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제국 정통정부
[clearfix]
1. 개요
소설 은하영웅전설의 등장 세력.
립슈타트 전역에서 패망한 문벌귀족 중 페잔과 동맹에 망명한 귀족들이 모여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를 납치하여 자유행성동맹에 세운 망명정부이다. 독재자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공작을 은하제국에서 축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 역사
2.1. 배경
우주력 797년, 은하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붕어로 촉발된 은하제국의 내전은 에르빈 요제프 2세를 옹립한 추축파 귀족들의 승리로 끝났다. 내전에서 패배한 문벌귀족들은 재국재상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공작에 의해 전 재산을 압류당했고, 몇몇 귀족들은 페잔 자치령이나 자유행성동맹으로 망명하였으나 대부분의 재산을 제국령에 두고 온 데다 기반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 가난하게 살아야 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멸될 문벌귀족 잔당들에 존재에 이용가치를 부여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페잔 자치령의 란데스헤르(자치령주) 아드리안 루빈스키였다. 루빈스키는 동맹이 막장 테크를 타버린 현 시점에서 굳이 제국과 동맹의 균형을 조정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에 차라리 라인하르트를 도와 제국이 동맹을 정복하여 은하를 통일하게 만들고, 이후 수립된 신 은하제국을 잡아먹는 쪽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그동안 페잔이 보여준 행보는 곧 지구교의 우주정복 계획에 따른 활동이기도 했다. 따라서 루빈스키가 구상한 새로운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구교 간부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되는 문제였고, 지구교 총대주교와 논의를 거쳐 수정된 계획을 최종 승인받았다. 하지만 이는 지구교를 위한 것처럼 연막을 친 것에 불과했다. 실제 루빈스키는 지구교가 아닌 자신을 위한 계획을 꿈꾸고 있었다. 물론 지구교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루빈스키는 망명귀족들을 이용하여 황제를 납치하고, 이들이 망명정권을 세우도록 유도하여 제국에 어그로를 끌게 할 계획이었다.
2.2. 물밑 작업
페잔 란데스헤르의 신임 보좌관으로 임명된 루퍼트 케셀링크는 전임 페잔 주재 은하제국 고등판무관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을 찾아갔다. 렘샤이트 백작은 립슈타트 전역 이후 라인하르트의 신체제에 반감을 느껴 고등판무관직을 버리고 페잔 자치령으로 망명했는데, 페잔의 자산 신탁회사에 재산 관리를 일임하여 먹고 사는데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사실상 골덴바움 왕조와 문벌귀족 세력이 멸망하여 페잔에 망명해 있는 상황이라 정신적인 아픔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케셀링크는 실의에 빠져있는 렘샤이트 백작의 향수를 부추기면서 슬며시 망명 정부를 수립할 생각이 있으면 페잔이 지원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렘샤이트 백작은 페잔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의문을 밝혔고, 케셀링크는 라인하르트의 개혁으로 인해 페잔도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차라리 구 체제와의 협력이 이득이란 이야기를 하자 크게 기뻐하며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렘샤이트 백작과 케셀링크는 다른 망명귀족들을 회유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많은 귀족들이 망명 정부 수립 계획에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적당히 간부급 인선이 끝난 페잔은 곧 두 번째 계획을 추진했다. 미리 포섭해 둔 알프레트 폰 란즈베르크 백작과 레오폴트 슈마허를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 탈출 작전에 투입했다. 게다가 미리 라인하르트와 교섭을 통해 암묵적인 동의를 얻어낸 상태였기에 이 계획도 대성공을 거뒀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알리 없는 렘샤이트 백작은 처음 제의를 들었을 때부터 반신반의하고 있었지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곧 대신 오딘이 굽어살핀다면서 크게 기뻐하며 축배를 들었다.
황제가 페잔에 도착하자 망명 정부 일행은 지체없이 동맹으로의 망명을 추진했다. 우주력 798년 7월 중순 황제와 귀족들이 동맹으로 넘어왔고, 그들은 트뤼니히트 의장의 명령을 받은 자유행성동맹군 통합작전본부장 도슨 대장의 보호 아래 수도방위 사령부 내 건물에서 기거하며 3주간에 걸쳐 동맹과 교섭을 벌였다. 교섭 끝에 은하제국 정통정부와 자유행성동맹은 다음과 같은, 후세에 '우주력 798년의 뒤틀린 협정'이라고 불리는 협정을 맺었다.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은 협정 중 민주화 부분을 달가워하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이 민주화를 약속해야 했다.자유행성동맹은 은하제국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의 망명을 인정하고,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을 수반으로 하는 망명정권까지도 공식 인정했다. '은하제국 정통정부'라 칭하는 망명정권은 로엔그람 체제를 타도하고 조국에 복귀한 후에는 자유행성동맹과 대등한 외교관계를 맺어 상호불가침 조약 및 통상조약을 체결한다. 내부적으로는 제국헌법을 제정하고 의회를 개설해 정치 및 사회에서 민주화를 촉진한다. 나아가 은하제국 정통정부가 본래 소유한 모든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때 자유행성동맹은 최대한 협력할 것이며, 아울러 새롭고도 항구적인 평화질서 건설에 함께한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4권 <책모편>, 김완, 이타카(2011), p.117~118
2.3. 망명 정부 선포와 로엔그람 공작의 선전포고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 표준력 8월 20일, 난데없이 욥 트뤼니히트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 의장이 연설한다는 소식이 이제르론 요새를 비롯한 전 동맹령에 퍼졌다. 정부에서 모든 장병들은 반드시 청취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양 웬리는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트뤼니히트 의장이 발표한 내용은 매우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다곤 성역 회전으로 자유행성동맹의 존재가 전 우주에 알려진 이래 150년간 왕족과 귀족들을 비롯한 수많은 망명자들이 동맹으로 넘어왔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은하제국 황제'''가 망명했다는 사실에 전 동맹 시민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독설가로 유명한 알렉스 카젤느와 발터 폰 쇤코프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의장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었다니 말 다 했다. 통신 스크린에는 정통정부 수상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이 나타나 망명을 허가해준 자유행성동맹 정부에 감사를 표하고, 정통정부 각료 명단을 발표했다.[3]『동맹 국민 여러분.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 의장인 저 욥 트뤼니히트는 전 인류의 역사에 거대한 전환기가 찾아왔음을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이렇게 선언하는 입장에 선 것을 저는 매우 기쁘게 여기며, 아울러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중략)
『얼마 전, 한 망명자가 안주할 땅을 찾아 자유국가인 우리 동맹의 손님이 되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는 망명자를 거부한 적이 과거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제주의의 냉혹한 손에서 벗어나 자유의 천지를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도, 이 이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닐 것입니다. 바로 에르빈 요제프 폰 골덴바움입니다.』
(중략)
『제국의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강대한 무력으로 반대세력을 일소하고, 이제는 독재자가 되어 권력을 독차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겨우 일곱 살밖에 안 된 황제를 학대하였으며, 내키는 대로 법률을 바꾸어 부하를 요직에 앉히고 국가를 사유화했습니다. 이것은 더 이상 은하제국 내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의 사악한 야심은 우리나라에까지 뻗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우주의 전제적 지배로부터 인류가 계속 지켜왔던, 자유와 민주주의의 불꽃을 끄려 하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인물과는 공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과거의 갈등을 버리고, 로엔그람에게 쫓긴 불행한 이들과 손을 잡아 모든 인류에게 닥쳐올 거대한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켜야만 합니다. 이 위협을 배제해야 비로소 인류는 영구평화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4권 <책모편>, 김완, 이타카(2011), p.119~120
다른 사람들은 전부 망명귀족이었지만 군무상서로 객원제독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중장의 이름이 호명되자 이제르론 요새의 동맹군은 또 다시 경악하여 메르카츠 제독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정통정부에서 상의는 커녕 통보도 하지 않고 결정한 일이었으므로 메르카츠 제독과 슈나이더 대위도 얼빠진 채로 지켜볼 수 박에 없었다. 사람들이 메르카츠 제독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자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가 "메르카츠 제독님도 지금에서야 알았고 저들이 멋대로 결정한 일"이라 해명했다. 양 역시도 "내가 렘샤이트였어도 당연히 메르카츠 제독을 등용했을 것"이라고 같이 옹호해줬다. 또한 발터 폰 쇤코프도 "일단 저질러놓으면 수락해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란 말과 함께 양의 의견에 맞장구를 쳐주었기에 큰 마찰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150년 넘게 싸우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골덴바움 왕조를 위해 싸워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올리비에 포플랭도 그 중 하나로 베레모를 바닥에 내팽개칠 정도로 분노했다.
양 웬리는 은하제국 황제의 망명을 두고 이제 골덴바움 왕조가 실질적으로 멸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황제가 납치되었을 때 로엔그람 공작이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간파하고[4] 공작이 황제 납치를 방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하이네센에서는 기사증후군이라는 현상이 발생했다. 포악하고 악랄한 찬탈자에게서 어린 황제를 지키고 정의를 위해 싸우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드높아진 것이다. 신중론도 없지는 않았으나, 비인도적이라고 매도당했다.
메르카츠는 정통정부의 무의미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황제페하를 멋대로 유괴하여 망명정부 따위를 세운다고 한들 사실상 무너진 골덴바움 왕조가 다시 일어설 수도 없다. 황제 폐하가 계시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정통정부에 합류했지만, 이런 쓸데없는 짓 때문에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양 웬리 함대에서 떨어져 나가야 하는 상황에 탄식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은하제국 재상 겸 은하제국군 최고사령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공작이 전 인류사회 앞에 연설했다.
이는 설득과 교섭의 거부, 다시 말해 선전포고였다. 130억 자유행성동맹 시민들은 또 다시 놀랄 수 밖에 없었다.『나는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불법적이고도 비열한 수단으로 어린 황제를 납치하여 역사를 역류시키고, 이제야 겨우 확립된 민중의 권리를 강탈하려 획책하는 문벌귀족 잔당들은 그 악업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 그들과 야합해 우주 평화와 질서에 불경한 도전을 꾀하는 자유행성동맹의 야심가들도 같은 운명을 면할 수 없으리라. 그릇된 선택은 올바른 징벌로 교정해야 마땅한 법. 죄인에게 필요한 것은 교섭도 설득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이를 이해할 능력도 의사도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힘만이 그들의 무지몽매함을 깨우쳐줄 것이다. 앞으로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책임은 오로지 어리석고 비열한 납치범과 공범에게 있음을 명심하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4권 <책모편>, 김완, 이타카(2011), p. 144
무엇보다 이는 망명정권을 외교 카드로 사용하려 하던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에 크게 뒤통수를 때린 것과 같은 것이었다. 당시 최고평의회의 일원이었던 카플랑은 "금발 애송이는 무력을 등에 업고 우리를 협박했다."고 술회했다.
2.4. 폭풍 전야
한편 정통정부는 또 하나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의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가 방임주의적으로 키워진 나머지 자아를 제어하는 법을 몰라 말 그대로 귀염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애새끼'였다는 점이였다. 망명귀족 입장에서 필요한 황제는 그저 평범한 꼭두각시였지만, 이런 황제의 모습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황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순식간에 증발할 것이 뻔했다. 결국 그들은 황제를 가급적 사람들에게 노출시키지 않고, 사람들 앞에 보일 때에는 정신안정제를 투여해 재운 채로 사람들에게 보였다.
자유행성동맹 역시 민주주의로서의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민들은 사안을 감정적으로 판단했고, 어린아이에게 5세기에 걸친 골덴바움 왕조의 악업을 투영하여 비난하는 자도 있었는가 하면, 건설적이고 이성적인 토론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시민들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설득과 토론보다는 상대를 매도하는 데 더 열중했다.
무엇보다 재국재상 로엔그람 공작이 직접 선전포고를 한 만큼, 제국 침공에 대처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정통정부는 황제 폐하가 있으니 총구를 돌리는 것을 주저할 장병들이 다수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심지어 옛날 이슬람교도들이 내전을 벌이다가 한쪽이 코란 원본을 내걸자 적군이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는 옛 이야기까지 인용되었다.[5]
그럼에도 정통정부는 활기가 넘쳤다. 슈나이더의 표현대로 "국민 없는 정부, 병사 없는 군대" 였지만 칭호와 지위를 노리고 수많은 망명귀족들이 몰려든 것이다. 문제는 당장 로엔그람 공작을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군대 따위는 처음부터 조직해야 했고, 동맹정부로부터 구식 군함과 자금을 제공받고 망명자를 중심으로 병사를 모집할 계획은 있었으나 제국군에 맞설 전력을 갖춘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정통정부 수립 사실이 은하제국에 알려지자 제국의 민중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로엔그람 공작의 개혁으로 간신히 민중의 권리가 어느 정도 보장되고 민생이 안정되었는데, 문벌귀족들이 다시 돌아와 민중의 권리를 박탈하고 예전처럼 착취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제국 민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은하제국군에 입대했고, 문벌귀족과 그들과 연합한 자유행성동맹을 타도하자는 목소리를 드높였다. 물론 여기에는 로엔그람 공작 스스로 이 음모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자유행성동맹이 수동적으로 망명귀족과 연합한 것을 능동적으로 한 것처럼 꾸민 로엔그람 공작의 정보조작이 주효했다.
2.5.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
은하제국은 선전포고 하고 3달 뒤,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을 보내 이제르론 요새를 쳤다. 그리고 볼프강 미터마이어 상급대장을 이제르론 회랑으로 보내는 척 하면서 전격적으로 페잔 회랑을 점령하여 동맹과 망명 정부 각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특히 정통정부는 실질적인 힘이나 권력은 없었어도 망명귀족이나 그 자제들을 끌어들여 나름대로 뭔가 해보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사태 변화로 라인하르트의 손에 목이 달아날 위기에 처한 셈이었다.
정통정부 수상 렘샤이트 백작의 주도 하에 망명 정부의 미래에 대한 각료회의가 열렸지만 각료들은 하나둘씩 내빼기 시작하였고, 그 와중에 술에 취한 궁내상서 호징거 남작이 다른 사람들을 조롱하면서 '''"네놈들 모두 어린 황제를 팔아넘길 생각만 하는 위선자들"'''이란 독설을 퍼부었다. 결국 초기의 중심인물 중 태반을 차지하는 라트부르흐, 세츨러, 헬더, 호징거, 카르나프는 모두 도주하고 렘샤이트 백작과 메르카츠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를 기점으로 사실상 은하제국 정통정부는 와해되었고 간판만 내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메르카츠는 나중에 은하제국 정통정부의 군인이라고 할 수 있는 5명의 사람들과 함께 양 웬리 함대에 합류하여 버밀리온 성역 회전에 참여한다. 그리고 렘샤이트 백작은 "장군도 나를 버리고 떠나는 거냐?"면서 힐난했다. 메르카츠는 렘샤이트 백작을 다독이면서 이 전투에 참여해야 되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사실상 멘탈붕괴에 자포자기 상태였던 백작은 희망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2.6. 멸망
결국 정통정부는 전쟁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간판만 내건 채로 이름만 남아 있다가 바라트 화약이 맺어진 직후 렘샤이트 백작이 제국군에 포위된 자택에서 자결하면서 완전히 붕괴한다. 메르카츠 제독과 슈나이더 중령은 양 웬리가 빼돌린 함대를 이끌다가 엘 파실 독립정부로 망명했고, 알프레트 폰 란즈베르크 백작과 레오폴트 슈마허 대령은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를 데리고 잠적했다.
3. 국가 개괄
3.1. 정체 및 정치
정치체제는 전제군주제. 장래적으로 입헌체제 전환을 약속하긴 했으나 멸망할 때까지 전제군주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것은 말뿐, 에르빈 요제프 2세는 정통정부 구성 당시 7세로 스스로 무언가 판단할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국정은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을 비롯한 중신들이 이끌어나갔다. 그것도 잠시, 제국군이 페잔 자치령을 병탄하고 침공하자 다른 귀족들이 모두 도망가버리고 메르카츠 제독마저 몇 안되는 병력을 이끌고 양 웬리 함대에 합류하자 실질적으로 렘샤이트 백작 혼자서 정부를 이끌었다.
결국 정통정부 멸망 이후 렘샤이트 백작은 자살, 메르카츠 제독은 소함대를 이끌고 숨어지내다가 엘 파실 독립정부로 망명, 에르빈 요제프 2세와 그 외 각료들은 모두 지하로 잠적해버리면서 뿔뿔히 흩어진다.
정통정부를 구성한 각료 명단은 다음과 같다.
- 수상&국무상서 -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
- 군무상서 -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원수[6]
- 내무상서 - 라트부르흐 남작
- 재무상서 - 셰츨러 자작
- 사법상서 - 헬더 자작
- 궁내상서 - 호징거 남작
- 내각서기관장 - 카르나프 남작
3.2. 군사
은하제국 정통정부는 망명 귀족들로만 구성되어 있었으므로 군대 따윈 없었다. 그래서 동맹정부로부터 구식 군함과 자금을 제공받고, 망명자를 중심으로 병력을 모집하려 했다.
그러나 그 군대를 제대로 만들기도 전에 은하제국이 침공하면서 군대 조직은 흐지부지되었고, 작중 군대는 병사와 장교를 합쳐서 겨우 9명.[7] 그나마 남은 병력도 버밀리온 성역 회전을 앞두고 자유행성동맹군에 합류해버려서[8] 이름만 남고 만다.
아래는 은하제국 정통정부군 인사들의 명단이다.
- 군무상서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원수
- 군무성 차관 알프레트 폰 란즈베르크 백작
- 제독 레오폴트 슈마허 대령
-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 중령
- 장병 5명
4. 평가
은하제국 정통정부는 로엔그람 공작을 타도하고 골덴바움 왕조를 되찾는다는 웅대한 목표와 '정통정부'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었지만 그럴 만한 힘은 조금도 없는 질소과자와도 같은 조직이었다. 망명귀족 중에서 유능하다고 평할 수 있는 인물은 수상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과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제독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작위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군사조직 또한 갖추지 못했으니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다 이들의 주축은 립슈타트 전역의 패전으로 망명한 문벌귀족으로, 그 자체로도 제국 민중들의 지지를 받을 구석이 없는 집단이었다.[9] 문벌귀족들은 아무리 그래도 황제 폐하가 있는데 장병들이 총구를 겨누겠냐고 기대했지만 5세기에 걸쳐 쌓인 문벌귀족에 대한 증오에 빠져 있던 제국 민중들은 총구를 정통정부에 겨누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10]
자유행성동맹 역시도 손해만 봤다. 사실 보통의 경우에는 이런 상황도 나쁜건 아니다. 양 웬리도 적을 상대하기 위해 그 적의 적과 손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평했고 실제로 이런 식으로 적국을 상대하기 위해 적국 내 반대 세력과 손잡는건 흔히 있는 일이다. 특히나 제국령 침공작전의 치명적 패배에 더하여 구국군사회의 쿠데타로 나라꼴이 엉망이 된 자유행성동맹 입장에서는 최소한 제국에 소요를 일으켜 라인하르트가 자국에 관심을 하다못해 베스터란트 사건에서 교훈을 얻거나 라인하르트가 어째서 지지를 받고 있었는지만이라도 분석했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갖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통정부는 태생적으로 자신들이 타도하고자 한 로엔그람 공작과 아드리안 루빈스키, 지구교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조직으로, 세 세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조직이니만큼 은하제국 정통정부건 자유행성동맹이건 성공할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 은하제국 정통정부가 그나마 제국 민중들의 지지를 살만큼의 인망이라면 있다면 모를까 인망마저 없으니 뭘 해도 안될 운명이었다.
원작에서는 정통정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OVA에서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는 은하제국 정통정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정통정부란 겨우 몇몇 사람들의 소망으로 어둠 속에서 태어난 불행한 사생아였다. 이 사생아는 자신의 불행을 주변에 퍼뜨리다 계산된 죽음을 맞을 운명만을 지녔다. 물론 사생아 자신에게 강렬한 생명력과 패기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예를 들면 루퍼트 케셀링크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아무래도 희박할 것 같았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4권 <책모편>, 김완, 이타카(2011), p.102~103
(율리안 민츠: 생각보다 활기가 있는데요.) '''턱시도 입은 하이에나가 우글거리는 거야.''' 국민 없는 정부며 '''병사 없는 군대'''라고는 해도 '''지위나 칭호는 갖고 싶은 모양이야.''' 실제로 각료가 예닐곱 명으로 끝난 걸 '''감탄해야 할 정도니까 말이야.''' 율리안, 너도 우리 군에 투신하면 '''소령 정도는 따놓은 당상이야.''' 실제로 메르카츠 각하께서는 이번에 원수 칭호가 주어지게 되었고 나도 중령으로 승진한다는 모양이다만 '''지휘할 병사가 없어서야 말이지.''' (율리안: 메르카츠 제독께서도 많이 고생하시는 것 같네요.) 그래...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정통정부의 실체는 심각해.''' 저걸로 진짜 로엔그람 공작 같은 정전모략의 천재에게 대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진심이라면 배포가 상상도 못하게 큰 걸테고 아니면 정신상태가 '''꿀에 절인 초콜릿으로 되어 있는 걸테지. 아마도 후자겠지만.''' 휘둘리는 쪽에겐 민폐일 뿐이야. 뭐, 유일한 희망이라고 한다면 로엔그람 공작은 천재지만 역사상 천재가 범인에게 패한 예가 적지 않다는 거지만 '''처음부터 기적을 바라고 시작해서야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
5. 뒷 이야기
발터 폰 쇤코프는 정통정부의 탄생에 대해서 황제란 존재가 굳이 의미없는 라인하르트와 황제란 존재가 절실한 문벌귀족 잔당들의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 결과라 평했다.
훗날 엘 파실 독립정부의 수장인 프란체스크 롬스키가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자유행성동맹 정통정부'''란 이름을 붙이려고 했는데,[11] 양이 이뭐병이라 말하려던 것을[12] 더스티 아텐보로가 '''"은하제국 정통정부라는 실패 사례가 있습니다만..."'''이란 말로 완곡히 반대의견을 내놓았고[13] 롬스키 역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 무산되었다.
메르카츠 제독은 본의 아니게 은하제국 정통정부에 있게 되었는데 이때 일 때문에 마음속에 에르빈 요제프 2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져 버밀리온 회전~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 사이에 부관 슈나이더에게 에르빈 요제프 2세의 행방을 묻기도 했고 죽기 직전에도 에르빈 요제프 2세를 언급하는데 그의 생각은 "어른들 권력다툼에 어린애를 끌어들였다." 라는것이었다. 물론 황제 납치 사건에 아무 연관도 없었으니 책임이라고는 조금도 없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