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케셀링크
1. 개요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 을지판에서는 "루팟"으로 표기했다. 이름의 유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 원수였던 알베르트 케셀링으로 추정된다.
2. 상세
페잔 란데스헤르 아드리안 루빈스키의 신임 수석비서관으로 전임자 니콜라스 볼텍이 은하제국 판무관으로 부임하여 물러나자 루빈스키가 새로 발탁한 인물이다. 루빈스키의 심복으로, 그의 명령에 따라 배후에서 온갖 공작을 벌인다.
그의 정체는 바로 '''루빈스키의 친아들.''' 옛날 루빈스키가 교제하던 빈민가 여성이 낳은 아들이었다. 루빈스키는 부호의 딸을 택하고 그 여성을 버렸는데, 이 사건으로 루빈스키를 증오하게 된 루퍼트는 루빈스키를 무너뜨리기로 결심했다. 루빈스키 역시 이를 알고 있었으며, 자신을 닮은 위험인물인 루퍼트를 자신의 시야 안에 두기 위해 막 대학원을 졸업한 루퍼트를 수석비서관에 임명했던 것이다.
아버지 루빈스키를 닮아 루퍼트도 각종 공작과 중상모략에 뛰어난 자질을 보이며, 어쩌면 아버지 루빈스키보다 높은 자질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된다. 그러나 루퍼트와 루빈스키에는 20년에 따른 경험 차이가 있었으며, 루퍼트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이는 루퍼트의 패배로 이어진다.
루빈스키와는 부자지간이었지만 이 사실은 비밀이었다. 루빈스키를 오랫동안 보좌해온 니콜라스 볼텍도 루퍼트가 루빈스키의 아들임을 몰랐다.
3. 작중 행적
3.1. 부상하는 수석비서관
루퍼트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 우주력 797년 가을에 전임자 니콜라스 볼텍에 이어 루빈스키의 수석비서관에 임명되었다. 루빈스키는 이 때 기존의 전략을 전면수정하여 페잔에 제국에 협력하여 우주를 공동통치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루퍼트는 이 계획에 있는 은하제국 정통정부 창설 계획에 따라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 알프레트 폰 란즈베르크 백작, 레오폴트 슈마허 대령을 계획에 참여시켜 황제 납치 사건을 일으키고 은하제국 정통정부를 건립한다. 그리고 페잔 판무관 헨슬로를 통해 동맹정부의 위기감을 조성하여 양 웬리가 사문회를 받게 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루퍼트는 아버지 루빈스키를 몰락시키기 위해 루빈스키의 미스트레스였던 도미니크 생피에르 여사에 접근해서 동지로 만들고 지구교가 루빈스키를 감시하기 위해 보낸 데그스비 주교에게 약을 먹여 방탕한 모습을 보이게 한 뒤 이를 찍어서 협박해 수족으로 만들었다.
3.2. 비참한 최후
그런데 루빈스키가 야심차게 준비한 황제 납치 사건 계획은 초장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페잔 판무관 니콜라스 볼텍이 섣불리 라인하르트에게 페잔의 속셈을 드러냈다가 라인하르트의 역공을 받아 궁지에 몰린 나머지 제국으로 편을 갈아타버린 것이다. 루퍼트는 볼텍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아버지의 몰락을 위해 간언을 도중에 그만두었다.
볼텍의 협력을 얻은 라인하르트는 우주력 798년 12월 24일 볼프강 미터마이어 상급대장을 선봉으로 페잔 자치령을 병탄한다. 제국군 대함대가 착륙하면서 별다른 무력조직이 없는 페잔은 속절없게 제압된다.
페잔이 몰락하던 날, 루빈스키는 자신의 사저에서 아들 루퍼트와 함께 있었다. 제국군이 페잔 중앙우주항을 점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루퍼트는 자신의 마각을 드러내어 블래스터를 꺼내 루빈스키를 겨눴다. 루빈스키는 아들이 총구를 겨눈 것을 보고도 태연하게 아들의 퍼스트네임을 부르자 분노한 루퍼트는 앞으로 페잔을 장악할 때 방해가 될 루빈스키를 죽이겠다고 선포한다. 루빈스키가 자꾸 자신의 퍼스트네임을 부르자 증오로 격노한 루퍼트가 블래스터의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벽겨울이 깨지면서 광선이 날아왔고 루퍼트는 광선에 맞아 쓰러진다. 루퍼트가 벽겨울이라 생각했던 것은 매직미러였으며, 그 너머에는 란데스헤르의 경호원들이 하전입자 라이플을 들고 대기하다가 루퍼트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행동을 개시한 것이었다.
쓰러진 루퍼트를 내려다본 루빈스키는 자신이 이미 루퍼트가 자신을 증오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루퍼트가 동지라 믿은 도미니크도 루빈스키와 내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여기에 루퍼트가 조금만 패기와 야심이 적었다면 언젠가 자신의 권력을 물려줄 수 도 있었을 텐데, 시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죽어가던 루퍼트는 아버지를 노려보며 증오에 가득찬 목소리로 유언을 남겼다.
루퍼트의 숨이 끊어지자 루빈스키와 경호원들은 곧 들이닥칠 제국군으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과거 페잔 권력자들이 건설해둔 은신처로 대피했다. 뒤늦게 제국군 별동대가 건물에 들이닥쳤지만 그들은 죽은 루퍼트와 깨진 매직미러만 발견했을 뿐이었다."당신에게 물려받고 싶은 건 아무것도 없어......."
입가에서 솟아 나온 붉은 거품이 죽음에 직면한 청년의 목소리를 방해했다. 상처 입은 부분은 이상하게 뜨겁지만 그와 함께 사지 끄트머리부터 싸늘한 기운이 몸의 중심을 향해 야행성 징슴처럼 기어오고 있었다. 그 냉기가 심장에 달했을 때, 그는 미래를 잃을 것이다.
"......당신에게서 빼앗을 거라고, 뭐든지 다 되찾고 말겠다고, 그렇게 결심했지.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남겨 주지 않겠어. 나 자신조차도......."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4권 <책모편>, 김완, 이타카(2011), p.310
4. 루빈스키와의 관계
루퍼트는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를 버린 루빈스키를 극도로 증오했다. 본색을 드러내긴 전까진 루빈스키의 선택을 이해한다고 말하긴 했지만, 루빈스키를 죽이려 할 때 루빈스키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루빈스키가 케셀링크가 아니라 루퍼트라고 퍼스트네임을 부르자 격노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면 루빈스키는 부와 권력을 위해 루퍼트의 어머니를 버렸으나, 그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루퍼트를 곁에 둔 것은 그를 감시하기 위해서였지만, 만약 아들 루퍼트가 학문이나 예술의 길에서 출세하기를 원했다면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서라도 얼마든지 도와줄 의사가 있었다. 하지만 루퍼트의 불행은 아버지가 확고히 자리잡은 정치권력의 길을 통해 아버지를 제거하려는 길을 택했다는 것, 즉 정치의 길 중에서도 나쁜 길을 택한 것에 있었다. 그 어떤 본능보다 자기보신 본능이 강한 루빈스키로서는 자신의 지위와 생명을 노리는 아들을 제거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었다.
한편으로 루빈스키가 나빴다기 보다는 루퍼트가 처음부터 비뚤어졌다고 보는 쪽이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루퍼트가 죽을 때 어차피 죽는데 후계자 어쩌구를 운운한걸 보면... 사실 정치에 뛰어들더라도 음모를 통한 아버지의 제거가 아닌, 깨끗한 길로 나갔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또는 마지막에 루빈스키가 "난 네 아버지다."라는 말에 총쏘는걸 망설이다 포기했더라면 목숨을 잃고 마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다...라는 루빈스키 말에 미치도록 웃으면서 "아버지? 그래.....아버지라고?"라고 총을 쏘려고 했기에 경호원들이 쏜 것인데 방음장치가 되어있는지 경호원들은 아버지라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고 그저 란데스헤르를 해치려는 적이라고 판단해 쐈을 뿐이었다.
5.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서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서의 첫 등장에서는 아드리안 루빈스키에게 동맹과 제국의 상황을 알려준다. 그리고 립슈타트 전역 말기 당시 아드리안의 말대로 지크프리히와 라인하르트의 관계를 어긋나게 할 목적으로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의 공작원으로 활동, 베스터란트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 있게 뒤에서 돈을 주고 선동하게 만들었으며, 평민들에게 구타를 당해서 중상을 입은 샤이트 남작을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앞에 데려와서는 그의 눈앞에서 죽게 만들게 한다. 이는 안그래도 눈앞에서 딸을 잃어서 충격으로 피폐해진 공작을 더욱 미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