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게 딱! 좋아!/3권

 



'''무서운 게 딱! 좋아! 시리즈'''
'''이구성 작품'''
1권
2권
'''3권'''
4권
5권
6권
7권
8권
9권
10권
특별판
최종판
'''이용호 작품'''
미국편
일본편
중국편
아프리카편
1. 죽음을 부르는 놀이
2. 손짓하는 엘리베이터
3. 최여사의 목걸이
4. 학원전설
5. 피 흘리는 동자석상
6. 미술실의 초상화
7. 빨간 저승꽃
8. 등산
9. 잃어버리는 아이
10. 빨간 비옷의 소녀
11. 함께 있는 고양이

딱 좋아! 시리즈 3권. 2002년 7월 15일 초판.

1. 죽음을 부르는 놀이


방과 후 청소 시간. 단짝 친구 사이인 성혜와 경희는 청소 당번이 되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청소가 끝나고 잠시 쉬는 중, 겁이 많은 편인 경희는 늦은 시간 아무도 없는 교실은 왠지 무섭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들은 성혜는 이제 보니 겁쟁이라며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냐며 놀린다. 그 말을 들은 경희는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냐며 부정하는데, 성혜는 그럼 왜 무섭냐고 귀신을 본 적이 없냐고 물어본 뒤 자신이 귀신을 만나는 요령을 알려준다고 한다. 바로 '밤 12시에 머리를 풀고 입에 칼을 물고 거울을 보면 등 뒤에 귀신이 나타난다'. 그 말을 들은 경희는 거짓말이라며 오싹해한다. 성혜는 정말인지 거짓말인지 오늘 밤 당장 해보라며 웃는다. 경희는 머리 풀고 칼을 물다니 그런 우스운 행동을 어떻게 하냐며 웃어 넘기지만, 이번에 성혜는 쉬운 방법도 있다고 말해준다.

'''"밤 12시에 혼자 있을 때 등 뒤로 볼펜을 던지는 거야. 볼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귀신이 볼펜을 받아서 그런 거래."'''

그 말을 들은 경희는 벌벌 떨며 정말이냐 묻고, 성혜는 못 믿겠다면 해보면 안다고 한다. 물론 겁이 많은 경희를 놀려주기 위해 성혜가 지어낸 거짓말. 성혜는 마음 속으로 겁쟁이 같으니 놀려먹기 딱 좋다며 웃는다. 하교하며 내일 아침 성혜가 빌려준 게임 CD를 돌려 받을 겸 경희에 집에 찾아간다고 말한 뒤 헤어진다.
그날 밤, 집에서 공부를 하던 경희는 성혜의 말에 겁을 먹어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 밤 12시가 되었고, 성혜의 말이 계속 생각나게 되어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허공에서 사라질 리도 없고, 정말로 귀신이 잡을 일이 있을 리 없다며 쥐고 있던 볼펜을 뒤로 던져봤는데,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결국 귀신이 볼펜을 받아 뒤에 귀신이 있다고 믿은 경희는 놀라 심장마비가 찾아왔고, 그대로 쓰러진다.
다음 날, 경희가 빌려간 자신의 게임 CD를 찾을 겸 같이 등교하러 경희네 집으로 간 성혜. 그런데 집에서 경희의 엄마가 느닷없이 울면서 나온다. 성혜는 무슨 일이냐고 묻자 경희는 학교에 같이 못 간다고 한다. 경희는 어제 심장마비를 일으켜 병원에 갔지만 결국 그 쇼크로 인해 '''사망'''하게 되었다. 그 말을 들은 당황한 성혜는 슬퍼하며 빌려준 CD를 찾으러 왔다고 말하자 경희 엄마는 성혜에게 경희 물건 다 치우기 전에 게임 CD를 찾아가라고 경희의 방으로 안내해 준다.
경희의 방으로 들어간 성혜는 볼펜이 침대 위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한다. 성혜는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하고 이내 경희가 던진 볼펜이 침대 매트리스 위에 떨어지는 바람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아 귀신이 있다고 오해하고 쇼크사했다는 걸 깨닫고는, 자신이 결국 경희를 죽인 거라며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성혜는 여전히 경희에게 미안해하며 "겁 많은 친구를 놀려주려고 내가 했던 농담 때문에 내가 내 친구를 죽였어"라고 울고 '이까짓 볼펜이 뭐길래...'라며 볼펜을 뒤로 던져버리는데, '''볼펜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놀란 성혜가 설마 하며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니 거기엔 죽은 경희가 '''볼펜을 들고 서 있었다.''' 기겁한 성혜에게 경희는 말한다.

'''"성혜야, 네가 말한 게 이런 거니?"'''

마지막으로 '''피가 튀기며''' 성혜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끝나는데, 아무래도 경희가 사소한 장난으로 자기가 죽은 것 때문에 한이 맺혀서 복수하러 온 듯 하다.
가나 출판사[1]에서 발매된 '킥킥 귀신이 웃겨'라는 책에서 이 이야기가 웃기게 패러디 되었는데, 주인공이 볼펜을 마구잡이로 던져서 귀신이 받질 못한다...

2. 손짓하는 엘리베이터


민우란 소년이 강식이란 소년 집에 전화를 걸어 같이 집에서 숙제를 하자고 말한다. 강식은 민우네 집에서 같이 숙제를 하기로 하고 민우네 아파트 동으로 가는데,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타는 것이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안내양 누나가 강식에게 한 사람 탈 공간이 있다며 어서 타라고 손짓을 하였고, 강식은 이에 사람이 많으니 다음에 타겠다고 한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도 빨리 가자고 그러자 정말 안 탈 거냐고 마지막으로 묻고, 여전히 강식이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겠다고 거절하자 안내양 누나의 얼굴이 시무룩해졌고, 엘리베이터 문은 닫힌 채 올라가게 된다. 강식은 '그냥 탈 걸 그랬나. 안내양 누나가 되게 섭섭해했다'고 생각하던 도중 사람이 너무 많이 타버렸는지,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추락을 해 버렸다. 21층에서부터.
한편 강식을 기다리던 민우는 엄마에게서 자신이 사는 동의 엘리베이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에 강식이가 타고 있지 않을까 걱정하여 황급히 내려오게 된다. 다행히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던 강식은 1층에서 경찰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민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경찰관은 강식이 사고를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었는지라 상황을 물어보고 있었다고 한다.
강식은 경찰관에게 "안내양 누나가 나한테도 타라고 했는데 왠지 싫어서 타지 않았다"라고 진술한다. 그러자 강식의 말을 들은 민우는 웃으면서 '''"바보.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안내양 누나가 없어."'''라는 말을 한다. 강식의 말을 듣고 있던 경찰관 역시 "응? 그러고 보니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안내양이 다 없잖아?"라면서 의아해한다. '''대체 그 안내양은 누구였을까?'''

3. 최여사의 목걸이


부잣집 사모님인 최여사. 오랜만의 동창회에 나가기 위해 한창 치장을 하고 있었다. 집에서 일하는 조선족 가사 도우미 연변댁은 최여사가 외출하는 걸 확인하고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한다.[2] 최여사는 화장을 하고, 반지와 팔찌 등 악세사리를 착용하고, 마지막으로 지난 주에 비싸게 주고 산 목걸이를 차기 위해 꺼내려는 순간, 목걸이가 없었다.
최여사는 곧바로 연변댁을 의심하고 연변댁에게 소리친다. 당황하여 무슨 일인지 묻는 연변댁에게 다짜고짜 목걸이를 내놓으라고 한다. 하지만 연변댁은 목걸이를 본 적이 없다고 하고, 이에 최여사는 도둑이 들었다면 다 훔쳐가지 왜 목걸이만 없어졌겠냐, 한 번 목에 차보려고 가져가지 않았냐, 지금이라도 가지고 오면 용서해 주겠다고 하며 연변댁을 추궁하기 시작한다. 연변댁이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하자, 이에 최여사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목걸이를 가져다 두면 없던 일로 하고 용서해 주겠다, 하지만 그 전에 돌려놓지 않으면 아줌마가 나한테 맡겨둔 3000만원은 목걸이 값으로 내가 챙겨가겠다."라고 말한다. 즉 3년 동안 연변댁이 일해서 번 돈을 '''모두 몰수해버리겠다'''는 뜻이었다. 중국으로 귀국을 한 달 앞두고 있던 연변댁 입장에서는 당연히 청천벽력이었고, 그 돈을 빼앗으면 자신은 죽는다며 최여사에게 애원을 한다. 최여사는 알아서 하라며 집을 나가버리고 연변댁은 그 자리에서 절망한다.
이 대화를 방에서 모두 엿듣고 있던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바로 최여사의 딸. 사실 최여사가 비싸게 주고 산 목걸이는 바로 딸이 '''그저께 몰래 가지고 나갔다가 잃어버린 것.''' 이에 엄마에게 혼날 걱정을 하던 딸은 결국 연변댁에게 뒤집어 씌우기로 하고 신경을 꺼버린다. 한편 연변댁은 그 자리에서 정말 모르는 일인데 고생고생해 번 돈을 모두 날리게 생겼다고 서럽게 운다.
몇 시간 후 동창회에서 돌아온 최여사. 하지만 연변댁이 보이지 않았고, 이에 연변댁을 찾던 중 연변댁이 집으로 들어온다. 외출 다녀온 나보다 더 늦게 들어와 제정신이냐고 화내던 와중 이상하게 연변댁의 온 몸이 흠뻑 젖어 있었고, 표정은 퀭한 표정이었다. 어디 갔다 왔냐는 최여사의 물음에 아무 답도 하지 않고 갑자기 부엌으로 간 연변댁은 "내가 지금 무척 배가 고프니까 좀 먹고 얘기합시다."라고 한다. 연변댁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최여사는 문득 연변댁을 보니, '''아무것도 없는 빈 그릇을 들고 밥을 먹는 시늉, 고기 뜯는 시늉, 없는 국물을 마시는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최여사는 연변댁이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 연변댁이 들고 있던 그릇을 집어던져 버린다. 그 순간 연변댁이 다시 사라져버렸고, 당황한 최여사는 연변댁을 찾던 와중 집으로 전화가 한 통 온다.
집으로 전화를 한 건 다름아닌 경찰서. 경찰에서 무슨 일로 전화를 해냐고 묻자 한강에서 투신자살을 한 여자 시체가 한 구 발견되었는데 주머니에서 전화번호가 쓰인 유서를 발견해 전화를 걸었고, 유서에는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목걸이를 주인이 내놓으라고 다그쳐서 자살한다''''라고 쓰여 있었다고 말해 준다. 연벽댁이 자살했다는 것을 듣고 혼란에 빠진 최여사는 연변댁이 자신에게 했던 말 "그 돈을 빼앗으시면 전 죽습니다."라는 말을 기억해낸다. 그렇다고 죽을 리가 없다고 부정하며 방금 여기에 나타났었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이내 귀신이 되어 나타난 것을 깨닫는다. 이에 겁을 잔뜩 먹은 최여사는 연변댁이 목걸이 때문에 한을 품고 다시 찾아온 거라고 믿고, 자신을 해칠 거라고 생각해 또 나타나기 전에 숨어야 한다고 안방에 숨으려 하지만, 안방에 숨으면 쉽게 찾아낼 거라며 딸 방에 숨기로 한다.
딸의 방으로 숨어들어 이불을 덮어쓰고 숨으려던 최여사는 이불 안에 이상한 냄새가 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이불을 걷어 보니, 거기에는 연벽댁에게 누명을 씌운 최여사의 딸이 '''물에 젖은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다.'''
돈을 압수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주인보다는 누명을 씌운 딸에게[3] 더 원한이 깊었던 것일까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다...

4. 학원전설


'서일 대학'[4]이라는 대학으로 배경이 시작된다. 그 학교의 전통 있는 사진 동아리 '형상사진반'에서는 내일 사진촬영을 위한 수련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중 이 학교 사진 동아리의 신입생 중엔 커플이 있는데, 바로 진수와 희진. 회의를 마친 뒤 부장은 진수와 함께 종로로 가 장비를 구입하고 희진은 여선배와 함께 부실을 정돈한 뒤 하교한다.
하교 도중 여선배는 희진에게 학교의 학원전설을 알고 있냐고 묻는데 희진은 그 전설을 모르고 있다. 여선배는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좋은 얘기도 아닌데 너한테 들려주기는 그렇다며 웃음 짓는다. 희진은 우리 학교 학생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왜 본인이 듣기에 안 좋은 거냐며 묻는다. 여선배는 희진이 커플이라며 우리 학교의 학원전설에 해당하는 조건을 갖추어야 저주고 전설이고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 선배가 말하기를 대대적으로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는데, 바로 커플 중의 한 명이 목숨을 잃게 되면 나머지 한 명도 죽게 된다는 것. 즉, 먼저 죽은 사람이 귀신으로 나타나서 자신의 커플을 저승으로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커플인 너도 조심하라며 진수가 데리러 나타나게 될 일이 없이 몸 조심하라고 웃는다. 여선배는 선발대였던 희진이 먼저 출발해야겠다고 얘기한 뒤 희진은 목적지인 산장으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기다리고 있기로 하며 헤어진다.
여행 당일. 산장에 먼저 도착해 선배들을 기다리던 희진. 올 시간이 넘었는데도 안 오는 선배들을 기다린다. 산 속이라서 휴대폰은 안 터져서 연락을 걸 수도 없어 무슨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와중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선배들이 도착한다. 그런데 모두가 침울한 표정이었고, 남자친구인 진수가 보이지 않았다. 희진은 진수가 어디 있냐고 묻고, 부장은 별안간 희진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영문을 모르던 희진에게 선배들이 말하길 오다가 사고가 있었는데, 진수가 탄 버스가 언덕에서 굴러 버스에 탄 승객들이 모두 사망했다고 일러준다. 희진은 같이 타고 오는 게 아니었냐고 묻자 선배들은 진수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차 시간까지 못 와 뒷차로 따라오겠다고 했고, 목적지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목적지에 와서 아무리 기다려도 뒷차가 안 왔다고 했다. 사고가 난 건 뉴스를 듣고 알았다며, 사망자 명단엔 진수의 이름이 있었다고 말해준다. 그냥 돌아가려고 했는데 혼자 있는 희진에게 연락할 길이 없어 데리러 왔다는 말을 한다. 희진은 슬퍼하며 울던 와중 이때 누군가가 산장 문을 두들겼고,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바로 진수의 목소리. 희진이 진수의 목소리를 듣고 기뻐하며 문을 열려는 찰나, 선배들이 죽은 진수가 찾아오다니 말도 안 된다고 학교 학원전설을 이야기해주며, 밖에 있는 진수는 귀신이 되어 나타난 것이고 너를 데리고 저승으로 가려고 찾아온 거라면서 문을 열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밖에서는 진수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결국 희진은 선배들의 말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밖에는 사고를 당해 죽었다고 들은 진수가 있었고, 진수는 사고가 있었다고 얘기를 해주는데, 연락할 길이 없어 늦었다고 희진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희진은 그 말을 듣고 버스가 구른 것이냐고 말하는데 진수가 어떻게 알았냐며, 자신은 늦잠을 자서 뒤차로 오게 되었고 앞차가 사고가 나는 바람에 '''거기 타고 있던 선배들이 모두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에 희진은 놀라며 사고가 나서 죽은 건 너고 날 데리러 온 게 아니냐는 말을 한다. 그러자 오히려 진수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고, 희진은 산장 안에 선배들이 다 와 있다는 말을 하고 진수의 사고 소식을 알려주었다며 들어가려고 돌아보는데... '''산장 안에는 불도 꺼져 있었고, 방금 전까지 안에 같이 있던 선배들은 모두 사라져 무거운 침묵만 흐르고 있는 상태였다.''' 희진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자신을 데리러 온 건 진수가 아니라 선배들이었다는 것. 즉, 선배들이 교통사고로 죽어서 희진을 데리고 가기 위해 온 것.[5]
전설이 아주 거짓말은 아니였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이야기와 비슷한 도시전설이 있으며 또한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에피소드 "열어줘"와 내용이 유사하다.[6]

5. 피 흘리는 동자석상


조선 시대 어느 주막. 어느 날 행색이 초라한 노인이 국밥 한 그릇을 달라며 들어왔고, 이에 주모는 국밥을 내준다. 노인은 감격하며 세 그릇이나 단숨에 해치웠고, 숭늉을 가져다 준 주모에게 "주모 죄송하오. 사실은 나 돈이 없수. 사흘을 굶어 너무 배가 고픈 바람에 무조건 시켜 먹고 말았수." 라고 사과를 한다. [7] 다행히도 마음씨가 착했던 주모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하는 수 없네요. 괜찮수."라고 한 뒤 그릇을 옮기면서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었으니 기쁘다는 말을 하며 돈을 받지 않았다.
그러자 노인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주모에게 자신의 말을 명심하라고 한다. 그 말은 "내가 떠난 뒤 당장 일주일간 먹을 양식을 챙기시오. 그리고 내일부터 재 넘어 무덤가에 있는 동자석상에 가서 그 눈을 살펴보시오. 그 석상의 눈에서 피가 흐르는 날이면, 미리 준비한 양식을 가지고 즉시 산 위로 피난하시오." 였다. 이런 아리송한 말을 남긴 채 노인은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그 말을 들은 주모는 그 노인이 보통 노인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우선 주모는 노인의 말대로 일주일치 식량을 챙겨두고,[8] 그 날 아침 뒷산 무덤가로 올라가 동자석상의 눈을 살펴보게 된다. 마침 지나가던 나무꾼 김서방이 뭐햐나고 묻고 주모가 그 이야기를 해주지만, 나무꾼은 돌로 만들어진 석상이 어떻게 피눈물을 흘리냐며 어이없어 한다. 주모는 그 신비한 노인이 신선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김서방은 혹시 사기꾼이 아니냐며 당신을 놀리려고 말도 안 되는 말을 한 것 같다며 말한다. 주모는 화를 내며 천기를 알려준 거라고 꾸짖는다. 김서방은 주모가 망령이 났다고 생각하며 무시해버린다. 그날부터 주모는 매일매일 동자석상에 와서 눈을 확인하고 돌아가는데, 이에 마을에서는 주모가 매일 동자석상의 눈을 확인하러 다닌다는 소문이 퍼졌고,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주모가 돌았다고 비웃는다. 그 와중에도 주모는 마을 사람들에게 양식을 싸두었다가 석상에 피 흘릴 때를 대비하라며 일러두었다.
이 소문은 마을에 살고 있던 불량배 3명의 귀에도 들어왔고, 이들은 주모를 놀려 주기 위해 새벽에 뒷산으로 올라간 뒤 주모가 말한 동자석상에다가 피처럼 보이도록 붓으로 빨간 칠을 해둔 뒤 옆에 숨어서 지켜보게 되었다. 얼마 안 가 주모가 평소처럼 동자석상을 살펴보기 위해 도착, 눈에 빨간 피가 흐르는 걸 보고 기겁하여 마을에 동자 석상이 피를 흘렸다고 경고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아 자신이라도 미리 준비해 둔 식량을 챙겨 들고 산 위로 피신해버리게 된다.
주모가 주막을 비워 두고 피신해버리는 걸 본 불량배들은 비웃으며 빈 주막에 들어가 술과 안주를 모조리 먹어치우며 논다. 불량배들이 어리석은 할멈이었다고 욕하며 한창 먹고 마시고 놀던 때, 갑자기 뒤에서 '''해일이 찾아왔고 마을을 뒤덮어 버리고 말았다.''' 즉, 마을 사람들 중에 주모만 제외하고 주모를 비웃던 마을 사람들과 불량배들은 모두 바닷물 속에 잠겨버린 것. 산 위로 올라가 피신한 주모는 뒤를 돌아보더니, "어리석은 마을 사람들, 내가 한 말을 들었으면 모두 살 수 있었을 것을..."이라고 씁쓸한 얼굴로 말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정황상 주모에게 찾아와 산으로 대피하라고 알려준 노인은 신선으로 추정된다.
사실 이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들려오는 전설 중 하나이다. 무서운 게 딱 좋아 시리즈에는 없지만, 다른 유명한 버전으로 여인 모습의 바위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집에 탁발하러 온 스님에게 고약한 시아버지가 똥을 줘서 보내자 그것을 본 심성이 착한 며느리가 스님에게 쌀을 시주했는데, 이에 스님은 당장 집 뒤쪽 산으로 대피하되,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알려준 뒤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결국 며느리는 아기를 데리고 집 뒤쪽 산으로 대피했는데, 산으로 올라가는 도중 폭풍우가 내려 며느리가 살던 집을 포함한 마을이 물에 잠겨버렸다. 그 순간 스님이 말한 것을 잊어버린 채 뒤를 돌아봤다가, 며느리마저 그 자리에서 아기와 함께 바위로 변해버렸다는 전설.

6. 미술실의 초상화


늦은 밤 어느 학교. 한 도덕 선생님은 잔무를 처리하느라 늦게 퇴근하던 중 미술실 앞을 지나려는데, 어떤 여자의 얼굴이 미술실 입구에 걸려져서 도덕 선생님을 표독스럽게 째려보는 걸 발견한다. 처음에는 사람의 얼굴인 줄 알고 놀라나, 이내 그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림 치고는 너무 섬뜩한 느낌을 느꼈고, 영 기분을 언짢게 하는 표정의 그림이라며 투덜댄다. 다음 날도, 야근을 하던 도덕 선생님은 또 다시 그 미술실을 지나가게 되는데 그림 때문에 깜짝 놀란다. 무슨 그림이 저러냐며, 미술 선생님 취향도 참 독특하다, 뭐 저런 그림을 걸어놓았냐고 두려워하며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눈처럼 느껴져서 더 그렇다고 생각하고 지나간다. 그 다음 날도 퇴근 길에 미술실 앞을 지나며 그 섬뜩한 표정의 그림 역시 지나쳐야 했다. 기분탓이겠지만 도저히 참기 어렵다고 느낀다. 퇴근하려면 이 미술실 앞을 지나쳐야 하니 어쩔 수 없다만 그 눈과 표정이 도덕 선생님을 너무 위축시킨다며 두려워한다.
결국 매번 퇴근 때마다 그 째려보는 여자 그림을 보는 걸 참지 못해서인지, 다음 날 미술 선생님을 찾아가서 일 때문에 내일 늦게 퇴근하는데 미술실을 지날 때마다 그 그림 때문에 깜짝 놀란다며, 입구에 걸린 여자 그림을 치워 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한다. 하지만 미술 선생님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곧이어 "'''애초에 미술실 입구에는 그냥 창문 뿐이고 그림 같은 건 안 걸려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에 놀란 도덕 선생님은 요 며칠동안 퇴근하면서 계속 봤다고 부정하며[9] 황급히 미술실을 찾아가 보았으나, 매번 밤마다 그림이 걸려있던 자리에는 그 째려보는 그림은 없고 그냥 '''창문만 있었다.''' 그럼 그동안 도덕 선생님이 본 미술실 창문의 째려보는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7. 빨간 저승꽃


홍식이 5살 아이이던 시절, 퇴근을 하고 집에 온 아빠의 가슴에 '''빨간색 꽃'''이 달려 있는 걸 발견한다. 이에 홍식은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가 이쁘다고 하는데,[10] 아빠와 엄마가 오해를 하자 홍식은 아빠 가슴에 꽃이 이쁘다고 말한다. 허나 정작 엄마와 아빠 눈에는 꽃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아빠는 가슴에 꽃은 커녕 얼룩도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홍식은 아빠의 가슴의 꽃이 아빠, 엄마에겐 안 보이는 건가 하며 이상해한다. 그런데 홍식의 아빠는 그 다음날 갑자기 사망하고 만다. 이 때까지만 해도 꽃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왜 그 꽃이 보였는지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는지.
12년 후 고등학생이 된 홍식. 수업 시간에 칠판에다가 필기를 하는 선생님의 가슴에 빨간 꽃이 달려있는 걸 본 홍식은 옆에 있던 친구에게 "어쩐 일로 선생님이 꽃을 달고 오셨을까?" 라는 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친구의 눈에는 꽃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홍식에게 오늘이 무슨 스승의 날이라도 되냐며 바보 취급한다. 홍식은 정말 저 가슴의 꽃이 안 보이는 거냐며 다시 묻지만, 친구는 장난하지 말라며 짜증을 낸다. 그 때 홍식은 그 꽃이 어디선가 본 적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 때 아빠가 돌아가시던 날 달고 있던 그 꽃이었다는 걸 생각해낸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로 이동하는 선생님. 하지만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구르고 말았고 그 자리에서 뇌진탕으로 '''사망.''' 친구가 다급하게 선생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 얘기한 순간 홍식은 이 꽃은 죽음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다시 4년 뒤 이번에는 대학생이 된 홍식. 우연히 지나가다가 마주친 한 아주머니의 가슴에 또 그 꽃이 달려있는 걸 보고는 아주머니를 쫓아간다. 아주머니는 버스에 탔고 이에 홍식 역시 따라서 버스에 타려는 찰나, 차비가 없어서 곤란해한다. 그런데 보니까 기사 아저씨의 가슴에도 빨간 꽃이 달려있었다. 기사 아저씨 뿐만이 아니라 버스에 있는 승객들 모두가 빨간 꽃을 달고 있다. 기사 아저씨는 다음부터는 차비 꼭 가지고 다니라고 한 뒤 그냥 태워줄 테니 들어가 앉으라고 하는데, 곧이어 자신의 가슴에도 빨간 꽃이 생긴 걸 알게 된다. 홍식은 기겁하며 다급히 버스에서 내린다. 기사 아저씨는 그냥 태워준다는데 왜 내리냐며 이상한 학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버스는 곧바로 중앙선을 넘은 대형 트럭과 정면충돌하여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 전원이 사망하고 말았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홍식이 우연히 자신의 가슴을 보니 그 꽃이 사라진 상태였고, '저 버스에 타고 있었으면 나도...'라며 섬뜩해하며 그 꽃이 자신을 위기에서 구하려고 자기 눈에 보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년이 지나서, 홍식 역시 결혼을 했고 아들까지 생기는 등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저녁 준비를 하는 아내의 가슴에 빨간색 꽃이 달려 있는 걸 보고 기겁하는데,[11] 그날 밤 아내는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만다. 아내까지 잃은 홍식은 언제 또 그 꽃을 볼까 두려워서 만날 술만 먹으며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도중, 아들 장호가 유치원 입학식인데 왜 엄마는 보이지 않냐며 누구랑 가냐며 울면서 말을 한다.[12]
아들을 보고 자신이 기운을 차려야 한다며 다시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한 홍식은 아들의 유치원 입학식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던 도중, 아들에게 이 소리를 듣는다.

'''"아빠. 나 유치원 입학하는데 아빠가 그렇게 해야 하는 거야? 아빠 가슴에 빨간 꽃을 달고 있잖아."'''

하지만 홍식의 눈에는 빨간 꽃이 '''보이지 않았고''', 영문도 모르는 아들은 아빠한테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하며 끝. 정황상 죽음의 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아들한테 유전된 듯 하다.
여담으로 모티브는 아무래도 죽음과 관련되어있다고 여겨지는 붉은색 꽃인 석산(피안화)인 듯 하다.

8. 등산


두 명의 등산을 무척 좋아하는 청년이 있었다. 그들은 암벽등반 코스로 유명한 △△산의 정상을 오르기로 한다. 자일을 이용해 암벽을 등반하는 가파르고 위험한 코스였는데, 주인공 신호식은 자일을 자신의 배낭에 연결시킨 뒤 앞장섰고, 뒤이어 그의 친구가 자일에 몸을 유지한 채 따라갔다. 그러나 뒤에 따라오던 친구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추락 위기에 처했고, 다행히 자일로 서로를 연결해 둔 덕에 발을 헛디딘 친구는 자일에 몸을 유지한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상태. 아래에 있는 친구는 발을 다쳐 위에 있는 호식에게 자신을 끌어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위치가 매우 위험했고, 힘이 빠져 자칫하면 자신마저 위험해 질 수 있는 상태. 결국 호식은 이러다가는 함께 떨어질 거라고 두려워해 결국 등산용 칼로 '''자일을 잘라 버리기로 결심한다.''' 호식은 친구에게 미안하다며 자신이라도 살아야겠다고 한 뒤 칼로 자일을 자르기 시작하고, 친구는 제발 살려달라며 애원하지만 결국 자일은 자르고 아래에 매달려 있던 친구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어찌어찌 혼자 정상까지 올라온 호식. 하지만 이내 자신이 친구를 죽였다는 마음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직접 죽인 것이 아니라고 해도 친구를 버리는 것도 어차피 친구를 살인한 것과 같은 이치이기에 마찬가지. 고민하던 호식은 어차피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므로 사실대로 밝힐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은 혼자 왔다고 시치미를 떼고 그 친구와는 정상에서 따로 만나기로 했다고 말하기로 결심한다. 이에 친구랑 같이 오지 않고 혼자 왔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가지고 온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한 뒤 혼자 찍은 사진을 남겨 증거물로 사용하기로 한다. 살인을 하고도 태연히 사진을 찍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짐한다. 즉, 친구의 죽음을 숨기려는 것.
호식은 산에서 내려온 후 경찰서를 방문해 자신은 혼자 왔으며, 친구와는 정상에서 따로 만나기로 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오지 않은 줄 알고 그냥 내려왔다는 거짓 진술을 하였다. 결국 친구는 혼자 등산하다가 실족사한 것으로 처리되어 혐의를 벗는다. 그리고 잠시 후 집으로 가던 도중 산 위에서 찍어둔 사진을 찾으러 가라고 사진사가 부른다. 날짜가 지나도 안 오길래 여기서 지나가길 기다렸다고 말하는데, 호식은 경찰이 추궁하지 않아 깜빡 잊고 있었다며 사진관을 방문했다. 하지만 사진관 주인은 사진 중에 이상한 사진이 한 장 있었는데 물어 보려던 참이었으며, '''마침 방송국에 근무하는 친구가 특집 방송 참고 자료로 쓴다며 사본을 가져갔다고''' 양해를 구한다. 이상한 사진이란 말에 호식이 사진을 받아 보니, 사고 당일 정상에서 혼자 찍었던 사진에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친구의 영혼이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 호식의 어깨에 앉아 있었다.''' 이미 방송국에 사진을 가져간 후이니 그야말로 망했어요...

9. 잃어버리는 아이


무섭다기보다는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
승필이라는 소년이 학교를 다녀와 집에 도착한다. 엄마는 반기는 순간 승필의 가방이 보이지 않아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데, 소년은 버스에서 내릴 때 두고 왔다고 미안해한다. 소년의 건망증이 심해 매일 도시락, 필통, 책가방 등을 잃어버리는 한 아이.[13] 아이의 엄마는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생각 도중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났는데, 그 방법은 챙겨야 할 물건 목록을 작성하는 것. 다음날 학교를 가려는 승필에게 엄마가 목록을 적어서 승필에게 준다. 가방을 싸면서 하나하나 목록의 물건들과 대조해보면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고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덕분에 승필은 그 다음부터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엄마가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승필이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표정도 우중충해서 엄마는 또 물건을 잃어버렸냐고 물어보는데 승필은 그렇다고 하며 죄송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엄마는 승필의 책가방을 뒤져봤는데 없어진 물건이 없자 아이에게 잃어버린 물건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승필은 학교에서 잃어버리고 온 물건은 없다고 말하지만, 그 후 방에서 '''아들의 유령이 나오며 이렇게 말한다.'''

'''"집에 오다가 그만 사고가 나서 제 몸을 잃어버렸어요..."'''


10. 빨간 비옷의 소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깊은 밤, 진료 시간이 지난 한 병원[14]에 빨간 비옷을 입은 여자아이를 안은 한 여자가 딸이 위독하다며 진료를 요청한다. 의사는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오라고 하는데, 어머니는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온 거라고 애원하자 의사는 할 수 없다며 들어오라고 한다. 의사가 딸을 검사하자 딸은 수술을 받으면 쉽게 나을 수 말해준다. 어머니는 늦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어서 수술을 해달라고 하는데, 의사는 수술비를 가져왔냐고 묻는다. 어머니는 당황하며 늦은 시간이라 수술비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내일 날이 밝으면 돈을 가져다 주겠다고 하며 우선 수술부터 해달라고 한다. 이에 의사는 '난 땅 팔아서 병원 하는 줄 아슈?'라고 짜증을 내면서 수술비를 가져오지 않으면 딸을 수술해 줄 수 없다고 하며 다른 병원에 가라고 돌려보내버렸다. 겸사겸사 다음에 자신한테 올 때는 돈을 꼭 가져오는 것도 잊지 말라며.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비오는 저녁. 비가 와서 오늘은 딱히 손님도 없고 7시가 넘어 오늘은 그만 병원 문을 닫으려는데 빨간 비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찾아왔고, 자신의 어머니가 언덕에서 굴러 크게 다쳤다며 자신의 집으로 가서 왕진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따라나서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집은 산길을 타고 한창 올라가야 하는 등 상당히 멀었고, '이런 산길에 있는 집인 줄 알았으면 안 오는 건데...'라며 투덜거리는 도중 문득 의사는 빨간 비옷을 입은 아이를 어디서 본 듯한 거 같아 아이에게 우리 한 번 본 사이 아니냐고, 혹시 병원에 온 적이 있냐고 묻는다. 하지만 소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글쎄요." 라는 말을 남긴다. 이 에 의사는 '왔었다는 거야? 안 왔었다는 거야?'라고 의아해 한다.
의사는 어찌어찌 소녀의 집에 도착해 소녀의 어머니를 곧바로 응급 처치를 해준다. 내일 병원으로 와서 처방전을 받아 약을 지어 먹으라고 하는데, 아직 거동하기가 힘들 테니 아이를 보내면 약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는 '''"제 딸은 한 달 전에 죽었는데 무슨 소리냐."'''라는 말을 하며, 자신이 기억나지 않냐고 말을 했다. 즉, 여자는 한 달 전 비 오는 밤 의사에게 찾아와 자신의 아이를 수술해 달라고 했다가 수술비가 없어서 쫓겨난 여자였던 것. 의사도 이제서야 그 때 그 여자아이였다며 기억해내고, 그 여자아이가 빨간 비옷을 입고 와서 날 데리고 온 거라고 한다. 여자는 다시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며 그 다음 날 죽었다고 다시 말해준다. 의사는 기겁하며 다른 병원에 데려간 게 아니냐며 묻는데 '''다른 병원에 갔을 때는 너무 늦었다고 슬퍼한다.''' 의사는 두려움에 몸을 떠는 중 벽에 걸린 빨간 비옷을 보자 그 것을 가리키며 저 옷을 입고 왔었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비옷이 젖어 있었다.''' 이에 여자는 제 딸이 살아있을 때 좋아하던 옷이었다고 하면서, 평소에도 저기다가 걸어 놓는다고 하였다. 여자 역시 계속 방에다가 걸어둔 옷이 왜 젖어있나 하며 의아해한다. 의사는 아마 다른 딸이 입고 왔었던 모양이라고 추측하지만 그 여자의 딸은 외동딸. 죽은 그 아이 하나밖에 없었다. 여자는 외딴집에 있는 내가 다친 것을 누가 어떻게 알고 선생님을 모셔왔나 하고 정말 이상하다고 중얼거리는데, 그 말을 들은 의사는 그 소녀가 귀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너무 무서운 나머지 왕진비도 안 받고 도망치며 끝이 난다.
딸은 죽은 후에도 자신의 엄마가 다치자 엄마가 자기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의사를 집까지 데려왔다는 감동적인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게다가 자신이 치료를 거부해서 죽었는데도 그 의사에게 찾아가서 원한을 갚는다거나 해코지를 하지도 않았다. 물론 이건 어머니가 다쳤으니 해코지를 안한 걸 수도 있으나, 소녀가 의사에게 따로 적개심을 품은 장면도 없다. 이쯤 되면 소녀가 참으로 대인배스럽다. 소녀가 싸늘하게 웃고 있는 모습과 의사가 두려워하며 도망치는 마지막 장면만 본다면 감동과는 거리가 멀긴 하다만.
이 이야기와 그다지 관계는 없지만 2000년에 서울에서 이런 일도 있었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를 목격자가 병원에 데리고 갔으나 의사가 위의 에피소드처럼 거절하였고, 결국 빠르게 다른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미 죽어버렸다. 이후 경찰의 신원조사를 거쳐 죽은 아이의 아버지가 왔는데, 알고 보니 '''처음에 거절했던 의사였다.''' 즉, 의사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온 사람이 보호자도 아니고 지금 바로 돈을 낼 수도 없는 목격자라는 것을 알자 '''아이의 얼굴도 보지 않고 내친 것이다.'''[15] 참고로 나중에 찾아간 병원 관계자에 의하면, 처음 갔던 병원의 의사가 바로 외면하지 않고서 자세히 응급 치료를 했더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11. 함께 있는 고양이


과장이라는 남자가 회사에서 퇴근하고 딸 송희의 선물을 사온 채로 집에 들어온다. 그런데 집에는 아무도 없는 듯 조용해 송희가 집에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던 중, 송희의 방에서 송희의 목소리가 들려 들어간다. 송희는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는데, 김과장은 마중 나오지 않아 집에 없는 줄 알았다고 서운해하자 송희는 고양이들과 노느라 정신이 팔려 몰랐다고 사과한다. 그 와중 고양이들이 김과장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며 야옹거리자, 송희도 고양이들에게 왜 아빠하고 친해지지를 않는거냐며 타이른다. 김과장은 쓸쓸해하며 송희의 방을 나가고 소파에 앉아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 시작한다.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고 딸 송희를 홀로 키우는 아빠 김과장.[16] 행복하던 가정이 졸지에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인 집이 되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송희는 돌봐주고 놀아줄 상대가 없어져 자신이 회사에 간 사이 매일 혼자 외롭게 인형만 가지고 놀며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던 딸 송희가 안타까워 송희를 위해 고양이 두 마리를 사다주었다. 송희는 예전보다 기뻐하고 고양이들도 송희를 무척 따랐지만 그게 실수였다고. 송희는 고양이에게 마음을 빼앗겨 아빠가 집에 들어와도 고양이 기르기만 집중한 채 아빠를 외면하고 고양이들하고만 놀게 되었다. 김과장은 결국 사랑하는 딸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고, 고양이들에게 밀려나 아버지의 자리를 잃은 거라며 외로워한다. 결국 김과장은 고양이를 싫어하게 되고 고양이를 미워하는 것처럼 고양이들도 자신을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김과장이 자다 깨서 물을 마시러 나왔는데 한 고양이가 자신을 보고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려 하자 화가 나서 고양이를 발로 차버리는데, 그만 벽에 부딪혀 죽고 만다. 고양이를 죽일 생각이 없었기에 깜짝 놀란 김과장은 송희가 이 사실을 알면 슬퍼할 거라고 걱정하는데, 이내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송희와 거리가 먼데 자기가 고양이를 죽인 걸 알면 송희마저 자신을 미워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에 송희가 보기 전에 서둘러 고양이 시체를 지하실에다가 옮겨 둔다. 다음 날 갑자기 어깨가 무겁고 찌뿌둥한 느낌이 들어 몸이 거북했는데, 직장 동료가 퇴근 후 한 잔 하자고 하자 오늘은 일찍 들어가 봐야 한다며 거절한다. 고양이 시체가 집 안에 있다는 게 꺼림칙해 멀리 갖다 묻으려고 생각한다. 집에 도착하자 송희가 울면서 김과장을 찾자 왜 우는지 물어본다. 송희는 고양이 한 마리 중 초롱이가 하루종일 찾았는데 안 보인다고 운다. 이에 당황한 김과장은 송희에게 고양이는 원래 크면 집을 나가는 동물이라고 하며 달랜다. 송희가 그 때 새끼를 가지고 있어서 곧 낳을 건데 안 돌아오는 거냐며 슬퍼하자 그때서야 새끼를 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과장은 지하실에 내려가고 죽어버린 고양이를 묻으며 안쓰러워 하던 중[17] 남아 있던 한 마리[18]가 자신을 보며 슬피 울자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고 착잡해하다가, 결국 씁쓸한 얼굴로 같이 묻어 주겠다고 말하며 '''이녀석까지 쇠파이프로 쳐 죽여버리고 만다.''' 그 후 고양이 두마리가 둘 다 없어져 슬퍼하던 송희에게 먼저 나간 초롱이와 함께 있기 위해 찾으러 간 거라 달래주며 고양이들은 잊고 전처럼 아빠와 함께 살자고 말해준다. 그런데 그 후 김과장의 어깨에는 누군가가 올라가 있는 듯한 느낌이 점점 더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어깨 위에 무언가를 얹어놓고 다니는 것 같다며.
이후 집에 돌아와 보니 그동안 고양이에 빠져 아빠를 외면했던 송희가 간만에 아빠를 보고 막 웃는 것이었다. 고양이들이 없어져 슬피 울던 송희가 이제야 마음이 좀 풀어졌다고 생각하며 송희가 예전처럼 돌아온 것 같아 좋은 기분이 든 김과장. 송희에게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있었나 하며 묻자 송희는 그런 건 없었다고 하자 김과장은 그럼 왜 아빠를 보고 웃느냐고 물었더니 송희가 하는 말...

'''"우스우니까 그렇지. 아빠가 고양이들을 업고 있으니까 정말 우습다. 어머나, 그러고 보니 새끼까지 모두 왔구나?"'''

즉, 송희 눈에는 그 고양이들의 영혼이 보였고, 김과장이 고양이들을 죽인 뒤 그 다음부터 고양이 영혼이 어깨 위로 올라와있었고, 수컷 고양이도 죽이자 그 고양이의 영혼 역시 올라간 것이었다. 게다가 새끼는 사실 3마리였기에 총 다섯 마리가 올라와 있었다.
사실 김과장이 잘한 건 아니다만 어찌 보면 현실에서도 일어날 법한 씁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부모 가족 중에서도 특히 성별이 다른 부녀 관계는 관계가 자칫 소원해지기 쉽다. 딸이 걱정되어 마음을 써주지만, 그 마음을 모른 채 아빠와는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19] 딸의 모습이 있는 이 에피소드는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김과장이 무조건 나쁜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도 뭣하다. 그도 결국은 딸의 사랑을 원하는 가장이었기 때문. 고양이들을 싫어하기만 했을 뿐.[20] 고양이들을 괴롭혔다거나 하는 언급도 없으며, 본의 아니게 죽였을 때도 딸이 슬퍼할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하거나, 임신한 암컷 초롱이가 새끼를 배고 있었다는 것을 알자 한꺼번에 여러 생명을 죽였다며 죄책감을 느끼는 등의 모습도 보인다. 가정폭력도 저지르지 않고 딸이 외로워하자 안타까워 고양이를 선물로 사다주거나, 에피소드 첫 장면에서도 딸을 위한 선물을 사다주는 등 순수히 딸을 사랑하던 자상한 아버지였다. 과연 정말로 나쁜 사람인지는 생각할 점이 많다.

[1] 이구성 작가가 맨 처음에 연재를 했던 출판사.[2] 이 때 방을 나가며 마음 속으로 연변댁이 한국 사람들이 외출 안 하는 날이 하루도 없어 사는 것이 우리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3]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불명.[4] 서일대학교라는 학교는 정말로 존재하나 진짜 이 대학을 따온 게 아닌 가상의 대학교.[5] 1박2일 백두산 여행 중에서 김C가 이와 비슷한 내용의 무서운 이야기를 언급한 적이 있다. 여기서는 속초로 놀러간 대학생들이란 설정으로 주인공 남학생이 등산 중 물건을 잃어버려 늦게 오고, 주인공 여학생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이 전원 사고로 사망했다고 나온다.[6] 저 이야기에서는 친구들이랑 애인이 나오는데, 죽은 게 친구들 쪽인지 애인 쪽인지 불확실하다는 걸 암시하며 끝난다.[7] 이 말을 들은 주모는 당연히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8] 여담으로 배경이 조선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주모가 보따리에 싸는 음식들로 치킨, 피자, 김밥이 나와 있다.[9] 출근할 때는 다른 길로 다닌 모양이다.[10] 이 때 아빠는 "남자보고 이쁘다가 뭐야? 멋있다고 해야지."라며 가볍게 핀잔을 주고 아직 어려서 어휘구사가 엉망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애가 보는 눈이 있다며 뿌듯해하는 아빠와 헛웃음을 짓는 엄마는 덤.[11] 그런데 자신을 보고 덜덜 떠는 아내가 남편을 보고 어이없어하는 약간 피식할 장면이다.[12] 아들이 엄마가 죽은 걸 모르는 것을 보면 아내의 죽음 후 며칠 지나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머리와 수염이 덥수룩하고 피폐해진 것을 보면 마음고생이 상당히 심했던 모양이다.[13] 여담으로 이번 달에만 가방을 3개나 잃어버렸다고...[14] 진짜로 이름이 '한 병원'이다. [15] 참고로 이 사건도 으악! 너무너무 슬프다!에 실려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각색이 조금 더해졌는데, 첫 번째 병원에서 보호자 없다고 거절당한 뒤 두 번째 병원에서도 첫 번째와 동일 사유로 거절당하고 결국 세 번째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이의 아버지는 첫 번째 병원의 의사였다.[16] 여담으로 이 남자의 외모는 옆머리가 날개처럼 솟아나 있는 게 악마의 뿔을 연상케 하고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이런 외모는 이후 시리즈에서 재탕되지만 대부분 사나운 인간으로 나오거나 아니면 하나같이 좋은 꼴을 못 보는 등 취급이 굉장히 안 좋다. 그나마 이 에피소드의 김과장은 비교적 나은 편.[17] 김과장은 초롱이를 묻으며 "새끼를 배고 있어서 예민했던 거구나. 이거 참... 졸지에 두 생명을 죽여버렸네..." 라 얘기하며 안타까워하며 죄책감을 느꼈다.[18] 위에 소개한 죽은 암컷의 짝이던 수컷으로 이름은 영롱이다.[19] 친밀하지는 않았지만 딸도 아빠를 사랑하긴 한 듯하다.[20] 그래선지 고양이들도 똑같이 자신을 싫어했다고 한다.