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터란트 학살사건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6장
-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60~61화
- OVA 23화, <황금나무는 쓰러졌다>
- 시기 : 우주력 797년, 제국력 488년
2. 민중 봉기
행성 베스터란트는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영지 중 하나로, 변경에 위치하고 토지는 나름 비옥하여 농경이 그럭저럭 이루어지며 희토류 채광이 가능하지만, 물이 많이 부족하여 행성 곳곳에 위치한 오아시스 주변에만 거주지가 자리잡은 행성이다. 주인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대신 공작의 조카인 샤이트 남작이 영주 대행으로 행성을 다스리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4세의 사망 이후 차기 황위를 두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이 주축이 된 립슈타트 귀족연합과 제국재상 리히텐라데 공작과 로엔그람 원수의 제국 정부 간 알력다툼이 내전까지 확대되자, 샤이트 남작은 숙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따라 립슈타트 귀족연합에 가담하였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를 위시한 제국군의 활약으로 립슈타트 귀족연합군이 패배를 거듭하자, 대귀족들의 권위와 영향력은 약화되기 시작했고 그 동안 귀족들의 폭정으로 억눌렸던 민중의 불만이 차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정보를 통제하여 이 '아랫것들'의 눈과 귀를 최대한 막아두었으나 민중이 폭발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베스터란트의 주민들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귀족연합의 상황이 점차 나빠지자 내려지는 세금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져 갔고, 결국 민중의 분노가 위험 수위에 달하고 만다. 샤이트 남작은 숙부와 달리 그런대로 영지를 다스리고 주민을 대하는 능력이 있었으나, 궁지에 몰린 숙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과 나이가 어려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원인이 되어 주민들 사이에서 싹튼 반항의 기운을 보이는 족족 탄압해버렸고 이런 최악의 수를 몇 차례 반복한 끝에 결국 폭동이 일어나버렸다.
폭발한 민심은 곧 행성 전역을 휩쓸었고, 진압에 나선 행성 경비대는 그대로 '''찢겨나갔다.''' 샤이트 남작은 사태를 깨닫고 탈출을 시도했으나, 들이닥친 군중에 의해 모든 부하를 잃고 홀로 중상을 입은 채 셔틀을 타고 겨우 베스터란트 행성을 빠져나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심한 부상으로 요새에 도착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3. 브라운슈바이크의 학살
샤이트 남작이 요새에 도착한 것은 제1차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공방전 직후로 브라운슈바이크 원수가 몇 차례에 걸친 패전 이후 이제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며 당당하게 출진했다가 참패하고 겨우 도망쳐온 시점이었다.[2] 드높은 콧대가 단숨에 부러져버려 명예에 큰 상처를 입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조카가 '미천한 평민'들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절명하자 공작은 이성을 잃고 크게 분노하여 '''핵무기를 이용해 행성 베스터란트를 초토화시킬 것을 명령했다.'''
약 1,500여년 전 13일 전쟁이라는 두 강대국의 전면 핵전쟁으로 인류 문명 자체가 붕괴할 위기에 몰린 뒤로부터, 어떤 이유로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핵공격은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도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었다. 공작의 막나가는 명령에 같은 대귀족들과 연합군 실전사령관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제독, 공작의 측근인 안스바흐 준장 등이 한 목소리로 반대했으나 공작은 뜻을 접지 않았다.[3]
안스바흐 준장은 그나마 타협책으로 "지금은 라인하르트와 전쟁 중인데 병력을 거기로 돌릴 수도 없거니와, 거기도 공작의 영지이므로 소수의 병력과 군함만 보내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할 테니 그 중에서 주동자 몇 명을 잡아 처벌하면 된다"고 만류했으나, 눈이 뒤집힌 공작은 영주의 권리와 루돌프 대제가 공화주의자 수억 명을 탄압하여 제국의 기초를 다진 것을 들며 핵공격을 강행했다.
안스바흐는 물러나면서 "골덴바움 왕조도 이제 끝났구나. 스스로 자신의 손발을 자르고 어떻게 설 수 있으리오."라고 탄식했는데 이 이야기를 엿들은 누군가가 공작에게 참소하고, 또다시 열이 뻗친 공작은 안스바흐를 감옥에 처넣었다. 이 밀고자는 소설 원작에서는 신원이 언급되지 않으나, OVA에서는 오벨슈타인의 지시로 귀족군 내부에 잠입해 있던 야콥 하우프트만 소령이다."공작님의 진노는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으나, 베스터란트는 소중한 영지입니다. 핵공격만은 재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게다가 로엔그람 후작과 대치한 이 상황에서 병력을 분산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주민을 벌하기보다는 주모자만을 색출해 벌하심이 마땅한 줄 아뢰옵니다."
"닥쳐라!"
공작은 일갈했다.
"베스터란트는 내 영지이므로 내게는 그 행성을 천한 것들과 함께 날려버릴 정당한 권리가 있다! 루돌프 대제께서는 과거 수억 명이나 되는 폭도를 주륙해 제국의 기초를 다지시지 않았더냐!"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246
메르카츠가 나서서 베스타란트의 핵공격 중지와 안스바흐의 석방을 요구하러 공작에게 면회를 청했으나,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애니나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에서는 미친 짓이라고 놀라 막으려고 했으나 끝내 실패하고, 이와 다르게 후지사키 류 코믹스판에서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핵공격 명령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4. 베스터란트는 불타오르고...
베스터란트 사람들은 봉기를 일으켜 일단 샤이트 남작을 쫓아냈으나, 사실 이 민중봉기는 계획된 것이 아니라 가혹한 통치에 불만이 쌓여 우발적으로 일어났을 뿐이었다. 오랜 기간 귀족들의 통치에 익숙하던 주민들은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 따위는 없었다. 결국 주민들은 모여서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짓기 위한 회의를 시작했고, 문벌귀족들보다는 나은 이미지를 가진 라인하르트 쪽에 보호를 요청하자는 제의가 나왔다. 이 발언을 한 인물은 소설판에서는 아무 묘사가 없어서 그냥 회의에 참가하는 엑스트라 3번 정도이지만, OVA에서는 금발의 젊은 여성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에 찬성하는 분위기였기에 그대로 라인하르트와 보호교섭을 펴려 했다.
하지만 대표를 뽑아 보호교섭을 시작하기도 전에 행성 궤도에 도착한 브라운슈바이크의 부대가 핵폭격을 시작했다. 더구나 사람들이 자신들의 방향을 막 결정하고 박수가 터져나오는 시점에, 어린아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뭔가를 발견하면서 비극성을 부각시켰다. 그렇게 사람들의 거주지가 있는 50개의 오아시스에 핵이 떨어졌고, 저항할 능력이 없는 민간인들은 자기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파악조차 못한 상황에서 완전히 무방비로 공격을 당했다. 행성 전체의 인구가 말 그대로 끔살당했다.
이 비극은 소설판에서 자세히 묘사된다.
OVA에서는 그 처참함이 지형의 변화로 나타나는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녹지대에 경작지와 마을이 펼쳐져 있던 곳이 핵폭격 한방에 '''사막으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단 한방으로 200만 인구와 녹지대와 마을 밭 모두 '''증발'''한 것이다."엄마, 저게 뭐야?"
어머니에게 안겨 있던 어린아이 하나가 하늘 한쪽을 가리켰다. 사람들은 청회색 하늘을 한 줄기 궤적이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것을 보았다.
순백 섬광이 모든 광경을 탈색시켰다.
그 직후, 진홍의 반구가 지평원에 떠오르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팽창하더니 1만 미터에 되는 높이에 달해 버섯 모양의 기괴한 구름을 만들어냈다.
폭풍이 밀어닥쳤다. 초속 70미터, 섭씨 800도를 넘는 열기의 해일이 지표를 태우고, 얼마 안 되는 식물을 태우고, 건물을 태우고, 사람들의 몸을 태웠다. 입고 있는 옷이며 머리카락에서 불길이 솟았으며 짓무른 피부에서 물집이 일어나더니 곧 켈로이드 상태가 되며 부풀어 올랐다.
산 채로 불타는 어린아이의 비명이 열풍 속을 헤매다 금세 가늘어졌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 목소리며 가족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도 곧 끊어졌다.
폭풍에 휘말려 높은 하늘까지 솟아오른 대량의 흙먼지는 모래 폭포가 되어 지상에 떨어졌으며, 죽은 자들의 불탄 몸을 묻어주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249
사실 이 작전은 귀족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던 만큼 작전을 실행한 부대 안에서도 반발이 있었고, 끝내 탈영병 1명이 라인하르트의 진영에 투항하여 브라운슈바이크가 벌이려는 미친 짓을 알렸다. 라인하르트는 그 소식을 듣고는 바로 병력을 파견하여 핵공격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이 핵폭격을 '''아직은 아슬아슬한 제국 내의 민심을 일거에 라인하르트에게 쏠리게 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여[4] 구원에 반대하였다. 라인하르트는 당연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으나 끝내 오베르슈타인의 설득에 넘어가 관망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고감도 카메라를 장착한 위성을 베스터란트 대기권에 배치하여 이 핵공격 장면을 적나라하게 촬영했다. 그리고 이 촬영한 영상자료를 온 제국에 긴급통신으로 발표하여 브라운슈바이크의 만행을 고발하는 소재로 써먹었다.
소설판과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판에서는 라인하르트가 브라운슈바이크의 미친 짓을 내버려두기로 확실히 결정하지만, OVA에서는 다소 묘사가 다르다. 정보를 입수한 것도 탈영병으로부터가 아니라 요새 안에 잠입해 있던 하우프트만에게 들어서였다. 또한 오베르슈타인이 의도적으로 핵공격 예상시각을 실제보다 2시간 늦게 보고하고, 라인하르트가 오베르슈타인을 비난하며 일단 저지할 함대를 출격시킬 준비는 갖추라고 지시한 후 결행 여부를 혼자 고민하다가 밖으로 나오자 '''"벌써 다 끝났습니다"'''라고 보고한다. 라인하르트가 학살을 막을 생각을 했지만 오베르슈타인의 허위정보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다고 확실히 강조함으로써 어그로를 오베르슈타인에게 집중시키려는 의도인 듯하다. 라인하르트도 이를 알았는지 "내가 죄인이다." 하면서 오베르슈타인을 탓하지 않았다.
5. 후폭풍
핵폭격 당시 인공위성이 보내온 광경은 이를 두 눈으로 목격한 오퍼레이터가 그 자리에서 구역질을 할 만큼 엄청나게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걸 누구도 탓하지 않았으며 당연히 다른 지역의 평민과 중류층 사람들 모두 분노했다. 여기저기서 대귀족들에 반발하는 봉기가 일어났고 민심이 일거에 라인하르트에게 모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브라운슈바이크의 미친 짓을 두 눈으로 목격한 립슈타트 귀족연합의 문벌귀족들마저 흔들었다. 자신들이 망했다고 판단한 귀족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 이탈하여 라인하르트에게 투항하는 등 빠른 속도로 브라운슈바이크의 세력이 약화했다.
변경에서 독립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도 이 광경을 보고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곧 베스터란트 핵공격에 참여했다가 도망친 탈영병이 라인하르트가 이 일을 사전에 보고받았음에도 방관했다는 이야기를 해 큰 충격을 받았다. 키르히아이스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헛소리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 탈영병이 적나라하게 촬영한 핵폭격 장면이 그 증거라고 들이대니 더 반론을 하지 못했다.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판에선 베스터란트가 고향인 졸병이 항복하여 절규하면서 제발 내 식구가 사는 이 별을 지켜달라고 애원하는데, 하필 키르히아이스에게 와서 애원한다. 키르히아이스는 통신화면으로 보고 많은 민간인의 학살을 막게 돕겠다고 마음먹었으나 그러기도 전에 이미 민간인들이 핵공격을 당한 상황이라 막지 못했다. OVA에서는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가 키르히아이스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라인하르트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는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라인하르트를 비판했다. 대귀족이야 힘이 엄청나니 그들과 맞붙는 데 수단방법 안 가리는 건 이해가 가지만, 왜 무고한 민중을 죽게 놔두었느냐고 강하게 비판하며 한순간 이득으로 이런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냐고 칼날같은 비판이 키르히아이스 입을 통해 라인하르트 온 몸을 찔러댔다. 이에 라인하르트의 이성은 키르히아이스에게 사과할 상황임을 알고 있었으나[5] , 키르히아이스의 추궁에 지기 싫다는 감정이 오기로 발동하는 바람에 키르히아이스를 내 부하가 아니냐는 말로 강제로 침묵시켰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사이가 소원해졌고, 그것이 나비효과로 키르히아이스가 어이없이 죽는 원인이 됐다.
이후 잊혀지는 듯했으나, 라인하르트에게는 이 사건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뒷날 라인하르트를 암살하려던 사람이 붙잡혔는데 그는 바로 '''이 베스터란트 사건에서 가족을 잃은 희생자'''였고, 그는 이 때의 일을 거론하면서 라인하르트를 강하게 비난했는데 라인하르트는 멘탈이 거의 사라진 듯한 반응을 보였다.[6] 그러다가 라인하르트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사이에 썸씽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미치하라 카츠미판 코믹스에선 바로 이 사내의 부모랑 아내와 아이로 짐작되는 사람들이 나와서 베스터란트 폭격 전에 다른 별로 일하러 가느라 행성에 없는 아들을 어머니가 이야기한다.
사실 1, 2차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암살미수 사건 모두 베스터란트 학살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보면 비록 오베르슈타인의 의견에 따른것이기는 하나 나름 해선 안될 일을 한것에 대한 업보라고 해야할지.[7]
참고로 이런 사유로 인해서인지 황제 납치 사건 이후 동맹정부에 선전포고를 했을때 당시 이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8][9]
6. 평가
내전을 빨리 끝내고자 했던 오베르슈타인의 의도는 성공했다. 당시 자유행성동맹에서는 구국군사회의 쿠데타가 거의 진압되어가는 시점이었기에 내전의 장기화는 라인하르트에게도 꽤나 골칫거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당시 동맹의 상황은 매우 안좋긴 했다. 이미 제국령 침공작전으로 전력이 반토막난 데다가 주력 일부를 빼면 거의 와해됐고, 여기에 구국군사회의 쿠데타로 정규함대인 제11함대를 또 말아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로 동맹이 이 내전에 개입할 수가 없냐는 건 또 별개의 문제로 내전이 길어지면 동맹도 분명히 상황을 수습하고 내전에 개입하려 들었을 것이다.[10] 더구나 이제르론 요새에는 여전히 강력한 양 함대가 버티고 있어서 여차할 때면 언제 제국령을 향해 창을 겨눌지 알 수 없었다. 따라서 동맹에 대한 대비를 해두지 않는다면 라인하르트는 동맹에 대한 정치공작에 대한 대가까지 포함해서 상당한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었다.[11]
또한, 오베르슈타인의 지적대로 당시 민심의 방향은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고[12] , 립슈타트 귀족연합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틀어박혀 우주방어로 나온다면 내전이 얼마나 더 장기화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13][14]
게다가 라인하르트에게는 에르빈 요제프 2세의 공동옹립자이자 동맹관계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적이기도 한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라는 인물이 배후에 있었다. 따라서 오베르슈타인은 등 뒤에서 칼침을 맞는다는 최악의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았을 수 없었으니, 리스크가 있는 패를 뽑아서라도 내전을 조기에 종식시켜야 했고 끝내 성공시켰다.
내전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꼭 그래야만 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인권 문제와는 별개로 라인하르트에게는 내전을 빨리 끝내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분명히 존재했다. 위에서도 설명되어 있지만 만약 내전이 길어지면 동맹이 끼어들수도 있고 리히텐라데 공작이 황제의 권위를 내세워서 귀족 연합과 억지로 화해를 시킬 가능성도 있었다.[15][16] 물론 군사 능력 면에서는 라인하르트 쪽이 우위고 이제껏 연전연승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지적 승리에 불과하며 만약 귀족 연합군이 가이에서부르그 요새에 박혀서 농성전에 들어갈 경우 내전이 길어지면 수도 오딘에서 황제를 옹위하고 있는 리히텐라데 공작에게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베스터란트 학살사건 전까지 평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단지 귀족들 간의 내전에 불과하며 누가 이기든 큰 상관이 없었다. 이는 라인하르트 소속 군인이나 귀족연합군 소속 평민 군인이나 별 차이가 없고[17] 단지 자기 자신을 위해 전쟁에 참가한 상황이었다. 괜히 힐데가르트가 라인하르트의 승리를 위해서는 귀족과 평민 간에 내분을 일으켜야 한다고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판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이 학살사건을 방조한 것 자체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한다'는 이른바 루돌프의 논법을 라인하르트가 긍정한 것으로, 평소에는 루돌프를 까고 다녔으면서 필요하면 그 논법을 긍정하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단순히 베스터란트 주민의 죽음을 방조한 것 뿐만 아니라 '''그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시체팔이를 저지른 것이므로 도의적인 책임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거기에다 키르히아이스가 비판하자 사과는 커녕 역으로 그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고, 개인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민중 앞에서 사죄한 적은 없다.
- 라인하르트가 죄책감을 느낀 것과는 별개로 이 사건의 피해자는 베스타란트 사람들인데 이미 대부분이 사망한 터라 사과를 받을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 라인하르트 본인은 이 사건에 있어서 져야 할 책임 자체가 매우 애매하다. 무엇보다 이 사건을 벌인 범인은 어디까지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고 베스터란트도 그의 영지였던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9권에서 라인하르트를 암살하려고 했던 베스타란트 출신 전직 군인의 논리도 '네가 가지 않아서 베스타란트 주민이 전멸했다. 죽어라!'가 아니라 '그 전쟁 때문에 베스타란트가 전멸했는데 너도 그 전쟁을 일으킨 자들 중 하나다. 브라운슈바이크는 이미 죽었으니 이젠 너도 죽어야 한다.'라는 식이다. 당연하지만 라인하르트가 내전을 벌인 건 어느 정도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이므로 맞는 말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로 라인하르트에게 완전히 책임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가 한 짓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책임을 지고 싶어도 책임을 질 곳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제국민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제국민은 베스타란트 사건의 수혜자이지 피해자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엉뚱한 사람들에게 사죄하고 마음이 편해지려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 그럼에도 제국민이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의 수혜자인 동시에 끔찍한 피해자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우연히 베스터란트라는 곳이었을 뿐이었고, 계속 되는 착취와 탄압에 신음하던 어떤 행성도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었다. 다만 그게 제일 먼저 터지고 하필이면 대귀족의 친척이 죽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좋던 싫던 라인하르트 역시 군인이고 귀족인 이상 백성을 지킬 의무가 있다. 몰랐다면 다행이지만, 그것을 알고 고민했고 결과적으로 베스터란트를 끔찍한 참화를 겪었다. 나중에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그럴 싸한 명분을 가지고 왔지만, 피해자 가족이 내뱉은 "네놈들 권력자는 언제나 그렇지! 다수를 구하려고 어쩔 수 없이 소수를 희생한다고, 그렇게 자신들을 정당화하지! 하지만 네놈들 자신이, 네놈들 부모형제가 소수에 들어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더냐!"라는 말을 들은 라인하르트가 얼어버린 것 역시 결국 자신의 이득을 위해 그런 것을 부정하지 못한 것 이다. 즉, 베스터란트가 아니라 견디지 못하고 봉기를 일으킨 어느 행성이라도 일어 날 수 있는 참화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라인하르트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를 묵인 및 방조했다는 것이 민중에게는 큰 배신감과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하다. 이는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도 나의 이득만 된다면 그 악행을 묵인 할 것이라는 뜻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일례로 욥 트뤼니히트의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 당시 보여준 모습에 동맹 시민들이 분노한 것을 생각해보자. 자신들이 알고 있고 믿고 있던 지도자의 모습이 사실은 환상이고 정반대였다면 민중들은 반드시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한다. 라인하르트 역시도 비록 베스터란트의 200만 주민들은 죽어 그들에게는 사죄할 수 없고 남은 제국민들에게는 선정을 펼쳐 결과적으로 그래도 그런 짓을 한 것이 의미는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베스터란트가 타깃이 된 것은 지극히 운이 나빠서였을 뿐, 귀족연합이 장악하고 있던 어느 행성이든지 그 대상이 될 수 있었기에 적어도 베스터란트처럼 귀족들의 영지였던 행성들의 주민들에게는 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사과를 해야 옳다. 더욱이 이 사건의 파급효과 덕분에 브라운슈바이크는 두 번 다시 이런 짓을 못 저질렀지만 가능성은 없지만 파급력이 크지 않았다면 제2, 3의 베스터란트는 얼마든지 나왔을 것이다.
- 사실 그렇지 않다는게 이 베스타란트 사건의 묘미(!)인 것이다. 애시당초 이 사건의 성격은 이전까지의 귀족이 민중들을 핍박했던 사건들과(그리고 위에서 예시를 들었던 그 모든 사건과도)확연히 다르다. 한마디로 말해 이 사건으로 피해를 본 민중들은 베스타란트 행성 주민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으며 이 사실이야말로 베스타란트 사건의 핵심이다. 오베르슈타인이 라인하르트에게 베스타란트를 구원하러 가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것도, 라인하르트가 그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만약 이로 인해 누군가 다른 민중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면 제아무리 라인하르트라도 베스타란트를 구원하러 갔을 것이고 오베르슈타인이라도 감히 함부로 그런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고작 단 하나의 행성의 희생만으로 제국의 모든 민중들이 영구불멸의 이득을 얻게 된다면? 그것도 라인하르트 본인에게 직접적인 책임은 단 하나도 질 필요가 없다면? 계획한 것도 실행한 것도 전부 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지 라인하르트가 아니다. 이만큼 엄청난 정치적 이득을 대체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그야말로 악마의 선택지이고 이걸 눈앞에 두고 갈등이 생기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다.
- 그리고 실제로 귀족연합이 패망한 이후 제국의 사정은 매우 좋아졌다. 유능하고 너그러운 황제가 즉위하고 신 제국과 함께 새로운 질서가 짜여졌다. 과거 민중 위에서 군림하면서 그들을 착취하던 귀족들은 사라졌고 반대로 민중들을 위한 제도, 시설, 정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당연히 민중들은 황제를 열렬히 숭배하게 되었고 새로운 제국 하에서 그들은 행복해졌다. 물론 베스타란트 주민들만 제외하면 말이다. 즉 대를 위한 소의 희생 공리주의 인 동시에 피해자의 외침 거기에는 너희 혈육은 없었지! 에 아무런 반론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의 분노를 일으킨 제국민들은 시간이 흘러 라인하르트의 선정과 천재성의 압도되었지만 피해자들에게 라인하르트는 자신의 참화를 방관한 극적인 방관자의 불과하다. 힘이 없어서 막지 않은 무력한 방관자와 달리 막을 힘이 있고, 귀족으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그는 결국 방관했고 그걸로 이득을 얻었다.
소설 외적에서 보면 이 사건을 통해 갈등의 요소가 분명히 드러나고 캐릭터의 성격이 좀 더 입체적이게 된다. 사실 라인하르트는 이전까지는 외모나 능력,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신적인 존재라고 할 정도로 완벽했지만[18] 만약 이런 요소가 없었다면 은하영웅전설은 그냥 우주 황제 폐하의 은하정복 스토리일 뿐이다. 또, 이 사건을 통해 라인하르트 또한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며 또한 그의 신하들(특히 로이엔탈과 오베르슈타인)에게도 각각의 캐릭터성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보여 줄 수 있게 됨으로써 부하 A, B, C의 신세를 벗어나게 되었다.[19][20]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철벽같이 단단해 보였던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와의 관계에 금이 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나비효과를 일으켜서 라인하르트가 평생 후회하게 되는 중대한 실수를 낳게 된다.
7. 후지사키 류 코믹스
후지사키 류가 연재한 코믹스에서는 원작에 비해 전개가 크게 바뀌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공방전이 립슈타트 귀족연합의 패배로 돌아간 직후, 베스터란트에서는 민중 폭동이 발생하여 영주 대행 샤이트 남작이 중상을 입고 만다. 그러자 한 페잔 상인이 부상을 입은 샤이트 남작을 구출하여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있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데려왔다.
그러나 샤이트 남작은 이미 때를 늦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둔다. 분노한 공작은 수하 안스바흐에게 베스터란트에 핵공격을 할 것을 명령하고, 플레겔은 역시 귀족 중의 귀족이라며 브라운슈바이크를 칭송한다. 페잔 상인은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우리도 협조하겠다며 나선다. 안스바흐는 페잔 상인을 의심하지만 그 상인은 고객의 신뢰를 위한 봉사라고 답한다.
얼마 뒤, 작전에 참가한 병사가 탈영하여 라인하르트에게 베스터란트 핵폭격 계획을 폭로한다. 이미 3일 전에 핵탄두를 실은 함대가 출발했다는 보고를 받은 라인하르트는 '질풍 볼프'로 이름 높은 볼프강 미터마이어를 파견해서 계획을 저지하려 한다. 그때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원작대로 핵폭격을 방조할 것을 진언하지만 라인하르트는 거부하고 미터마이어 함대를 파견한다.
다음 날 핵탄두를 싣고 베스터란트로 떠난 50척의 함대는 미터마이어가 지휘하는 1,000척의 함대에 걸려 전멸한다. 그러나 베스터란트의 계획은 예정대로 실행되고, 실행부대의 한 병사가 고발을 위해 보낸 영상을 통해 베스터란트가 불바다가 된 걸 본 라인하르트는 뭐가 어떻게 된 것이나며 놀란다.
알고보니 미터마이어가 격멸한 50척은 미끼였고, 본대는 지방 성계에서 출발하여 베스터란트를 불바다로 만든 것이었다. 오베르슈타인은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영상을 제국 전토에 퍼트리자고 진언했으나 라인하르트는 이것도 거부했다. 물러난 오베르슈타인은 귀족들이 이런 책략을 쓴 것이 이상하다며 조사해야겠다고 중얼거린다.
이후 네트워크를 통해 베스터란트의 참극이 제국 전토에 알려지며 민심은 라인하르트로 급격히 쏠린다. 그리고 변경성역에서 활동하던 키르히아이스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얼마 뒤 베스터란트 핵폭격 실행부대 중 한 명이 탈영하여 키르히아이스 함대로 왔다. 그리고 그 병사는 키르히아이스 앞에서 라인하르트가 핵폭격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키르히아이스가 증거가 있냐고 묻자 그 병사는 라인하르트가 귀족들 따위의 책략에 걸려들 사람이냐고 답한다.
그리고 원작대로 귀족연합은 몰락하고 최후의 발악 따윈 포기한 채 항복한다. 항복 이후 변경에서 합류한 키르히아이스와 라인하르트는 대판 싸우고 관계가 소원해지게 된다. 이후 전개는 원작을 따라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1차 암살미수사건으로 이어진다.
사실 이는 페잔 자치령의 공작이었다. 페잔 상인은 사실 페잔 란데스헤르 아드리안 루빈스키의 수석보좌관 루퍼트 케셀링크로, 베스터란트 주민 몇 명을 매수하여 민중 봉기를 일으키고, 다 죽어가는 샤이트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앞에 보여주어 이성을 잃은 공작이 핵폭격을 일으키토록 했다. 그리고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도록 미끼 함대가 시간을 끄는 사이 지방 함대를 동원하여 핵폭격을 한 뒤 키르히아이스에게 거짓을 고해 둘의 사이를 소원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제국이 다시 라인하르트 VS 키르히아이스로 대규모 내전을 벌여 국력을 크게 깎아 내리고, 그렇게 약해진 제국과 이미 국력이 크게 꺾인 동맹을 페잔이 잡아 먹는게 페잔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7.1. 비판
사실 후지사키 류 코믹스의 전개는 원작의 내용을 '''개악'''한 것에 가깝다. 우선 베스타란트 학살사건의 의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는데, 이 사건의 의의는 이전까지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던 라인하르트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현실을 선택하게 되고 그 댓가로 키르히아이스와 사이가 벌어진 상태에서 키르히아이스가 사망하게 되면서 그 비극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엉터리로 꼬아 놓은 덕에 여기서는 아무 잘못이 없게 된 라인하르트를 키르히아이스가 몰아세운다는 어처구니없는 전개가 되어버렸고 독자들이 라인하르트의 고뇌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이상적인 인물인 키르히아이스를 이유없이 상관을 갈구는 인물로 만들었다.
개연성 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한데 특히 페잔에서 공작원을 보냈다는 부분은 완전히 개연성따윈 엿바꿔먹은 수준이다. 일단 만약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베스터란트에 상식적인 판단(군대 일부를 보내서 주모자 몇 명을 처벌해 본보기를 보이는 것.)을 했다면 설령 페잔 공작원이 몇 명을 보냈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또,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사이를 갈라서게 한다는 것 역시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 만약 키르히아이스가 라인하르트에게 굴복하거나 라인하르트가 순순히 사과했다면 역시나 페잔에서 공작원을 보내든 말든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데 페잔에서는 어떻게 된 게 관심법이라도 썼는지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베스터란트에 공작원을 보냈다.
또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페잔의 의도대로 키르히아이스가 라인하르트에게 앙심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우선 반란을 일으킬 명분이 없다. 베스터란트 학살 방조를 들어 반란을 일으킨다 해도 키르히아이스측에 증거가 없고 증언한 병사도 입만 놀렸지 증거가 없으며 만약 그 병사가 페잔의 공작원임이 밝혀지면 안 그래도 부족한 명분이 더 취약해진다. 오베르슈타인을 들어 반란을 일으켜도 오베르슈타인이 비윤리적인 진언을 한 건 사실이지만 라인하르트가 거부했고, 오베르슈타인은 라인하르트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그리고 키르히아이스가 반란을 일으키면 오베르슈타인이 주장한 2인자 유해론이 옳은 말이 되어 되려 오베르슈타인의 입지가 더 탄탄해진다.
그리고 어떻게든 반란을 일으켜도 이길 방법이 없다. 키르히아이스에게는 반란을 일으킬 힘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 라인하르트 원수부 소속 제독들은 모두 라인하르트 덕에 영달한 인물들로, 라인하르트를 주군으로 선택하고 충성을 맹세한 사람들이다. 특히 극렬 라인하르트빠인 비텐펠트와 라인하르트의 은혜를 입은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키르히아이스가 반란을 일으키면 제국군이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로 양분되는 게 아니라 키르히아이스 혼자서 라인하르트와 휘하 제독들을 상대해야 한다. 여기에 취약한 명분까지 고려하면 키르히아이스 군의 결속력 및 사기는 굉장히 낮을 수 밖에 없고, 이러면 페잔의 의도대로 제국 내 대규모 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차라리 '누구보다 라인하르트에게 충성했던 키르히아이스조차 배신했으니 누굴 믿는단 말인가' 식으로 원수부의 결속력을 흔들고 라인하르트에게 인간불신을 심어준다는 시나리오가 더 그럴듯하다.[21][23]
가장 심각한 점은 페잔이 한 공작이 정말로 페잔에 이익을 가져오냐는 것이다. 실제 페잔에 이익을 가져올 지도 의문이고 그렇다고 페잔의 흑막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교가 어부지리를 챙긴 것도 아니다. 애시당초 베스터란트 자체가 립슈타트 전역이 벌어지고 있는 곳과는 한참 떨어진 곳이라 원래는 내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적은 곳이다. 그리고 베스터란트에서 벌인 공작이 성공해서 샤이트 자작이 죽거나 쫒겨난다 한들 페잔이 어떻게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를 이간시킬 수 있는 지, 무슨 이득을 보는 지에 대해 명쾌한 설명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페잔 입장에서는 오히려 립슈타트 내전을 길어지게 한는 것이 더 이득인데[24] 베스타란트 사건 때문에 오히려 그 기간이 크게 감축되었을 뿐이다. 물론 의도한 대로(?)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사이가 벌어지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 실제 베스타란트 공작과 키르히아이스의 비극이 인과관계가 있는 지도 의심스럽다.[25] 결국 실제 사실만 놓고 보면 확실한 건 베스터란트 공작이 성공해 봤자 남는 건 결국 샤이트 자작이 쫒겨난다는 것 뿐이며 이후의 전개는 한마디로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책을 보고 안 뒤에 페잔을 베스타란트 사건에 넣어 끼워 맞추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관계가 벌어진다고 해봤자 대체 그게 페잔에게 무슨 이익을 가져오는지 알 수 없다. 상술한 대로 그냥 립슈타트 전역을 길게 끄는 편이 훨씬 이익이다.[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