생긴 제2경제(second economy)를 독단적으로 운영했으며(물론 소련 법률상으로는 불법이었다) 이를 통해서도 막대한 이득을 얻게 되었다.
소련 후기에 접어들면서 이들은 사회를 좀먹는 자들로 전락하게 된다. 마지막 집권자였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개혁·개방정책을 펼치면서 이들 노멘클라투라 집단을 제거하여 사회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들이 끼친 최대의 폐해는 공산주의의 이상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카우츠키나 베른슈타인 같은 독일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말한 '''계급을 초월한 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추구한 레닌 시절부터 진즉 포기했었다. 레닌은 프롤레타리아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기 위해서는 부르주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반드시 박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이해관계는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레닌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곧 부르주아 독재이므로,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는 어떻게 하든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프롤레타리아의 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반면 독일 사민주의자들이나 러시아의 멘셰비키들은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두 계급이 모두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또 레닌 사후 스탈린주의로 인해서 이미 '''억압과 소외로부터의 인간 해방'''이라는 이상도 손상되었다. 스탈린은 관료집단을 앞세워서 정권을 잡고는 관료 집단의 독재에 대해 이것이 레닌이 말한 '프롤레타리아 독재'라고 주장을 했는데, 사실 그것은 레닌이 원래 의도한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모습은 아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어디까지나 부르주아만을 배제하는 것이지, 프롤레타리아 위에 관료집단이라는 이상한 놈들이 올라앉아서 독재를 벌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사회적, 경제적 평등'''이라는 최후의 가치 자체가, 이들 노멘클라투라 때문에 무너졌다. 물론 소련이나 동유럽의 빈부격차는 서방세계에 비해서는 매우 낮아, 1985년에 소련의 지니계수는 0.21에 불과했고 말기인 1991년에도 0.289밖에 안 되었다. 그러나 체제 자체가 경제적 평등을 보장하는 소련에서는 현실의 빈부격차로 인해(그것이 서방세계보다 더 평등했을지라도) 이상과의 괴리감을 느끼고 종래에는 체제 자체를 버리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n분의 1로 똑같이 나눠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산 수단의 불평등한 소유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억압과 소외를 갖다 없애자는 것이 사회주의의 목표이다.
사실 노멘클라투라 계층 역시 비록 일반 인민들보다는 많은 재산을 향유하고 있고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그 차이는 고작 6~8배 정도 밖에 안 되었고 서방의 자본가들이 일반 시민들에 비해서 누리는 몇백 배에 달하는 재력에 비하면 별로 차이가 안 나는 편에 속했다. 그러나 이미 공산주의적 이상이 무너지고 있었고 개인주의가 싹트던 1970년대 말부터 이들 계층은 자신들을 혁명의 선봉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지배층으로 인식했다. '''결국 이 부패한 관료계층은 서방 지배층들을 동경하면서 더 많은 부를 누리려고 했고, 이를 위해서 옐친 등 급진 개혁파와 손을 잡아서 연방을 무너뜨렸다.'''
소련 붕괴 이후 대부분의 노멘클라투라들은 자신들의 자본과 정보력을 이용해서 옐친의 급진개혁에 편승했다. 모순되게도 그들은 자본가로 변신하여 올리가르히(과두재벌)가 되었고 일부는 러시아 마피아가 되었다.이 때문에 아직도 그들에 의한 폐해가 심각하다.
3. 자매품(?)
소련은 아니지만 중국에도 사실상 노멘클라투라가 있다. 중국의 노멘클라투라는 중국 내에서 국영기업을 통해 돈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덜해 보이지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데다가 아무리 상대적으로 소수라 하더라도 중국 인구가 워낙 많다 보니 세계의 명품시장의 큰손으로 손꼽힌다. 중국 공산당 당원은 8000만 명으로 독일 인구와 맞먹는다. 역시 각종 특혜, 기업인과의 결탁이나 편법적인 부동산 매매, 횡령 등의 수단으로 엄청난 이득을 창출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만일을 대비해서 해외에 재산을 숨겨두고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고위층 및 간부들(일명 핵심계층)도 넓게는 노멘클라투라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고난의 행군 이후에 북한의 시장화가 진행되고 나서는 권력을 앞세워 각종 외화벌이 사업에의 진출, 장마당 돈주들과의 결탁, 예산과 국영시설과 물자의 전용, 군수-군납 비리 등 각종 불법행위를 통해 부를 창출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문에 북한의 군사력이 생각보다 형편없고 변변치 못하다는 의미가 된다. 재밌는 점은 북한의 이 '귀족'들은 소련이나 중국의 동류들과는 달리 체제 붕괴 이후에 대부분 상류층 지위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 붕괴는 남북통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능력, 자본, 기술,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우위에 있는 남한인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이 남한 정착 후 객관적 생활수준은 대개 높아졌지만, 태영호 등 정관계 네임드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한국사회에서 중산층에도 들기 힘든 정도로 상대적 사회적 지위가 떨어진 현실을 보면 기우만은 아니다. 이것은 북한 정치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해칠 행위인 통일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향후 대북정책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4. 관련 문서
[1] 헝가리 경제학자 코르나이 야노시(Kornai Janos)가 제시한 공산주의 계획경제의 속성이다. 생필품이나 기본적 복지는 국가가 책임지지만 그 이상의 것은 국가가 신경쓰지를 않아서 인민들의 욕구 충족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