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다
1. 개요
주로 '막다'에 대응되어서 '막힌 것'을 해소시키는 행동을 뜻하는 단어. 찢다, 깨다 등 강한 행동의 단어들이 대체로 된소리로 나타나는 것처럼 '뚫다' 역시 된소리로 나타나고 있다. 언중들 사이에서 이미지는 확실한 단어라서, 변기 막힌 걸 해결하는 장치 역시 '''뚫어뻥'''이라는 단어가 순조롭게 정착할 수 있었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막힌 것을 통하게 하다.
- 장애물을 헤치다 ('밀림을 뚫고 지나가다')
- 어려움을 극복하다 ('경쟁을 뚫다', '판로를 뚫다') - 비유적 의미
- 훤히 잘 알고 있다 ('훤히 뚫고 있다' ~ '훤히 꿰고 있다')
기본적으로 목적어를 갖는 타동사인데, 한국어의 달성 동사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목적어로는 '막고 있는 것' / '통하게 하는 것' 두 가지를 쓸 수 있다.
- 산을 뚫다 ('산 = 막고 있는 것')
- 산에 터널을 뚫다 ('터널 = 통하게 하는 것')
특이하게도 계좌나 통장 같은 것도 '뚫다'를 써서 표현한다. '계좌를 뚫었다' 등. 아무래도 '거래 통로를 확보하다'라는 의미에서 의미가 확장된 듯하다. 거기다 요즘 악명 높은 개설방어 때문에 통장을 '뚫는다'는 표현이 더 많이 퍼진 측면도 있다.
미성년자들이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청소년 구입불가상품인 담배나 술을 구입하려는 경우를 '뚫다'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담배를 뚫다' '술을 뚫다' 등. 만약 당신의 자녀나 미성년자인 동생이나 친구가 '뚫다'라는 표현을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한다면 일탈행위를 의심해 봐라.
2. 의미 관계
의미상으로는 주로 '막다'와 대립된다. 나무위키에는 아직 '막다'라는 문서가 없고 그 어간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길막'이라는 문서가 생성되어 있다.
모순은 '뭐든지 뚫을 수 있는 창'과 '뭐든지 막을 수 있는 방패'의 싸움으로, 서로 동시에 참일 수는 없는 '모든 것을 뚫는다'와 '모든 것을 막는다'의 반대 관계를 보이고 있다. 모순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논리학에서는 '모순' 일화의 이런 관계는 '반대'라고 말한다. 둘 다 거짓인 것, 즉 '모든 것을 뚫지는 못한다'와 '모든 것을 막지는 못한다'는 동시에 성립할 수 있으므로, '모순' 우화의 관계는 논리학상으로는 모순 관계가 아니다.
'꽂다'와도 대부분의 경우 대립하기는 하나, 완전히 대립하지는 않는다. 창과 같이 기다란 물건의 경우 대상을 뚫고 삐져나옴과 동시에, 완전히 지나가지는 못해서 꽂힐 수는 있다. '뚫다'라는 단어가 관통 여부에 의미를 두고 있다면 '꽂다'는 대상을 지나간 이후에도 이동이 지속되는지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
'꿰다'는 꼬챙이에 주렁주렁 매달아놓는다는 뜻이다. '꿰다'의 경우 구슬을 꿰는 실이나 고기를 꿰는 고기처럼, 뚫린 구멍으로 지나가는 실과 같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주로 꼬챙이나 실처럼 작은 물건이 뚫고 지나가는 것에 '꿰다'를 자주 사용하며, 실이 지나가는 행동은 의미가 확장되어 '의류를 수선하다'라는 뜻이 되기도 했다. 옷을 고치려면 바늘로 실을 천에 꿰어나가야 하므로. 그래도 통하는 바가 꽤 많아서 '꿰뚫다'라는 합성어를 만들기도 한다.
'파다'는 완전히 관통시킬 필요가 없는 데 비해 '뚫다'는 관통을 시켜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래도 이 '관통'의 조건이 아주 빡빡한 건 아니어서, '벽에 구멍을 뚫어서 벽걸이 TV를 설치한다' 등 관통되지 않는 구멍에도 '뚫다'를 쓰기도 한다. '구멍' 자체도 관통되어도 되고, 그렇지 않고 중간에 막힌 것 역시 구멍이라고 부른다. 또한 비유적인 의미에서는 '뚫다'의 의미 확장이 더 많이 되었다. '파다'는 정말로 흙이나 구멍에만 쓰이는 편이지만 '뚫다'는 앞서 말한 것처럼 '어려운 상황', '거친 밀림' 등에도 쓸 수 있다. 이는 대립되는 단어인 '막다' 역시 그렇다.
3. 글자 모양
ㄸ도 그렇고 ㅀ도 어지간히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글자이다 보니까 현대 한글의 모든 글자 가운데 '뚫다'의 '뚫'은 거의 가장 빽빽한 글자 순위권에 속한다. 글자만 보면 '뚫'은 오히려 막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눈에 자주 띄는 글자이다 보니까 '뚫다'가 자주 쓰인 이 페이지 같은 글을 보면 세간에서 게슈탈트 붕괴 말하는 현상, 학술적으로 정확히는 '의미 과포화'가 좀 더 일어나기 쉽다. 또한 ㅜ라는 글자의 획이 아래의 받침 쪽으로 뻗어 있기 때문에 공간이 더 모자라서, ㅀ의 ㅎ이 네모 아래로 조금 내려가는 글꼴이 꽤 많다.
ㅀ 문서에도 쓰여 있는 거지만 '비뚤어지다'라는 단어를 쓸 때 이 '뚫다'의 영향을 받아서 '비뚫어지다'라고 잘못 쓰는 일이 제법 있다. 뉴스에서도 가끔 틀린다. 비뚫어진 욕망 막는 '전자발찌' / YTN - YouTube
외래어를 소리만 적는 용법으로는 겹받침 글자인 '뚫'이 쓰일 일이 없지만, 자연 형성된 음차 용법으로는 뚫훍송이 있다. 구르무키 문자의 ਤੁਨਕ를 듣고 옮긴 표현으로, 발음은 [tunək] 정도. 단어 중간의 기식이 ㅎ으로 들려 '뚤'에 ㅎ을 넣어 '뚫'이라고 적었던 모양이다.
4. 역사
한글 문헌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형태는 '듧다'이다. 오늘날에 된소리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중세에는 된소리가 아니었다는 건 그렇다 치고, ㅀ이 아닌 ㄼ 받침이었다는 게 특이할 만한 점. 우리말샘에 따르면 ㅀ의 형태는 19세기에나 나타난다.# 아마 '듧ㅇ-/들ㅸ-' 식으로 나타나다가 순경음 ㅂ(ㅸ)이 사라지면서 '들-'이 되었고, 이후에 '듫/둟-'로 재구조화된 듯하다.ᄯᅡ해 구무 '''듧고''' ᄒᆞᆰ 지여 온 모ᄆᆞᆯ 무두매 當ᄒᆞ얀 어루 ᄎᆞ모미 ᄃᆞ외ᄂᆞ녀
'''법화경언해(1463) 6:154ㄴ'''
ㄼ이 사용된 형태는 오늘날에도 방언에 '뚧다'라는 형태로 남아 있다(그래서 '뚧어서'라는 표현을 곧잘 들을 수 있다). 옛 형태가 방언에 남아 있는 셈이다.
5. '뚫다'가 들어간 문서
- 꿰뚫어보기
- 입구뚫기
- 뚫어야 산다
- 땅파기: 지구를 뚫어라
- 뚫어뻥
- 변기 뚫는 법
- 동전에 구멍 뚫기
- 뚫어두었던 지름길
- 지붕뚫고 하이킥
- 도려내어 뚫는 오살의 창/찔러뚫는 죽음의 가시 창/꿰어뚫는 죽음의 나는 창 - (게이 볼크 리다이렉트)
- 관통해 뚫는 죽음의 나는 창 - (게이 볼크 얼터너티브 리다이렉트)
6. 관련 문헌
- 배영환(2013), 뚫-[穿]의 형성과 방언 분화. 어문론집, 56, 6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