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회(은하영웅전설)

 



1. 개요
2. 사문회란?
3. 배경
4. 하이네센으로
5. 사문회
6. 프레데리카 그린힐의 노력
8. 다시 이제르론으로
9. 기타

은하영웅전설의 에피소드
회랑의 조우전

사문회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1. 개요


The Inquiry Committee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자복편> 5~6장
    • 은하영웅전설 OVA 32화
  • 시기 :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 표준력 4월
SF소설 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제도이자 사건. 자유행성동맹군의 제도로 군인들을 문책하는 제도이지만 이제르론 요새 사령관이자 주둔함대 사령관인 양 웬리 대장이 사문회에 출석한 사건을 일컫기도 한다.

2. 사문회란?


사문회는 자유행성동맹군의 제도로, 잘못을 저지른 군인들을 문책하는 제도이다. 이렇게 보면 군법회의와 유사하지만, 군법회의와 달리 법적 근거가 없다. 군법회의를 열기 위해선 정식 고발이 필요하고 피고인은 변호인을 3명까지 선임할 수 있으며 공식 기록을 남겨야 하지만 사문회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정식 고발도, 공식 기록도, 변호인도 필요 없이 위정자들이 자의적으로 피고인을 압박하고 위협할 수 있다. 그 특성 덕분에 사문회는 동맹 정치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군인들을 압박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그 타겟 중 하나가 양 웬리 였다.

3. 배경


암릿처 회전구국군사회의 쿠데타 이후 자유행성동맹의 정권을 장악한 트뤼니히트 일파는 의회와 언론을 지지자들로 채우고 뒤이어 자유행성동맹군에 마수의 손길을 내밀게 된다. 민간 정부에 쥐어진 군 인사권으로 동맹군을 트뤼니히트 입맛에 맞는 정치군인들로 채워넣었으나 민간 정치가인 최고평의회 의장을 대신하여 사실상 군 전체를 총괄하는 통합작전본부장과 함대 전체를 총괄하는 우주함대 사령장관만은 정치와 연이 없는 쿠브르슬리 대장과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이 각각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완벽한 군부 장악에는 실패했다.[1] 그러자 완벽한 군부 장악을 위해 트뤼니히트 일파는 우선 군부의 3인자인 이제르론 요새 사령관 겸 주둔 함대 사령관 양 웬리 대장을 적당히 '길들이기' 위한 모략을 꾸민다.
자유행성동맹 법률상 현역 군인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거한 정식 군법회의를 개최하고 피의자에게 변호사 선임권을 보장하며 재판에 앞서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없는 죄를 만들어 군법회의를 열자니 국가의 영웅이나 다름 없는 양 웬리 대장을 과도하게 자극하다 되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동맹헌장에도, 동맹군 기본법에도 없는 '사문회'란 것을 만들어서[2] 양 웬리 대장을 적당한 명분을 잡아 '''손을 좀 보는''' 것을 목적으로 수도 하이네센으로 호출하게 된다.
여기에 페잔 자치령 역시 동맹정부를 부추겼다. 페잔 란데스헤르 수석보좌관 루퍼트 케셀링크는 페잔 주재 자유행성동맹 판무관 헨슬로에게 동맹이 진 빚을 독촉하면서 페잔은 동맹이 민주국가로 남기를 원하다면서 작년 쿠데타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고 양 웬리가 언젠가 쿠데타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며 헨슬로 판무관을 부추겨 동맹정부의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4. 하이네센으로


동맹정부에서 하이네센으로 출두해서 사문회에 참석하라는 명령이 내려오자 양 웬리는 부관 프레데리카 그린힐 대위에게 사문회에 대해 물어보았으나 그린힐 대위는 동맹헌장에도 동맹군 기본법에도 규정이 없으므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방위원장의 명령이므로 양 웬리는 '허영과 배덕의 도시'로 돌아가야 했다. 양은 알렉스 카젤느 소장에게 요새 사령관 대리를 맡기고 경호원으로 요새방어 지휘관 발터 폰 쇤코프 소장이 추천한 루이 마솅고 준위와 부관 프레데리카 그린힐 대위와 함께 순항함 레다 II호를 타고 하이네센으로 향했다.
이제르론에서 하이네센까지 걸리는 3~4주의 여정 동안 양은 저술활동에 열중하였지만 그다지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독서, 3차원 체스, 낮잠으로 3주를 허비하였다.
3주 후 레다 II호가 바라트 성계에 도착하면서 하이네센의 민간방송을 수신할 수 있게 되자 레다 II호의 승무원들을 방송을 보기 위해 오락실로 모여들었다. 양의 개인실에는 사소한 특권으로 전용 입체 TV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양은 이걸로 트뤼니히트 일파 정치인 에이런 두멕의 연설이나 드라마 <떠돌이 왕자>나 뉴스를 보았다.
얼마 뒤, 레다 II호는 하이네센의 군용 우주항에 조용히 착륙했다.

5. 사문회


비밀리에 진행되는 사문회 특성상 모든 작업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양 웬리가 하이네센에 있다는 사실은 자유행성동맹군 통합작전본부장 쿠브르슬리 대장과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도 모르는 기밀로, 양은 레다 II호에 내리자 마자 네그로폰테 국방위원장이 보낸 사람들과 함께 바로 어딘가로 향했고, 레다 II호의 승무원들은 레다 II호에 억류되어야 했다.
하이네센의 어떤 군 시설에 도착한 랜드카에서 내린 양은 최고평의회 의장 욥 트뤼니히트의 경호실장을 맡고 있는 베이 준장을 만났다. 베이 준장은 당번병을 소개해 주었는데, 그 당번병은 위압감으로 양을 압박하고 도주를 방지하는 데 치중했다는 것을 양은 알 수 있었다. 숙사는 1개 분대 정도의 병사들이 총을 들고 경비하고 있었으며, 유리는 6cm 두께의 특수 경질 유리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도청기와 감시카메라도 숨겨져 있었다. 양은 이걸 보고 사실상 연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더라도 은하제국이 언제 침공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자신을 해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베이 준장의 연락을 받고 사문회장으로 출두한 양 웬리 앞에는 9명의 사문위원이 사문관석에 앉아 있었다. 사문위원들은 네그로폰테 국방위원장, 엔리케 마르티노 보르헤스 데 아란테스 에 올리베이라 국립 중앙자치대학 학장, 후방근무본부장 록웰 대장, 황 루이 전 최고평의회 인적자원위원장등 7명의 트뤼니히트파 정치인과 1명의 군인, 1명의 비 트뤼니히트파 정치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문위원들은 두 시간 가량 양의 과거 행적을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사문을 시작하였다.[3] 먼저 사문위원장 네그로폰테는 양이 작년 구국군사회의 쿠데타 때 하이네센의 방어위성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를 모두 부숴버린 걸 따지기 시작했다. 이 물음에 양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대답하겠습니다.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신다면 부디 대안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군사 전문가가 아닐세. 전술 단계의 사고는 귀관들이 할 일이지. 그래도, 어디 보자, 두세 개 공격위성을 파괴한 후 대기권 내로 강하해도 좋지 않았을까?"

"그 방법을 택했더라면 나머지 위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아군 장병이 희생을 치렀으리라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 말은 사실이었으므로 양은 큰 소리를 낼 필요도 없었다.

"장병 목숨보다도 무인위성이 아깝다고 말씀하신다면 제 판단은 잘못된 것이겠지만요."

자신이 한 말에 자기혐오를 느꼈으나, 하다못해 이 정도 대꾸라도 하지 않으면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전법은 어떤가? 어차피 쿠데타 일파는 하이네센에 갇힌 상태였네. 굳이 그리 서두르지 않더라도, 시간을 들여 그들의 항전 의지를 깎아내는 방법을 취해도 좋지 않았겠는가?"

"그 방법은 저도 생각했습니다만, 두 가지 점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해보게."

"첫째로,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린 쿠데타 일파가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수도에 있는 정부 요인들을 인질로 삼을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여러분'''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교섭을 강요한다면 우리는 선택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

"둘째는 더더욱 큰 위험성이었습니다. 당시 제국 내 동란을 종식을 맞이하는 단계였습니다. 우리 함대가 하이네센을 포위한 채 쿠데타 일파가 스스로 무너지기를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그 전쟁 천재가 승리의 여세를 몰아 대군을 동원해 침공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이제르론에는 민간인 외에는 손으로 꼽을 만한 경비병과 관제요원밖에 없었으니까요."

양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물이 있었으면 했다.

"이상 두 가지 요인에 따라 저는 단기에 하이네센을 해방하면서 동시에 쿠데타 일파에게 심리적 패배감을 주는 수단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비난받아 마땅하다면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만, 그러려면 보다 완성도 높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저 자신을 둘째 치더라도 목숨을 걸고 싸웠던 부하들이 납득하지 않을 겁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3권 <자복편>, 김완, 이타카(2011), p.181~182

양의 반론에 사문위원들은 서로 속삭이면서도 재반론하지 못했고,[4] 지루한 사문회에 황 루이는 딴전을 피우며 하품을 했다. 네그로폰테는 화제를 돌려 양이 구국군사회의 쿠데타도리아 성역 회전 직전 장병들에게 한 연설 중에서 '국가의 존망 따위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비하면 가치가 없다'라고 한 부분을 문제삼았다.

"그러면 그 건은 잠시 보류하고, 다음 건으로 넘어가겠네. 도리아 성역에서 적과 싸우기 전, 귀관은 전군 장병에게 이렇게 말했다더군. 국가의 존망 따위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비하면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그 말을 들은 여러 사람의 증언이 있는데, 사실인가?"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그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와 비슷한 말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중략)

"경망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말했다. 사관학교 시절에 생도가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눈을 빛내던 교관이 있었는데, 그것과 매우 흡사한, 흐뭇하게 입맛을 다시는 고양이와 같은 목소리였다.

"네? 뭐가 말입니까?"

양이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 것이 국방위원장은 영 불쾌했던 모양이다. 그의 목소리에 험악한 기운이 배어 나왔다.

"귀관은 국가를 지켜야 할 책무를 짊어진 군인일세. 게다가 젊은 나이에 제독 칭호를 달고, 대도시 인구에 필적하는 대군을 지휘하는 입장이 아닌가. 그런 귀관이 국가를 경시하고 자기 책무를 멸시하는 발언을 하였으며, 나아가 장병의 사기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귀관 입장을 봤을 때 매우 경망한 발언이 아니었나 하는 것일세."

지금 네게 필요한 건 허무함과 어리석음에 대항할 인내심이다. 양의 이성이 그렇게 호소하고 있었으나, 그 목소리는 그의 내면에서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주제넘은 말씀이지만, 위원장 각하."

그래도 최대한 어조를 억누르려 노력하며,

"그것은 제가 한 말치고는 드물게 진중한 발언이었습니다. 국가가 세포 분열해 개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의지를 가진 개인이 모여 국가를 구성하는 것인데, 어느 쪽이 주이고 어느 쪽이 종인지, 민주사회에서는 자명한 이치 아닙니까?"

"자명한 이치일까? 내 견해는 다소 다르네만. 인간에게 국가는 필요불가결한 가치일세."

"과연 그럴까요? 인간은 국가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지만 국가는 인간 없이 존립할 수 없지 않습니까?"

"......이거 놀랍군. 귀관은 상당히 과격한 무정부주의자인 모양일세. 그렇지 않나?"

"아닙니다.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다만 먹음직스러운 고기 요리를 볼 때마다 금세 계율을 어기고 싶어지지만요."

"양 제독! 당 사문회를 모욕할 생각인가?"

목소리에서 한층 위험한 기척이 묻어 나왔다.

"그럴 리가요. 그럴 의도는 조금도 없습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3권 <자복편>, 김완, 이타카(2011), p.183~185

그때 황 루이가 휴식을 제안하자, 사문위원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90분간 휴식한 후 사문을 재개했다. 이번에는 양 웬리가 구국군사회의의 수괴였던 드와이트 그린힐의 딸 프레데리카 그린힐을 여전히 자신의 부관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 문제시되었다.

"귀관은 프레데리카 그린힐 대위를 부관으로 임용하고 있군."

"그렇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그녀는 작년, 민주공화제에 대한 반역행위를 일으킨 그린힐 대장의 딸일세. 귀관은 그것을 알고 있을 텐데......."

"허어, 우리 자유국가에서는 고대 전제국가처럼 부모 죄가 자식에게까지 미치는 모양이로군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네."

"그 이외에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습니다만?"

"내 말은,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인사에 배려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일세."

"쓸데없는 오해가 어떤 것인지 자세히 좀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대답이 없었으므로 양은 말을 이었다.

"모종의 증거를 수반한 심각한 의혹이라면 모를까, 소관은 '쓸데없는 오해' 같은 정체 모를 것에 대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부관 인사에 관해서는 군 사령관의 임용권이 법으로도 보장되어 있습니다. 가장 유능하고 신임할 수 있는 부관을 해임하라는 말씀은, 군 기강을 최대한 살리려는 사령관의 의도를 저해하고 군에 손실을 미치려는 의도로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3권 <자복편>, 김완, 이타카(2011), p.186~187

양과 사문위원들의 대립으로 사문회는 파국으로 끝났으며, 양은 다시 숙사로 돌아갔다. 베이 준장의 허가가 없으면 외출은 불가능했고, 식사는 숙사에서 제공했다. 이런 대접에 양은 드물게 화를 내며 베레모를 바닥에 집어던졌고, 아예 군인을 그만둘 작정으로 예편원을 썼다.
사문회는 각 사문위원들의 맡은 일 때문에 하루 이틀에 걸러 열렸다. 사문회가 열리지 않는 날에는 숙사에 연금당해야 했고, 책이나 입체 TV 등의 즐길거리는 없었으며 식사는 훌륭했지만 독창성이 부족했고 식후 음료를 커피로 해 놓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양은 예편원을 썼지만 제출할 기회를 잡지 못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6. 프레데리카 그린힐의 노력


한편 프레데리카 그린힐은 3시간 동안 14곳에 전화를 걸어 베이 준장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마솅고 준위와 함께 베이 준장을 찾아간 그린힐 대위는 양의 위치를 물었으나 베이는 국가기밀이므로 위치는 말할 수 없고, 면회도 허가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양 웬리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한 그린힐은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의 협조를 요청했다. 뷰코크의 협조로 레다 II호에 억류되어 있던 승무원들이 풀려났으며, 그린힐은 도청과 감시를 피해 뷰코크의 집에 머물렀다. 그 외에도 뷰코크의 지인인 조안 레벨로 전 최고평의회 재정위원장 역시 그녀를 도와주었고, 마침내 사문위원 황 루이로부터 사문회장의 위치가 동맹군 후방근무본부 부지 내에 위치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위치를 알아도 사문회장 내로 들어갈 수 없었다. 무려 동맹군 제복군인 2인자인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이 직접 가도 국가기밀을 이유로 출입과 면회가 거부당했으며, 미행이 붙었고, 겨우 발견한 증인은 2번째 만남 때 무엇이 두려워서인지 증언을 거부했다. 베이 준장은 그린힐이 매스컴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해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거기에다 신문에는 양 웬리와 프레데리카 그린힐의 관계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까지 나왔다.
이렇게 절망적인 순간, 한 줄기 구원의 빛이 비췄으니 바로 '''제국군이 이제르론 요새를 공격했다는 사실이었다.'''

7.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양이 사문회에 불려나가 하이네센을 떠났을 때, 은하제국은 과학기술총감 안톤 힐머 폰 샤프트 기술대장이 입안한 계획, 즉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동가능하게 개조하고 이제르론 회랑으로 워프시켜 이제르론 요새와 대결한다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은하제국군칼 구스타프 켐프 대장을 사령관으로, 나이트하르트 뮐러 대장을 부사령관으로 임명하여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와 함정 1만 6천 척, 장병 2백만 명을 이끌고 우주력 798년 표준력 4월 10일 이제르론 요새 공략에 나선 것이었다.
이 당시 양은 올리베이라의 전쟁예찬론을 듣고 "전쟁으로 혈육이나 친지를 잃어본 적 없는 자에게는 지극히 매력적이다", "남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기 전에 스스로 전장에 나가 싸워봐라"고 비꼬면서[5]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분노한 네그로폰테가 양의 발언을 금하고, 양이 반발하여 예편원을 내려던 순간 제국군의 침공 사실이 사문위원들에게도 전해졌다. 경악한 네그로폰테는 사문위원들을 별실에 집합시키고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각할 필요도 없겠군."

오로지 황 루이만이 침착했다.

"사문회를 중지하고 양 제독을 이제르론으로 돌려보내 제국군을 격퇴시켜야......아니, 격퇴해 주십사 부탁해야 하지 않겠소?"

"하지만 그래서는 조령모개나 다름없지 않나. 우리는 바로 지금까지 그를 사문하고 있었단 말이네."

"그럼 초지일관해 사문회를 계속할 거요? 제국군이 하이네센에 쇄도할 때까지?"

"......."

"아무래도 선택할 여지는 없는 모양이군."

"하지만 우리끼리 결정할 수만은 없네. 트뤼니히트 의장의 의향을 물어야......."

연민 어린 눈빛으로 황 루이는 네그로폰테의 굳은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럼 그렇게 하시오. 5분이면 끝날 일이니."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3권 <자복편>, 김완, 이타카(2011), p.218

이제르론으로 쇄도한 제국군을 막을 사람은 '불패의 마술사' 양 웬리 밖에 없다는 사실에 사문위원들 모두 암묵적으로 동의했고, 결국 논의 끝에 사문회를 중지하고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멸시하던 양 웬리에게 이제르론으로 돌아가 제국군을 물리쳐 줄 것을 명령하기로 결정했다.

"제독, 긴급사태가 발생했네. 이제르론 요새가 제국군의 전면공격을 받고 있네. 적은 심지어 요새에 추진장치를 달아 대군을 통째로 옮겼다고 하는군. 속히 원군을 보내야 하네."

10초 정도 침묵한 후, 사뭇 부드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양이 확인했다.

"......그래서, 저더러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 귀관은 이제르론 요새와 주둔함대의 사령관일세. 적의 침략을 저지할 의무와 책임이 있을 텐데."

"하지만 딱하게도 멀리 전선을 떠나 사문을 받고 있는 몸인 데다, 태도가 불량하다고 '''모가지'''가 달아날 상황입니다. 대체 사문회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사문회는 중지하겠네. 양 제독, 국방위원장으로서, 귀관의 상관으로서 명령한다. 즉시 이제르론으로 향해 방어와 반격을 지휘하라. 알겠나?"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3권 <자복편>, 김완, 이타카(2011), p. 220[6]

다행히 양 웬리는 국방위원장의 명령을 수행했고, 그제서야 사문위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아참, 한 가지 중요한 걸 잊어버렸군요. 굳이 제국군이 침공할 시기를 골라 소관을 이제르론에서 불러낸 건에 관해서는 언젠가 책임 있는 설명을 해 주시리라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이제르론이 함락되지 않고 넘어간 다음의 이야기지만요. 그럼 실례."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3권 <자복편>, 김완, 이타카(2011), p.222 ~ 223

양 웬리는 사문회장을 나가면서 사문위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양이 나간 뒤 사문위원들은 그에게 험담을 퍼부었지만 황 루이는 그들에게 일침을 넣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자 사문위원들은 모두 네그로폰테를 쳐다보았다.
양 웬리는 나가면서 프레데리카 그린힐 대위와 알렉산드로 뷰코크 대장을 만났다. 그리고 레스토랑 '화이트 스테그'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이 식사 자리에서 조안 레벨로 전 재정위원장은 국민들이 정치에 신뢰를 잃어가는 지금 국민영웅인 양 웬리가 언젠가 변심하여 독재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했다. 결국 레벨로는 식사를 같이 하지 않고 떠났고, 후일 이는 또 다른 비극의 불씨가 되고 만다.

"국민이 정치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지금, 다른 곳에는 실력과 인망을 겸비한 고급군인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양 제독님 같은 사람이지요. 하지만 이는 민주공화정 체제에서는 지극히 위험한 상태입니다. 말하자면 독재정치의 싹을 키우기 위한 온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온실의 꽃이 되는 겁니까? 레벨로 선생님."

농담 삼아 한 말이었으나 레벨로는 이를 받아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양 제독님 본인이 제2의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 되는 미래의 역사조차 가정할 수 있지요."

"......잠시만요."

양이 황급히 말을 가로막았다. 자신의 의도와는 판이하게 다른 평가를 들은 경험은 몇 번인가 있었지만, 이는 그 가운데에서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것 같았다.

"레벨로 선생님, 저는 권력자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작년 쿠데타 때 얼마든지 기회가 있었는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요. 허나......."

레벨로는 씁쓸하게 말을 끊더니 침울한 시선으로 흑발의 젊은 장성을 바라보았다.

"인간이란 변하는 법입니다. 저는 500년 전 루돌프 대제가 처음부터 전제자가 되리라 야망을 품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권력을 손에 넣기 전까진 그도, 다소 독선적이기는 해도 이상과 신념에 불타는 개혁주의자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권력을 얻어 변모한 겁니다. 전면적인 자기긍정에서 자기신격화로 가는 고속도로를 폭주한 셈이지요."

"저도 권력을 손에 넣으면 변모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양 제독님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루돌프의 길을 걸어야만 하는......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3권 <자복편>, 김완, 이타카(2011), p.226~227

사문회가 해산한 뒤에 국방위원장 네그로폰테는 사임하고 후임으로 같은 트뤼니히트 일파인 월터 아일랜즈가 국방위원장에 임명되었다. 아일랜즈는 네그로폰테의 깔끔한 진퇴를 칭송하고 그의 정책을 이어받을 것을 표명했으며, 네그로폰테는 사임 후 국영 수소에너지 공사의 총재가 되었다.

8. 다시 이제르론으로


양 웬리는 제국군을 물리치기 위해 다시 이제르론으로 돌아갔다. 원래 양은 파에타 중장의 제1함대를 요구했지만 국방위원회는 수도방어가 허술해진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지역 경비함대를 긁어모은 5500척의 함선을 지원군으로 양에게 주었다. 양 웬리는 이 병력으로 이제르론의 동맹군과 협력하여 제국군을 섬멸하고 가이에스부르크를 소멸시킴으로서 '불패의 마술사'로서의 명성을 전 우주에 떨쳤다.

9. 기타


그러나, 사문회 자체는 시기도 시기였고 운용자가 어리석었기 때문에 역효과가 나타났을 뿐, '''법 규정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높이 샀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자유행성동맹이 멸망할 때까지 권력자들이 종종 사용했다. 그 예로 바라트 화약에 의거해서 레사비크 성계에서 함선을 해체하던 마스카니소장이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가 이끄는 움직이는 서우드 숲에 의해 함선과 병력을 강탈당하자,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사문회가 열린 적이 있고, 헤르만 폰 뤼네부르크가 제국으로 역망명한 후 로젠리터 연대원들에게도 사상 검증을 목적으로 사문회가 열린 적이 있다.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판에서는 3권 내용 자체가 삭제됨에 따라 나오지 않았다.

[1] 물론 쿠브르슬리는 쿠브르슬리 대장 암살미수사건 때 다친 것을 핑계삼아(정확히 말하자면 다친 후 그 후유증에서 못 벗어나 퇴원과 입원을 반복하곤 했다.) 직위에서 내보내고 그 자리에 도슨을 앉히는 식으로 장악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는 사문회로부터 몇 달 후의 일이었다.[2] 정확히 말해서는 이전에도 있었다고 봄이 옳다. 뤼네부르크의 역망명 이후 로젠리터의 사상검증을 위해 사문회가 열린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3] 이 와중에 양 웬리는 속으로 독설을 제조했다. 예를 들어 네그로폰테가 귀관은 동맹의 최연소 대장이자 전선 지휘관이니 선망의 대상이라고 하자 속으로 그 따위 지위가 좋다면야 거저 주겠다고 생각한다.(표정도 약간 일그러졌다.)[4] 다름아닌 사문위원 자신들이야말로 쿠데타 세력에게 인질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들이었다.[5] 양은 아예 사문위원들에게 '''"댁들은 권력에 기생하는, 평화를 위해서 제거당해야 할 악질 기생충이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6] 말은 단호하게 내뱉었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사문회에서 내뱉었던 여러 모욕적 언사들 때문에 혹 양 웬리 대장이 명령을 거부할까 겁을 먹고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양 웬리가 이제르론으로 복귀하겠다고 하자 사문의원들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오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광대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