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아렌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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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ärendil. 실마릴리온의 등장인물. 요정이 된 '''반요정'''으로 이름의 의미는 '바다를 사랑하는 자'이다. 이명은 '빛나는 에아렌딜', '천공의 에아렌딜', '뱃사람(수부) 에아렌딜'이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이름만 언급되고, 그의 아들 엘론드가 등장한다.[1]
아버지는 인간 투오르, 어머니는 요정 이드릴이다. 그의 아내는 싱골의 외증손녀이자 인간 쪽 혈통으로 에아렌딜의 먼 친척인 엘윙인데, 베오르 가문의 계보를 살펴보면 9촌 아주머니에 해당한다. 또한 엘윙은 루시엔 티누비엘의 손녀이므로 에아렌딜은 루시엔의 손녀 사위가 된다. 에아렌딜과 엘윙 둘 다 요정과 인간의 피가 섞여 있어서 그들의 아들들인 엘론드와 엘로스도 반요정이다. 이 양반도 자기 아버지처럼 자식 농사의 귀재였는데 엘로스는 가운데땅 역사의 가장 위대한 왕국 중 하나인 누메노르를 건국했고 두네다인 계보를 열었으며, 엘론드도 가운데땅에서 계속 활약하게 된다.
길갈라드와 친척 사이인데, 실마릴리온에 따르면 5촌 외당숙, HoME의 설정을 따르면 8촌이다. 그래서 제3차 동족살상 때 에아렌딜과 엘윙의 백성들이 페아노리안에게 공격받자 발라르 섬에 있던 길갈라드와 키르단이 군사를 이끌고 도우러 왔다. 그러나 엘윙은 실마릴을 껴안고 투신자살을 시도한 후였고, 엘론드와 엘로스는 마글로르가 거둔 상태였다.
놀도르가 발리노르를 떠나 가운데땅으로 이주한 지 503년이 되던 해 봄에 곤돌린에서 태어났다. 그는 반요정답게 요정의 아름다움과 지혜, 고대 인간의 힘과 용맹을 모두 갖추고 있었으며, 요정과 인간의 모든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의 얼굴이 매우 아름다워 하늘의 빛에 버금가는 빛을 냈기 때문에 '빛나는 에아렌딜'이라 불렸다. 그리고 아버지 투오르처럼 바다에 대한 동경이 매우 컸다. 곤돌린의 수문장인 엑셀리온이 에아렌딜에게 음악을 가르쳐준 점이나 아버지인 투오르의 정적 파벌(그러니까 마이글린 파벌)에 속하는 살간트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는 언급을 보면 곤돌린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사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에아렌딜이 일곱 살 되던 해에 고향 곤돌린이 모르고스의 공격을 받아 멸망하고 왕 투르곤도 죽음을 맞았다. 이때 그는 다른 곤돌린 생존자들과 함께 빠져나왔고, 시리온 강을 따라 도망치다 난타스렌에 도착해 거처를 마련했다. 하지만 전술되어 있듯 투오르와 에아렌딜은 바다를 무척이나 동경했기 때문에 난타스렌에서 더 내려가 바다를 접한 시리온 강 하구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도리아스가 멸망할 때 탈출해 온 무리가 자리잡고 있었기에 함께 정착하게 되었고, 여기서 아내 엘윙을 만났다. 이후 바다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해진 투오르가 '바다의 날개' 에아르라메를 건조해 아내 이드릴과 함께 타고 떠나게 되어 에아렌딜이 시리온 강 하구 무리의 왕이 되었다. 그리고 엘윙을 아내로 맞이해 엘론드와 엘로스까지 얻었다.
그러나 그는 시리온 강 하구에서 안주할 수가 없었다. 에아렌딜이 태어났을 때는 이미 니르나에스 아르노에디아드가 일어난 뒤였고 [2] , 어릴 적에 도리아스와 곤돌린까지 멸망했기 때문에 가운데땅이 사실상 멜코르의 손아귀에 떨어져 있었다. 회색항구의 키르단과 일부 요정, 선한 인간들만이 벨레리안드의 서쪽 해안가에서 희망 없는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바다로 떠난 부모님을 찾는 동시에 발라들에게 구원을 요청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그는 모 아니면 도 정신으로 발리노르로 향할 생각이었고, 키르단이 가장 아름다운 배인 '빙길롯(거품꽃이란 뜻)'을 건조해 주자 '''발리노르를 향한 대항해'''를 시작했다. 팔라사르, 에렐론트, 아이란디르라는 세 선원이 그와 함께 갔고 아내 엘윙과 어린 아들들 엘론드, 엘로스는 시리온 강 하구에 남았다. 운명의 장난인지, 이때쯤 발라의 왕 만웨가 울모에게서 벨레리안드의 참상을 전해 듣고는 '누군가 발리노르로 찾아와 지난날에 대한 용서를 빌고 구원을 요청한다면'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편 에아렌딜이 떠난 뒤, 마이드로스를 비롯해 살아남은 페아노르의 아들들(페아노리안)이 엘윙이 실마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도 페아노르의 맹세는 계속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실마릴을 돌려 달라고 요구한 다음 엘윙이 거절하자 실마릴을 얻기 위해 다시 공격해왔다(제3차 동족살상). 엘윙과 그들의 백성들은 실마릴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엘윙은 실마릴을 지닌 채 바다로 몸을 던져 죽음을 선택했다. 하지만 울모가 그녀를 불쌍히 여겨 살려준 다음 그녀의 모습을 일시적으로 바닷새로 바꾸어주었다. 새로 변한 그녀는 대해의 창공을 가르고 그녀의 남편에게로 날아갔으며, 에아렌딜은 엘윙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거처가 파괴되었다는 것, 그리고 아들들의 안위에 대한 걱정 때문에 크게 근심하고 슬퍼했다. 하지만 에아렌딜은 이제 가운데땅엔 꿈도 희망도 없다고 판단, 되돌아가 아들들을 찾지 않고 다시 발리노르로 향했다.
다행히 엘론드와 엘로스는 죽임을 당하지 않았고, 페아노르의 아들 마글로르가 거둬서 마에드로스와 함께 양육했다. 심지어 이들 사이에는 끈끈한 우정이 형성되었다. 아마 마이드로스와 마글로르가 제2차 동족살상 때 엘윙의 오빠들인 엘루레드와 엘루린을 죽게 만든 것에 대해 계속 죄책감에 시달렸기 때문에 같은 죄를 짓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태양 1시대 끝에 이들이 지은 죄 때문에 실마릴 회수가 불가능해지자, 마에드로스는 절망하여 자살하고 마글로르는 실종돼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후 이들의 오촌 조카인 길갈라드가 엘론드와 엘로스를 거둬 후원해 주었다.
에아렌딜과 엘윙, 세 선원들은 함께 항해를 계속했다. 그들은 '마법의 열도', '그늘의 바다' 등 위험한 장애물들을 마주했지만 실마릴의 신비한 힘으로 넘을 수 있었고, 마침내 '''실마릴을 지닌 채''' 발리노르에 다다랐다. 원래 발리노르에는 필멸자가 발을 디딜 수 없게 되어 있었기에 그들이 상륙한다면 그 금기를 깬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에 에아렌딜은 금지된 신의 땅을 밟은 대가를 자신만이 치르고자 하였지만, 엘윙도 남편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로 함께 발리노르의 톨 에렛세아에 상륙했다. 단, 세 선원들과는 영영 작별을 고했다.
에아렌딜은 엘윙을 해안가에 잠시 남겨 두고 홀로 발라들에게 간청하러 갔다. 그런데 마침 이때는 요정들의 축제일이었기 때문에 사방이 조용하고 저 멀리 탑에서만 빛이 번뜩였다. 그 시각 사람들은 대부분 발리마르나 만웨의 궁정에 있는 상황이었고 일부만 티리온 성벽에서 감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도 에아렌딜과 실마릴의 빛을 보고는 급히 발리마르로 갔다. 에아렌딜은 일단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고, 어쩌면 발리노르에도 모르고스의 악이 뻗어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에온웨가 그를 불러세워 반갑게 맞이하고, 그를 만웨가 거주하는 타냐퀘틸 산으로 데려갔다. 만웨를 알현하게 된 에아렌딜은 바로 벨레리안드의 절망적인 상황을 알렸고, 이는 만웨와 다른 발라들이 마침내 '''분노의 전쟁을 결의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간청은 받아들여졌고 처벌이 남아 있었는데, 에아렌딜의 처벌을 주장하는 만도스에 대하여 울모가 변호했고 만웨가 결정을 내려 다행히 처벌은 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신 엘다르와 인간, 이 두 종족의 혈통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선택한 종족에 따라 심판을 받도록 결정되었다. 이리하여 에아렌딜과 엘윙,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이 종족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에아렌딜은 아버지를 따르는 사람들 때문에 인간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아내에게 선택을 맡겼다. 그리고 아내인 엘윙이 조모인 루시엔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 요정을 선택하자 아내를 위해 요정이 되어 부부가 함께 영원히 톨 에렛세아에서 살게 되었다.[3] 나중엔 아들들 역시 선택을 했는데, 엘로스는 인간을 선택한 대신 다른 누메노르인보다도 긴 수명을 받았고 '''두네다인의 계보를 열었으며''', 엘론드는 요정을 선택하여 영생을 받아 깊은골에 자리를 잡았다. 엘론드는 그 혈통 때문에 '페레딜(반요정)'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매일 밤, 여전히 가운데땅에서 신음하는 자유민들을 위해, 빙길롯을 몰고 세상의 끝에서부터 밤하늘을 항해하게 되었다. '''이마에는 가장 아름다운 보석, 실마릴을 지닌 채로.''' 그리고 가운데땅의 자유민들은 밤하늘에 떠오르는 에아렌딜의 빛, 즉 실마릴의 빛을 보며 희망과 힘을 얻어 '드높은 희망의 별'을 뜻하는 '길에스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때 마이드로스와 마글로르도 그 빛을 보았는데, 둘은 실마릴이 엘윙과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졌다고 알고 있었음에도 그 빛이 실마릴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한편 엘윙은 허공과 추위에 대한 두려움, 땅에 대한 애정 때문에 여기에 동행하지 않았다. 대신 바닷새들에게 비행 방법과 바닷새의 말을 배워서, 빙길롯이 아르다로 다가올 때 바닷새로 변해 남편을 맞이하러 갔다.
그 무렵 모르고스도 에아렌딜의 범상치 않은 빛을 보았지만, 그게 가져올 결과는 모르고 있었다. 발라들은 전쟁 준비를 마쳤고, 마이아, 바냐르, 발리노르에 남아 있던 놀도르로 구성된 발리노르 군대가 모르고스를 선제 공격하여 분노의 전쟁이 발발했다. 모르고스는 수세에 몰리자 자신의 최종병기인 거대한 흑룡 앙칼라곤과 날개 달린 화룡 부대를 내보내 발리노르 군대의 기세를 한풀 꺾었는데, 이때 에아렌딜이 하얀 불꽃을 발산하며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자신의 배 빙길롯을 타고, 머리에는 실마릴을 둘러 밤하늘에서 빛을 내던 모습 그대로 전장에 나섰다. 그는 독수리 왕 소론도르가 이끄는 독수리 부대와 함께 끈질기게 항전한 끝에 '''앙칼라곤을 직접 죽여 모르고스의 패전을 결정지었다.''' 그 순간 해가 떠올랐고, 앙칼라곤의 시체가 상고로드림으로 떨어져서 상고로드림 봉우리들이 모두 파괴되었다. 승전을 이끈 에아렌딜은 이후 '영겁의 공허' 속에 갇힌 모르고스를 창공의 누벽 위에서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두운 밤 가운데땅에 희망을 주기 위해 날아올라 '그 어떤 별보다 밝게 빛나는' 에아렌딜의 항해는 아직도 지속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새벽별, 즉 금성이다. 현실에서는 새벽별과 저녁별은 같은 천체이지만, 톨킨의 신화에서 두 별은 서로 다른 상징으로서 설명된다. 즉, 어두운 밤에 비상하는 에아렌딜과, 쓸쓸해진 세계에서 누구보다 빛나지만 곧 사라져야할 아르웬의 대조로 표현된다.
이 인물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가운데땅을 구원한 영웅.''' 그가 발리노르로 항해를 하지 않았으면 분노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벨레리안드는 모르고스 밑에서 신음했을 것이다. 또한 앙칼라곤을 죽임으로써 잠시나마 밀리던 전황을 다시 뒤집고 모르고스에게 패배를 안겼다.
에아렌딜의 업적은 운명 속에서 예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는 만웨가 생각했던 '발리노르로 찾아올 사람'이었고 울모는 반요정인 그의 혈통을 거론하면서 '이 일(발리노르로 와 간청하는 것)을 위해 태어났다'고 하였다. 이후 먼 후손인 아만딜도 누메노르의 멸망을 막기 위해 발리노르로 향했으나 에아렌딜과 다르게 실패하기도 했다.
애당초 그는 시리온 강 하구에 정착해서 왕이 되었지만 안정보단 위기의식을 느껴 가운데땅을 구하겠다는 선택을 했고, 이후 두고 왔던 아들들이 실종됐다는 걸 알았으나 돌아가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안전했기에 이것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실마릴리온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영웅들이 최선과 최악의 갈림길에서 항상 최악을 선택하여 몰락하곤 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위대한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4]
에아렌딜은 그 기원이 밝혀져 있는 캐릭터이다. 톨킨은 소년이었던 1914년경에 8세기 그리스도교 시인인 '퀴너울프'의 'Christ I'라는 시를 접했는데, 그 시의 104, 105행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의 시구를 읽은 것도 그 어떤 작품도 구상하고 있지 않을 때로,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버릇도 이 때부터라고 한다. 즉 에아렌딜은 수천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레젠다리움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인물이다. 실마릴리온의 이야기도 에아렌딜이 등장하여 세상을 구원하기까지의 이야기이고, 반지의 제왕도 생각해보면 에아렌딜의 후손들인 엘론드와 아라곤이 신화의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야기다.
1. 개요
Eärendil. 실마릴리온의 등장인물. 요정이 된 '''반요정'''으로 이름의 의미는 '바다를 사랑하는 자'이다. 이명은 '빛나는 에아렌딜', '천공의 에아렌딜', '뱃사람(수부) 에아렌딜'이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이름만 언급되고, 그의 아들 엘론드가 등장한다.[1]
2. 친인척 관계
아버지는 인간 투오르, 어머니는 요정 이드릴이다. 그의 아내는 싱골의 외증손녀이자 인간 쪽 혈통으로 에아렌딜의 먼 친척인 엘윙인데, 베오르 가문의 계보를 살펴보면 9촌 아주머니에 해당한다. 또한 엘윙은 루시엔 티누비엘의 손녀이므로 에아렌딜은 루시엔의 손녀 사위가 된다. 에아렌딜과 엘윙 둘 다 요정과 인간의 피가 섞여 있어서 그들의 아들들인 엘론드와 엘로스도 반요정이다. 이 양반도 자기 아버지처럼 자식 농사의 귀재였는데 엘로스는 가운데땅 역사의 가장 위대한 왕국 중 하나인 누메노르를 건국했고 두네다인 계보를 열었으며, 엘론드도 가운데땅에서 계속 활약하게 된다.
길갈라드와 친척 사이인데, 실마릴리온에 따르면 5촌 외당숙, HoME의 설정을 따르면 8촌이다. 그래서 제3차 동족살상 때 에아렌딜과 엘윙의 백성들이 페아노리안에게 공격받자 발라르 섬에 있던 길갈라드와 키르단이 군사를 이끌고 도우러 왔다. 그러나 엘윙은 실마릴을 껴안고 투신자살을 시도한 후였고, 엘론드와 엘로스는 마글로르가 거둔 상태였다.
3. 행적
놀도르가 발리노르를 떠나 가운데땅으로 이주한 지 503년이 되던 해 봄에 곤돌린에서 태어났다. 그는 반요정답게 요정의 아름다움과 지혜, 고대 인간의 힘과 용맹을 모두 갖추고 있었으며, 요정과 인간의 모든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의 얼굴이 매우 아름다워 하늘의 빛에 버금가는 빛을 냈기 때문에 '빛나는 에아렌딜'이라 불렸다. 그리고 아버지 투오르처럼 바다에 대한 동경이 매우 컸다. 곤돌린의 수문장인 엑셀리온이 에아렌딜에게 음악을 가르쳐준 점이나 아버지인 투오르의 정적 파벌(그러니까 마이글린 파벌)에 속하는 살간트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는 언급을 보면 곤돌린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사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에아렌딜이 일곱 살 되던 해에 고향 곤돌린이 모르고스의 공격을 받아 멸망하고 왕 투르곤도 죽음을 맞았다. 이때 그는 다른 곤돌린 생존자들과 함께 빠져나왔고, 시리온 강을 따라 도망치다 난타스렌에 도착해 거처를 마련했다. 하지만 전술되어 있듯 투오르와 에아렌딜은 바다를 무척이나 동경했기 때문에 난타스렌에서 더 내려가 바다를 접한 시리온 강 하구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도리아스가 멸망할 때 탈출해 온 무리가 자리잡고 있었기에 함께 정착하게 되었고, 여기서 아내 엘윙을 만났다. 이후 바다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해진 투오르가 '바다의 날개' 에아르라메를 건조해 아내 이드릴과 함께 타고 떠나게 되어 에아렌딜이 시리온 강 하구 무리의 왕이 되었다. 그리고 엘윙을 아내로 맞이해 엘론드와 엘로스까지 얻었다.
그러나 그는 시리온 강 하구에서 안주할 수가 없었다. 에아렌딜이 태어났을 때는 이미 니르나에스 아르노에디아드가 일어난 뒤였고 [2] , 어릴 적에 도리아스와 곤돌린까지 멸망했기 때문에 가운데땅이 사실상 멜코르의 손아귀에 떨어져 있었다. 회색항구의 키르단과 일부 요정, 선한 인간들만이 벨레리안드의 서쪽 해안가에서 희망 없는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바다로 떠난 부모님을 찾는 동시에 발라들에게 구원을 요청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그는 모 아니면 도 정신으로 발리노르로 향할 생각이었고, 키르단이 가장 아름다운 배인 '빙길롯(거품꽃이란 뜻)'을 건조해 주자 '''발리노르를 향한 대항해'''를 시작했다. 팔라사르, 에렐론트, 아이란디르라는 세 선원이 그와 함께 갔고 아내 엘윙과 어린 아들들 엘론드, 엘로스는 시리온 강 하구에 남았다. 운명의 장난인지, 이때쯤 발라의 왕 만웨가 울모에게서 벨레리안드의 참상을 전해 듣고는 '누군가 발리노르로 찾아와 지난날에 대한 용서를 빌고 구원을 요청한다면'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편 에아렌딜이 떠난 뒤, 마이드로스를 비롯해 살아남은 페아노르의 아들들(페아노리안)이 엘윙이 실마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도 페아노르의 맹세는 계속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실마릴을 돌려 달라고 요구한 다음 엘윙이 거절하자 실마릴을 얻기 위해 다시 공격해왔다(제3차 동족살상). 엘윙과 그들의 백성들은 실마릴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엘윙은 실마릴을 지닌 채 바다로 몸을 던져 죽음을 선택했다. 하지만 울모가 그녀를 불쌍히 여겨 살려준 다음 그녀의 모습을 일시적으로 바닷새로 바꾸어주었다. 새로 변한 그녀는 대해의 창공을 가르고 그녀의 남편에게로 날아갔으며, 에아렌딜은 엘윙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거처가 파괴되었다는 것, 그리고 아들들의 안위에 대한 걱정 때문에 크게 근심하고 슬퍼했다. 하지만 에아렌딜은 이제 가운데땅엔 꿈도 희망도 없다고 판단, 되돌아가 아들들을 찾지 않고 다시 발리노르로 향했다.
다행히 엘론드와 엘로스는 죽임을 당하지 않았고, 페아노르의 아들 마글로르가 거둬서 마에드로스와 함께 양육했다. 심지어 이들 사이에는 끈끈한 우정이 형성되었다. 아마 마이드로스와 마글로르가 제2차 동족살상 때 엘윙의 오빠들인 엘루레드와 엘루린을 죽게 만든 것에 대해 계속 죄책감에 시달렸기 때문에 같은 죄를 짓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태양 1시대 끝에 이들이 지은 죄 때문에 실마릴 회수가 불가능해지자, 마에드로스는 절망하여 자살하고 마글로르는 실종돼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후 이들의 오촌 조카인 길갈라드가 엘론드와 엘로스를 거둬 후원해 주었다.
에아렌딜과 엘윙, 세 선원들은 함께 항해를 계속했다. 그들은 '마법의 열도', '그늘의 바다' 등 위험한 장애물들을 마주했지만 실마릴의 신비한 힘으로 넘을 수 있었고, 마침내 '''실마릴을 지닌 채''' 발리노르에 다다랐다. 원래 발리노르에는 필멸자가 발을 디딜 수 없게 되어 있었기에 그들이 상륙한다면 그 금기를 깬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에 에아렌딜은 금지된 신의 땅을 밟은 대가를 자신만이 치르고자 하였지만, 엘윙도 남편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로 함께 발리노르의 톨 에렛세아에 상륙했다. 단, 세 선원들과는 영영 작별을 고했다.
에아렌딜은 엘윙을 해안가에 잠시 남겨 두고 홀로 발라들에게 간청하러 갔다. 그런데 마침 이때는 요정들의 축제일이었기 때문에 사방이 조용하고 저 멀리 탑에서만 빛이 번뜩였다. 그 시각 사람들은 대부분 발리마르나 만웨의 궁정에 있는 상황이었고 일부만 티리온 성벽에서 감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도 에아렌딜과 실마릴의 빛을 보고는 급히 발리마르로 갔다. 에아렌딜은 일단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고, 어쩌면 발리노르에도 모르고스의 악이 뻗어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에온웨가 그를 불러세워 반갑게 맞이하고, 그를 만웨가 거주하는 타냐퀘틸 산으로 데려갔다. 만웨를 알현하게 된 에아렌딜은 바로 벨레리안드의 절망적인 상황을 알렸고, 이는 만웨와 다른 발라들이 마침내 '''분노의 전쟁을 결의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간청은 받아들여졌고 처벌이 남아 있었는데, 에아렌딜의 처벌을 주장하는 만도스에 대하여 울모가 변호했고 만웨가 결정을 내려 다행히 처벌은 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신 엘다르와 인간, 이 두 종족의 혈통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선택한 종족에 따라 심판을 받도록 결정되었다. 이리하여 에아렌딜과 엘윙,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이 종족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에아렌딜은 아버지를 따르는 사람들 때문에 인간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아내에게 선택을 맡겼다. 그리고 아내인 엘윙이 조모인 루시엔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 요정을 선택하자 아내를 위해 요정이 되어 부부가 함께 영원히 톨 에렛세아에서 살게 되었다.[3] 나중엔 아들들 역시 선택을 했는데, 엘로스는 인간을 선택한 대신 다른 누메노르인보다도 긴 수명을 받았고 '''두네다인의 계보를 열었으며''', 엘론드는 요정을 선택하여 영생을 받아 깊은골에 자리를 잡았다. 엘론드는 그 혈통 때문에 '페레딜(반요정)'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매일 밤, 여전히 가운데땅에서 신음하는 자유민들을 위해, 빙길롯을 몰고 세상의 끝에서부터 밤하늘을 항해하게 되었다. '''이마에는 가장 아름다운 보석, 실마릴을 지닌 채로.''' 그리고 가운데땅의 자유민들은 밤하늘에 떠오르는 에아렌딜의 빛, 즉 실마릴의 빛을 보며 희망과 힘을 얻어 '드높은 희망의 별'을 뜻하는 '길에스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때 마이드로스와 마글로르도 그 빛을 보았는데, 둘은 실마릴이 엘윙과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졌다고 알고 있었음에도 그 빛이 실마릴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한편 엘윙은 허공과 추위에 대한 두려움, 땅에 대한 애정 때문에 여기에 동행하지 않았다. 대신 바닷새들에게 비행 방법과 바닷새의 말을 배워서, 빙길롯이 아르다로 다가올 때 바닷새로 변해 남편을 맞이하러 갔다.
그 무렵 모르고스도 에아렌딜의 범상치 않은 빛을 보았지만, 그게 가져올 결과는 모르고 있었다. 발라들은 전쟁 준비를 마쳤고, 마이아, 바냐르, 발리노르에 남아 있던 놀도르로 구성된 발리노르 군대가 모르고스를 선제 공격하여 분노의 전쟁이 발발했다. 모르고스는 수세에 몰리자 자신의 최종병기인 거대한 흑룡 앙칼라곤과 날개 달린 화룡 부대를 내보내 발리노르 군대의 기세를 한풀 꺾었는데, 이때 에아렌딜이 하얀 불꽃을 발산하며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자신의 배 빙길롯을 타고, 머리에는 실마릴을 둘러 밤하늘에서 빛을 내던 모습 그대로 전장에 나섰다. 그는 독수리 왕 소론도르가 이끄는 독수리 부대와 함께 끈질기게 항전한 끝에 '''앙칼라곤을 직접 죽여 모르고스의 패전을 결정지었다.''' 그 순간 해가 떠올랐고, 앙칼라곤의 시체가 상고로드림으로 떨어져서 상고로드림 봉우리들이 모두 파괴되었다. 승전을 이끈 에아렌딜은 이후 '영겁의 공허' 속에 갇힌 모르고스를 창공의 누벽 위에서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두운 밤 가운데땅에 희망을 주기 위해 날아올라 '그 어떤 별보다 밝게 빛나는' 에아렌딜의 항해는 아직도 지속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새벽별, 즉 금성이다. 현실에서는 새벽별과 저녁별은 같은 천체이지만, 톨킨의 신화에서 두 별은 서로 다른 상징으로서 설명된다. 즉, 어두운 밤에 비상하는 에아렌딜과, 쓸쓸해진 세계에서 누구보다 빛나지만 곧 사라져야할 아르웬의 대조로 표현된다.
4. 평가
이 인물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가운데땅을 구원한 영웅.''' 그가 발리노르로 항해를 하지 않았으면 분노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벨레리안드는 모르고스 밑에서 신음했을 것이다. 또한 앙칼라곤을 죽임으로써 잠시나마 밀리던 전황을 다시 뒤집고 모르고스에게 패배를 안겼다.
에아렌딜의 업적은 운명 속에서 예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는 만웨가 생각했던 '발리노르로 찾아올 사람'이었고 울모는 반요정인 그의 혈통을 거론하면서 '이 일(발리노르로 와 간청하는 것)을 위해 태어났다'고 하였다. 이후 먼 후손인 아만딜도 누메노르의 멸망을 막기 위해 발리노르로 향했으나 에아렌딜과 다르게 실패하기도 했다.
애당초 그는 시리온 강 하구에 정착해서 왕이 되었지만 안정보단 위기의식을 느껴 가운데땅을 구하겠다는 선택을 했고, 이후 두고 왔던 아들들이 실종됐다는 걸 알았으나 돌아가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안전했기에 이것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실마릴리온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영웅들이 최선과 최악의 갈림길에서 항상 최악을 선택하여 몰락하곤 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위대한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4]
5. 기원
에아렌딜은 그 기원이 밝혀져 있는 캐릭터이다. 톨킨은 소년이었던 1914년경에 8세기 그리스도교 시인인 '퀴너울프'의 'Christ I'라는 시를 접했는데, 그 시의 104, 105행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언어학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톨킨은 여기서 '에아렌델'이라는 이름에 완전히 매료된다.[6] 에아렌델은 북유럽 신화에서 그로아라는 예언자의 남편으로 나오는 아우르반딜(Aurvandil)의 고대 영어식 이름이다. 이쪽에서는 아우르반딜의 발가락이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존재한다.[7] 이름의 유래, 별과 관련된 아이디어, 가운데땅이라는 개념을 모두 찾을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장 밝다는 것이나 인간을 위해 가운데 땅으로 보내어졌다는 내용도 에아렌딜의 행적과 일치하는 점이 있다. 이 시구는 톨킨의 소설에서 변형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104 ''Éala Éarendel engla beorhtost''
105 ''ofer middangeard[5]
monnum sended!''[英] ''Hail Earendel, brightest of angels, above the middle-earth sent unto men!''
[韓] ''오! 에아렌델, 가장 밝은 천사여, 인간을 위해 가운데땅으로 보내어졌네.''
톨킨은 이미 어릴 적부터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으며 생각을 확장해 나갔다고 알려져 있는데, 위 시와 에아렌델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모티프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톨킨이 에아렌딜을 가운데땅의 구원자로 설정한 것이나 실마릴리온이 에아렌딜 이야기로 끝을 맺는 것은 이 사연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Aiya Eärendil Elenion Ancalima!
아! 에아렌딜, 가장 밝은 별이여!
위의 시구를 읽은 것도 그 어떤 작품도 구상하고 있지 않을 때로,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버릇도 이 때부터라고 한다. 즉 에아렌딜은 수천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레젠다리움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인물이다. 실마릴리온의 이야기도 에아렌딜이 등장하여 세상을 구원하기까지의 이야기이고, 반지의 제왕도 생각해보면 에아렌딜의 후손들인 엘론드와 아라곤이 신화의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야기다.
6. 기타
- 프로도가 가진 갈라드리엘의 유리병이 에아렌딜의 빛(실마릴의 빛)을 담은 것으로 전술된 '아이야 에아렌딜 엘레니온 앙칼리마!'를 외치면 사악한 존재들은 눈이 멀 정도로 강력한 별빛이 빛나게 된다.
- 그의 몇몇 후손들이 에아렌딜의 이름을 사용했다.
[1] 그러니까 아르웬과 엘론드의 아들들의 할아버지다[2] 아르다 창조 이후 가운데땅의 자유 종족들에게 유래할 수 없는 위기 가운데 피어난 '''희망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3] 신다르 왕가에 비판적인 톨키니스트들은 끝내 에아렌딜의 뜻을 꺾어버린 엘윙도 좋지 않게 생각한다. 신다르 왕가를 싫어하는 톨키니스트들의 대표적인 오해이자 편견. 책에서는 에아렌딜은 인간에게 끌리기는 했지만 고심 끝에 엘윙의 선택을 따르기로 하고, 엘윙이 요정이 되기로 하자 요정이 된 것이다. 엘윙이 무슨 종족이 되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라 에아렌딜 본인이 그냥 아내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 어쨌든 에아렌딜 본인이 한 결정이다.[4] 저런 선택을 한 영웅들로는 가장 대표적으로 멀쩡한 어머니와 누이를 구하려고 연인인 핀두일라스를 죽게 둔 투린(사실 이 인간은 이 것말고도 벌인 최악의 선택이 너무 많지만), 울모의 경고를 안 듣고 곤돌린에 남았다가 전사한 투르곤, 베렌을 쫓아두낸다고 자기 혈통과 왕국을 실마릴의 저주에 포함시킨 싱골, 아직 잔존한 요정 세력이 많음에도 제 성질을 못 이기고 앙그반드로 돌격하다가 죽은 핑골핀 등등 정말 열거하면 끝이 없다.[5] middan-geard, 즉, 가운데-땅.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미드가르드'와 같은 단어이다.[6] 그의 표현을 빌리면, 기묘한 전율(curious thrill)을 느꼈으며, '고대 영어 그 너머에 있을, 아득하고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어떤 것'을 떠올렸다. (Sauron Defeated: 236)[7] 흐룽그니르를 쓰러트렸으나 그의 숫돌조각이 머리에 박혀 고통스러워하던 토르가, 그 돌조각을 빼주는 그로아에게 고마워하며 알려주는 내용. 아우르반딜이 되돌아오고있다며 그 증거로 별이 된 발가락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로아는 이 얘기를 듣고 기뻐서 치유 주문을 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